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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5.07.14 14:52
최근연재일 :
2015.12.02 17:3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91,006
추천수 :
1,483
글자수 :
710,681

작성
15.07.25 16:35
조회
811
추천
12
글자
12쪽

1부: 파멸의 사도------ 18화

DUMMY



“이 자식아! 낸들 그걸 아냐? 위에서 조졌나보지. 보아하니 화풀이하러 왔구만. 그건 그렇고 지하철역 폭파는 어떻게 된 거야? 뭔가 좀 나왔어?”

“제 몸이 수십 개래요? 백면이도 밝혀내라, 폭파범도 잡아내라, 살인범도 잡아내라. 아니 도대체 여기 형사는 저 혼잡니까?”

“이 자식아, 다른 놈들도 다 너만큼 바빠. 그리고 백면이 건을 네놈이 맡았으니 지하철역도 네놈 거지. 도대체 그놈은 거기서 뭘 한 거야?”

“정말 지랄 맞은 것만 주네. 이노명 건이 마무리되어 쉴만하다 했더니.”

“쉬려면 아주 쉬어. 대한민국 강력반에 쉴 수 있는 놈 하나도 없다. 그것보다 지하철역 건이나 읊어 봐.”

“일단, 화이트 페이슨지, 백면인지 하는 놈이 누구인지 밝힐 수 있는 증거는 하나도 없어요. 어쨌든 목격자들의 증언으로는 백면이 할머니랑 실랑이하는 사이 백면에게 배낭을 돌려받은 남자가 승강장으로 다시 가더니 배낭을 열차로 집어 던졌다더군요.”

“거기 스크린 도어가 있잖아?”

“위쪽이 뚫린 반 밀폐형이잖아요.”

“그랬나? 그럼 배낭의 원래 주인은 누구야? 백면이가 준거면 백면이 건가?”

“아마 배낭 남자가 열차에 두고 내린 건가 봐요. 그걸 백면이 들고 와서 돌려준 거고요.”

“일단 공범의 의심은 조금 줄었군.”

“공범 같진 않아요. 어떻게 알았는지, 승강장으로 던져진 배낭을 잡기 위해 스크린 도어를 깨고 열차로 달려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배낭 대신 자신의 몸으로 전동차에 부딪혔고, 다시 배낭을 몸으로 감싸 폭발을 막았다고 하더라고요.”

“확실히 인간 같진 않군.”

“뭐, 어쨌든 그 덕에 사람들이 무사했죠. 아니었으면 피해가 컸을 거라더군요. 그 정도 폭약이 제대로 터졌으면 승강장 반은 날아갔을 거라고…….”

“배낭 남자의 몽타주는 나왔어?”

“그게……,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요.”

“뭐야? 또?”

“백면이 같은 경우는 아닌 것 같아요. 등산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을 본 사람이 거의 없어요.”

“뭐하나 되는 게 없구만. CCTV나 확보해.”

“그건 이미 확보해서 검토 중이에요.”


둘은 김 검사의 뒷다마를 까며 휴게실로 향했다. 잔뜩 쌓인 스트레스를 구름과자에 실어 날리기 위해.



***



“혹시 이런 게 가능한가요?”


이철진 형사는 유명 카메라 제조업체의 연구실을 찾았다. 보안이라는 이름으로 막았지만, 형사라는 신분을 이용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왔다. 처음에는 불쾌한 시선을 보냈던 사람들이 차츰 ‘대한민국 형사가 그렇지 뭐. 형사라는데 어쩔 수 없지.’라는 바람직한 체념으로 바뀌어 갔다.

진짜 중요한 보안시설은 따로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어쨌든 들어와서 전문가라는 인간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중요했다.

이 형사는 화이트 페이스가 찍힌 사진을 보여주었다. 지하철역 테러 직후 벗고 있는 모습이라 알려진 사진이었다.


“이게 진짜 사진입니까?”


전문가는 합성이 아닌지 의심부터 했다.


“현장을 찍은 사진이 맞습니다. 증인이 직접 현장에서 찍은 거니 확실합니다.”

“아, 그러면 이 사진이 요즘 유명한 ‘White face'군요.”


전문가의 억양에는 반갑고 즐거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화이트 페이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이 형사는 기분이 나빠졌다. 어찌되었든 백면은 법질서를 혼란케 하는 요주의 인물이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어떤 장치나 기술, 또는 속임수로 사진이 이렇게 나오게 만들 방법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형사가 정색하고 질문했다.

전문가도 진지함을 되찾았다.


“형사님, 저도 인터넷에 올라온 화이트 페이스의 사진들을 몇 장 봤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그게 100% 합성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형사님이 실제 사진이라고 하시니,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합성이라고 확신했다면, 이렇게 찍히게 만들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

“네, 현재 기술로는 100% 불가능합니다. 혹시 모르죠. 외계인을 고문해서 기술을 뽑아낸다는 NASA 같은 곳에는 이런 장치가 있을지. 하지만 만약 존재한다고 해도 그건 특A급 국가 보안일 겁니다. 우리나라에 아무렇게나 돌아다닐 리가 없어요. 그리고 저는 아무리 NASA라고 해도 그런 기술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아무래도 전문가라는 사람은 말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런 부류의 사람에게서는 비밀을 캐내기 쉬운 반면, 원하는 한마디를 듣기 위해 쓸데없이 많은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도 필요 이상으로 숨기는 사람들보다는 나았다.


“카메라가 빛을 감지하는 센서, 그 뭐라 하죠?”

“CCD요. CMOS도 있지만, 대부분은 CCD죠.”


전문가의 말이 길어지려는 조짐이 보였다.


“맞아요. CCD.”


이 형사가 재빨리 끊었다.


“CCD가 광학 센서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렬한 빛 같은 걸로 속일 수 있지 않을까요? 거 할 짓 없는 부자 놈, 아니 분들이 자동차 번호판에 뿌리거나 붙이고 다니면서 과속단속 카메라를 속이잖아요. 그런 것처럼.”

“아, 반사 번호판 같은 거요? 붙이는 필름도 있고, 뿌리는 것도 있고, 스티커도 있고, 고휘도 LED를 붙이기도 하고…….”

“잘 아시는 걸 보니 관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아, 아뇨. 무슨. 직접 할 생각은 없어요. 제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그냥 호기심에 알아본 것뿐이에요. 정말이에요.”


전문가는 급히 변명했으나 오히려 더 의심스러웠다. 이 형사는 돌아가는 길에 그의 자동차 번호판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속일 수는 없나요?”

“반사 번호판은 전부 야간용이에요. 주간에 피하려면 꺾기 번호판이나 회전 번호판, 자동 스크린처럼 물리적으로 번호판을 가릴 수 있는 장치를 이용해야죠.”


이 형사의 전문가에 대한 의심이 확신으로 굳었다. 이 형사의 표정이 변한 것을 본 전문가는 급히 말을 돌렸다.


“어쨌든 광학적인 방법으로 번호판 인식을 방해하는 것은 야간에만 가능해요. 빛이 반사되는 것을 이용하는 방식이니까요. 주간에는 그런 걸로 속일 수 없습니다.”

“주간, 야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카메라의 빛을 왜곡시킬 방법이 있느냐는 겁니다.”

“강렬한 빛으로 왜곡시키는 것은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CCD에는 그런 것을 방지하는 적외선 필터 등이 달려있어서 자연적인 환경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만, 필터의 범위를 넘어서는 강렬한 자외선이나 적외선을 카메라를 향해 방출시킨다면 가능할 겁니다.”

“그걸 이용하면 이런 사진도 나올 수 있지 않나요?”

“그건 불가능해요.”

“방금은 가능하다고 하시고, 지금은 또 불가능하다는 겁니까?”

“어휴, 그것과 이것은 완전히 다르죠.”


전문가는 답답해 죽겠다는 듯이 말했다.


“CCD의 대표적인 왜곡으로는 스미어(smear) 현상과 블루밍(blooming) 현상이 있어요. 이건 CCD를 구성하는 포토다이오드에 입사된 빛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입사된 전하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 잠깐만요. 좀 쉽게 설명해 주시죠.”


이 형사의 요청에 전문가는 잠시 생각을 고르고 말했다.


“CCD의 포토다이오드, 그러니까 빛을 인식하는 센서들을 컵이라 치고, 빛을 물이라 합시다. 컵에는 물을 담을 수 있는 일정한 크기가 정해져 있어요. 그런데 너무 많은 물을 부으면 어떻게 될까요? 흘러넘치겠죠? 그런데 컵들이 바둑판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흘러넘친 물이 다른 컵으로 가겠죠? 그래서 색이 왜곡되는 현상이 일어나죠.”

“그런 방법을 이용해도 이렇게 만들 수는 없는 겁니까?”

“네, 흘러넘친 물이 퍼지는 방식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에요. 하나는 일직선으로 퍼져서 기다란 직선이 형성되는 형식, 다른 하나는 원형으로 동그랗게 퍼지는 방식. 직선을 스미어 현상이라 하고, 원형을 블루밍 현상이라 하죠.”

“그러니까, 빛이 왜곡되는 것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어서 임의로 왜곡되는 형식을 바꿀 수는 없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전문가는 어쩜 그렇게 잘 이해했다는 표정이었고, 이 형사는 쉽게 얘기하면 될 걸 쓸데없이 어렵고 길게 얘기했냐는 표정이었다.


“이 사진을 보세요. 다른 곳에는 빛의 왜곡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 딱 화이트 페이스만 이렇게 보이죠. 그것도 특이하게 얼굴은 하얗고, 몸은 어둡게. 그러고 보니 좀 판다 같기도 하네요.”


이 형사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수다만 떨다가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허무했다. 그렇다고 원망하거나 성질 부릴 수도 없는 게, 보안상 안 된다는 걸 자신이 억지로 밀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돌아가는 길에 반드시 주차장을 확인하고 말겠다는 복수심만 불태웠다.



***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어두운 밤, 으슥한 가로수 밑에서 알렐루는 30분째 고민 중이었다. 주거침입. 어떤 이들에게는 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알렐루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들어가기는 쉽다. 5층이라지만, 얼마든지 뛰어오르거나, 기어오를 수 있다. 여의치 않으면 문을 슬며시 부수고 들어가면 된다. 누가 봐도 상관없다. ‘화이트 페이스’가 주거침입을 했다는 소문은 돌겠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밝혀낼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남들은 몰라도 자신은 안다. 자신은 속일 수 있어도 하나님은 속일 수 없다. 자신의 행동이 비록 선배를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안식을 방해하고, 빼앗고, 훔치고, 두렵게 만드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었다.


‘그래도 형이 죽게 놔둘 수는 없어.’


원룸 건물로 다가섰다. 건물 그림자에 숨어 살며시 뛰어올랐다. 건물을 포장하고 있는 싸구려 대리석의 이음매에 매달렸다. 이미 4층 높이였다. 한 층만 더 올라가면 된다.

그는 파쿠르(parkour, 맨손으로 건물을 오르는 운동) 선수처럼 벽돌 사이의 손톱만 한 틈을 붙들고 위로 기어올랐다. 미리 알아본 창문 옆에 숨어 안을 살폈다. 창문을 통해 작은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새벽 3시. 거의 모든 사람이 잠들었을 시간. 깨어있는 자들도 가장 지쳐 있을 그 시간에, 여자는 잠들지 못해 뒤척이고 있었다.



정화의 방엔 취침용 스탠드가 켜있었다. 희미한 어둠을 뚫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밖은 그저 어둠뿐이었다.


‘왜 어둠은 얼룩진 그림자를 스치는 것일까?’


그냥 통일된 까만 어둠뿐이면 좋겠지만, 어둠은 그렇지 않았다. 뚫어지게 바라보는 어둠 속에는 무언가 담겨 있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이나 검은 비닐봉지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밤하늘의 자유를 누리는 박쥐일 수도 있다. 정화에겐 그 모든 것이 불길 해 보였다.

두 눈은 붉게 물들었고, 눈동자는 모래가 가득 낀 것처럼 뻑뻑했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정화는 일어서서 불을 켰다. 오늘도 잠자기는 틀려먹었다. 창문 옆에 놓인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화의 방은 걸어 올라오기도 힘든 5층이었지만, 그 높이에도 안심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그럴 일은 없다’며 안심하라 했지만, 정화는 ‘창문 너머로 누군가 침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은 언제나 창문에 고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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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부: 파멸의 사도------ 19화 +1 15.07.27 734 15 14쪽
» 1부: 파멸의 사도------ 18화 15.07.25 812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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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부: 파멸의 사도------ 16화 15.07.24 658 13 12쪽
15 1부: 파멸의 사도------ 15화 15.07.24 772 14 11쪽
14 1부: 파멸의 사도------ 14화 15.07.23 835 17 11쪽
13 1부: 파멸의 사도------ 13화 15.07.23 888 17 11쪽
12 1부: 파멸의 사도------ 12화 15.07.22 915 22 12쪽
11 1부: 파멸의 사도------ 11화 15.07.22 914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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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부: 파멸의 사도------ 7화 15.07.20 1,414 26 11쪽
6 1부: 파멸의 사도------ 6화 15.07.18 1,735 26 12쪽
5 1부: 파멸의 사도------ 5화 +1 15.07.18 1,985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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