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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5.07.14 14:52
최근연재일 :
2015.12.02 17:3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90,996
추천수 :
1,483
글자수 :
710,681

작성
15.07.16 10:10
조회
5,449
추천
49
글자
12쪽

1부: 파멸의 사도------ 1화

DUMMY



불법의 비밀이 이미 활동하였으나

지금은 그것을 막는 자가 있어

그 중에서 옮겨질 때까지 하리라

(신약성경 데살로니가후서 2장 7절)




어느 날, 천사가 찾아왔다.


“세상의 끝이 가까이 왔으니, 너는 그를 막으라!”


그리고 힘이 생겼다. 멸망을 막을 힘이!



***



5월은 가족의 달이라 할 만큼 역시 화창하고 아름다웠다. 주말이라 수업이 없었지만, 특별히 만난 연인이 없었던 알렐루는 대학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도 연인들과 어울려 그를 버렸듯 대학 캠퍼스도 그의 외로움을 자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신입생 때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요즘 것들은…….’


고작 복학생 주제에 마치 어르신이라도 된 것처럼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눈꼴이 신 이유는 사실 부러움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아, 나도 연애해 보고 싶다.’


군대만 제대하고 학교에 복학하면 파릇파릇하고 참한 여학생과 연애를 할 수 있을 거라 착각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취업 경쟁도 치열하지만, 연애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성격 좋고, 성적 좋고, 얼굴 좋고, 몸매 좋은 여학생은 한 학교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였고, 그런 여인들은 이미 파릇파릇하고 능력 있는 어린(?) 후배들 또는 ‘신의 아들’인 동기들이 선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렐루가 이때까지 연애 한 번 하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빠는 왜 이름을 이런 식으로 지어줬는지…….’


모두 이름 탓이라고 아버지 탓을 해본다. 하씨 성에 알렐루라는 이름을 합치면, 하알렐루, 조금 빠르게 하면 할렐루가 된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며, 한 교회의 장로인 하 장로는 아들의 이름을 ‘알렐루’라 지으며 매우 좋아했다.

사람들이 아들을 부를 때면 “할렐루야!”하고 불러야 하니, 이름 자체가 하나님께 영광이 아니냐는 것이었다.(할렐루야는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의미의 히브리어) 하지만 아버지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친구들은 결코 그를 ‘할렐루야!’라고 부르지 않았다.


“야, 할. 토요일인데 뭔 도서관이냐?"


친구 하나가 다가와 귓속말을 건넸다. 그의 옆에는 신입생 중 Top5 안에 드는 여학생이 조신하게 서 있었다. 친구는 알렐루의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듯, 책상 위를 대충 훑어보고는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교회 어른들과 친구들은 언제나 그를 보며 “할렐루야!”라고 힘차고 즐겁게 불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초등학교때는 그래도 ‘알렐루’로 불릴 때가 많았지만, 중학교 이후로 본명으로 불린 적이 없었다.

그를 좋아하는 친구는 ‘루’라고 불렀고, 그를 놀리려는 친구는 ‘할’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남자라면, 친할수록 놀리고 싶어지는 법이었다. 그는 선생님들에게까지 ‘할’이라 불렸다.

대학생이 되었으니 이제 어엿한 성인으로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신입생 MT에서 대학 선배가 그의 이름을 보고 킥킥거리더니, 계속 ‘할’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그게 그의 이름이 되었다.

사실 알렐루는 준수한 편이었다. 키도 ‘루저’라는 비사회적 비난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는 수준은 되었고, 얼굴도 못생긴 사람과 잘생긴 사람으로 둘로 나누면 잘생긴 쪽에 포함될 만했다. 몸매도 근육질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너무 마르거나 뚱뚱한 것도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개인적으로는 평균은 훨씬 상회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아직도 평생의 반려(?)를 만나지 못한 것은 모두 이름 때문이라며 아버지를 원망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이유가 아니라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여자라 해도 자신 같은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화창한 봄날의 햇살은 잔인하도록 아름다웠다. 학생을 위한 것인지 홍보를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캠퍼스는 그만큼 더욱 아름다웠다. 그리고 주말임에도 캠퍼스의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가난한 연인들은 캠퍼스의 젊음을 더욱 북돋웠다. 그래서 알렐루는 더욱 심란해졌다.

그는 괜히 학교에 왔다는 후회를 하며, 책에 집중해보려 했으나 도무지 읽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가방을 둘러매고 학교를 나섰다. 잔인한 캠퍼스를 소리없이 지나 교문을 나섰다. 바깥바람이 시원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해는 이미 기울어가고 있었다. 집으로 향하던 그는 잠시 갈림길에서 갈등했다. 결국, 잠시 교회에 들러 기도하고 가기로 하고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기울어가는 햇살의 뜨거움이 쏟아지는 골목은 모든 열기를 흡수라도 하듯 적막했다. 자동차가 왕복할 만큼 좁지 않은 골목이었음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대부분 골목 상가가 그러하겠으나, 이곳은 유난히 활기가 죽어 있었다. 그런 상가들을 지나 교회 근처에 이르렀을 때였다.

초등학교 외벽의 후미진 구석에 모인 세 명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가깝지 않은 거리였음에도 한눈에 분위기가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상가 주인들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알렐루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그가 여자친구를 사귈 수 없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그의 첫 기억은 너덧 살 무렵, 부모님의 손을 놓고 뛰어간 골목에서 본 강도 사건이었다. 커서야 그게 퍽치기라는 것을 알았으나, 당시 그에겐 엄청난 충격이었다. 강도는 목격자가 어린아이였기에 무시하고 도망쳤고, 뒤따라온 부모님의 신고로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남들이 보기 힘든 범죄 현장을 수없이 보아왔다. 처음에는 일 년에 한 번 정도에 불과했으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빈도가 늘었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중학교 이후로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일진들이 아무리 숨어서 비행을 저질러도 그에게 쉽게 발각되었다. 중학생이라 어려서 그랬던 걸까? 누군가 구타하는 현장에 그가 갑자기 나타나자 일진들은 그냥 물러났다. 하지만 그게 몇 번 반복되자 처음에는 단순한 협박이나 협조요청(?)으로 무마하려던 일진들이 직접 폭력을 행사했다. 그래도 그는 굽히지 않았다. 폭력 따위에 굴하는 비겁한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피해자를 돕고 싶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신앙인이라면 더욱 그러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는 일진에 둘러싸여 심하게 얻어맞기도 했으나, 다행히 그 사건이 교육부에까지 알려지며 일진들이 대거 강제전학 당했다. 그 이후로 그를 심하게 괴롭히는 일진은 없었지만, 그래도 편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는 없었다.

학교 안에서는 차라리 나았다. 밖으로 나오면 더욱 문제가 심각해졌다. 학교 안에서는 그래도 흉기를 휘두르는 사람은 없었다. 밖에서는 심심하면 흉기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이때까지 큰 흉터가 없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아니, 교회 친구들은 그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 자체가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주먹으로 맞는 것은 예사였다. 칼에 찔리거나 둔기에 맞은 적도 여러 번이었다. 집단 구타도 수차례나 당했다. 이젠 어지간한 상처로는 병원에 입원하지도 않을 정도로 만성이 되었다. 그럼에도 다행히 후유증이나 장애는 남지 않았다. 의사들은 모두 ‘기적’을 찬양했다.


그의 문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그의 주변에서 자주 범죄가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범죄 현장을 발견하는 감각이 뛰어난 것인지, 탐정만화 주인공처럼 그가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범죄가 일어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파출소 경찰들이 그를 단골손님으로 대할 만큼 그는 범죄 현장에 가까웠다.

다른 하나는 그가 범죄 현장을 외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냥 못 본 척해라, 간섭하면 손해다, 몰래 신고만 해도 충분히 도와준 것이다, 등등의 충고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범죄 현장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나마 어렸을 적에는 범인들이 알아서 자리를 피한 것이 다행이었다. 신기할 정도로 그들은 머뭇거리다가 자리를 피했다. 심지어 자신에게 ‘범죄자를 내쫓는 초능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황당한 착각이 들 만큼 동일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런 착각은 중학생 때 일진들에게 얻어맞으며 깨졌다. 범죄자들은 그냥 어린아이를 건드렸다가 더 번거로워지는 게 싫어서 피했을 뿐이었다.

그래도 그는 피해자들을 도우려 했고, 그래서 경찰서와 병원이 학교만큼 친숙해졌다.

그러니 누가 그를 좋아할 수 있겠는가? 그와 데이트라도 할라치면 범죄 현장을 마주해야 한다. 여자친구의 안위를 위해 못 본 척하면 좋을 텐데, 반드시 범죄 현장에 개입한다. 개입했다면, 영화 속 주인공처럼 멋지게 범인을 때려잡으면 좋겠지만, 주먹이 허공을 허우적대다가 실컷 얻어맞고 뻗어버린다. 여자에게 남겨진 것은 비명과 울음, 공포, 그리고 경찰서와 병원을 전전하는 번거로움 뿐이었다.

교회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를 좋아하는 이성들은 가끔 있었지만, 누구도 그에게 고백하거나, 그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가 정의롭고 용감하고 바르고 착한 남자라는 것은 알지만, 그것은 현실을 살아가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불안한 것이었다.

알렐루는 자신의 예리한(?) 시각을 원망하며 범죄 현장으로 다가갔다. 한 달 전, 실컷 얻어맞았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그때 맞은 사타구니가 욱신거렸다. 의사는 ‘고자가 되지 않은 게 천운이었다’고 했다.


‘차라리 경찰이나 형사가 되는 게 나을까?’


자신의 예리한 감각이라면 범행 발견율은 전국, 아니 세계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발견율’일뿐, 검거율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에게는 범죄자를 잡을 능력이 부족했다.

그렇게 수없이 얻어맞으면서 그라고 격투기를 배울 생각을 안 했을까? 그는 중학생 때 일진에게 얻어맞은 이후로 체육관을 전전했다. 태권도, 복싱, 킥복싱, 가라테, 유도 등등을 배웠지만, 실전에서 제대로 써먹은 적이 없었다. 배우기 전보다 분명 움직임은 좋아졌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을 때리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고, 무엇보다 싸움의 재능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취미 수준을 넘어설 수 없었다.


‘제발 그냥 가게 해주세요!’


속으로 기도했다. 어렸을 때처럼 범죄자들이 그냥 현장을 떠나가기를……. 하지만 어른이 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알렐루는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시발라마, 너 진짜 이렇게 나올래?”


아직 앳된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거친 욕설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공부 좀 한다고 뵈는 게 없나 보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뭐? 이 새끼가 몇 번 봐주니까 우리가 만만하지?”

“아니, 그게 아니라…….”

“니 꼰대 돈 많다며? 소문 쫙 났는데, 어디서 구라질이야!”

“그게, 요즘 사업이 어려워서…….”

“지랄한다.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약속한 돈이나 내놔. 이자까지 30만원.”

“어, 어제만 해도 10만원.”


짝 소리와 함께 피해자의 고개가 획 젖혀지며 말이 끊겼다.


“시발라마, 이자라고 했잖아. 거짓말에 대한 벌금 10만원, 이자 10만원, 도합 30만원. 맞네.”


하나가 그렇게 말하자 둘이 낄낄거렸다.


“어린 자식들이.”


다가가며 대화를 들은 알렐루는 열불이 올랐다. 친구에게 돈을 뜯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학생 같았지만, 외모로 풍기는 분위기는 완연한 성인이었다. 그것도 불량한.

고릴라처럼 커다란 녀석과 그보다 작지만 약삭빨라 보이는 녀석이 고개를 돌렸다. 둘이 알렐루의 전신을 훑어보는 사이 뒤쪽 구석에 갇힌 학생이 눈빛으로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그 눈빛에 알렐루는 없던 용기를 끌어올렸다.


“학생이면 학생답게 굴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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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부: 파멸의 사도------ 25화 15.08.03 637 14 13쪽
24 1부: 파멸의 사도------ 24화 15.08.01 686 11 13쪽
23 1부: 파멸의 사도------ 23화 15.07.31 698 11 13쪽
22 1부: 파멸의 사도------ 22화 15.07.30 595 13 13쪽
21 1부: 파멸의 사도------ 21화 +1 15.07.29 714 15 13쪽
20 1부: 파멸의 사도------ 20화 15.07.28 662 14 13쪽
19 1부: 파멸의 사도------ 19화 +1 15.07.27 734 15 14쪽
18 1부: 파멸의 사도------ 18화 15.07.25 811 12 12쪽
17 1부: 파멸의 사도------ 17화 15.07.25 842 16 11쪽
16 1부: 파멸의 사도------ 16화 15.07.24 657 13 12쪽
15 1부: 파멸의 사도------ 15화 15.07.24 771 14 11쪽
14 1부: 파멸의 사도------ 14화 15.07.23 835 17 11쪽
13 1부: 파멸의 사도------ 13화 15.07.23 887 17 11쪽
12 1부: 파멸의 사도------ 12화 15.07.22 915 22 12쪽
11 1부: 파멸의 사도------ 11화 15.07.22 913 20 12쪽
10 1부: 파멸의 사도------ 10화 15.07.21 1,045 22 12쪽
9 1부: 파멸의 사도------ 9화 15.07.21 1,038 23 11쪽
8 1부: 파멸의 사도------ 8화 15.07.20 1,336 38 12쪽
7 1부: 파멸의 사도------ 7화 15.07.20 1,414 26 11쪽
6 1부: 파멸의 사도------ 6화 15.07.18 1,735 26 12쪽
5 1부: 파멸의 사도------ 5화 +1 15.07.18 1,985 28 12쪽
4 1부: 파멸의 사도------ 4화 +2 15.07.17 2,322 32 11쪽
3 1부: 파멸의 사도------ 3화 +1 15.07.17 2,371 34 11쪽
2 1부: 파멸의 사도------ 2화 +1 15.07.16 2,827 36 11쪽
» 1부: 파멸의 사도------ 1화 +2 15.07.16 5,450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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