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5.07.14 14:52
최근연재일 :
2015.12.02 17:3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90,997
추천수 :
1,483
글자수 :
710,681

작성
15.07.22 10:10
조회
913
추천
20
글자
12쪽

1부: 파멸의 사도------ 11화

DUMMY



“죄송한데요, 제가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러거든요? 실험에 충실히 임하시면 풀어드릴 수도 있어요.”


그는 무작정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실험인지는 몰라도 죽는 것보단 나았기 때문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결정을 죽도록 후회했다.

알렐루는 체육관에서 슬쩍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손날을 세우고 조심스럽게 형님의 목 뒤를 조준했다. 나무를 부수며 연습했던 힘을 떠올리고 뒷목을 내리쳤다. 그러나 형님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칠 뿐 기절하지는 않았다. 역시 듣던 것과 실전은 매우 달랐다. 그는 몇 차례 더 실험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형님은 기절하지도 못하는 고통 속에 탈진했다. 그는 형님을 구덩이에 밀어 넣고 다른 남자를 꺼내 실험을 계속했다. 처음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마저 탈진하자 고개를 갸웃거린 알렐루는 세 번째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알렐루의 시선을 외면했다.

어슴푸레 어둠이 걷히고 있었다. 한참 동안 산속에 비명과 신음이 울려 퍼졌으나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었다. 알렐루는 남자들이 신음하며 괴로워할 때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미안한 줄 알면서도 끝까지 하니, 당하는 네 남자에게는 가증하게 들릴 뿐이었다.

알렐루는 기억나는 급소를 가능한 방법으로 모두 때려보았지만, 기절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마지막 남자가 기절한 것은 기술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지 탈진과 고통에 의한 것이었다.

원인은 두 가지였다. 말로만 대충 배운 지식으로 개인별로 차이가 있는 급소를 정확히 짚어내긴 어려웠고, ‘급소’였기에 세게 치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 충분한 힘을 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도저히 쉽지 않네.”


푸념이 절로 나왔다.


“저기……, 혹시 기절시키시려는 건가요?”


그때까지 도망치지도 못하고 알렐루의 엽기적인 만행을 지켜보던 속옷 차림의 남자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 말에 알렐루의 고개가 획 팬티남을 향했다. 그는 쓸데없이 참견했다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괜히 나섰다가 자신도 실험체가 되게 생겼다는 공포에 소름이 돋았다. 죽으면 죽었지 저런 처참한 실험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알렐루가 팬티남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팬티남이 할 수 있는 일은 눈을 질끈 감는 것밖에 없었다.


“맞아요! 혹시 방법을 아세요?”


괴물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물었다. 팬티남은 감았던 눈을 뜨고 괴물을 보았다. 마치 그의 말이 진짜인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그는 훌륭한 조폭이 되기 위해 여러 가지 무술을 익혔고, 재능이 나쁘지 않아 조직 내에서도 실력파로 통했다. 당연히 인체의 급소와 기절시키는 방법도 알고 있었고 얼마든지 실전에 응용할 수도 있었다. 그는 알렐루의 잘못된 자세와 타격 방식을 교정하고 정확한 위치와 타격 정도를 알려주었다.


“우와~!”


새벽 미명의 산속에서 함성이 울려퍼졌다. 팬티남의 지도를 받은 알렐루가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기절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의 성공을 가장 기뻐한 것은 네 남자였다. 그들은 간신히 안식을 얻었다.

네 남자를 모두 기절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알렐루는 자신이 계속 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몸치였기에 확실한 습득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무리 흉악범이더라도 기절한 네 남자를 데리고 더 실험하기에는 조금 미안했다. 그렇다고 그런 흉악하고 튼튼한 범죄자를 더 얻을 곳을 알지도 못했다.


“저…… 이제 가도 될까요?”


기절한 남자들의 옷을 빼앗아 걸친 팬티남이 머뭇거리며 허락을 구했다. 하지만 알렐루는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아저씨, 조직폭력배죠?”

“……네.”


그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의 미친놈은 아무래도 조폭을 싫어하는 것 같았기에 불안하기만 했다. 아니나다를까, 그는 조직에 대해 궁금해했다.


“아저씨, 혹시 조직원이 몇이나 돼요?”

“조직원들은 모두 저 아저씨들처럼 튼튼한가요?”

“그들 전부 약한 사람들 괴롭히고 돈을 뜯어내는 흉악한 범죄자들 맞죠?”


팬티남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내 이름은 정기남입니다.”


정기남은 알렐루를 조직 사무실로 안내하면서 이름을 밝혔다. 이렇게 된 것, 철저히 조직을 와해시키지 않으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판단하에 철저히 협조하기로 했고, 이를 계기로 괴물 같은 알렐루와의 친분을 쌓아 어떻게든 힘으로 삼고 싶었다.


“아저씨, 제가 묻는 말에만 대답하세요.”


알렐루는 정기남의 친분 쌓기를 거부하고 명백한 선을 그었다. 자신의 정체를 아무에게나 밝힐 수는 없었고, 폭력을 직업으로 삼아 불법을 자행하는 자들과 친해질 생각도 없었다.

썰렁해진 분위기로 도착한 사무실에는 10명에 가까운 조직원이 있었다. 그들은 배신자 정기남을 보자마자 싸움을 준비했다. 정기남은 어제까지만 해도 부하였던 동생들이 분명한 적의를 드러내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은 계시냐?”

“닥쳐라, 배신자. 넌 큰 형님을 만날 수 없다!”

“계시다는 말이군.”


말실수를 깨달은 그는 입을 다물고 대신 흉기를 고쳐잡았다. 정기남이 아무리 실력파라고 해도 혼자서 9명의 조직원을 이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뒤에 있는 젊은 남자 때문에 섣불리 덤벼들지 못했다. 자신이 없었다면 단둘이 본부로 쳐들어올 리 없었다.

쇠파이프,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망치, 회칼 등으로 무장한 남자들이 알렐루와 정기남을 둘러쌌다. 정기남이 긴장한 표정으로 알렐루를 보았다. 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과 기대가 담겨있었다.

알렐루가 앞으로 나섰다. 다양한 무기가 일제히 내리꽂혔다. 알렐루는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팔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연속적으로 울렸다. 튕겨 나간 무기들은 벽에 부딪혔다가 바닥을 굴렀다. 조직원들은 놀랄 틈도 없었다. 알렐루의 손바닥이 한 명씩 스치고 지나갔다. 가벼운 손짓이었지만, 당하는 자들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사방으로 튕겨 나간 그들은 바닥을 기며 피와 신음을 흘렸다. 알렐루가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반대편에 있던 자들에게 똑같은 재앙이 임했다.

아홉 명의 조폭이 제압되는 데는 몇 초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 새끼들아, 일어나!”


정기남이 신음하는 자들을 발로 밟으며 소리쳤다. 기가 죽은 조직원들은 정기남의 말을 고분고분 들었다. 정기남이 몇 번 더 닦달하자 그들은 순순히 보스의 방으로 안내했다.

제법 규모가 있는 조직인지 보스의 방은 크고 화려했다. 그래봐야 모두 불법적으로 끌어모은 재물이라는 생각에 알렐루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보스의 인상은 험악 그 자체였다. 살이 바짝 오른 뺨을 씰룩거릴 때마다 깊은 흉터가 뱀처럼 꿈틀거렸다. 커다란 얼굴은 어지간한 주먹으로는 타격을 주기 어려워 보일 정도였고, 그에 걸맞은 어깨와 배도 갖추고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저승사자처럼 보일 만한 외모였지만, 알렐루에게는 더럽고 가증스러워 보일 뿐이었다.

그에게 그런 생각을 강요한 것은 커다란 방 안에서 그를 둘러싸고 있는 헐벗은 여자들이었다. 직업여성인지, 끌려온 여성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방 안에서 여러 여자와 퇴폐적인 모습으로 있다는 것만으로도 알렐루의 감정을 끌어 오르게 했다. 그런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보스는 오히려 알렐루를 자극하고 말았다.


“이년들아! 이런 실력으로 빚이나 제대로 갚겠어! 너흰 나가! 이 새끼들아!”


놋쇠로 된 재떨이가 앞에 있던 조직원을 향해 날아갔다. 그가 고개를 숙여 피하자 바로 뒤에 있던 정기남의 얼굴을 향했다. 하지만 시야가 가려있던 그는 피하지 못한 채 눈만 부릅떴다.

재떨이는 정기남의 눈앞에서 멈췄다. 알렐루는 놋으로 만든 재떨이를 우그러뜨려 공처럼 만들었다. 보스를 향해 날아간 놋공은 폭탄 터지는 소리를 내며 벽에 박혔다. 보스의 억압에 못 이겨 그에게 쾌락을 제공하던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구석으로 몰려갔다. 보스는 벽에 박힌 놋공과 알렐루를 번갈아 보았다. 그제야 그의 눈에 부하들이 보였다. 한결같이 퉁퉁 부운 얼굴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패잔병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개같은!”


보스는 거구를 번개같이 움직여 옆의 장식장을 열었다. 구식 권총을 든 그의 얼굴에서 긴장이 옅어졌다. 그가 두꺼운 얼굴 가죽을 씰룩거렸다.


“어떤 새끼가 보냈어? 엉?”


알렐루는 그를 노려볼 뿐 대답하지 않았다.


“썅, 저기 정기남이 시켰어?”


하지만 그에게 이런 실력자를 다룰 능력이나 재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독사가 보냈어?”


요근래 큰바위파의 위상을 위협하는 조직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이렇게 대놓고 노릴 만큼 세력을 키우지 못했다. 큰바위 배산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배후를 짐작할 수 없었다. 원한 산 사람이야 많았지만, 이 정도의 능력을 지닌 자는 없었다.


“쏴.”


알렐루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칼에 찔리지 않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총은 처음이었다. 사실 약간 긴장되는 면도 있었지만, 언젠가 겪어봐야 할 일이었다.


“쏴보라고.”


그가 다시 한 걸음 내디뎠다. 보스의 눈이 흔들렸다. 그의 눈에는 알렐루가 권총으로 상대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 보였다. 그렇다고 약한 모습을 보이면 조직의 보스 노릇은 끝이었다. 쏘면 죽고, 안 쏘면 쫓겨난다. 선택한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알렐루는 총구를 똑바로 보았다. 화염이 솟구치더니 총알이 튀어나왔다. 총알은 정확히 심장을 향했다. 그는 피하거나 막지 않았다. 심장이 가슴에 명중했다. 납작하게 찌그러진 총알이 바닥에 떨어졌다.

알렐루는 자신의 가슴을 살폈다. 옷에 구멍이 나긴 했지만, 아프진 않았다. 짐작했던 대로 권총 정도로는 상처도 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튼튼함에 감사했다.

알렐루가 움직혔다. 퉁 하는 진동과 함께 그의 몸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어느새 보스의 뒤에 나타난 그는 권총을 빼앗아 보스의 뒤통수를 겨눴다.

침 삼키는 소리조차 천둥소리처럼 들릴 것 같은 정적이 찾아왔다.


“여자들의 빚이 얼마지?”

“오, 오백.”

“거짓말이면 알아서 해.”


알렐루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약자에게 약점을 볼모로 삼아 성노예 취급하는 현장을 본 그는 이성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다.


“저, 저요!”

아직 앳된 얼굴을 한 여자가 학교에서 하듯 손을 번쩍 들었다. 그 모습을 보니 절로 슬픔과 분노가 솟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는 다른 동료의 눈치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했다.


“오백은 원금이고, 이자는 열 배가 넘어요.”

“이, 사기꾼!”


분노를 참지 못한 알렐루가 그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배산은 머리카락이 한 움큼 뽑히자 비명을 질러댔다. 자신의 고통에만 민감한 그 모습에 더욱 부아가 치밀었다.


“증서와 장부 다 가져와.”


배산은 비밀장부는 끝까지 지키려고 했지만, 장기남이 비밀장부도 있음을 알려주자 더는 숨기지 못하고 내놓았다.

알렐루는 사채 관련 증서들을 모두 찢어버리고, 남은 증서가 없는지 여자들에게 확인토록 했다. 그는 여자들을 모두 돌려보낸 후 비밀 장부를 품에 넣었다.


“난 이 장부를 경찰에 넘길 거야. 그러면 곤란하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1부: 파멸의 사도------ 25화 15.08.03 637 14 13쪽
24 1부: 파멸의 사도------ 24화 15.08.01 686 11 13쪽
23 1부: 파멸의 사도------ 23화 15.07.31 698 11 13쪽
22 1부: 파멸의 사도------ 22화 15.07.30 595 13 13쪽
21 1부: 파멸의 사도------ 21화 +1 15.07.29 714 15 13쪽
20 1부: 파멸의 사도------ 20화 15.07.28 662 14 13쪽
19 1부: 파멸의 사도------ 19화 +1 15.07.27 734 15 14쪽
18 1부: 파멸의 사도------ 18화 15.07.25 811 12 12쪽
17 1부: 파멸의 사도------ 17화 15.07.25 842 16 11쪽
16 1부: 파멸의 사도------ 16화 15.07.24 657 13 12쪽
15 1부: 파멸의 사도------ 15화 15.07.24 771 14 11쪽
14 1부: 파멸의 사도------ 14화 15.07.23 835 17 11쪽
13 1부: 파멸의 사도------ 13화 15.07.23 887 17 11쪽
12 1부: 파멸의 사도------ 12화 15.07.22 915 22 12쪽
» 1부: 파멸의 사도------ 11화 15.07.22 914 20 12쪽
10 1부: 파멸의 사도------ 10화 15.07.21 1,045 22 12쪽
9 1부: 파멸의 사도------ 9화 15.07.21 1,038 23 11쪽
8 1부: 파멸의 사도------ 8화 15.07.20 1,336 38 12쪽
7 1부: 파멸의 사도------ 7화 15.07.20 1,414 26 11쪽
6 1부: 파멸의 사도------ 6화 15.07.18 1,735 26 12쪽
5 1부: 파멸의 사도------ 5화 +1 15.07.18 1,985 28 12쪽
4 1부: 파멸의 사도------ 4화 +2 15.07.17 2,322 32 11쪽
3 1부: 파멸의 사도------ 3화 +1 15.07.17 2,371 34 11쪽
2 1부: 파멸의 사도------ 2화 +1 15.07.16 2,827 36 11쪽
1 1부: 파멸의 사도------ 1화 +2 15.07.16 5,450 4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