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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5.07.14 14:52
최근연재일 :
2015.12.02 17:3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91,004
추천수 :
1,483
글자수 :
710,681

작성
15.07.21 10:10
조회
1,038
추천
23
글자
11쪽

1부: 파멸의 사도------ 9화

DUMMY



‘할 수 있을까?’


아무리 힘이 세졌다지만 무너지는 건물까지 받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하지 못하면 수십 명이 눈앞에서 죽어야 했다. 알렐루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는 확신과 상관없이 건물 중앙으로 달려들었다. 간신히 빠져나온 사람들과 구경하던 사람들은, 뛰어드는 알렐루를 보며 “어? 어?”하는 당황한 소리를 냈다.


‘죽을지도 몰라.’


불안했지만, 죽기 전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했다. 그는 건물 입구의 기둥이 무너진 자리에 서서 가라앉는 상판을 받쳤다. 마치 건물 전체가 짓누르는 듯한 압력을 받았다. 잠시 진동이 멈춘 사이 여관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중앙의 무너짐이 멈추자 잠시 침묵하던 건물은 다시 굉음을 내며 양쪽 끝부터 가라앉기 시작했다. 다시 사람들의 비명이 울렸다. 알렐루는 몸이 셋이 아닌 이상 건물의 붕괴를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사람들이 제발 빨리 도망치기만을 빌었다.

끝내 견디지 못한 건물은 다시 천둥같은 소리를 내며 급격히 가라앉았다. 알렐루가 버티고 있던 중앙 통로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벽돌 한 장 남기지 않고 폐허가 되었다.

다급한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졌다. 누군가 119에 신고를 했으리라 짐작하며 버티던 손을 놓았다. 남아있던 부분이 즉시 무너지며 하얀 가루를 뿜어내었다. 밀가루를 뒤집어쓴 듯 하얗게 변한 알렐루는 무너진 잔해 앞에서 고개를 들었다. 건물은 사라지고 사건은 끝났으나 범죄 더듬이에는 여전히 약한 자극이 남아있엇다. 그는 더듬이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반대편 건물 옥상에 무언가 희끗한 그림자가 보였으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알렐루는 자신이 제대로 본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범죄 더듬이의 자극도 사라졌다.

열대에 가까운 소방차와 구급차 그리고 경찰차가 주위를 포위했다. 빠르게 다가온 구급대원들은 돌가루를 뒤집어쓴 알렐루를 보고 달려왔다. 알렐루는 그들이 건네준 수건으로 얼굴과 몸을 대충 닦아냈다.


“어떻게 된 일이죠?”


경찰이 먼지를 뒤집어쓴 알렐루에게 물었다.


“모르겠어요. 갑자기 건물이 무너졌어요.”

“혹시 성함과 연락처를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경찰이 신원을 확인하고자 했다.

알렐루는 정신이 바짝 들었다. 자신이 한 일을 수십 명의 사람이 목격했다. 여기서 신분이 밝혀지면 자신의 비밀이 드러날 판이다. 시작부터 정체를 밝힐 수는 없었다.

당황한 알렐루는 아무 말도 없이 쌩하니 줄행랑쳤다. 경찰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가는 그를 멍하니 보기만 했다. 그의 뒤로 부서진 아스팔트 가루가 흩날렸다.


“……저 새끼, 뭐야? 왜 도망가? 테러범인가?”


신원을 파악하려던 경찰이 중얼거렸다.


“설마. 사람들을 구하려고 목숨을 걸었다던데요?”


옆의 젊은 경찰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도 그가 도망친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김 순경, 자네 기억력 좋지? 아까 그 사람 얼굴 기억나?”

“에이, 절 무시하세요? 먼지를 뒤집어쓰긴 했어도 분명히 기억하죠……. 어? 그런데 어떻게 생겼었죠?”


경찰은 김 순경의 뒤통수를 때리며 말했다.


“가서 사진 찍은 사람은 없는지 자료나 확보해.”


발 빠르게 움직인 김 순경은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확보했다.

그 다급한 순간에도 다른 이들을 구조하기보다는 SNS에 올릴 자료를 확보하는 데 집중한 사람들 덕분이었다. 관심에 목마른 사람들은 마치 캐빈 카터처럼(굶주려 죽어가는 수단의 어린이와 기다리는 독수리의 사진으로 1994년 퓰리처상을 받은 기자) 위급한 사람을 돕기보다는 퍼 나를 기록을 남기기에 바빴다.

하지만 김 순경은 신속하게 많은 자료를 확보했음에도 칭찬받을 수 없었다.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서도 주인공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전체적인 체형은 어두운 윤곽만 있었고, 얼굴은 하얀 빛덩이였다. 사진 자체가 잘못 찍힌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람을 제외하면 다른 배경은 제대로 담겨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의문의 남자는 그렇게 사라졌다.



***



지저분한 몰골로 집에 도착한 알렐루는 좁은 욕조에 물을 받고 몸을 담갔다. 따뜻한 물에 녹아나는 느낌이 좋았다. 지그시 눈을 감고 나른함을 즐겼다.

물에 잠긴 그의 몸은 평범 그 자체였다. 요즘같은 몸짱 신드롬에도 그의 몸은 몸짱과 거리가 멀었다. 한국인으로서 평범한 피부색, 흉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슬쩍 나온 똥배, 빨래판은커녕 피부 속에 꼭꼭 숨은 복근, 하다 말길 반복한 헬스 때문에 나오다 만 가슴.

어딜 봐도 슈퍼 히어로의 품격은 느껴지지 않았다. 알렐루는 물속에 잠긴 팔을 꺼내 살펴보았다. 건물의 압력에 부서진 콘크리트가 총알처럼 튕기며 수없이 때렸다. 두 손으로 무너지는 건물의 무게를 받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팔에는 자잘한 상처조차 없었다.

보일 듯 말 듯한 근육밖에 없는 이 연약한 팔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솟아나오는 것인지 신기하고 자랑스러웠다. 알렐루는 팔을 굽히고 힘을 주었다. 하지만 이두박근은 수줍은 듯 살짝 모양만 비출 뿐이었다. 그래도 그는 오른손으로 왼팔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목욕을 마친 후, 인터넷을 검색했다. 영등포의 3층짜리 여관 건물이 붕괴한 사고에 관해서 간략한 기사들이 떴지만, 어디에도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단지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는 내용으로 마치고 있었다.

자신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안도했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저녁 뉴스까지는 확인하고 싶었다. 인명피해가 없었기에 어쩌면 텔레비전 뉴스에는 안 나올지도 모르지만, 나온다면 어떤 내용으로 보도되는지 알아야 했다.


저녁 식사 후, 알렐루의 엄마는 드라마를 봐야 한다고 했다. 아빠는 뉴스를 보고 싶어했지만, 항상 엄마에게 밀렸다. 하지만 오늘은 알렐루가 아빠의 편을 들면서 잠깐의 소동이 벌어졌고, 득의양양한 아빠와 삐친 엄마 사이에서 뉴스를 볼 수 있었다.

뉴스는 사건·사고 소식에서 간략하게 여관 붕괴 소식을 전했다. 리포터가 붕괴한 건물을 보여주며 낡은 건물의 관리를 소홀히 한 건물주에게 책임을 넘겼다. 그리고 오래된 건물의 안전실태를 확실히 파악하고 철저히 관리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도록 정부에 촉구했다.

뉴스의 어디에도 무너지는 건물을 떠받친 슈퍼 히어로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다행이었지만, 서운했다. 자신의 영웅적 행적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은근히 서글펐다.



***



아무도 자신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자, 알렐루의 행보는 점점 과감해졌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범죄자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센서에 걸리는 것은 생각처럼 많지 않았다.

간신히 도둑과 강도를 하나씩 잡아 제 발로 경찰서로 들어가 자수하게 했지만, 그 안에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솔직히 알렐루 자신이 직접 증거를 제시하고 증언을 하지 않는 이상, 범죄자들이 자신의 죄를 자백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경찰서로 들어가는 범죄자들을 확인한 그는 발길을 돌렸다. 벌써 날은 어두워졌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돌아가던 중 그의 더듬이에 신호가 하나 잡혔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


‘한 번 더?’


늦으면 부모님이 걱정하시겠지만, 피해자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결정을 내리기도 전, 그는 더듬이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범죄 현장에 도착했을 때, 누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찾을 필요도 없었다. 가로등조차 없는 어두운 골목에 네 명의 남녀가 모여있었다. 남자 셋이 여자 하나를 둘러싸고 건들거리며 위협하고 있었다.


“소문 들어보니 아주 걸레더만, 왜 그리 아껴?”


이 사이로 뱉어진 침이 여자의 발목에 맞았다. 여자는 움찔했지만 닦아낼 생각도 못 했다.


“이 새끼, 왜 음식에 침을 뱉고 지랄이야?”


옆의 노란 머리가 한마디 하자 셋이 동시에 낄낄거렸다. 마치 지옥의 마귀라도 되는 듯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니네 반 녀석 중 널 맛보지 않은 녀석이 없다는 소문이 쫙 났는데, 거기에 우리 셋이 더해진다고 티라도 나냐?”

“누, 누가 그래!”


노골적인 모욕에 여자는 간신히 억울함을 항변했다.


“말싸움하러 온 것도 아니고, 말로는 안되는 것 같으니 그냥 하자. 잡아.”


키가 가장 큰 남자가 명령조로 얘기하자 다른 둘이 여자에게 다가갔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남자들이 더 빨랐다. 숨을 들이쉬던 순간 주먹이 배에 꽂히자 여자는 답답한 신음을 흘리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번엔 내가 먼저야.”

“웃기지 마, 가위바위보를 해야지.”


둘은 추악한 손길로 여자의 몸을 주무르며 옷을 찢었다. 명령을 내렸던 남자는 가만히 지켜보며 준비가 되길 기다렸다.


“거기까지.”

“뭐야? 누구야!”


세 남자는 소리 없이 나타난 존재에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교복을 입고 있지는 않았지만, 외모와 대화 내용으로 보아 고등학생인게 분명했다.


“어린 녀석들이 벌써 이런 짓이나 하고 다니는구나.”


알렐루가 거침없이 다가가자 명령했던 남자가 눈짓했다. 뒤쪽에 여자를 잡고 있던 둘이 앞으로 나서며 작은 주머니칼을 꺼내 들었다.


“개선의 여지가 없구나?”


알렐루가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두 남자는 가차없이 칼을 휘둘렀다. 모두 치명적인 급소를 노린 공격이었다. 알렐루는 그런 칼이야 맞아도 그만이었지만, 일부러 맞아줄 생각은 없었다. 귀찮아서 몇 번 찔려줬다가 옷만 버리곤 했다.

그는 가슴과 얼굴로 날아오는 칼을 양손으로 잡아서 부러뜨린 후,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따귀를 한 대씩 맞은 둘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뒤로 엎어졌다. 뺨을 맞았는데도 코와 입으로 피를 쏟았다.

알렐루가 속도를 늦추지도 않고 명령했던 학생에게 다가가자 그는 그대로 주저앉아 엎드려 빌었다.


“저, 전 미성년자예요. 아버지는 변호사시고요. 절 건드리면 경찰에게 잡힐 거예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한 번만 봐주세요.”


그는 협박인지 사정인지 모를 소리를 늘어놓았다. 알렐루는 마음이 약해졌다. 비굴할 정도로 빌고 있는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 순간 비명이 울렸다.


“……미친년.”


그는 사타구니를 붙들고 바닥을 뒹굴며 욕을 늘어놓았다. 반쯤 뜯긴 옷 사이로 속옷이 비치는데도 여학생은 옷을 여밀 생각도 하지 않고 아래를 굽어보았다.


“어떤 새끼야? 누가 그런 헛소문을 퍼뜨렸어?”


여자는 한 번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는지 계속 집요하게 사타구니를 노리고 발길질했다. 남자는 신음하면서도 몸을 비틀어 발길질을 피했다. 하지만 감히 반격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거, 거짓말이야. 우, 우리가 지어냈어.”


여자의 집요한 공격을 견디지 못한 남자가 결국 사실을 실토하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던 알렐루는 쓰러진 남자들에게 다가갔다. 눈치를 보며 도망치려던 둘은 알렐루에게 붙들려 짱 옆에 무릎 꿇려졌다.


“옷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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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부: 파멸의 사도------ 21화 +1 15.07.29 715 15 13쪽
20 1부: 파멸의 사도------ 20화 15.07.28 663 14 13쪽
19 1부: 파멸의 사도------ 19화 +1 15.07.27 734 15 14쪽
18 1부: 파멸의 사도------ 18화 15.07.25 811 12 12쪽
17 1부: 파멸의 사도------ 17화 15.07.25 842 16 11쪽
16 1부: 파멸의 사도------ 16화 15.07.24 658 13 12쪽
15 1부: 파멸의 사도------ 15화 15.07.24 772 14 11쪽
14 1부: 파멸의 사도------ 14화 15.07.23 835 17 11쪽
13 1부: 파멸의 사도------ 13화 15.07.23 888 17 11쪽
12 1부: 파멸의 사도------ 12화 15.07.22 915 22 12쪽
11 1부: 파멸의 사도------ 11화 15.07.22 914 20 12쪽
10 1부: 파멸의 사도------ 10화 15.07.21 1,045 22 12쪽
» 1부: 파멸의 사도------ 9화 15.07.21 1,039 23 11쪽
8 1부: 파멸의 사도------ 8화 15.07.20 1,336 38 12쪽
7 1부: 파멸의 사도------ 7화 15.07.20 1,414 26 11쪽
6 1부: 파멸의 사도------ 6화 15.07.18 1,735 26 12쪽
5 1부: 파멸의 사도------ 5화 +1 15.07.18 1,985 28 12쪽
4 1부: 파멸의 사도------ 4화 +2 15.07.17 2,322 32 11쪽
3 1부: 파멸의 사도------ 3화 +1 15.07.17 2,371 34 11쪽
2 1부: 파멸의 사도------ 2화 +1 15.07.16 2,827 36 11쪽
1 1부: 파멸의 사도------ 1화 +2 15.07.16 5,450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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