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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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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5.07.14 14:52
최근연재일 :
2015.12.02 17:30
연재수 :
1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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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14
추천수 :
1,483
글자수 :
710,681

작성
15.07.31 11:00
조회
698
추천
11
글자
13쪽

1부: 파멸의 사도------ 23화

DUMMY



잠시 후, 휴게실에 세 남자가 앉았다.


“이 미친놈아. 물어도 아무나 물지 말고 좀 가려서 물어. 네놈 때문에 내 속이 시꺼멓게 탄다, 타.”

“그래요. 반장님 말씀처럼 이번엔 좀 심했어요.”


박 형사가 맞장구치자 이 형사가 눈을 부라리며 성질 부렸다.


“이 자식이! 내가 너한테까지 잔소리를 들어야 하냐?”


그리고 오 반장을 보았다.


“형님, 난 그놈이 싫어요. 분명 무슨 비리를 저지르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이유 없이 싫을 리가 없어요. 제 별명이 ‘감지기’ 아닙니까, 감지기.”

“철진아, 내 말 잔소리로 듣지 말고, 잘 들어줘라. 대한민국에 비리 없는 검사가 어딨냐? 하지만 형사 나부랭이와 검사가 붙으면 당연히 형사가 깨지게 되어있어. 더군다나 김 검사와 붙으면 일개 형사 정도가 아니라 경찰서장이라도 날아갈 판이야. 너도 알잖아. 그놈 곧 최연소 부장검사 달 거고, 그뿐이냐? 몇 년 후에는 최연소 지검장까지 될 거라 소문 돌고 있잖아.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그렇게 대들면 우리 다 같이 옷 벗어야 해.”

“에잇, 더러워서. 그런 놈을 최연소니 천재니 하고 떠받드는 게 잘못된 거죠. 썅, 오늘부터 그놈 뒤나 캐고 다녀볼까?”

“아이고, 선배님!”


박 형사가 죽는 소리를 했다.


“네 맘대로 해라, 썩을 놈아.”


말은 저렇게 해도 그러지 않을 걸 아는 오 반장이 말했다. 셋은 김 검사의 뒷다마를 까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나저나 확실한 증거가 뭡니까? 이노명이 갇혀있는 사이, 안정화가 죽었다. 그것도 이노명의 애인과 같은 모습으로. 그것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있나요?”


박 형사가 투덜거렸다.


“그게 이노명의 무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아니지. 막말로 모방범죄일 수도 있고, 안정화에게 개인적으로 원한을 품은 사람일 수도 있고. 정황상 참고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노명을 풀어줄 근거는 될 수 없지.”


오 반장이 설명했다.


“범인을 잡아보면 알겠죠. 이놈이 이노명의 애인도 죽인 건지 아닌지. 하지만 전 확신합니다. 이놈이에요. 보는 순간 딱 감이 왔어요.”


이 형사의 말에 오 반장이 뒤통수를 때리며 말했다.


“잘났다. 감지기 이 형사. 아예 길거리에 돗자리를 깔아라, 깔아.”



***



알렐루는 욕조에 쪼그리고 앉아 흐느껴 울었다.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해버리겠지만, 그는 그녀의 죽음조차 자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자신이 찾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과한 자책에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안정화의 시신에 김애영의 얼굴이 겹쳤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어떻게……. 인간이 어떻게…….”


샤워기로 쏟아지는 뜨거운 물이 알렐루의 몸을 타고 흘러내리며 욕실을 증기로 가득 채웠다. 그러나 알렐루는 뜨거운 줄 몰랐다. 오히려 자신의 달아오른 눈두덩이 더 뜨거웠고, 불타오르는 심장이 훨씬 뜨거웠다. 마음에 붙은 불은 아무리 흐느껴 울며 기도해도 꺼지지 않았다.


“루야, 루야! 무슨 일 있니?”


욕실 밖에서 알렐루의 엄마가 걱정스럽게 불렀다. 하지만 알렐루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냥 그렇게 밤을 새웠다.

알렐루는 아침이 되어서야 약간 진정한 얼굴로 욕실을 나왔다. 알렐루의 부모는 모두 퀭한 얼굴로 알렐루를 맞이했다. 밤을 새운 것은 혼자가 아니었다. 죄송한 마음에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문밖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함께 걱정해준 부모님이 고마웠다. 함께 있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눈물을 멈춘 알렐루는 이 형사와 보았던 일을 설명했다.


“어떻게,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죠? 전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런 놈을 인간이라 할 수 있나요? 그런 놈이 살아있을 자격이 있나요?…… 제게 힘이 있다면, 전 반드시 그놈을 잡아 죽이고 싶어요.”


엄마는 알렐루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알렐루는 엄마의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엄마도 울고 있었다.


“알렐루야, 난 네가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 힘이란 마약과도 같아서 사용하면 할수록 빠져나오기 힘든 거야. 만약 네게 그럴 힘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감정적으로 사용하면 안 돼. 조금 전, 네 말을 하나님 앞에서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한다.”


아빠는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렐루는 그게 서운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하지만 하 장로는 알렐루의 마음을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가 감정대로 행동하다가 더 큰 후회에 빠질까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저는 용서할 수가 없어요. 한 인간을 짐승처럼 도축한 그놈을 용서할 수 없어요…….”

“네게 지금 당장 그를 용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다만 네 분노와 선택이 하나님 앞에서 올바른지 고민해 보라는 거다. 하나님은 널 용서하시기 위해 아들을 바치셨다.”


하 장로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리를 피해줬다. 엄마도 고개 숙인 알렐루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 뒤, 자리를 피했다. 홀로 남은 알렐루의 고민이 길어졌다.




알렐루는 질문했다.


‘하나님은 나에게 왜 이런 재능을 주셨을까?’


알렐루가 태어날 때부터 받은 가장 큰 재능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감각과 그들을 그냥 지나지 않을 용기였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그가 선택하거나 조절할 수 없었다. 마치 추리만화의 주인공이 가는 곳이면 무조건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것처럼, 알렐루가 가는 곳이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곤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알렐루의 선택이었고,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택가에서 강도 만났을 때 질러야 할 소리는 “강도야!”가 아니라 “불이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려울 때는 누군가 도와주길 간절히 바라면서도,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돕기를 꺼리는 이중성을 갖고 있었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자신이 그 어려움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알렐루는 지금까지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그냥 외면해본 적이 없었다. 그 때문에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남을 도우려 할 때마다 두려움이 앞섰다. ‘이번엔 얼마나 맞을까?’, ‘혹시 이번에도 누명 쓰는 건 아닐까?’, ‘저 사람도 도움을 받고 나면 모른 척 도망가겠지?’ 항상 많은 생각이 들지만, 그런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태어난 이유는 남을 돕기 위해서일지도 몰라. 그래서 그런 고통스러운 재능을 주신 거겠지.’


알렐루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렇다면 이제서야 초자연적인 능력을 주신 이유는?’


남들을 돕기 위해서? 좀 더 확실하게 도우라고? 그런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고 보니 가브리엘이 능력을 주며 처음으로 한 말이 있었다.


‘너는 악을 막는 자가 되리라.’


단순히 위기에 빠진 자를 돕는 차원이 아니라 ‘악을 막는 자’가 되어야 했다. 이 세상의 사악한 범죄자들, 인간을 짐승처럼 도륙하는 자들, 남의 피를 빨아 자신의 양분으로 삼는 자들, 범죄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법을 비웃는 자들, 그들을 막고, 그들에게 범죄의 두려움을 깨닫게 하고, 감히 활개 치지 못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자신의 사명이라 믿었다.


‘그래, 이젠 적극적이어야겠어. 이 세상의 나쁜 놈들을 모두 혼내주겠어. 다시는 남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다시는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아빠의 조언대로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알량한 법에만 맞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더 단호하게, 더 철저히 악을 짓밟아 주리라. 그는 자신의 결론에 만족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앙다문 입술 사이로 다짐이 흘러나왔다.



***



-야, 너 지금 어디야?


전화기 너머로 오 반장의 짜증이 넘어왔다.


“왜요! 지금 지하철 테러범 목격자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는 중인데!”


오 반장의 짜증에 호락호락 기죽을 이 형사가 아니었다.


-야, 그거 다른 놈에게 넘기고 넌 지금 빨리 이쪽으로 와라.

“아이 씨, 지금 거의 다 왔다고요!”

-뭐? ‘아이, 씨’? 됐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안정화 살인범이 또 나타났다. 아무래도 이놈, 연쇄 살인범 같다.

“씨, 주소 찍어주쇼!”


이 형사는 사이렌을 켜며 불법 유턴을 했다. 반대편 차도의 차량이 빵빵거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목동 오거리의 한적한 골목, 비어있던 상가에는 오랜만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낡을 대로 낡아 삭아버린 간판이 달린 술집엔 주객(酒客)대신 관객이 몰려들었다. 짙은 썬팅지와 희미한 조명으로 음침한 이곳에 진득하게 밴 지린 주향(酒香)을 비린 혈향(血香)이 대신하고 있었다.

과자에 몰린 개미떼처럼 붙어있는 감식반을 헤치고 이 형사가 들어왔다.


“지랄, 이게 뭡니까?”

“말본새 하고는! 좋은 말로 해, 새끼야. 보고도 몰라?”


오 반장은 끔찍한 사체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려다보며 잔소리했다.


“누굽니까?”

“지랄! 그건 네놈이 알아낼 일이지, 내가 일일이 알아내서 네놈에게 보고하랴?”


계속된 오 반장의 잔소리에 짜증 난 이 형사는 애꿎은 박 형사에게 성질을 부렸다.


“야, 빨리 신원조회 안 하고 뭐 해?”

“벌써 지문 떠서 조회 맡겼거든요!”


이 형사에게 배운 게 더러운 성질머리밖에 없는 박 형사도 지지 않았다.


“새파란 후배 놈이 선배한테 대들기는!”

“선배님이나 잘하세요. 오 반장님께 하는 거 보면 내가 다 열불이 나요.”


박 형사는 그 말을 하자마자 오 반장 뒤로 숨었고, 이에 오 반장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허, 씨, 뭐 나온 건 없답니까?”

“나온 건 아무것도 없고, 없어진 것 투성입니다. 소지품도 하나 없고, 보시는 바와 같이 가슴도 없어졌고, 성기도 없어졌고……. 그렇네요.”


오 반장 대신 박 형사가 대꾸했다.


“저기 피로 쓰여진 것 같은데, 저건 뭡니까?”


이 형사는 풋내기는 상대하기 싫다는 듯, 계속 오 반장에게 물었다.

사체의 머리맡에는 ‘πόρνη’라는 문자가 삐뚤빼뚤 쓰여있었다. 영어도 아니고, 일본어도 아닌.


“제길, 나도 몰라서 물어봤는데, 그리스어라더군. 무식한 놈 서러워서 살겠냐? 이젠 살인마 새끼도 외국어에 능통한 시대야. 형사 놈들만 더럽게 무식하지.”


외국어만 나오면 과격해지는 오 반장이었다.


“형님, 그래서 뜻은 뭐랍니까?”


오 반장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이 형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뽀르네.”

“네?”

“발음이 ‘뽀르네’라고. 뭐 떠오르는 거 없어? 네놈이 밤마다 보는…….”

“아……, 아? 아니, 형님. 무슨 말씀하시는 거에요? 저 건전한 싸나이 입니다. 그런데 저게 뽀르노라는 뜻이에요?”

“무식한 놈. 사전적 의미는 ‘음란한 여자’, ‘창녀’ 뭐 그렇다는군.”


이 형사는 ‘지가 더 무식하면서.’이라는 불평을 목구멍으로 삼기며 물었다.


“흠……. 그럼 저 여자가 음란한 여자라 죽였다는 걸까요?”

“가능성이 있지.”


둘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사이, 박 형사가 나섰다.


“이거, 아무래도 세 건이 다 같은 놈 소행 아닙니까?”

“감식반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대충 보기엔 그렇지. 이쯤 되면 이노명은 풀어줘야 할 것 같은데? 고소한다고 지랄하지나 않았으면 좋겠군.”

“썅, 그건 김 검사님 새끼께서 알아서 하시겠죠.” 이 형사가 존경을 담아 김 검사를 언급한 후, 계속 말했다. “그것보다 그러면 이노명을 주요 증인으로 보호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범인을 본 유일한 사람일 텐데요.”

“그래야지.”


오 반장이 대답했다.


“그나저나 이 새끼는 여자 가슴과 성기만 도려가서 뭐하려는 걸까요? 그냥 변태새낀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박 형사가 사체 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이 형사는 딱 걸렸다는 듯, 박 형사의 뒤통수를 힘껏 때리며 말했다.


“새끼야, 그건 니가 알아내야지. 내가 일일이 알아내서 니놈에게 보고하랴?”


오 반장에게 당한 걸 그대로 박 형사에게 돌려주자, 박 형사는 울상을 지었고 오 반장은 뱁새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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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부: 파멸의 사도------ 25화 15.08.03 638 14 13쪽
24 1부: 파멸의 사도------ 24화 15.08.01 686 11 13쪽
» 1부: 파멸의 사도------ 23화 15.07.31 699 11 13쪽
22 1부: 파멸의 사도------ 22화 15.07.30 595 13 13쪽
21 1부: 파멸의 사도------ 21화 +1 15.07.29 715 15 13쪽
20 1부: 파멸의 사도------ 20화 15.07.28 663 14 13쪽
19 1부: 파멸의 사도------ 19화 +1 15.07.27 734 15 14쪽
18 1부: 파멸의 사도------ 18화 15.07.25 812 12 12쪽
17 1부: 파멸의 사도------ 17화 15.07.25 842 16 11쪽
16 1부: 파멸의 사도------ 16화 15.07.24 658 13 12쪽
15 1부: 파멸의 사도------ 15화 15.07.24 772 14 11쪽
14 1부: 파멸의 사도------ 14화 15.07.23 836 17 11쪽
13 1부: 파멸의 사도------ 13화 15.07.23 888 17 11쪽
12 1부: 파멸의 사도------ 12화 15.07.22 916 22 12쪽
11 1부: 파멸의 사도------ 11화 15.07.22 914 20 12쪽
10 1부: 파멸의 사도------ 10화 15.07.21 1,046 22 12쪽
9 1부: 파멸의 사도------ 9화 15.07.21 1,039 23 11쪽
8 1부: 파멸의 사도------ 8화 15.07.20 1,336 38 12쪽
7 1부: 파멸의 사도------ 7화 15.07.20 1,414 26 11쪽
6 1부: 파멸의 사도------ 6화 15.07.18 1,735 26 12쪽
5 1부: 파멸의 사도------ 5화 +1 15.07.18 1,986 28 12쪽
4 1부: 파멸의 사도------ 4화 +2 15.07.17 2,323 32 11쪽
3 1부: 파멸의 사도------ 3화 +1 15.07.17 2,372 34 11쪽
2 1부: 파멸의 사도------ 2화 +1 15.07.16 2,828 36 11쪽
1 1부: 파멸의 사도------ 1화 +2 15.07.16 5,450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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