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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5.07.14 14:52
최근연재일 :
2015.12.02 17:3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91,012
추천수 :
1,483
글자수 :
710,681

작성
15.07.17 16:2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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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32
글자
11쪽

1부: 파멸의 사도------ 4화

DUMMY



“첫째는”


알렐루는 첫 번째는 허락하지 않으시나보다란 생각에 잠시 실망이 앞섰다. 힘이 없는 슈퍼 영웅이라니.


“네가 항상 상상하던 능력이 세 가지였기 때문이다.”


그제야 자신의 의문에 대한 답변임을 깨닫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천사가 계속 말했다.


“둘째는 네가 상대해야 할 자의 능력이 크기 때문이다.”


능력을 하나가 아니라 셋이나 주는 이유였다. 알렐루는 하나님께서 능력을 세 가지나 주셔야 할 만큼 강한 적이라는 생각에 살짝 긴장되었다.


“셋째는 전능하신 분의 능력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능력은 세상뿐만 아니라 네게도 위험하다.”


자신에게도 위험하다는 가브리엘의 말에 바짝 긴장했다.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은 것을 원하신다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라. 네게 많은 것이 주어질수록 네 책임은 그만큼 커질 것이다. 이미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벅찰 것이다.”


항상 꿈꿔왔던 순간이지만, 주어진 능력에 따라 책임도 요구될 것임을 알자 버럭 겁이 났다.


“……그렇다면 능력을 거둬주세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면 돌려드리겠습니다.”


가브리엘의 빛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마치 웃는 것처럼.


“주께서 함께하시니 능히 감당하리라.”


천사의 말에 알렐루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자비하신 주께서 네 마음을 기뻐하신다. 너는 그 마음을 힘써 지키도록 하라.”


마지막 음성과 함께 가브리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천사가 사라지자 주위는 순식간에 어둠에 잠겼다. 알렐루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주위의 사람들이 알렐루를 쳐다보았다.

일어선 알렐루의 눈에 강대상이 보인다. 강단은 아주 환했다. 강단뿐만 아니라 본당 전체가 환했다. 모든 조명이 켜져 있었다.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던 이 목사는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설교를 멈추고 알렐루를 바라보았다. 이 목사는 눈이 마주친 알렐루에게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계속 말씀을 전했다.

구약성경 사사기 13장, 삼손의 부모에게 천사가 나타나 삼손의 탄생을 전하는 부분의 말씀이었다. 위기에 빠진 이스라엘을 도우시는 하나님에 대해 전하며, 이 목사가 크게 외쳤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을 반드시 도우십니다!”



***



본의 아니게 교회에서 밤을 새운 알렐루는 새벽 예배 후, 기도실에 남아있다가 주일 1부 예배만을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퍼렇게 멍들고 퉁퉁 부운 얼굴로는 오후에 있을 청년부 예배까지 참석할 수 없었다. 이 목사가 알고 있으니 청년부 목사에게 사정을 알려 줄 것이었다.

주일 오전의 집은 한가롭고 썰렁했다. 부모님은 모두 예배를 드리고 계실 터였다. 문자는 보내놨으니 걱정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얼마나 다쳤을지 걱정하지 않을 부모는 없다는 사실도 잘 알았다.

알렐루는 냉장고를 뒤적여 끼니를 해결한 후 방에 들어가 부족한 잠을 채웠다. 욕실 거울로 확인한 얼굴이 머릿속에 맴돌며 영 잠이 오지 않았다. 밤을 새우다시피 했으니 피곤한 게 당연한데도 그저 여러 상념만 머릿속을 휘저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교회 친구나 교역자 중 확인차 전화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알렐루는 귀를 틀어막고 외면했다. 수차례 반복되던 전화가 더는 울리지 않자 그제야 알렐루는 휴대폰의 배터리를 빼버렸다. 오늘만큼은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알렐루의 부모는 오후 예배를 마친 오후 늦은 시간에야 돌아왔다. 알렐루는 부모님이 귀가하는 소리를 듣고도 모르는 척했다. 괜히 얼굴을 보여드려 걱정을 늘리고 싶지 않았다. 거울로 확인했던 얼굴은 스머프처럼 파란 데다가 콧잔등과 광대뼈가 주먹만큼 부어있었다.

방문을 노크하던 어머니는 더는 참지 못하고 문을 확 열었다. 알렐루는 침대 위에 웅크리고 얼굴을 감췄다.


“얘! 전화도 안 받고! 뭐하는 짓이니?”


김 권사는 소리치며 다가와서 다짜고짜 알렐루의 얼굴을 들어 확인했다. 얼마나 다쳤는지 걱정스런 마음과 속상함이 뒤섞였다. 한참 얼굴을 들여다보던 김 권사는 ‘휴~’ 한숨을 내뱉고 돌아섰다.


“그만한 게 다행이다. 맛있는 거 해 줄 테니 기다려.”

“렐루야, 난 네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솔직히 부모로서 걱정도 되는구나. 어쨌든 고생했다.”


하 장로도 아내의 뒤를 따라 방을 나섰다.

부모님이 크게 걱정하실까봐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약한 반응에 좀 어리둥절했다. 자신이 확인한 상처라면 빨리 약을 바르자, 당장 병원에 가자, 한바탕 난리가 났어야 마땅했다.


‘에휴, 그동안 저지른 게 많아 부모님도 내성이 생겼구나.’


하긴 칼에 찔린 적도 많으니 이 정도는 병원에 가야 한다고 수선을 떨 필요도 없을 만했다.

부모님이 별것 아닌 것처럼 받아들이자, 어쩐지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주방에서는 벌써 향긋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알렐루는 기분 전환 겸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뜨거운 물은 굳게 뭉친 몸과 마음을 노곤하게 풀어주었다. 비누칠을 하며 보니 얼굴에 수염이 까칠하게 느껴졌다. 면도한 지 하루가 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뜨거운 물로 수염을 충분히 불린 후 얼굴선을 따라 면도기를 끌었다. 사각거리는 느낌이 기분 좋았다. 뿌연 증기가 거울을 가득 채웠다. 샤워기로 거울에 물을 뿌린 후, 손으로 문질렀다. 뽀드득거리며 증기가 씻겨나갔다.

보기엔 깔끔히 면도가 되었지만, 혹시 남은 부분은 없는지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턱밑에 까칠한 부분이 만져졌다. 다시 면도기로 밀고 얼굴을 살폈다.


“어?”


오전에만 해도 불어터진 스머프 같던 얼굴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붓기야 어느 순간 빠르게 빠질 때가 있다지만, 멍도 그런 줄은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가 크게 걱정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알렐루는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식탁은 푸짐했다. 김치와 샐러드를 빼고는 모두 고기였다. 생일상 같은 모습에 감탄한 알렐루는 어머니에게 감사를 표한 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알렐루의 밝아진 모습에 부모 모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매콤한 닭도리탕의 닭 다리를 하 장로가 집어가자 김 권사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 장로가 다리 하나를 더 집어가려 하자 김 권사가 노골적으로 눈치를 주었다. 하 장로가 머뭇머뭇 그 옆의 모가지를 집어가자 김 권사가 재빨리 다리를 집어 아들의 밥그릇에 올려 주었다.

알렐루는 속으로 웃으며 맛있게 닭 다리를 뜯었다. 금세 다리를 해치운 알렐루는 냅킨에 손가락을 닦았다.


“아빠, 혹시 천사를 보신 적 있어요?”


하 장로는 불고기를 우물우물 삼킨 후 대답했다.


“글쎄? 내가 40년 넘게 신앙생활 했지만, 천사를 봤다는 사람은 못 봤다. 꿈이라면 모를까.”


잠시 침묵이 이어지며 젓가락 놀리는 소리만 들렸다. 하지만 부모는 알렐루에게 언뜻언뜻 시선을 보냈다. 질문의 의도를 알고 싶다는……. 노골적으로 압력을 주는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던 알렐루는 샐러드를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교회에서 기도하다가 천사를 봤는데요, 그게 꿈인지 실제인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부모라지만 이런 이야기는 멋쩍을 수밖에 없었다. 부모의 반응은 알렐루의 예상보다 더 극적이었다.


“그래? 천사가 나타나서 뭐라 말씀하셨는데?”


엄마는 젓가락까지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물었다. 알렐루는 말할까 말까 망설였다. 천사가 전한 소식을 그대로 말했다가는 비웃음이라도 살 것 같았다.

알렐루가 망설이자 무척이나 궁금한 듯 아빠까지 나서서 재촉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알렐루는 재촉에 못 이겨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가브리엘이 나타나서는…….”

“아, 그래! 가브리엘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천사지!”

“여보, 좀 조용히 해봐요!”


엄마의 핀잔에 흥분했던 아빠가 샐쭉해지며 입을 다물었다.


“제게……, 슈퍼 히어로가 되게 해주겠대요.”

“……”


3초간의 침묵 후, 식탁은 밥풀의 융단폭격을 받아 엉망이 되었고, 엄마, 아빠의 박장대소는 3분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알렐루는 숨이 막혀 죽으려는 부모님을 보며 투덜거렸다.


“아…… 이래서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그는 남은 밥을 한입에 쑤셔 넣고 식탁에서 일어섰다. 부모는 급히 “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 여전히 얼굴의 웃음은 감추지 못했다.

방에 들어가 월요일 등교 준비를 하면서도 달아오른 얼굴은 영 식혀지지 않았다.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으나 영 집중되지도 않았다. 알렐루는 주방으로 가 여전히 킥킥대며 시시덕거리는 부모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이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 마세요!”


하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한동안 놀림거리가 될 것 같아 더욱 신경 쓰였다.


“개꿈이었나……. 슈퍼 히어로가 뭐야, 슈퍼 히어로가.”


책을 아무렇게나 집어 던진 알렐루는 침대에 몸을 뉘었다. 그래도 정말 슈퍼 히어로가 되면 좋을 것 같았다. 악당을 마음대로 무찌르고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슈퍼 히어로. 다시 생각해봐도 역시 히어로의 기본은 힘과 스테미너와 맷집이었다.



비싼 돈 내고 배우는 수업인 만큼, 되도록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공부하는 게 학생의 본분이었다. 알렐루는 언제나 교수의 침을 가장 많이 맞는 자리에 앉아 부담스러울 정도로 교수의 얼굴에 집중하는 바람직한 학생이었다. 덕분에 장학금은 못받아도 교수들과 친해질 수는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도무지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간밤의 꿈마저 지난 밤의 꿈을 재탕이 되다 보니 한바탕 꿈으로 잊어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희망이었다.


‘정말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었으면…….’


초등학생이나 할 법한 상상을 하며 맨 압자리에서 수업 분위기를 망치다보니 교수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할 군. 그렇게 해서 자네가 믿는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시겠나?”


교수들은 대부분 ‘할 군’이라고 불렀다. 교수부터 그렇게 부르니 친구들이라고 제대로 부를 리 없었다.

교수에게 지목당한 알렐루는 깐깐한 교수의 질문세례에 아무 대답도 못하고 망신만 잔뜩 당했다. 곤혹스런 3학점 전공 수업을 마치자 더는 학교에 있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이 “할! 어디가?”라며 불렀지만, 그냥 가방을 메고 교문을 빠져나왔다.



교문을 나선 그는 습관대로 지하철역을 향했다. 무심코 길을 따라 걷던 그는 이대로 지하철을 타봐야 갈 곳이 없음을 떠올렸다. 집에 가면 일찍 온 이유를 설명하기 난감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고, 솔직히 말하자니 괜히 또 놀림감이 될 게 분명했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한다는 말처럼, 땡땡이가 처음인 알렐루는 화창한 오후에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혼자 영화를 보는 것도, 공원에 가는 것도 웃기긴 마찬가지였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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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부: 파멸의 사도------ 18화 15.07.25 812 12 12쪽
17 1부: 파멸의 사도------ 17화 15.07.25 842 16 11쪽
16 1부: 파멸의 사도------ 16화 15.07.24 658 13 12쪽
15 1부: 파멸의 사도------ 15화 15.07.24 772 14 11쪽
14 1부: 파멸의 사도------ 14화 15.07.23 836 17 11쪽
13 1부: 파멸의 사도------ 13화 15.07.23 888 17 11쪽
12 1부: 파멸의 사도------ 12화 15.07.22 916 22 12쪽
11 1부: 파멸의 사도------ 11화 15.07.22 914 20 12쪽
10 1부: 파멸의 사도------ 10화 15.07.21 1,046 22 12쪽
9 1부: 파멸의 사도------ 9화 15.07.21 1,039 23 11쪽
8 1부: 파멸의 사도------ 8화 15.07.20 1,336 38 12쪽
7 1부: 파멸의 사도------ 7화 15.07.20 1,414 26 11쪽
6 1부: 파멸의 사도------ 6화 15.07.18 1,735 26 12쪽
5 1부: 파멸의 사도------ 5화 +1 15.07.18 1,986 28 12쪽
» 1부: 파멸의 사도------ 4화 +2 15.07.17 2,323 32 11쪽
3 1부: 파멸의 사도------ 3화 +1 15.07.17 2,372 34 11쪽
2 1부: 파멸의 사도------ 2화 +1 15.07.16 2,828 36 11쪽
1 1부: 파멸의 사도------ 1화 +2 15.07.16 5,450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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