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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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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5.07.14 14:52
최근연재일 :
2015.12.02 17:3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91,009
추천수 :
1,483
글자수 :
710,681

작성
15.07.22 16:35
조회
915
추천
22
글자
12쪽

1부: 파멸의 사도------ 12화

DUMMY



“난 이 장부를 경찰에 넘길 거야. 그러면 곤란하겠지?”


배산의 눈이 데룩데룩 굴렀다.


“지금부터 두 시간을 주지. 네 능력껏 조직원을 모아봐. 아까 내 실력을 봤지? 어지간히 불러모아서는 장부를 빼앗기는커녕 네 몸도 지키지 못할 거야.”


배산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벌써 불러모을 하부 조직과 동맹 조직 명단이 나열되었다. 두 시간이면 어지간한 조직원은 모두 불러모을 수 있었다.


‘개자식, 뼈를 발라주마.’


그는 알렐루의 동의를 얻어 조직원들을 밖으로 내보내 세력을 끌어모으도록 했다.


“도, 도대체 어쩌려고 그럽니까?”


불안한 정기남이 알렐루에게 다가왔다.


“연습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꼴을 보니 도무지 열불 나서 안 되겠어요. 역시 조직폭력은 사라져야 해요.”


그의 자신만만한 모습을 믿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큰바위파는 서울 4대 조직 중 하나였고, 하부조직과 동맹 조직까지 끌어모으면 수백 명을 동원할 수 있었다. 그가 본 알렐루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무장한 수백 명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는 도망쳐야 하는지 남아있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했다. 자신이 죽으면 수술을 앞둔 노모도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도망가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해외로 도망치지 않는 한, 국내에서 배산의 추적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알렐루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살려면 그를 도와야 했다.


“큰바위파는 서울 4대 조직의 하나로…….”


그는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알려주었지만, 알렐루는 시큰둥한 것 같았다. 터무니없는 자만이라 생각한 그는 점점 불안감이 커졌다.

두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건물 밖이 소란스러워지며 버스와 승합차, 승용차가 주변 주차장까지 가득 메웠다. 우르르 몰려드는 폭력배에 상인과 건물주들은 불평조차 하지 못했다.

차량에서 내린 조직원들이 건물 앞 주차장을 지나 건물로 진입하려 했다.


“멈춰!”


누군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따로 들어가면 각개격파 당한다고 말했잖아! 모두 모이면 일제히 친다!”


잠시 소란했지만, 거역할 수는 없었는지 조직원들은 주차장에서 대기했다. 모두 모이자 이백 명은 되어 보였다. 누군가의 지시를 따라 그들은 건물 정문과 후문으로 나뉘어 일제히 달려들었다.

보스 방으로 오는 동안 모든 방을 샅샅이 살폈으나 적은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보스 방에 모인 폭력배들은 거칠게 문을 열며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만난 것은 의자에 꽁꽁 묶인 보스 배산 뿐이었다.

배산은 살이 출렁일 정도로 몸을 흔들었다. 거구의 몸부림을 견디는 의자가 대단해 보였다. 한 명이 달려가 칼로 묶인 줄을 풀었다.


“밖이야, 밖!”


재갈이 풀린 배산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조직원들이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전에 아래층 복도부터 소란스러워졌다. 비명이 요란했다. 하지만 싸우거나 부딪히거나 때리거나 부수는 등의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비명만 끊임없이 울렸다. 싸움과 비명에는 익숙했지만, 이토록 고요한 비명은 처음이었다. 모두의 얼굴에 긴장이 어렸다. 배산은 부들부들 떨었다. 사신을 건드린 것은 아닌지 불길했다. 사신의 얼굴을 떠올려보려 했지만, 너무 긴장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함께 있었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자 자신이 공포에 떨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욱 조바심 났다.

비명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드디어 비명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한 남자가 걸어오며 부채질하듯 손바닥만 흔들고 있었다. 그것에 스친 조직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얼핏 보면 장난치는 것 같았지만, 쓰러진 조직원들은 한결같이 피를 쏟고 있었다.


“148명. 거기 아저씨들까지 하면 딱 165명이네?”


그들마저 제압한 알렐루는 모든 조직원을 한곳에 모았다. 장소가 비좁자 그는 수도(手刀)로 벽을 잘라내고 공간을 넓혔다. 외부로 통하는 문이 철근으로 잠겨있어 도망칠 수도 없었지만, 그 모습을 보니 도망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알렐루는 조직원을 서열 순으로 세워놓고 기절 연습을 시작했다. 저마다 체형과 특징이 달라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음에도, 한 번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았다. 미성년자들은 한 번의 기절로 끝났지만, 성인이 된 자들은 세 번, 중간보스는 다섯 번, 고위 간부들과 보스급은 끝없이 기절해야 했다.


“형님,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한참 어린 알렐루를 향해 정기남이 허리를 굽혔다.


“네? 싫습니다.”


단호한 거절에도 정기남은 포기하지 않았다.


“조직을 맡겨만 주시면, 앞으로 법을 지키며 정직하게 살겠습니다.”


알렐루가 대답하지 않자 반쯤 승락이 떨어졌다고 생각한 그는 계속 설득했다.


“절 거두시면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계속 활동하시려면 정보원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정기남은 알렐루의 행동과 단편적인 말들을 통해, 그가 조직폭력배를 매우 싫어한다는 것을 추측했다. 더군다나 이렇게 단호한 모습으로 조직 자체를 와해시킬 정도면 앞으로도 이런 일을 계속 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다.


“아저씨, 전 범죄자와 일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엔 아저씨도 범죄자에 불과해요. 단지 피해자였을 때 만났기 때문에 이렇게 말이라도 섞을 수 있는 줄 아세요.”

“네,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겁니다. 조직도 합법적으로 깨끗하게 이끌 겁니다. 규모를 줄여서라도 불법적인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동생으로만 받아주시면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계속된 설득에 알렐루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정기남은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다.


“아저씨,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조직폭력은 존재 자체가 범죄입니다. 아저씨가 개과천선했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제가 보기에 아저씨는 사업 방향을 조금 수정했을 뿐, 개과천선과는 거리가 멀어요. 진짜 과거를 뉘우쳤다면 조직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했을 겁니다. 아닌가요?”


정기남은 등골이 싸해지는 기분이었다.


“더군다나 아저씨가 달라고 하는 조직과 그에 포함된 재산들은 형성 자체가 불법에서 시작됐어요. 그걸 이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불법을 이어받겠다는 거죠. 아저씨는 탈락입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알렐루의 손이 움직였다. 정기남은 반항도 못 해보고 의식을 잃었다. 그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경찰에 체포된 후였다.


“우와~ 또 이렇게 깍두기들을 일망타진하기는 처음이네요.”

“자식, 형사질 얼마나 했다고 처음 타령이야?”

“그래도 2년이나 됐습니다.”

“아이고, 그러세요?”

“그럼, 이 형사님은 이런 걸 본 적 있으세요?”

“나라고 있겠냐? 그렇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지. 우리가 잡은 것도 아니잖아.”


이 형사는 씁쓸한 표정으로 애매한 돌만 짓밟고 있었다.


“그래도 나쁜 깡패 새끼들이 이렇게 스스로 잡혀주니 기분은 나쁘지 않은데요?”

“증거나 제대로 확보해놔. 큰바위얼굴, 그 자식 정계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이다.”

“넵! 저도 압니다!”


박 형사는 과장되게 대답하더니, 주위를 수색하는 경찰들에게 잔소리를 시작했다.


“썅, 이거 좋아해야 하는지, 화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네. 젠장.”


작은 콘크리트 조각 하나를 찼다. 빠르게 날아간 조각은 벽에 튕기더니 제자리에 핑그르르 돌았다. 어쩐지 폭풍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



“그래서? 당한 놈이 165명인데 얼굴을 기억하는 놈이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나 돼? 몽타주라도 만들어야 수배를 때리든 말든 할 거 아냐!”

“반장님이 조사해 보세요! 직접 당한 놈들도 얼굴을 기억 못 하는데, 저라고 별수 있습니까? 형님도 별수 없을 겁니다!”

“이 새끼야, 그게 형사가 할 말이야? 놈들이 기억 못 하면 CCTV든 목격자든 찾아봐야 할 것 아냐!”


반장이 서류로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다.


“아니, 제가 바봅니까? 그런 것도 안 해보고 그러는 줄 아세요? CCTV든 사진이든 제대로 찍힌 건 하나도 없고, 놈을 직접 봤어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놈을 찾습니까?”


서울 양천경찰서 강력반에 고성이 오갔다. 이철진 형사의 반항에 열불이 난 오 반장이 서류철을 집어 던지고 나가버렸다.


“아휴, 좀 참지 그러셨어요. 반장님 성격 아시면서…….”


이 형사의 짝꿍인 박중혁 형사였다. 곰살맞은 성격이라 누구든 쉽게 친해질 수 있지만, 수사 실력은 별 볼 일 없는 초짜였다.


“내 성격도 만만치 않거든!”

“그럼요. 그 성질 누가 말리겠어요. 성질 더러운 우리 같은 놈들이 해먹을 짓은 깡패 아니면 형사죠.”

“썅, 어디서 귀신같은 놈이 튀어나와서 골치 아프게 해.”


이 형사는 죄 없는 책상을 툭툭 차며 짜증을 냈다.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흥분이 가라앉자 눈치를 보던 박 형사가 넌지시 말했다.


“반장님하고 다시 얘기해봐야 하는 것 아니에요?”


그 말에 몇 마디 투덜거린 이 형사가 밖으로 나갔다. 그때까지도 오 반장은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아직도 인상이 험악한 걸 보니 분이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이 형사는 조심스레 다가가서 말을 붙였다.


“형님, 죄송합니다.”

“됐어. 너도 답답했을 텐데, 몰아세운 나도 잘한 건 없지.”


둘은 잠시 말없이 허공만 응시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합니다. 제가 그놈을 처음 본 게 아마 아방궁 여관 붕괴사고 때였을 거에요.”


이 형사가 반장에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살인범 이노명을 잡고 잠시 여유가 생겨 오랜만에 김 순경이랑 노닥거릴 겸 순찰을 돌다가 무전을 받고 급히 아방궁 여관으로 갔었죠. 그런데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무너지려는 여관을 누가 떠받치고 있었어요. 주차하느라 잠시 눈을 뗀 사이 여관이 붕괴했고, 그놈, 여잔지 남잔지도 확실하진 않지만 어쨌든 그놈이 뒤집어쓴 먼지를 털어내고 있었죠. 그래서 제가 다가가서 얼굴을 확인하고 신원을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달아나더군요. 그건 도저히 인간이랄 수 없는 속도였어요.”


이 형사는 콧방귀를 끼며 허탈함을 표현했다.


“제가 눈썰미가 좀 있잖아요.”

“네깟 게 눈썰미는 무슨. 수배범 얼굴이나 잊어버리지 않으면 다행이지.”


듣고만 있던 오 반장이 참을 수 없다는 듯 말을 끊고 참견했다.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어쨌든 방금까지 뚫어지게 본 얼굴이 기억이 안 나는 거에요. 그래서 옆에 있던 김 순경에게 물었죠. 김 순경은 확실히!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거든요. 그런데 김 순경도 기억이 안 난다는 겁니다. 말이 돼요? 방금 본 얼굴도 기억 못 하다니……. 처음엔 건망증인가 싶어 무시했죠. 그리고 휴대폰 사진이나 CCTV 등 증거자료를 확보했어요. 그런데 그놈 얼굴과 체형이 정확하게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더군요. 기가 막혔지만, 그때는 별 이상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하며 접었습니다. 도망친 놈이 범죄자가 아니라 사람들을 구한 영웅이었고, 그런 기괴한 일은 또 일어날 리 없으니까요.”

“그런데 또 일어났지.”

“그러니까요. 젠장 이죠.”


이 형사가 씁쓸히 입맛을 다셨다.


“그래서 취조하다 말고 포기한 거냐?”

“포기라뇨. 무슨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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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부: 파멸의 사도------ 24화 15.08.01 686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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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부: 파멸의 사도------ 21화 +1 15.07.29 715 15 13쪽
20 1부: 파멸의 사도------ 20화 15.07.28 663 14 13쪽
19 1부: 파멸의 사도------ 19화 +1 15.07.27 734 15 14쪽
18 1부: 파멸의 사도------ 18화 15.07.25 812 12 12쪽
17 1부: 파멸의 사도------ 17화 15.07.25 842 16 11쪽
16 1부: 파멸의 사도------ 16화 15.07.24 658 13 12쪽
15 1부: 파멸의 사도------ 15화 15.07.24 772 14 11쪽
14 1부: 파멸의 사도------ 14화 15.07.23 835 17 11쪽
13 1부: 파멸의 사도------ 13화 15.07.23 888 17 11쪽
» 1부: 파멸의 사도------ 12화 15.07.22 916 22 12쪽
11 1부: 파멸의 사도------ 11화 15.07.22 914 20 12쪽
10 1부: 파멸의 사도------ 10화 15.07.21 1,046 22 12쪽
9 1부: 파멸의 사도------ 9화 15.07.21 1,039 23 11쪽
8 1부: 파멸의 사도------ 8화 15.07.20 1,336 38 12쪽
7 1부: 파멸의 사도------ 7화 15.07.20 1,414 26 11쪽
6 1부: 파멸의 사도------ 6화 15.07.18 1,735 26 12쪽
5 1부: 파멸의 사도------ 5화 +1 15.07.18 1,985 28 12쪽
4 1부: 파멸의 사도------ 4화 +2 15.07.17 2,322 32 11쪽
3 1부: 파멸의 사도------ 3화 +1 15.07.17 2,372 34 11쪽
2 1부: 파멸의 사도------ 2화 +1 15.07.16 2,828 36 11쪽
1 1부: 파멸의 사도------ 1화 +2 15.07.16 5,450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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