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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5.07.14 14:52
최근연재일 :
2015.12.02 17:3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91,019
추천수 :
1,483
글자수 :
710,681

작성
15.07.25 10:10
조회
842
추천
16
글자
11쪽

1부: 파멸의 사도------ 17화

DUMMY

알렐루는 배낭 대신 자신의 몸을 전동차에 던져주었다.


-쾅!


도저히 사람이 부딪힌 것이라 믿어지지 않는 충격음이 울렸다. 구멍 뚫린 스크린 도어가 소음을 더욱 증폭시켰다.

전동차 운전석의 오른쪽을 찌그려놓은 알렐루의 몸은 뚫고 들어간 스크린 도어의 오른쪽에 새로운 구멍을 뚫어놓으며 승강장 쪽으로 튕겨 나왔다.

다행히 배낭은 아직 알렐루의 품에 안겨 잠들어 있었다. 알렐루는 힘겹게 눈을 떴다. 정신은 없었지만, 움직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꿈틀대는 알렐루를 보며 사람들은 멀리 물러섰다.

사람들은 도우려 하기보다는 도망칠 궁리를 먼저 했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챙기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니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었다. 누군가 119에 신고하는 소리가 들렸다.

배낭을 던진 남자는 알렐루가 움직이려는 것을 보자 뒤를 돌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잡아야 해!’


그러나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알렐루는 배낭을 내려놓고 두 팔을 의지해 몸을 일으켰다. 조금씩 균형이 돌아오고 있었다.

놈을 잡을 준비가 되었다. 알렐루는 이를 갈며 몸을 튕겼다.


-째깍.


불길한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범죄 더듬이가 경고했다. 지금은 놈을 쫓을 때가 아니었다. 한걸음에 10여m를 튕겨 나갔던 알렐루는 그대로 몸을 반대쪽으로 날렸다. 발을 디딘 곳이 다시 폭탄 맞은 듯 움푹 파였다.

한순간에 배낭 곁으로 돌아온 알렐루는 온몸으로 배낭을 덮쳤다. 그것만으로 안심되지 않은 그는 두 팔과 두 다리를 콘크리트 바닥에 깊숙이 찔러넣었다.

그 순간 군대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굉음이 알렐루의 몸을 뒤흔들었다. 온몸이 역류하는 듯한 충격에 알렐루의 몸이 들썩였다. 그리고 높이 튕겨 올랐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알렐루는 자신의 소명을 다 했다고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그렇게 어리석게 대처하니 그런 것 아니냐.”

“좀 더 단련시켜야겠어요.”

“단련이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힘세고 몸 튼튼하다고 무조건 몸으로 때우려고 하니 이런 사단이 일어나지. 내 생각엔 힘과 활력엔 그만 투자하고, 지능을 올려야 할 것 같아.”

‘엄마? 아빠?’

“슈퍼 히어로로 만들어 줄 테니 세 가지 능력을 택하라고 했을 때부터 예상된 문제였죠. 그 많은 능력 중에 ‘힘, 체력, 스테미너’가 뭐에요? 세련되지 못하게. 누굴 닮아 그리 단순한지.”

“난 아냐.”

“저도 아닌데, 그럼 누구죠?”

‘아놔! 그게 폭발에 휘말린 아들을 놓고 할 소리예요?’



“엄마! 아빠!”


알렐루는 성질을 내며 눈을 떴다. 하지만 부모님은 보이지 않았다. 알렐루를 들것에 싣던 구급대원이 깜짝 놀라 알렐루를 떨어뜨렸다. 알렐루는 떨어진 김에 그냥 일어섰다. 알렐루를 덮고 있던 시트가 흘러내렸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사고 현장은 참혹했다. 여러 명이 피를 흘리며 들것에 실려있었고, 배낭이 있던 자리에는 사람만 한 구덩이가 깊게 파여있었다. 폭탄의 모든 압력이 바닥을 향했지만, 일부는 옆구리의 틈을 뚫고 빠져나가 주위에 있던 몇 사람을 덮쳤다. 다행히 부상자만 있을 뿐 사망자는 없었고, 부상도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알렐루는 몸을 털고 계단을 행했다. 구급대원이 말렸으나 알렐루는 괜찮다며 거절했다. 알렐루가 지나가자 구경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알렐루는 으쓱해졌다. 범인을 놓친 게 못내 아쉬웠으나, 자신의 영웅적인 행동이 조금은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구경꾼들의 반응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자들은 킬킬거리며 웃거나 인상을 찌푸렸고, 여자들은 얼굴을 붉히거나 약한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봐도 사람들의 모습은 영웅을 보는 것 같지 않았다.

알렐루는 섬뜩했다.


‘혹시 부상을 당한 건가?’


그제야 그는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강철같은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폭탄이 터질 때 압력을 받은 가슴과 배가 약간 뻐근한 것 같기도 했으나 그뿐이었다.

다만……, 옷은 강철이 아니었을 뿐이다.

폭탄의 압력과 열기에 알렐루의 몸은 알몸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알렐루는 급히 구급대원에게 돌아가 시트를 챙겼다. 하얀 시트로 몸을 가리고 나니 마치 환자가 된 느낌이었다. 구급대원의 눈빛은 ‘그러길래 내가 뭐랬냐?’였다.

수많은 카메라가 찰칵거리고 있었지만, 자신의 나체는 찍히지 않을 거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목격자들도 자신의 얼굴과 신체적 특징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는 점 또한 다행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알렐루의 알몸을 봤다는 사실만큼은 기억하게 될 거다.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하지 못해도, 봤다는 사실만큼은…….


-나 오늘 ‘화이트 페이스’의 나체 봤음.

-이거 내 직찍. 가운데 어두운 부분 자세히 보면 ㄱㅊ가 보일지도 모름. 내가 찍을 때 완존 알몸이었음. ㅋㅋㅋㅋ

-‘화페’의 하얀 얼굴이 오늘따라 붉은 것 같지 않나요? 나체라 그렇답니다. 기억은 안 나지만 볼만했던 것 같아요. ㅎ

-‘백면 변태설’ 사실 백면은 바바리맨이 바바리를 입고 다니다가 번개를 맞아서 능력을 얻게 된 거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에 지하철역에서 홀딱쇼를 한 게 그 증거입니다.

-에이, 뵨태. 나도 보고 싶어. 모자이크 제거해줘.


알렐루의 머릿속에는 SNS에 퍼져 나갈 내용들이 실시간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젠장, 변태 히어로라니, 내가 변태 히어로라니!’


알렐루는 ‘맨 인 블랙’의 기억제거 플래시가 부러웠다. 하나의 능력을 더 주신다면, 반드시 그걸로 택하고 싶었다.

하얀 시트를 두른 알렐루는, 지하철 터널로 몸을 날렸다. 이런 꼴로 거리를 활보할 수는 없었다. 어둠 속을 헤매던 알렐루는 훌쩍이며 집에 돌아왔다.



다음날, 알렐루는 다시 집을 나섰다. 어제는 불의의 사고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오늘은 꼭 만나야 했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이노명 선배를 돕기 어려워질 터였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이노명 선배의 집은 침울함에 잠겨있었다. 집에는 이 선배의 어머니 혼자 있었다. 품위있는 노년 부인은 활력을 잃은 화초처럼 시들어있었다. 사랑하는 아들이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있다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란 생각에 안쓰러웠다.


“아버님은 어디 가셨나 봐요?”

“응. 노명이 변호사 만나러.”


이 선배 어머니는 다과를 준비하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알렐루는 잠시 집안을 둘러보았다. 장식과 화초에서까지 외로움과 슬픔이 묻어났다. 어쩌면 집안의 사정을 알기에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그녀는 소파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자식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임에도, 먼저 아들 친구의 안부를 물어준 것이다. 알렐루는 사소한 것에서 깊은 배려를 느꼈다.


“군대 갔다 오고, 복학하고……, 그러느라 바빠서 연락도 드리지 못했어요. 죄송해요.”

“아냐, 아냐. 이렇게 연락이라도 주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네. 고마워.”


이 선배의 어머니는 아들 생각이 나는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카페에서 글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화이트 페이스라는 사람이 그런 일은 해결해주지 않는 것 같던데…….”

“우리도 화이트 페이슨지 뭔지 하는 사람이 그 글을 읽으리라고는 기대하진 않았어. 다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지. 그래도 그 글 덕분에 자네와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보람은 있네.”

“혹시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

“제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이 선배는 제게 친형 같은 분이었어요.”


노부인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결혼할 여자를 만났을 때부터 사고가 있었던 당일까지. 그리고 이노명이 체포되고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현재까지.


“1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되어…… ‘사형’ 판결이 내려졌어.”


결국, 노부인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알렐루는 손을 잡아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에 속이 상했다.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한참 울던 노부인이 말했다.


“그런데 변호사가 좀 이상하다는 거야. 근래 들어 수사와 재판이 이렇게 신속하게 진행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거지. 예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살인 사건 중 몇 건이 여론과 권력에 의해 지금처럼 신속하게 처리된 적은 있었어도……. 만약 이번 사건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진행되면, 1심에서 3심까지 몇 달 걸리지도 않을 거래. 2심이 1주일도 안 남았는데……, 어쩌면 좋니.”


그녀는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간신히 진정한 그녀를 향해 알렐루가 물었다.


“노명이 형이 그 호스티스의 휴대폰에 증거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고요?”

“그래.”


노부인이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경찰은 뭐래요?”

“거기엔 아무런 증거도 없다면서 억지스러운 변명쯤으로 여기는 것 같아.”

“그럼 휴대폰은 그 여자가 갖고 있겠네요?”

“그렇겠지. 노명이는 그 휴대폰을 얻으려고 그 여자를 다시 찾아간 건데, 경찰은 증인을 죽이려고 찾아간 걸로 오해하고 있어. 아무리 멍청해도 경찰이 지키고 있을 게 뻔한데, 증인을 죽이러 갔겠니? 우리 착한 노명이가!”


알렐루가 생각하기엔 경찰이 지키고 있을 게 뻔한데 왜 휴대폰을 찾으러 간 건지도 이해되지 않았다. 차라리 자수하고 사정을 설명하는 게 나았을 텐데. 충격적인 상황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을 테지만, 그게 영 아쉬웠다.



***



“당신들 뭐 하는 사람들이야!”


양천 경찰서 강력반은 다시 시끌시끌했다.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철진 형사가 천장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뭐라고요? 그럼 내가 좋은 말로 하게 생겼습니까? 당신들이 똑바로 하면 이런 일도 없잖아요!”

“그래도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안 되죠! 나이도 어린 사람이 말이야.”


여전히 건들거리는 자세로 이번에는 바닥을 보며 중얼거렸다.


“뭐라고요?”


두 사람의 싸움이 격렬해질 것을 우려한 오 반장이 급히 끼어들었다.


“김 검사님, 죄송합니다. 저 녀석 성질이 워낙 지랄 맞아서…….”

“네, 성질 좋은 제가 참죠. 하지만 한가지 분명히 해둡시다. 이번 양천구청역 사건. 확실히 마무리하세요. 테러범이 누군지, 백면인지 흰둥인지 그놈이 누군지 증거를 가져오세요.”

“성질 좋은 것 좋아하네. 보아하니 나보다 더 더럽구만.”


이철진 형사가 작은 목소리로 구시렁거렸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다 들렸다. 김 검사는 이 형사를 한번 노려본 후 밖으로 나갔다.


“야! 이 자식이 자꾸!”


오 반장이 이 형사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왜 자꾸 나한테 그래요!”

“그럼, 내가 저 후레자식 같은 검사님께 그러랴? 만만한 게 네놈이니 별수 있어?”

“그나저나 저 자식은 왜 여기까지 와서 지랄이래요, 지랄이. 지가 검사면 검사지 왜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끼어들어서…….”


투덜대는 이 형사의 뒤통수를 오 반장이 다시 후려쳤다.


“이 자식아! 낸들 그걸 아냐? 위에서 조졌나보지. 보아하니 화풀이하러 왔구만. 그건 그렇고 지하철역 폭파는 어떻게 된 거야? 뭔가 좀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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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부: 파멸의 사도------ 24화 15.08.01 686 11 13쪽
23 1부: 파멸의 사도------ 23화 15.07.31 699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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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부: 파멸의 사도------ 21화 +1 15.07.29 715 15 13쪽
20 1부: 파멸의 사도------ 20화 15.07.28 663 14 13쪽
19 1부: 파멸의 사도------ 19화 +1 15.07.27 735 15 14쪽
18 1부: 파멸의 사도------ 18화 15.07.25 812 12 12쪽
» 1부: 파멸의 사도------ 17화 15.07.25 843 16 11쪽
16 1부: 파멸의 사도------ 16화 15.07.24 658 13 12쪽
15 1부: 파멸의 사도------ 15화 15.07.24 772 14 11쪽
14 1부: 파멸의 사도------ 14화 15.07.23 836 17 11쪽
13 1부: 파멸의 사도------ 13화 15.07.23 888 17 11쪽
12 1부: 파멸의 사도------ 12화 15.07.22 916 22 12쪽
11 1부: 파멸의 사도------ 11화 15.07.22 914 20 12쪽
10 1부: 파멸의 사도------ 10화 15.07.21 1,046 22 12쪽
9 1부: 파멸의 사도------ 9화 15.07.21 1,039 23 11쪽
8 1부: 파멸의 사도------ 8화 15.07.20 1,337 38 12쪽
7 1부: 파멸의 사도------ 7화 15.07.20 1,414 26 11쪽
6 1부: 파멸의 사도------ 6화 15.07.18 1,736 26 12쪽
5 1부: 파멸의 사도------ 5화 +1 15.07.18 1,986 28 12쪽
4 1부: 파멸의 사도------ 4화 +2 15.07.17 2,323 32 11쪽
3 1부: 파멸의 사도------ 3화 +1 15.07.17 2,372 34 11쪽
2 1부: 파멸의 사도------ 2화 +1 15.07.16 2,828 36 11쪽
1 1부: 파멸의 사도------ 1화 +2 15.07.16 5,450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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