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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5.07.14 14:52
최근연재일 :
2015.12.02 17:3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91,017
추천수 :
1,483
글자수 :
710,681

작성
15.07.18 16:35
조회
1,735
추천
26
글자
12쪽

1부: 파멸의 사도------ 6화

DUMMY



‘분명 다른 피해자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알렐루는 알지도 못하는 일을 확신했다.

알렐루가 다가가자 그들이 먼저 아는 척했다.


“어이, 형! 맞은 데는 괜찮아?”


둘은 바닥에 침을 찍 뱉으며 낄낄거렸다.


“나쁜 짓은 그만두지? 평생 후회할 텐데.”


알렐루가 가까이 다가갔다.


“머리를 맞은 게 잘못됐나? 왜 이래?”


고릴라가 낄낄거리며 다가오더니 뺨을 툭툭 쳤다. 알렐루는 막거나 피하지 않았다. 처음엔 가볍게 치던 손길이 점점 강해졌다. 그에 따라 알렐루의 고개가 가볍게 흔들렸다.

뭔가 이상했다. 예상과는 달리 맞고 있는 뺨이 점점 아파왔다. 견디지 못한 알렐루는 뺨을 가리며 고릴라를 힘껏 밀쳤다. 순간 눈앞에 별이 번쩍였다. 고릴라의 두꺼운 손바닥이 힘껏 얼굴을 때리고 지나갔다.


“이 씨뱅이가 어딜 밀고 지랄이야!”


사소한 밀침에 극도로 분노한 고릴라가 구타의 손길을 늦추지 않았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손과 발에 알렐루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격투기 선수의 손과 발은 알렐루의 저항을 쉽게 무력화시키며 온몸을 구석구석 두드렸다.



모든 교역자가 쉬는 월요일이었지만, 이 목사는 당직이라 출근해 있었다. 시간을 확인한 그는 벌써 훌쩍 시간이 지난 것을 보고는 서둘러 퇴근을 준비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교회 건물을 단속하던 그는 본당에서 또다시 괴이한 흐느낌을 들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쉰 이 목사는 기도 조명 스위치를 올렸다. 조명의 사각에 숨은 알렐루를 찾아 이름을 불렀다. 알렐루가 머뭇머뭇 고개를 들었다. 이 목사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도저히 눈뜨고 보기 어려울 만큼 얼굴이 망가져 있었다.

뭐라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 알렐루가 먼저 어눌하게 입을 열었다.


“목사님, 저 혼자 있고 싶어요.”


퉁퉁 부은 입으로 말을 하자 상당히 아팠는지 손으로 입 주변을 매만졌다. 이 목사는 “힘내라, 기도하마.”라는 말밖에 하지 못한 채 무력하게 밖으로 나섰다. 남을 돕는 것도 좋지만, 최소한 자기 몸은 살필 수 있었으면 싶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머리를 혼잡하게 만들었다.

홀로 남은 알렐루는 하나님께 따졌다. 마음껏 소리치고 항의하고 싶었지만, 입이 아파 웅얼거리는 소리밖에 내지 못했다.


‘너무해요. 일회용이라니요. 너무하잖아요.”


일회용 능력 따위는 필요 없었다. 정작 필요할 때는 사용할 수도 없는 능력이라니. 우롱당했다는 생각만 들었다. 차라리 꿈이었다면 이런 고통은 당하지도 않았을 텐데, 꿈도 현실도 아닌 이상한 능력은 없느니만 못했다.

알렐루의 불평은 점점 커졌다. 능력을 속였다는 것에서 시작된 불평은 세상의 불공평함과 악함에까지 번졌다가 결국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한탄으로 귀결되었다. 정의를 세우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무력함을 하소연하던 알렐루는 서서히 잠들었다.



누군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손길은 마음을 안정시켰고 마음을 안정시켰다. 울다 잠들었던 알렐루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시야 가득 하얀 빛이 보였다.

그 빛이 천사 가브리엘이라고 깨닫는 순간, 자신이 하나님을 심하게 원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는 두려움과 부끄러움에 몸을 떨었다.


“네 죄가 사하여졌으니, 평안하라. 긴 여정을 위하여 기운을 내거라.”


알렐루는 불안함과 죄송한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잠에 빠졌다. 깊고 달콤한 잠이었다. 다시 누군가 머리를 쓰다듬는 게 느껴졌다. 알렐루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얀빛이 온몸을 감쌌다.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마음은 말할 수 없는 평안으로 가득했다.


“어제의 교훈을 기억하라. 주께서 주신 능력은 너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님과 세상을 위한 것이니 네 마음을 다스리고 정의를 행하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알렐루는 장의자 위에 무릎 꿇었다.


“앞으로 네가 감당할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너를 위하여 하나의 선물을 주마.”


천사가 손을 뻗자 알렐루의 몸이 가볍게 빛났다가 사라졌다.


“이제 네 능력을 목격한 자들은 너를 기억하지 못하리라. 그러나 스스로 정체를 밝히면 드러나리니 주의하라.”


정체가 드러나면 표적이 되기 마련이었다. 이로써 자신과 가족이 더 안전해졌음을 깨달았다. 알렐루는 다른 의문이 있었으나 감히 물어보지 못했다. 그가 주저하는 사이 천사의 몸이 희미해졌다. 천사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정의롭고 사랑스러운 자여,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하거라.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라. ‘많이 받은 자에게 많이 달라 할 것이라(누가복음 12:48)’”


천사가 사라진 후, 알렐루는 잠에서 깨었다. 아직 밤이었다. 가방을 메고 교회를 나섰다. 별들이 희미하게 빛났다. 그토록 뻐근하던 몸이 가뿐했다. 알렐루는 얼굴을 만져보았다. 아픈 곳이 없었다. 꿈이나 환상이 아니었다. 새롭게 태어난 알렐루는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하신다…….”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새벽 4시. 모두 잠들었을 시각. 새벽 근무를 하는 사람들조차 일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을 그때 안정화는 일을 마쳤다.

짙은 화장과 그에 어울리는 옷차림이었음에도 그녀는 그리 매혹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성을 유혹하는 페로몬 향수를 뚫고 술 냄새가 풍겼다. 그러나 바짝 긴장한 그녀의 얼굴에서 술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고 있음에도 그녀는 불안했다. 특히 눈앞에 있는 어두운 골목은 항상 불길했다. 이 골목을 지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사를 하고 싶었지만, 모은 돈이 없어 불가능했다. 모으기는커녕, 빚이 늘지만 않아도 성공이다. 잘나가는 동종업계 종사자들, 속칭 텐프로라 불리는 그녀들은 강남에 빌라를 얻어 산다고 들었지만, 정화의 능력으로는 언감생심이었다. 더군다나 요즘엔 경찰서에 불려다니느라 일에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당분간은 조심하세요.”


담당 형사의 당부였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다.


‘말로만 조심하라는 건 누가 못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증인보호 프로그램 따위는 구경할 수도 없는 대한민국 경찰에 개탄했다. 살인사건의 주요 증인이었지만 안가(安家)를 제공하기는커녕, 보디가드 조차 붙여주지 않았다. 기껏 한다는 것이 몸조심하라는 말과 가스 스프레이를 준 것이 전부였다.

정화는 어두운 골목을 노려보았다. 골목 중간쯤, 가로등이 비추고 있는 10여m의 공간 외에는 어둠이 지배하고 있었다. 희미한 가로등 빛과 대비되어 골목은 더 어두워 보였다. 가로등이 비추지 못하는 곳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심호흡을 한 그녀는 당당하게 골목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또각거리는 힐 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그러고 보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가로등이 매달린 전봇대의 뒤는 유난히 어두웠다. 그곳에 짙은 어둠이 일렁이며 숨어있었다. 정화는 가로등 빛으로 다가가면서도 계속 앞으로 걸어야 할지 돌아서야 할지 고민했다.

그녀의 눈은 전봇대 뒤의 어둠에 고정되었다. 빛에 다가갈수록 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손이 핸드백을 헤집었다. 다급해 보이지 않기 위해 침착하려 했지만, 그럴수록 손은 더욱 떨리기만 했다. 작은 핸드백에서 물건 하나 찾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예전엔 몰랐다.

부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출 수 없었던 정화는 계속 빛에 가까워졌고, 희미한 빛의 영역에 들어섰다. 허우적거리며 핸드백을 더듬던 손은 정화가 전봇대에 거의 접근했을 때에야 원하던 물건을 찾아내었다. 가스 스프레이를 쥔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긴장하면 안 돼, 침착해야 해.’


립스틱만 한 가스 스프레이로 살인범을 퇴치하는게 가능한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살리려면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확히 조준해야 했다. 후들거리는 팔이 마음대로 움직여줄지는 장담하지 못했다.

정화는 전봇대의 어둠을 잠시 노려보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전봇대의 뒤에 숨은 어둠을 지나쳤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빛은 점점 희미해졌고, 드디어 빛에서 벗어나 어둠에 들어섰다. 차라리 어둠이 아늑하다 느끼며 들어섰지만,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나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다급히 두리번거리던 정화의 입에서 “악!”하고 비명이 터졌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주저앉은 정화를 똑똑히 노려보았다. 두 개의 누런 빛이 바닥에 떠 있었다. 그제야 고양이였음을 깨달은 정화는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손끝에 물기가 묻어나왔다.

그녀는 간신히 일어섰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걸을 수 없었다.


“시발 형사 오빠. 짭새 하나 붙여주면 어때서!”


피곤한 몸으로 없는 시간 쪼개서 수사에 협조해 주었건만, 돌아온 것은 마담 언니의 잔소리와 살인마의 보복에 대한 공포밖에 없었다.


“내가 다시는 협조 하나 봐라!”


정화는 점심때 만난 형사를 떠올리며 걸쭉한 욕설을 늘어놓았다. 욕 때문인지 긴장이 약간 풀리며 다리에 힘이 돌아왔다. 정화는 종종걸음으로 골목을 빠져나갔다. 골목을 울리는 힐 소리가 크게 퍼졌다.

불길한 골목을 지나자 허름한 주택가가 나왔다. 앞을 인식하기에 불편함 없을 만큼 밝았고, 드문드문 불이 켜진 방들도 보였다.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흔적이 조난자에게 던져진 생명줄처럼 반가웠다. 이젠 안전하다고 다독여주는 엄마의 손길 같았다.

앞에 원룸 건물이 보였다. 정화가 머무는 월세방이었다. 평소엔 안정감이나 소속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주지 못하는 잠자리에 불과했지만, 오늘따라 그 불편한 안락함조차 그리웠다. 원룸 건물을 향해 빠르게 걷고 있을 때, 맞은편에서 무언가 어른거렸다. 남자였다. 이른 새벽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남자를 발견한 정화의 걸음이 급격히 빨라졌다. 달리고 싶었으나 그러면 마주 오는 남자도 달릴지 모른다. 그건 더 무서웠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 척 건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빨리 걸어도 남자의 걸음이 더 빨랐다. 달리지 않고는 남자와 마주치기 전에 건물 안으로 들어서긴 어려워 보였다. 정화는 이를 악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남자의 걸음이 더 빨라진 것 같았다. 하이힐을 신고도 힘을 다해 뛰었다. 그리고 간신히 현관 유리문을 거칠게 밀고 들어섰다. 동작감지 등(燈)이 현관을 밝혔다.

정화는 힐끗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건물을 지나 골목 저쪽을 향하고 있었다. 남자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자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심장은 고정핀이 빠진 것처럼 여전히 덜렁거리고 있었다.

정화는 계단을 올랐다.


‘젠장 할 원룸, 썩을 계단, 뭣 같은 주인…….’


계단을 오르는 그녀의 속에서 계속 불평과 욕설이 솟아나왔다. 그녀의 방은 5층이었고, 이 건물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그만큼 방세가 저렴했지만, 계단을 오를 때마다 불평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씻지도 말고 그냥 드러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간신히 집 앞에 도착한 정화는 현관문을 열었다. 좁은 방에서 뿜어나오는 퀴퀴한 냄새마저 달콤했다. 정화는 안도하며 문을 닫았다.

그러나 문은 닫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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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부: 파멸의 사도------ 24화 15.08.01 686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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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부: 파멸의 사도------ 20화 15.07.28 663 14 13쪽
19 1부: 파멸의 사도------ 19화 +1 15.07.27 735 15 14쪽
18 1부: 파멸의 사도------ 18화 15.07.25 812 12 12쪽
17 1부: 파멸의 사도------ 17화 15.07.25 842 16 11쪽
16 1부: 파멸의 사도------ 16화 15.07.24 658 13 12쪽
15 1부: 파멸의 사도------ 15화 15.07.24 772 14 11쪽
14 1부: 파멸의 사도------ 14화 15.07.23 836 17 11쪽
13 1부: 파멸의 사도------ 13화 15.07.23 888 17 11쪽
12 1부: 파멸의 사도------ 12화 15.07.22 916 22 12쪽
11 1부: 파멸의 사도------ 11화 15.07.22 914 20 12쪽
10 1부: 파멸의 사도------ 10화 15.07.21 1,046 22 12쪽
9 1부: 파멸의 사도------ 9화 15.07.21 1,039 23 11쪽
8 1부: 파멸의 사도------ 8화 15.07.20 1,337 38 12쪽
7 1부: 파멸의 사도------ 7화 15.07.20 1,414 26 11쪽
» 1부: 파멸의 사도------ 6화 15.07.18 1,736 26 12쪽
5 1부: 파멸의 사도------ 5화 +1 15.07.18 1,986 28 12쪽
4 1부: 파멸의 사도------ 4화 +2 15.07.17 2,323 32 11쪽
3 1부: 파멸의 사도------ 3화 +1 15.07.17 2,372 34 11쪽
2 1부: 파멸의 사도------ 2화 +1 15.07.16 2,828 36 11쪽
1 1부: 파멸의 사도------ 1화 +2 15.07.16 5,450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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