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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바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관리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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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담바라기
작품등록일 :
2023.06.30 18:49
최근연재일 :
2023.10.3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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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3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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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외전. 진화

DUMMY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는 3년 6개월 만에 다시 열린 바닷길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바닷길이 열린 것만으로도 세계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배에 조금만 하자가 있어도 관리자로부터 경고가 날아들었고 엔진은 기름이 아닌 마력석을 이용해야 했다.


또한, 개체 수가 부족한 고래사냥을 금했고 그 외에도 무분별한 남획은 금지했으며 폐그물과 쓰레기 투기는 용납하지 않았다.


만약 그걸 어기고 누적될 경우 그 배뿐만 아니라 대상이 속한 나라에 불이익이 갈 거라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리자가 보낸 경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한마디로 인간이 관리자의 눈을 속일 수 없는 이상은 항상 긴장하고 조심해야만 했다.


그 때문에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는 했지만, 각 정부가 나서 법을 만들고 규칙을 지킬 것을 강경하게 권고했다.


그러자 각 정부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따지고 보면 지극히 당연하고 지키기 쉬운 것이기에 굳이 반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설사 정부가 나서지 않았다 한들 수호신을 상대로 따지고 들 수도 없을 테니 불만은 사그라들며 흐지부지 넘어간 것도 있었다.


[인간들이 불안해하는데요?]


“왜?”


[혹시라도 어업 중이든 운항 중이든 실수라도 할까 봐 불안한 거죠.]


불안할 것도 많다.


“내가 그 정도도 융통성이 없을까 봐?”


[강경하게 처벌할 거 아니었습니까?]


딱히 그럴 생각은 없는데? 물론, 작정하고 규칙을 어긴다면 곱게 넘어갈 생각은 없지만.


“경고는 필요하니까. 아무런 경고도 없이 풀어주면 예전처럼 귀한 줄 모르고 마음대로 설치지 않겠어?”


[확실히 그렇게 되겠죠.]


그래서 한번은 필요했다. 또 정부가 엄격하게 단속할 테니 효과도 있을 테고. 과거처럼 무분별하게 배를 늘리지 못하게 했으니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오래가지는 않을 겁니다.]


“알아. 누적되면 시범적으로 처벌하려고.”


어차피 은동이가 있으니 오염 정도를 따져 한 번씩 정화는 꾸준하게 해줄 생각이다. 단지 인간도 바다를 지구의 소중한 보물로 생각하기를 바란 것뿐이다.


“뭐 생각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인간들 반응을 보자면 한동안은 괜찮을 겁니다.]


그렇겠지. 멍청이들도 아니고 경고를 무시해봐야 본인들만 손해일 테니까.


[은동이 나왔습니다.]


“드디어 끝난 건가.”


[이곳 댐도 그대로 놔두실 겁니까?]


“응. 지대 차이가 너무 심해서 밑에 쪽은 홍수 위험이 있어.”


단순한 폭포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댐을 없애자니 오히려 손댈 곳이 너무 많달까. 게다가 가이아가 기후를 조절하고 있으니 밑에 쪽도 가뭄으로 고생할 일도 없고.


“이걸로 끝이지?”


[네. 모든 강과 댐 정화와 청소는 끝났습니다.]


이브의 확답에 우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이나 댐에 쓰레기가 워낙 많아서 정화 내내 은동이의 짜증과 투정이 심했지만, 그 정도야 뭐 감수해야지.


마지막 큰일까지 다 해결했으니 이제는 진짜 일상으로 돌아가도 될 것이다. 우진이 씩 웃고는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은동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은동아, 고생했어!”


[이상한데요?]


“뭐가?”


[은동이요. 멈춰서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데요?]


“어라? 저 녀석 왜 저래?”


우진이 의아하게 은동이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댐 안을 정화하고도 물 밖으로 머리만 내밀고 가만히 멈춘 모습이 확실히 이상했다. 우진이 멈춰 선 은동이 앞으로 날아갔다.


“무슨 일이야?”


<진, 몸이 이상하다.>


“응? 이상해? 어디가? 혹시 아파?”


설마 댐 안에 이상한 게 있었나? 아니지. 설사 있다고 한들 환수인 은동이가 아플 리가 있나!


“어디가 이상한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그러니까 그 이상한 느낌이 뭐냐고. 우진이 답답함에 미간을 찌푸리다가 곧 들려온 이브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진화하려는 걸까요?]


“갑자기?”


[네. 마력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진화라니! 그러고 보니 신수들이 했던 말이 있었다. 진화 조건을 떠올린 우진은 다급하게 은동이를 향해 물었다.


“은동아, 마력 필요하지 않아?”


<필요하다. 갑자기 미친 듯이 허기가 지는군.>


“역시!”


신수들한테 들은 증상이다. 오래도록 환수로 살아온 은동이라 세계 하나를 통째로 정화하면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었지.


진화의 조건에 마력만 있는 게 아니라고 했으니 정원에서만 살아서는 진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진화 단계에 마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은동아, 당장 정원으로 가. 지금 진화 조건이 채워진 것 같으니까 이젠 마력만 충당하면 될 거야.”


<아! 내가, 진화하는 건가?>


평소답지 않게 목소리에서 떨림이 묻어났다. 그동안 진화할 방법이 없어 환수에서 멈춘 상태로 오랜 세월 살아왔으니 오죽할까. 우진이 슬쩍 웃고는 은동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은동이, 고생 많았어. 이젠 신수가 될 수 있을 거야.”


<내가 신수?>


“그래. 신수들이 진화할 당시 마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지구보다는 정원이 나을 거야.”


<으음, 그냥 가도 되나?>


아니면 놀다 가게? 뭘 새삼스럽게 걱정이야?


“오래 기다렸잖아. 가서 멋지게 진화해.”


<고맙다.>


이야, 우리 은동이한테 그런 말도 듣고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우진이 웃음을 터트리고 은동이의 머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이젠 우리 은동이도 하늘을 날 수 있겠네.”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얼씨구? 아닌 척하려면 부들거리는 입꼬리는 감추고 하렴. 속으로 웃음을 감춘 우진은 조급해하는 은동이의 심정을 느끼고는 옆으로 비켜섰다.


“잘 다녀와. 신수 되고도 한동안은 마력을 계속 쌓아야 한다니까 시일을 두고 부르마.”


<알았다.>


“나중에 보자!”


은동이를 정원으로 돌려보낸 우진은 괜스레 허전해지는 마음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내젓고는 정원으로 이동했다.


“음? 다들 어디 갔어? 정령들도 안 보이는데?”


[정령들은 정원으로 돌아갔습니다.]


“준이는 어쩌고?”


[둘은 남았습니다. 그리고 에르다와 신수들은 여전히 놀러 다니고 있죠.]


그놈들이야 뭐 기대도 안 했다. 그나마 기영이라도 돌려보내서 다행이지. 아마 강제로 오라고 하지 않는 이상은 열심히 쏘다닐 것이다.


[영물들은 세계수 꼭대기에 있고 가이아는 세계수 뿌리에 있습니다.]


“뿌리? 거기서 뭐 하는데?”


[거기가 편하답니다. 세계수와 한 몸이 된 것 같다는데요? 쉬고 싶다고 마스터가 와도 한동안은 깨우지 말랍니다.]


얼씨구? 또 농땡이냐?


“괘씸한데 확 깨울까?”


[놔두시죠. 이젠 급한 일도 없지 않습니까.]


“그 급한 일 대부분을 내가 처리했다고.”


[생색내지 마시고요.]


“생색은 무슨.”


그냥 심심할 뿐이다. 바쁠 때는 정신적으로 힘들었는데 한가해지니까 벌써 좀이 쑤신달까. 노는 것도 해본 놈이 한다더니 자신이 딱 그 꼴이었다.


“그냥 출근이나 할까.”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백수처럼 늘어진 것보다는 생산적이죠.]


백수는 아니지만, 할 일 없이 늘어진 것보다는 나을 터라 우진도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그런데 대선 소식이 없네? 임기 기간 다 끝나가지 않나?”


[대통령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습니까?]


“뭐 마음에는 들지.”


말 잘 듣고 일 진행도 빠르고 정치인치고는 큰 욕심도 없고 적절한 애국심도 있으니까.


[얼마 전부터 연임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엥? 연임? 한국은 연임제가 없지 않나?”


[이번에는 특별한 경우라는 이유로 연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설마,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가기 싫은 건가. 우진이 김준석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리자 이브가 다시 말을 이었다.


[대통령이 원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대통령은 임기 끝나자마자 낙향하고 싶어 합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정치인들이 지금 대통령의 연임을 원하고 있죠.]


“헐. 정치인들이? 그럴 놈들이 아닐 텐데?”


[마스터 때문이죠.]


갑자기?


[대통령이 되면 마스터와 직접 대화를 하거나 만나야 하는데 그게 무서워서 당장은 자리에 욕심을 안 내고 있습니다. 우선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죠.]


“그냥 몸 사리겠다는 말이잖아?”


[그렇죠. 거기다 여론도 대통령의 연임을 찬성하고 있고요.]


“어이없네. 그런다고 갑자기 없던 연임이 생기는 게 말이 돼?”


[그래서 이번에만 특별법으로 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죠. 한반도를 안정화한다는 목적이지만, 속으로는 지금 대통령이 완전히 정리를 해주고 물러나기를 바란 겁니다.]


그러니까 관리자 상대는 무서워서 싫고 지금 대통령이 싹 정리해주고 훗날에 고스란히 물려줘라?


“별 미친놈들 다 보겠네. 그래서 대통령은 뭐래?”


[싫다고 버티는 중입니다. 대통령은 대선을 치를 생각이고 정치인들은 막을 생각으로 매일 시끄럽습니다.]


잘하는 짓이다. 이젠 살만하니까 별짓을 다 하는구나.


[마스터가 결정해주시죠.]


“그걸 내가 왜?”


[지지부진 아까운 시간만 보내고 있으니까요.]


“놔둬. 알아서 하겠지.”


어련히 알아서 할까. 만약 대선으로 새로운 대통령이 나온다 한들 잘하면 굳이 간섭할 이유가 없었다.


“뭐 엉뚱한 짓 하면 경고해야지.”


대통령이야 누가 됐든 딱히 상관없는 일이라 우진은 잡다한 생각을 떨쳐내고 세계수를 올려다봤다. 멸망이 사라지고도 꾸준하게 성장해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


“아참, 북쪽 개발은 끝났지?”


[이미 끝난 지가 언제인데요. 지금은 인구도 한반도 전체로 고루 퍼져 있습니다.]


“그래? 그럼 도로도 한산하겠네.”


[네. 불법 주차에 대한 처벌도 강해져서 거리도 깨끗해졌고요. 일정 거리마다 주차 시설도 있습니다.]


하긴, 기업이 한반도 전체로 분산되도록 했으니 인구 밀도로 인한 여러 문제도 함께 해결했을 것이다.


“청와대 리모델링은 끝났어?”


[끝났습니다.]


“재단은?”


[이미 공사 들어갔습니다. 외관은 한옥으로 해서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공간이 될 겁니다.]


자신감 봐라. 이브의 장담에 우진이 나직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저 말이 사실일 터라 우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치원부터 초중고 대학, 일반 시설과 병원까지. 기숙사 완비와 공원, 다양한 능력 개발 등 한반도 내에 있는 모든 보육원의 통합 주거지가 될 테니까.


물론, 보육원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과 가정이 모두 머무를 수 있게 했다. 그 공간 만큼은 차별 없는 곳이 되어야겠지.


“정부는 알고 있지?”


[네. 특별 구역으로 생각하고 꾸준한 지원을 해줄 계획입니다.]


“지원은 무슨.”


돈이야 차고도 넘치는데 정부가 끼어들 틈도 없을 테다. 애초에 끼어들어도 안 되고.


“부지가 어느 정도야?”


[작은 시 크기 정도는 됩니다. 한번 가보시죠.]


“나중에. 어차피 공사 끝나면 마법진 새기러 가야지.”


재단이 운영하는 공간이니만큼 여러 마법진을 새길 생각이었다. 뭐 그것도 차별이 될 수도 있겠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우진이 작게 흥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진, 은동이 진화하는 거야?>


<아아, 증상이 신수들이 했던 말과 같더라고. 그래서 정원으로 보냈다.>


<어쩐지. 지금 정원 바다로 마력이 빨려 들어가고 있어서.>


<그 정도라고?>


<응. 신수로 진화할 때는 마력을 엄청나게 흡수해.>


정원으로 보내길 잘했네. 지구였으면 세계수가 일시적으로 말랐을지도. 생각만 해도 아찔한 마음이라 우진이 진저리를 쳤다.


<은동이가 진화라니 잘됐다. 그동안 진화를 못 해서 마음고생도 했을 텐데.>


<잘됐지.>


이제는 물이라는 제약이 사라질 테니 훨씬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놀 거야?>


<우리가 할 일 있어?>


<없지?>


<없는데 왜?>


그야 배가 아파서? 그리 말했다가는 심술부린다고 또 한 소리 들을 터라 우진이 입을 삐죽이고는 말했다.


<나는 내일부터 다시 출근하려고.>


<그래. 우리도 서울 가면 병원에 들릴게.>


<언제 오는데?>


<그야 모르지?>


모르면 말을 하지 마, 이 자식아. 우진이 한숨을 내쉬고 연결을 끊어버렸다.


작가의말

저녁에 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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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외전. 세월의 변화(완) +10 23.10.31 632 41 13쪽
151 외전. 계약 안 해 +1 23.10.31 631 30 15쪽
150 외전. 정령과의 계약 23.10.30 661 25 13쪽
» 외전. 진화 +1 23.10.30 673 32 12쪽
148 늘 푸른 지구 (완결) +6 23.10.30 748 31 13쪽
147 잔뜩 챙겨와 23.10.28 757 25 11쪽
146 일거리가 확 줄었다 23.10.27 768 29 14쪽
145 축하 파티 +1 23.10.26 752 28 11쪽
144 이렇게 간단한걸! +2 23.10.25 759 30 11쪽
143 면담 좀 하자 23.10.24 794 30 15쪽
142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23.10.23 771 31 12쪽
141 차원 격류 23.10.22 775 30 12쪽
140 출입금지구역 23.10.21 791 29 14쪽
139 세계수 영역 +2 23.10.20 807 34 11쪽
138 김장 23.10.19 798 31 12쪽
137 조용하니까 불안하다 23.10.18 816 33 11쪽
136 싹 뜯어고치자 23.10.17 860 30 13쪽
135 소개 23.10.16 893 35 13쪽
134 진실 23.10.15 922 35 14쪽
133 사고 +1 23.10.14 928 38 14쪽
132 오랜만에 좀 쉬자 +3 23.10.08 1,059 43 13쪽
131 왜 지구만! 23.10.07 1,007 41 13쪽
130 기부와 거래 23.10.06 981 39 13쪽
129 화물기 재개 23.10.05 1,010 36 14쪽
128 역시 혼자는 힘들어! +1 23.10.04 1,026 37 13쪽
127 절망과 기적 +1 23.10.03 1,038 43 12쪽
126 왜 꼭 한꺼번에 터질까(2) +3 23.10.02 1,030 40 11쪽
125 왜 꼭 한꺼번에 터질까 23.10.01 1,083 41 13쪽
124 일행 아니다 23.09.30 1,132 39 14쪽
123 새로운 보금자리 +1 23.09.29 1,171 4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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