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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5.07.14 14:52
최근연재일 :
2015.12.02 17:3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91,007
추천수 :
1,483
글자수 :
710,681

작성
15.07.21 16:35
조회
1,045
추천
22
글자
12쪽

1부: 파멸의 사도------ 10화

DUMMY



“옷 벗어.”


뜬금없는 말에 네 쌍의 시선이 알렐루에게 고정되었다.


“너희 둘, 상의 벗으라고.”


두 남자는 꾸물대며 티셔츠와 셔츠를 벗었다. 알렐루는 그들의 옷을 받아 여학생에게 건넸다. 여학생은 티셔츠는 입고 셔츠는 허리에 둘러 몸을 가렸다. 옷 매무시를 점검한 여학생은 다시 세 남자에게 분풀이했다. 예쁘장한 여학생에게 그런 격렬함이 있다는 것이 어쩐지 귀여웠다.

한바탕 분풀이가 끝나고도 남학생들의 신음이 이어졌다.


“이제 너희의 처분만 남았군.”


남학생들은 다시 무릎 꿇고 반듯한 자세로 빌기 시작했다. 집에서 알면 죽는다, 학교에 알려지면 퇴학당한다, 처음이었으니 용서해달라 등등 이기적인 변명으로 일관할 뿐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기색은 없었다.

알렐루는 녀석들을 경찰서로 넘기려면 셋을 함께 끌고 가야 하는데, 탁 트인 곳에서 셋이 흩어져 달아나기라도 하면 난감할 것 같았다. 셋이 아무리 빨리 도망쳐도 못 잡을 것은 없지만, 시내에서 추격전을 벌이기에는 난감한 면이 있었다.

남들의 시선이 있으니 포승줄로 엮을 수도 없었고, 옆구리에 끼고 달리기에 셋은 너무 많았다. 기절시키자니 방법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급소를 잘못 때리면 죽을 가능성도 높았다.

112에 신고하여 경찰을 부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도 미흡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알렐루에게는 현행범이었지만, 경찰에게는 뜬금없는 미성년자일 뿐이었다. 여학생의 증언이 없이는 처벌할 방법이 없었고, 그렇다고 여학생에게 증언을 강요할 수도 없었다.


“여보세요, 경찰이죠?”


알렐루가 처리를 고민하는 사이, 여학생이 휴대폰을 꺼내 신고 전화를 했다.


“정말 고마워요. 전 상문고 2학년 김애영이에요. 다시 만날 수 있으면 그땐 꼭 제대로 보답할게요.”


전화를 마친 애영은 알렐루에게 감사를 표했다. 예쁜 여학생에게 뜨거운 눈길을 받으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부담스러웠다. 잠시 후, 사이렌이 들리자 알렐루는 세 남자에게 경고한 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경찰은 그들 넷을 태우고 경찰서로 향했다.

보람찬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알렐루는 욕조에 몸을 누이고 생각에 잠겼다.


‘방법이 필요해.’


진정한 슈퍼 영웅이 되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범행증거를 남기고, 경찰이 올 때까지 범죄자들을 제압해 놓을 방법이 있어야 했다. 폴라로이드로는 부족했다. 그는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적당한 물건을 찾아냈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했다. 지난번 교회 파괴 사건 때문에 모아놓은 용돈이 바닥났다. 그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키로 했다.


“엄마!”


거실로 뛰쳐나간 알렐루는 몇 시간이나 부모님께 아부와 안마를 하고서야 원하는 용돈을 받아낼 수 있었다. 방으로 돌아온 그는 흐뭇한 미소를 흘리며 몇 가지 물건을 주문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제압해 놓을 방법이었다. 밧줄은 갖고 다니기엔 부피가 컸고, 수갑은 구매경로나 가격이 문제였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절시키는 것이었지만, 어설프게 무술을 배운 알렐루는 남을 기절시켜본 경험이 없었다. 급소야 누구나 뻔히 아는 곳들을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부위를 잡아 정확한 힘으로 가격하는 것은 부단한 연습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힘으로 잘못 치기라도 한다면 끔찍한 불상사로 이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다니던 체육관에 물어보기도 난감했고, 어디서 배우거나 연습할 방법도 없었다. 고민하던 알렐루는 당장 해결되지 않을 고민으로 시간을 낭비하느니 힘 조절이나 더 능숙하게 익혀놓자는 생각에 밖으로 향했다.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데, 한밤의 숲은 언제나 미묘한 착각과 더불어 두려움을 자아냈다. 아무리 슈퍼 히어로이고, 크리스천이라고 해도 인간에게 내재 된 본능적인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알렐루는 이마에 달린 랜턴 빛에 의지하여 숲을 헤매다가 적당한 곳에 이르러 랜턴을 껐다.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목격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적당한 나무를 골라 발차기, 주먹, 손바닥, 손가락 등으로 힘을 조절하며 타격했다. 근래에는 거의 모든 힘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이 가진 힘의 최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지난번 여관 붕괴 사건 때 수십, 혹은 수백 톤이 나갈 무게를 지탱했던 적이 있지만, 그것이 자신의 한계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것은 알아내기 어려운 미지의 영역과도 같았다.

네 그루를 가루로 만들고 오늘은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에 손을 털고 내려가려는 순간이었다.


“에구, 깜짝이야!”


으슥한 산에서 짜릿한 기분을 맛보는 것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새벽 야산에서 범죄라…….’


이 시간에 산속에서 일어나는 범죄라면 목숨이 걸린 일일 것 같았다. 알렐루는 서둘러 어둠을 질주했다. 어둠을 뚫고 가기에 인간의 눈은 너무 불편했다. 적외선 시야라도 있다면 좋겠지만, 알렐루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히어로로 활동하다 보니 필요한 것이 매우 많았다. 예전에는 힘과 스테미너, 맷집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세 가지 능력이 너무 적게 느껴졌다. 슈퍼맨처럼 필요한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불평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활용하여 범죄를 막을 책임이 있었다. 적외선 시야가 없지만 모든 걸 무시하고 힘으로 뚫고 나갈 능력은 있었다. 나무가 쓰러지고 바위가 깨지며 숲을 가로지른 일직선의 길이 생겼다.



“그러니까 배신하면 안 되지.”


새벽 산중,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장소에 다섯 명의 남자가 모여있었다. 네 명은 검은 양복바지에 흰 와이셔츠를 입고 있어서 어둠 속에서 보면 마치 상체만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다른 한 명은 새벽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하얀 팬티만 입고 있어서 더욱 기괴했다.

팬티만 입은 남자는 네 명의 남자에 둘러싸인 채 땅을 팠다. 거의 사람 키만큼 파자 넷 중 한 명이 나서서 됐다며 삽을 넘겨받았다. 팬티남은 구덩이에서 올라오고 싶어 했으나 누구도 올라오라 하지 않았다.

구덩이 안의 남자가 울먹이며 살려달라 사정했지만, 네 남자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삽을 넘겨받았던 남자가 옆의 남자에게 삽을 넘겨주자 그는 곧장 구덩이를 묻기 시작했다. 사람을 생매장하는 일이었으나 일상적인 노동처럼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익숙하게 움직였다. 삽을 넘겨준 남자는 팔짱을 끼고 구경했고, 한 명은 랜턴으로 비춰주었으며, 다른 한 명은 험상궂은 곡괭이를 지팡이 삼아 짚고 있었다.

어느덧 흙이 허벅지쯤 차오르자 구덩이에 묻힌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쳤다. 팔짱 끼고 구경하던 남자가 구둣발로 얼굴을 걷어찼다. 발버둥 치던 남자는 신음하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는 발버둥 치는 대신 간절히 빌기 시작했다.


“배신자 주제에 살고는 싶어? 배신하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형님, 살려주십시오. 노모의 수술비가 필요해서 그런 것 아시지 않습니까?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돈도 다 돌려드리지 않았습니까!”


팬티남은 입안의 피와 이빨을 뱉어내고 헐떡이며 사정했다.


“그러니까, 네가 배신한 게 노모 때문이라 이거지?”


얼굴을 걷어찬 남자의 말에 팬티남은 화색이 돌았다.


“맞습니다. 형님. 홀로된 어머니를 살리고 싶어서 어리석은 짓을 했습니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이빨이 빠져 발음이 새는 바람에 간절한 사정은 코믹하게 들렸다. 이에 형님이란 남자가 빙긋 웃으며 무신경하게 대꾸했다.


“알았어. 그럼 일단은 널 묻고, 내일은 늙은이를 나란히 묻어줄게. 번거롭지만, 너와의 옛정을 생각해서 그런 거니까 사양하지 마.”


벌거벗은 남자는 잠시 멍하니 형님을 보았다. 무슨 말인지 의미를 되새기듯 가만히 있던 그의 눈에 광기가 어렸다.


“야, 이 새끼야!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광분한 팬티남이 소리쳤다. 끔찍한 욕이 뒤를 이었다. 쪼그리고 앉아 가만히 듣고 있던 형님은 빙긋 웃더니 옆의 남자에게 랜턴을 넘기고 그가 들고 있던 곡괭이를 잡고 일어섰다. 그는 웃음을 지우지 않은 얼굴로 곡괭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

내리찍으려는 순간, 밝은 빛이 번쩍였다. 어리둥절하여 방심한 그들을 향해 빛이 몇 번 더 번쩍이더니 누군가 나타났다.


“구도 좋고! 좀 어둡지만, 사진이 아주 잘 나왔는데요?”


네 남자는 바닥에 늘어져 있던 랜턴들을 들어 소리가 난 곳을 비췄다.


“누구냐!”


곡괭이를 든 형님이 기세 좋게 외쳤다. 아무리 어둡다고 해도 이렇게 가까운 곳까지 다가온 것을 몰랐다는 점이 껄끄러웠기에 그만큼 조심하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사진을 찍은 상대를 찾을 수 없었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알렐루는 어느새 묻혀있는 남자에게 가 있었다. 그리고는 이미 몸의 절반이 묻혀있는 남자를 무 뽑듯 쑥 뽑아 올렸다.

곡괭이와 삽이 알렐루의 등과 머리를 내리찍었다. 경쾌한 타격음이 울렸다. 하나하나가 사람을 죽이기 위한 공격이었다. 고스란히 공격당한 알렐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뒤를 돌았다.


“아저씨들, 사람 죽이는 게 일이신가 봐요?”


알렐루의 목소리에 냉기가 흘렀다. 네 남자는 잠시 어찌해야 할지 망설였다. 덤비자니 자신이 없었고, 도망치자니 찍힌 사진이 걸렸다.

그때 알렐루가 가장 가까이 있던 남자의 삽을 빼앗았다. 넋 놓고 삽을 빼앗긴 남자는 알렐루가 삽을 휘두를까 기겁하며 뒤로 피했다. 그러나 알렐루는 남자들에게 달려드는 대신 뒤를 돌아 땅을 파기 시작했다.

눈치 보던 남자들은 서로 눈짓을 교환하더니 일제히 알렐루를 몰매 놨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차고 때리는 남자들에겐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땅을 파는 데 집중했다. 잠깐 사이, 한 명을 묻을 크기의 구덩이가 네 배로 커졌다.

아무리 때려도 끄떡없는 것에 질려버린 네 남자는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형편없이 망가진 곡괭이와 삽을 버리고 아래를 향해 달렸다. 하지만 너무 늦은 결단이었다.

어두운 산을 랜턴 빛에 의지해서 내려가는 것은 위험하고 더딘 일이었다. 더군다나 빛 때문에 자신들의 위치가 훤히 드러났다.

땅을 다 판 알렐루는 금세 두 명을 잡아왔다. 그들을 구덩이에 던져넣고는 다시 다른 방향으로 도망친 두 명을 잡아왔다. 먼저 던져진 두 남자가 구덩이를 빠져나오기도 전에 구덩이 안의 사람은 넷으로 늘었다.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살려주시면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구덩이에 떨어진 형님이 사정했다.


“전 사람을 죽이지 않아요.”


알렐루가 솔직하게 말했으나 네 남자는 안심할 수 없었다. 자신들도 벌벌 떠는 상대에게 그렇게 말하며 괴롭히곤 했다. 그러니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괴물의 말이 곧이곧대로 들릴 리 없었다. 두려움에 질린 네 남자는 구덩이 아래 무릎 꿇고 더욱 간절하게 빌었다.

앞으로는 개과천선하여 착하게 살겠다, 자수하여 광명 찾겠다, 조직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었다 등등 끝없는 변명과 사정이 이어졌다.

알렐루는 저녁때와 같은 고민에 빠졌다. 그들이 사람을 죽이려 했다고 해서 똑같이 묻어버릴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풀어주는 것은 옳지 않았다. 넷이나 되는 사내를 한 번에 옮길 수도 없었다. 기절시킬 수 있으면 몇 번에 걸쳐서라도 옮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기술을 익히지 못했다.

잠시 고민하던 알렐루는 그들의 변명을 외면하고 형님이라는 남자만 끌어올렸다.


“죄송한데요, 제가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러거든요? 실험에 충실히 임하시면 풀어드릴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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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부: 파멸의 사도------ 24화 15.08.01 686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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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부: 파멸의 사도------ 21화 +1 15.07.29 715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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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부: 파멸의 사도------ 18화 15.07.25 812 12 12쪽
17 1부: 파멸의 사도------ 17화 15.07.25 842 16 11쪽
16 1부: 파멸의 사도------ 16화 15.07.24 658 13 12쪽
15 1부: 파멸의 사도------ 15화 15.07.24 772 14 11쪽
14 1부: 파멸의 사도------ 14화 15.07.23 835 17 11쪽
13 1부: 파멸의 사도------ 13화 15.07.23 888 17 11쪽
12 1부: 파멸의 사도------ 12화 15.07.22 915 22 12쪽
11 1부: 파멸의 사도------ 11화 15.07.22 914 20 12쪽
» 1부: 파멸의 사도------ 10화 15.07.21 1,045 22 12쪽
9 1부: 파멸의 사도------ 9화 15.07.21 1,039 23 11쪽
8 1부: 파멸의 사도------ 8화 15.07.20 1,336 38 12쪽
7 1부: 파멸의 사도------ 7화 15.07.20 1,414 26 11쪽
6 1부: 파멸의 사도------ 6화 15.07.18 1,735 26 12쪽
5 1부: 파멸의 사도------ 5화 +1 15.07.18 1,985 28 12쪽
4 1부: 파멸의 사도------ 4화 +2 15.07.17 2,322 32 11쪽
3 1부: 파멸의 사도------ 3화 +1 15.07.17 2,371 34 11쪽
2 1부: 파멸의 사도------ 2화 +1 15.07.16 2,828 36 11쪽
1 1부: 파멸의 사도------ 1화 +2 15.07.16 5,450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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