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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5.07.14 14:52
최근연재일 :
2015.12.02 17:3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91,001
추천수 :
1,483
글자수 :
710,681

작성
15.07.24 10:10
조회
771
추천
14
글자
11쪽

1부: 파멸의 사도------ 15화

DUMMY



“더러운 년, 내가 깨끗하게 만들어줬다.”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던 입에서 기분 나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수술을 끝낸 그는 거실로 나왔다. 아직 정결 의식을 받아야 할 사람이 남아있었다. 그는 살기 띤 웃음을 지으며 기절한 남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때 우정의 무대(1990년대 군인을 대상으로 한 방송프로그램) 주제가가 울렸다.


-너, 어디야!


전화 속의 남자는 다짜고짜 소리쳤다.


“흐흐흐, 히히!”


김성환은 이상한 웃음을 터트렸다.


-너 이 자식! 또 저질렀구나.


김성환은 대답하지 않았다.


-거기 어디야! 빨리 말하지 못해!

“내가 수술해줬어. 아직 하나 더 해야 해.”


감미롭던 목소리는 우는지 웃는지 모를 기괴한 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이 새끼야, 정신 차려! 지금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말해라. 아니면 넌 나한테 죽는다! 빨리!


전화 속 남자의 호통에 요상하게 빛나던 김성환의 눈빛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클럽에서 날 꼬시던 더러운 년은 끝났어. 그리고 그년 애인이 데려온 더러운 년이 하나 더 남았어.”

-그 둘은 지금 어딨어?

“기절해 있어.”

-그 둘이 널 봤어?

“아니, 응.”

-뭐야, 정확히 말해!

“남자는 날 봤고, 여자는 못 봤어.”

-좋아, 그럼 그 둘은 죽이지 마라.

“싫어. 죽여야 해. 남자 놈은 날 봤단 말야. 저년은 분명 더러운 년일 게 분명하고!”

-내 말 잘 들어. 둘 다 죽이면 경찰은 분명 살인범을 찾게 될 거다. 그러면 네가 위험해져. 하지만 둘 다 살려놓으면 그놈을 범인으로 만들 수 있다. 넌 안전해지는 거야.


김성환은 어린아이처럼 반항했지만, 전화 속 남자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만졌던 모든 물건의 지문을 닦아내고 거기에 이노명의 지문을 묻혔다. 이노명을 침대로 옮겨 손과 발에 피를 적신 후, 식칼을 쥐여주었다.

그리고 진공청소기의 필터를 새것으로 갈아 끼운 후 집안을 꼼꼼히 청소했다. 청소를 끝낸 후, 새로 끼운 필터를 빼내고 이전 것을 끼워 넣었다.

이노명과 이름 모를 여자가 깨어나지 않도록 휴지에 마취제를 묻혀 코를 덮어놓은 다음, 욕실로 들어가 온몸을 꼼꼼히 살폈다. 상처를 입거나 피가 튄 곳은 없는지. 몸에 묻은 피를 잘 닦아낸 다음, 이노명의 얼굴을 덮은 휴지를 치웠다.

5분 후, 여자의 얼굴에서도 휴지를 치우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먼저 깨어난 이노명이 애인의 시체를 보며 어찌할 바 모를 때, 함께 온 여자가 깨어나 이노명이 저지른 살인 사건의 증인이 될 것이다.



***



“안녕하세요!”


젊은 놈이 해맑은 웃음으로 그를 맞이했다.


“썅.”


짧은 욕설을 뱉은 검은 옷의 남자는 재빨리 방향을 바꿔 달렸다. 이게 몇 번째인지 모를 만큼 계속 도망쳤으나, 따돌렸다고 생각할 때쯤이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무슨 귀신이라도 되는지 도무지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는 헉헉대며 으슥한 골목을 지났다.


‘젠장!’


막다른 골목이었다. 재빨리 뒤돌았으나 뒤에는 이미 해맑은 젊은 놈이 서 있었다. 순진한 미소가 징그럽고 끔찍했다.

그는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미 충분히 해봤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 3일간 살펴온 집을 털러 들어갈 때였다. 도시가스 파이프에 매달려 끙끙대며 올라가고 있는데, 머리 위에 뭔가 보였다. 발이었다. 황당한 마음에 고개를 들어 확인해 보았다. ㄱ자로 꺾어진 도시가스 배관 위에 부자연스런 자세로 서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가 올라오기 전에 확인했을 때까지만 해도 분명히 없던 놈이었다.


“안녕하세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해맑은 인사가 튀어나왔다. 그는 미친놈이라 생각하고는 제거하기로 했다. 왼손과 두 발로 가스배관에 매달린 채, 오른손으로 나이프를 꺼내 숙련된 솜씨로 칼을 그었다. 이 정도면 발목의 힘줄을 끊기엔 충분했다. 놈이 떨어져 죽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놈 사정이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그놈은 멀쩡했다. 오히려 칼을 휘두른 손이 찌릿했다. 마치 쇳덩이를 내리친 느낌이었다.

젊은 놈은 빙글거리며 허리를 굽혔다. 인간이라면 도저히 균형을 잡을 수 없는 자세였지만, 발이 파이프에 달라붙은 듯,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젊은 놈에게 목덜미를 잡혔다. 새끼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에게 목덜미를 물린 것처럼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며 그대로 들어 올려졌다.

자신을 들어 올린 미친놈은 미친놈답게 3층 가까운 높이에서 그대로 뛰어내렸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런 충격도 느껴지지 않았다. 괴물 같은 놈이 그를 바닥에 놓아주자 그제야 슬며시 눈을 뜰 수 있었다. 바로 앞에 그가 서 있었다.


‘기회!’


도둑은 재빨리 나이프를 휘둘렀다. 발목에는 쇳덩이라도 넣어놨는지 모르지만, 이번엔 어림없다고 생각하며 목을 겨냥했다. 함부로 죽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벗어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상대는 기습에 반응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재빠른 기습이 성공했다고 여겼지만 섣부른 판단이었다. 목에 찔러넣은 칼이 부러지고, 오히려 찌른 손목에 충격이 왔다. 분명 맨살이 드러난 목을 노렸음에도 소용없었다.

그는 달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둑의 필수 조건 중 하나가 ‘빠른 발’이다. 그는 숙련된 도둑인 만큼 달리기에는 자신이 있었다. 지금까지 형사들을 수없이 따돌렸던 발이다.

하지만 이번엔 소용이 없었다.



골목을 가로막은 알렐루가 천천히 다가갔다. 검은 옷의 남자는 그만큼 뒤로 물러섰다. 도망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두려움 때문에 절로 물러서게 되었다.

담벼락에 막혀 물러설 수 없게 된 도둑은 부들부들 떨었다. 알렐루의 손이 천천히 올라왔다. 마치 돈을 달라는 듯 엄지와 검지가 붙어있었다. 돈을 주고라도 빠져나오고 싶었던 도둑은 자신의 가방을 넘기려 했다. 하지만 채 가방을 벗기도 전에 엄지와 붙어있던 검지가 튕기며 미간이 화끈해졌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오늘도 한 건, 완료.”


알렐루는 어깨에 달린 액션캠에서 도둑의 범행현장이 담긴 메모리를 꺼냈다. 라벨기로 간단한 죄명을 출력하여 그의 가슴에 메모리와 함께 붙인 후, 도둑의 휴대폰으로 경찰을 불렀다.

그는 어둠에 숨어 도둑이 잡혀가는 것을 본 후 자리를 떠났다.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동안 남들을 돕고 싶어도 돕지 못하거나, 돕다가 곤욕을 치렀던 일들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았다. 예전의 슬픈 기억과 서러움은 이미 훌훌 털어버렸다. 알렐루는 현재에 지극히 만족했다.

누구든 곤경에 처해있는 것을 발견하면 마음껏 도와줄 수 있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도와줄 수는 없었지만, 물리적인 어려움은 얼마든지 도울 수 있었다.

알렐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주로 강력범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가끔 별일 없는 날이면 도둑이나 소매치기 같은 잡범들도 상대하곤 했다.

굳이 신분을 감추기 위해 변장하거나 가면을 쓸 필요도 없었다. 언제 어디서든 범죄현장을 발견하면 그냥 떳떳하게 다가가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를 체포하면 그만이었다. 누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을 상대하는 것은 왠지 껄끄러웠기에 경찰이 나타나기 전에 현장을 빠져나오곤 했다.

그의 그런 과감한 행동 때문에 만화영화 속 어떤 히어로보다 더 빨리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알렐루의 행적은 아방궁 여관 붕괴사고 때부터 SNS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처음 SNS에 그의 사진이 퍼졌을 때는 모두 합성이나 조작이라고 생각했다. 직접 찍은 사람들은 억울해 했지만, 그럴수록 욕만 더 먹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목격자가 늘어났다. 조작이라고 욕하던 사람들도 직접 알렐루의 활약을 지켜보고는 열렬한 팬으로 바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SNS는 알렐루에 대한 사진과 정보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파헤쳐도 그가 누구인지,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갖게 된 것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잡아들인 범죄자가 늘어나는 만큼 사람들은 더 열광했다.

그의 인기를 등에 업고 그에 관한 의문을 집중 조명한 ‘The White face in the dark(어둠 속의 흰 얼굴)’라는 제목의 시사프로가 방송된 이후, 사람들은 그를 ‘화이트 페이스’라 불렀다.

수많은 팬카페가 생겨났고, 그중에서도 ‘The White face in the dark’라는 카페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다. 당연히 알렐루도 회원으로 가입하여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자 했다.

화이트 페이스에 대한 언론이나 정부의 평가는 ‘잠재적인 범죄자’였으나, 여론은 그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범죄척결에 앞장서는 그를 뜨겁게 환영했다.



***



<도와주세요>


화이트 페이스 팬카페를 둘러보던 알렐루는 새로 생긴 게시판의 제목을 뚫어지게 보았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없었던 게시판이 오늘 새로 생긴 것이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게시판에는 많은 글이 올라와 있었다. 우스운 것은 상당수의 글이 정치인이나 공무원에 대한 고발이었다는 점이다.


<살인마 전씨를 죽여주세요.>

“장난하나? 그건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지.”

<대통령을 내쫓아 주세요.>

“진짜 너무 하네. 자기네가 뽑아놓고 왜 나보고 내쫓으래?”

<ㅇㅇ국회의원이 뇌물을 받고 있습니다.>

“증거가 있으면 검찰에 고발하라고!”


언론에 올랐던 공직자들의 비리를 언급하며 법의 테두리를 피해 도망간 그들을 처벌해 달라는 글들은 상당히 짜증 나고 부담스러웠다.

사실 알렐루도 당연히 받아야 할 처벌을 받지 않고, 권력을 이용해 도망친 범죄자들이 미웠다. 하지만 그들이 현행범이 아닌 이상 알렐루가 잡을 수는 없었다.

만약 자신에게 힘이 있다고 해서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모든 이들을 단죄하기 시작한다면, 이 세상은 ‘화이트 페이스’라는 절대적인 독재자를 맞이하든지, 아니면 무정부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자신에게 힘을 주신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믿었다.

알렐루는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글들은 모두 넘겨버리고 읽을 가치가 있는 글들만 찾아서 읽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쓸데없는 짓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억울한 일들에서부터 누군가의 범죄에 대한 고발까지 다양한 글을 올렸다. 하지만 대부분 사소한 사건이거나 감정적인 다툼의 복수를 요구하는 것들이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글의 홍수 속에서 알렐루는 지쳐버렸다. 이렇게 헛된 요청 글을 읽고 있느니 차라리 밖에 나가 현행범을 잡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똑같은 패턴의 똑같은 이기심으로 나열된 게시판을 보고 있자니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밀려왔다. ‘넘치는 스테미너’로도 감당할 수 없는 마법 같은 힘이었다. 알렐루는 반쯤 졸면서 꿈결처럼 게시판의 글들을 넘겼다. 그때 그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글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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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부: 파멸의 사도------ 21화 +1 15.07.29 715 15 13쪽
20 1부: 파멸의 사도------ 20화 15.07.28 662 14 13쪽
19 1부: 파멸의 사도------ 19화 +1 15.07.27 734 15 14쪽
18 1부: 파멸의 사도------ 18화 15.07.25 811 12 12쪽
17 1부: 파멸의 사도------ 17화 15.07.25 842 16 11쪽
16 1부: 파멸의 사도------ 16화 15.07.24 658 13 12쪽
» 1부: 파멸의 사도------ 15화 15.07.24 772 14 11쪽
14 1부: 파멸의 사도------ 14화 15.07.23 835 17 11쪽
13 1부: 파멸의 사도------ 13화 15.07.23 888 17 11쪽
12 1부: 파멸의 사도------ 12화 15.07.22 915 22 12쪽
11 1부: 파멸의 사도------ 11화 15.07.22 914 20 12쪽
10 1부: 파멸의 사도------ 10화 15.07.21 1,045 22 12쪽
9 1부: 파멸의 사도------ 9화 15.07.21 1,038 23 11쪽
8 1부: 파멸의 사도------ 8화 15.07.20 1,336 38 12쪽
7 1부: 파멸의 사도------ 7화 15.07.20 1,414 26 11쪽
6 1부: 파멸의 사도------ 6화 15.07.18 1,735 26 12쪽
5 1부: 파멸의 사도------ 5화 +1 15.07.18 1,985 28 12쪽
4 1부: 파멸의 사도------ 4화 +2 15.07.17 2,322 32 11쪽
3 1부: 파멸의 사도------ 3화 +1 15.07.17 2,371 34 11쪽
2 1부: 파멸의 사도------ 2화 +1 15.07.16 2,827 3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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