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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바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관리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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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담바라기
작품등록일 :
2023.06.30 18:49
최근연재일 :
2023.10.3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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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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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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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차원 격류

DUMMY

율이와 한바탕 놀아주고 거실로 들어오자마자 현준이 전화하려고 한다는 이브의 말에 아공간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곧바로 울리는 폰에 우진이 혀를 차고 받았다.


“왜?”


-뭐하나 해서.


“그냥 집.”


-균열 없어?


없겠니? 이미 몇 번 닫고 왔지.


“요즘은 자주 안 생기네.”


-그럼 멸망 사라진 거야?


“꿈도 야무지다.”


그렇게 쉽게 사라질 멸망 같으면 애초에 뜨지도 않았겠지. 관리자란 존재는 더더욱 필요 없을 테고.


-하긴, 그렇게 쉽지는 않겠다. 그래서 얼마나 늘어났어?


[376년입니다.]


“376년 늘어났다네.”


-엑, 고작 그것 밖에 안 늘어났어?


고작이라니? 고작이라니! 그거 늘리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의지가 깨어나기 전까지는 몇십 년 단위가 최선일 겁니다.]


알아. 누가 모르냐고. 정작 그 의지가 깨어나고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게 문제잖아!


“착각이 아니지.”


그 시선이 의지가 아니라면 말이 안 되니까. 이브야 절대 아닐 거라고 하지만, 느낌이 딱 그랬다.


-무슨 착각?


“아니다.”


-그래서 이젠 뭐할 건데?


“뭐하긴. 두 번째 숲 만들어야지.”


-아! 중국 숲! 완성했어?


“응. 거긴 끝났어.”


동물들 옮길 당시만 해도 중심부는 남아 있었지만, 그것도 끝나서 이제는 완벽한 숲이 형성됐다.


-그래서 두 번째 숲은 어디로 할 건데?


“글쎄다. 일단은 나무가 부족한 곳으로 해야겠지.”


-사막?


“몰라. 생각 좀 해보고. 그보다 병원은 문제없지?”


-응. 없어. 새로 온 선생들도 적응 잘하고 있고.


그럼 됐다. 안 그래도 언제 끝날지 모를 일이라 병원으로 출근할 수도 없었다.


“하, 편하게 진료나 볼 때가 좋았는데.”


-힘들어?


당연하지! 꼭 육체의 노동만 힘든 게 아니라고. 우진이 할 말이 많은 표정으로 무어라 입을 열려다가 균열이라는 이브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균열이라 가봐야겠다.”


-응. 수고해.


“정령들 말썽 안 피우게 잘 봐. 대화하는 거 들키지 말고.”


-걱정하지 말라니까. 우리 귀염둥이들도 눈치는 있어.


잘도 눈치 있겠다. 우진이 코웃음을 치고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아공간 안에 던져놓고 균열이 생긴 삿포로 인근으로 이동했다.


해저에 생긴 균열을 닫고 다시 거실로 돌아온 우진은 소파에 드러누운 채로 눈을 감았다. 그러자 곧바로 이브의 구박이 이어졌다.


[지금 잠이나 잘 때입니까? 요즘 마스터 너무 나태해졌습니다.]


“안자. 생각 중이라고.”


[그럼 눈 뜨고 생각하세요.]


이젠 눈 감는 것도 잔소리냐? 우진이 질린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그래서 동물들은 어때?”


[큰 문제 없이 각자 영역을 잡았습니다. 땅이 워낙 넓어서 초식동물들의 개체 수가 늘어날 시간도 충분할 겁니다.]


다행이네. 이젠 알아서 각자 적응하고 살아갈 터라 이 이상 무언가를 해줄 필요는 없었다. 문제는 다음 숲을 어디로 만드냐인데.


“어디가 좋을까?”


건조 폭염이 전 세계적으로 말썽이라 15년 전부터 자연발화가 너무 많이 발생했다. 그 때문에 홀라당 태워 먹은 숲이 지나치게 많았다.


[빨리 결정하시죠. 금동이 기다릴 겁니다.]


“아, 금동이 기다리겠네.”


숲 개발이 끝나고 돌아가기 싫다고 투정 부리던 금동이가 생각났다.


“빨리 부른다고 약속했는데 깜빡했다.”


[그러니까 약속 지키시죠. 도대체 며칠을 고민하는 겁니까?]


거참, 되게 뭐라 하네.


“나무가 가장 부족한 곳이 어디야?”


[전부 다요.]


“그중에 고르라고.”


[중동과 주변 국가요. 그쪽은 비가 아예 안 오는 데다 점점 온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라가는 속도가 더 빠르죠.]


역시 그런가.


[그렇다고 다른 곳이 멀쩡한 것도 아닙니다. 고비 사막은 기존 면적의 반이 사막화로 변했고, 사하라 사막이나 다른 사막 또한 마찬가지죠. 또 아프리카는 다양한 사막 기후로 변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하긴, 아프리카 쪽도 수시로 홍수 피해를 보는 몇 곳을 제외하고는 최악이었지.


“그런데 태초의 정원 말이야. 거기는 왜 사막이 있어?”


[그야 필요하니까요.]


“응?”


[사막도 자연입니다. 그리고 모래 안에는 질소와 인 등, 영양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래에 영양분이 있다니. 그런 쪽으로는 관심이 없어서 몰랐다.


“처음 알았네.”


[사하라 사막의 모래바람이 아마존까지 가서 열대 우림을 만드는 겁니다. 지구 역사에도 아마존과 사하라 사막의 생태계 역할이 주기적으로 바뀌었죠. 그리고 모래폭풍이 바다로 가면 대량의 산소를 발생시킵니다.]


“나무만이 아니라는 거지? 그럼 왜 전에는 말 안 했어?”


[무슨 말이요?]


“사막 다 없앤다고 했을 때 말이야.”


[짜증 나서 농담한 건 줄 알았는데요?]


아니다, 이놈아. 아무리 사막을 좋아해도 상황이 이러니 솔직히 다 없애고 싶었다고.


“아무튼, 처음 알았네. 사막도 중요하구나.”


[그렇죠. 자연의 구성은 반드시 필요하기에 존재하는 겁니다.]


“예예, 알겠고요. 그럼 어쩌자고?”


[그거야 마스터가 정하셔야죠.]


잘만 잔소리하면서 이럴 때만 물러나다니. 치사하게!


“일단 기존 사막은 놔두고 사막화된 부분은 다 숲으로 돌리는 게 낫겠지?”


[기존 사막도 어느 정도 줄여야 합니다. 그것도 세월이 지나면서 지나치게 커졌으니까요.]


“그래? 좋아. 그럼 중동부터 시작하자. 사막과 가깝고 인간들의 생활지역과 가까운 곳에 지하수가 있었던 장소가 있으면 말해.”


[물길 내시게요?]


“응. 에르다 부르려고.”


[한소리 듣겠군요.]


뭘 새삼스럽게. 그놈들도 몇 달째 놀고 있는데 이 정도쯤이야.


“그럼 가보자고.”


중국만큼 크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대신 곳곳에 숲을 만들고 물길도 열어줄 참이다. 우진은 결정하자마자 중동 지역으로 이동했다.


“온도가 제일 높은 곳은?”


[시리아 사막입니다. 사막화된 면적도 73만이 넘고요. 주변 또한 초기 단계인 황무지로 변해가고 있죠.]


“시리아면 이라크지? 가만, 거기가 사막 면적이 30만이 넘었던 거로 아는데? 그런데 두 배가 넘게 커졌다고?”


[네. 속도가 빠릅니다.]


단순히 빠른 정도가 아니잖아!


“그쪽은 강도 있지 않나?”


[있습니다. 호수도 있고요. 다만 수위가 점점 낮아지고 사막 쪽은 메말랐다는 게 문제죠. 현재 오아시스도 거의 바닥을 보입니다.]


“하긴, 당연하겠지. 그럼 시리아부터 가자.”


결정했으면 실행해야지. 그쪽은 좌표를 안 찍어놔서 가까운 곳으로 이동했다가 직접 움직였다. 시리아 사막에 도착하자 보이는 광경에 한숨부터 터져 나왔다.


아직 모래로 변하지 않았을 뿐이지, 두 배로 늘어난 사막 주변의 황무지도 상황이 처참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균열 생기기 전에 서두르시죠.]


“응. 사막 반부터 주변 황무지 전체를 감싸서 표시해줘. 지하수가 있던 곳도 포함하고.”

[알겠습니다.]


이브가 붉게 표시해놓은 선을 기준으로 시리아 사막 반을 시작으로 지하수가 포함된 메마른 황무지 전체에 보호막을 치고 금동이를 소환했다.


<꾸웃!>


“오냐. 우리 금동이 기다렸구나?”


오랜만에 푹 쉬라고 보냈더니 잠도 안 자고 기다렸나 보다. 잔뜩 흥분해서 거대한 머리통을 비비며 칭얼거리는 행동에 우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금동아, 봐봐. 여기에 또 숲을 만들 거야. 여기 다 하면 또 다른 곳도 갈 거니까 실컷 먹어.”


<꾸우웃!>


먹는 건 자신 있단다. 대답과 동시에 보호막 주변으로 다가가는 모습에 우진이 유쾌하게 웃으며 정령들을 소환했다.


소환되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드는 녀석들에게 간식 꾸러미를 꺼내 골고루 나눠주자 신이 난 모습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잘하네.”


역시 숙련자가 최고다. 중국 숲에서 한번 해봤다고 딱딱 구역을 맞춰 움직이는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지하수를 표시해놓은 곳을 빼고 금동이가 일차로 흙을 쏟아내면 정령들이 지반을 다지고 나무와 여러 작물을 심었다.


“이 주변에 인간들의 주거지도 있지?”


[네. 수자원이 메말라 많이 떠나긴 했지만, 아직 일부는 남아 있습니다.]


그럼 됐다. 이곳이라면 충분히 숲의 식생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이곳은 일부러 동물을 모으거나 출입을 금할 생각이 없으니까.


“에르다는 정령들이 일차 성장시켜 놓은 다음에 부르는 게 낫겠지?”


[네. 지하수 있던 곳도 포함했으니까 숲을 꾸미면서 물도 채워 넣으면 될 겁니다. 그러자면 지하수 위에 호수도 만드시죠.]


안 그래도 만들 거야. 우진이 지하수 크기를 가늠해 땅을 팠다. 굳이 둥근 형태는 필요 없을 터라 지하수 줄기를 따라 이동하면서 움직였다.


한참을 파고 넓히고 다진 후에 흙을 단단하게 뭉쳐 바위로 만들어 정화 마법진을 새겨 호수 한가운데 던졌을 때였다. 순간 우진의 표정이 굳으며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진! 이거 뭐야?”


<꾸우우!>


자신만 느낀 게 아니었다. 금동이와 정령들이 우르르 몰려와 걱정스럽게 바라볼 때 머릿속에서 여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 느꼈어?>


<뭐야, 이 기운은?>


<차원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괜찮은 건가?>


<무슨 일입니까?>


<어디야? 갈 테니까 소환해봐!>


정신없어, 이것들아!


<상황파악 중이니까 다들 조용히 해봐.>


에르다와 신수들에게 한소리 하며 이브를 불렀다.


“이브, 무슨 일이야?”


[마스터 차원 격륩니다!]


“차원 격류? 그게 뭐야?”


[차원과 차원 사이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초반에 막지 못하면 그 힘이 점차 커져서 차원 방벽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쉽게 말해 차원 사이에서 일어나는 작은 바람이 태풍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건 또 무슨 개똥 같은 소린데!


“그러니까 격류가 태풍 수준이 되면 지구도 피해를 본다는 말이야?”


[네. 맞습니다. 의지가 있으면 방벽을 굳건히 할 수 있는데 지금 지구는 없으니 문제가 생길 겁니다.]


“하, 어이없네. 그래서 차원 격류가 왜 갑자기 생겼는데? 원인이 있을 거 아니야?”


[잠시만요.]


이브의 말에 초조하게 기다리길 잠시 곧 들려온 말에 미간을 확 구겼다.


[996차원에 멸망이 떴습니다. 그 원인인 것 같은데요?]


“이런 씨. 왜 하필 지금인데!”


[그러게요. 진짜 지구는 특이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군요.]


시끄러워! 그게 중요해?


“방법은 없어?”


[마력으로 방벽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지간한 마력으로는 소용없을 겁니다.]


“내 마력을 전부 넣으면? 아니, 에르다와 신수들까지 합치면?”


[충분합니다. 문제는 차원 방벽까지 가는 길이 한세월이라는 거죠. 좌표가 없지 않습니까.]


그럼 이대로 손 놓고 지켜보라고?


“염병할, 내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 도대체 의지는 뭐 하는 거야!”


능력 빵빵한 놈들만 계약해서 돌아온 이유가 뭔데. 오로지 멸망을 막으려고 그 오랜 세월을 버텼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고!


죽도록 고생한 대가가 고작 막막한 현실이라니. 혼자 백날 고생해 봐야 무슨 소용인가. 정작 그 주인이 나 몰라라 하는데!


“아오, 짜증 나! 뭐 이런 뭣 같은 일이 다 있냐고!”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문제는 흔들림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에 우진이 분함을 감추지 못하고 이를 득득 갈 때였다.


[어? 어어? 마스터!]


“뭐야, 또?!”


[깨어났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뭐···! 아니, 잠깐만. 설마 의지야? 진짜 의지?”


[네! 깨어났습니다. 방벽이 실시간으로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미친! 이 순간에 깨어났다고? 진짜? 하하, 죽으라는 법은 없네.”


좋아. 너무 좋은데 동시에 짜증이 확 치밀었다. 진작 깨어날 것이지! 염병할 놈이 왜 이제야 나타나?


“나와! 어디 그 잘난 얼굴 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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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외전. 진화 +1 23.10.30 673 32 12쪽
148 늘 푸른 지구 (완결) +6 23.10.30 748 31 13쪽
147 잔뜩 챙겨와 23.10.28 758 25 11쪽
146 일거리가 확 줄었다 23.10.27 768 29 14쪽
145 축하 파티 +1 23.10.26 752 28 11쪽
144 이렇게 간단한걸! +2 23.10.25 760 30 11쪽
143 면담 좀 하자 23.10.24 794 30 15쪽
142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23.10.23 771 31 12쪽
» 차원 격류 23.10.22 776 30 12쪽
140 출입금지구역 23.10.21 791 29 14쪽
139 세계수 영역 +2 23.10.20 807 34 11쪽
138 김장 23.10.19 798 31 12쪽
137 조용하니까 불안하다 23.10.18 816 33 11쪽
136 싹 뜯어고치자 23.10.17 860 30 13쪽
135 소개 23.10.16 893 35 13쪽
134 진실 23.10.15 922 35 14쪽
133 사고 +1 23.10.14 928 38 14쪽
132 오랜만에 좀 쉬자 +3 23.10.08 1,059 43 13쪽
131 왜 지구만! 23.10.07 1,007 41 13쪽
130 기부와 거래 23.10.06 981 39 13쪽
129 화물기 재개 23.10.05 1,010 36 14쪽
128 역시 혼자는 힘들어! +1 23.10.04 1,026 3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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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왜 꼭 한꺼번에 터질까(2) +3 23.10.02 1,030 40 11쪽
125 왜 꼭 한꺼번에 터질까 23.10.01 1,083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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