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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바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관리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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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담바라기
작품등록일 :
2023.06.30 18:49
최근연재일 :
2023.10.3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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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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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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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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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세계수 영역

DUMMY

현준을 데리고 창고로 들어간 우진은 한쪽 구석에 종류별로 차곡차곡 쌓인 김치통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와, 여긴 들어올 때마다 신기하네.”


“신기할 것도 많다.”


“그래서 몇 통이나 보내려고?”


“병원, 범호 아저씨 회사, 박 변호사님하고 나머지도 보내야지. 너는 아파트에 있는 것부터 먹어. 정원산으로 다 채워놨으니까 그게 더 좋아.”


“안 그래도 그럴 거야. 그보다 아파트로 오실 텐데 서둘러야 하는 거 아니야?”


어차피 텔레포트로 갈 텐데 뭔 걱정? 우진인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젓고 김치통 수십 개와 과일 상자도 수십 개 아공간에 넣었다.


“과일도 같이 보내게?”


“응. 놔두면 뭐해. 나눠 먹어야지.”


“하긴. 병원에는 많이 보내라. 에밀리하고 파밀라 두 녀석은 아주 과일이라면 환장하니까.”


“그래야지.”


원장, 부원장이 다 빠져서 고생하는데 과일쯤이야.


“이제 가자.”


“응? 너도 가려고?”


“나도 아저씨한테 인사해야지. 정령은 둘이 같이 갈 거야.”


그리고는 쌩하니 창고를 나가 정령 둘을 불렀다. 포르르 날아와 현준의 양쪽 어깨에 앉아서 손을 흔드는 녀석들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거참, 이상하네. 인간을 쉽게 받아들이는 놈들이 아닌데.”


[처음 마스터를 봤을 때보다 더 좋아하던데요?]


“그래?”


[네. 처음에는 호기심이다가 지금은 좋아합니다. 오히려 현준이 후보자가 안 된 게 더 이상하답니다.]


그래. 동물한테 사랑받는 쥐꼬리만 한 능력으로 후보자 됐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저 녀석이었으면 백 년도 못 버텼어.”


[확실히 그랬을 겁니다. 마스터에 비하자면 현준은 지나치게 마음이 여리니까요.]


누가 몰라? 굳이 비교는 왜 하는 거야. 우진이 입을 삐죽이다가 어느새 헤벌쭉 웃으며 정령들과 놀고 있는 현준을 데리고 아파트로 이동했다.


“집으로 와?”


“아니, 지하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바로 내려가자.”


“응. 오랜만에 아저씨 뵙겠네.”


“아저씨가 누구야?”


“응. 경호원 아저씨 있어. 인상은 험악한데 엄청 착하고 멋진 분이야.”


험악한 인상은 아니다. 단지 불곰을 좀 닮았을 뿐이지.


“준아, 다른 사람들 있을 때는 정령들하고 대화는 조심해.”


“음, 미친놈 취급하려나?”


“귀신하고 대화하는 줄 알걸?”


“왜 하필 귀신하고 비교해? 우리 정령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데!”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왜 이상한 부분에서 발끈하는 거야.


“진 나빠!”


“바보, 멍청이!”


“넌 그런 말 들어도 싸.”


[마스터가 잘못했습니다.]


이때다 싶어 약 올리는 두 놈에 노려보는 쪼꼬미 두 놈까지. 우진이 혀를 차고 집을 나서자 현준이 실실 웃으며 재빨리 따라붙었다.


그대로 지하까지 내려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주변을 돌아봤다. 낮이라 그런지 주차된 차들이 얼마 없었다.


“이브.”


[블랙박스, CCTV 통제했습니다.]


“아저씨는?”


[주차장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브의 말에 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빨리 아공간에 넣어둔 김치와 과일 상자를 꺼냈다. 순식간에 텅텅 비어버린 공간이 가득 찼을 때였다.


“진아, 트럭 들어오는데, 저 차 아니야?”


“맞아. 쪼꼬미들은 사람들 갈 때까지 조용히 있어.”


“응! 합죽이가 될 거야!”


“합!”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웠니? 우진이 실소를 흘리고는 앞으로 나가 손을 흔들자 차 속력이 높아졌다. 잠시 후 넓은 주차장을 통과해 앞에 멈춘 트럭에서 두 사람이 내렸다.


“안녕하십니까.”


“오셨어요? 일권씨도 오랜만이네요.”


“도련님, 현준님도 같이 계셨군요.”


“지금 휴가 중이라서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하하, 저야 똑같습니다. 그보다 지난번에 병원에 갔을 때는 바빠서 인사도 못 드리고 갔습니다.”


“에이, 그런 건 신경 쓰지 마세요.”


현준이 손사래를 치며 씩 웃자 우진이 상자 하나를 들어 트럭에 실었다.


“도련님, 제가 하겠습니다.”


“같이 하면 되죠.”


“그런데 뭐가 이리 많습니까? 김치 같은데 김장하셨습니까?”


“네. 이참에 많이 했죠. 지난번 과일 배달해준 곳은 배추김치 한 통, 깍두기 한 통, 과일 두 상자씩 주시고, 병원하고 아저씨 회사는 남은 거 나눠서 다 가져가세요. 아저씨 좋아하는 파김치하고 총각김치도 있으니까 익혀서 드시고요.”


병원에 줄 것까지 해서 잔뜩 했으니 내년 여름까지는 충분히 먹을 양일 것이다. 우진이 만족스럽게 웃다가 눈가가 붉어진 범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감격했네요. 저 덩치와 인상으로 저리 여릴 수 있다니 볼수록 놀랍습니다.]


말했잖아. 드라마 보면서도 우는 양반이라고. 덤으로 막장드라마 보면서 100% 몰입하는 능력까지 있다. 그것도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힘들게 고생하셨을 텐데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저도 불러주시면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아니, 굳이 안 그래도 됩니다만. 놀고먹는 일꾼들도 많으니까.


“두 사람 뭐해요? 농땡이 피우지 말라고!”


“간다, 가.”


현준의 재촉에 두 사람이 재빨리 김치통과 상자를 트럭에 실었다. 그렇게 십여 분이 지나 모든 상자와 김치가 실리자 우진은 몰래 아 공간에서 따로 준비한 쇼핑백 하나를 꺼냈다.


[괜찮을까요?]


‘괜찮아. 확실히 운동 능력이 뛰어나서 제법 뚫려 있거든.’


우진은 범호의 몸 상태를 꼼꼼하게 실핀 후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는 50대라도 오히려 운동을 안 하는 현준이보다 몸의 탁기가 덜했다.


물론, 일반인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최하급 약초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뭐 여차하면 몰래 몸을 개조해줘도 되고.


“아저씨, 이건 약초차니까 지난번에 준 차 다 마시면 마시세요. 절대 먼저 먹으면 안 됩니다. 가족들한테도 알려주시고요.”


“아! 약초로 만든 찹니까?”


“네. 약성이 강하니까 지난번 준 거 다 먹은 후에 먹으면 돼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도련님, 지난번에 준 차 말입니다. 그거 마시고 나면 이상하게 몸이 개운합니다. 그리고 땀에서 역한 냄새도 나고요.”


[통로가 좁아서 현준처럼 큰 변화는 없는 대신 꾸준하게 노폐물이 빠지고 있습니다.]


이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준이나 현수처럼 특이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은 이게 보통이었다.


“괜찮아요. 그거 몸속의 노폐물이 빠져서 냄새가 나는 거니까 오히려 갈수록 몸은 더 건강해질 겁니다.”


“어쩐지, 운동 후나 자고 일어났을 때 이상하게 몸이 가벼웠습니다.”


[본인은 무신경해서 모르는데 피부도 좋아지고 주름도 옅어졌습니다.]


뭐 그거야 약초차를 꾸준히 마시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까. 우진은 일권과 이야기를 나누는 현준을 불렀다.


“오늘은 시간이 없네요. 다음에 시간 내서 밥이나 같이 먹죠.”


“별말씀을요. 두 분은 바쁘신 것 같으니 그만 가보겠습니다.”


“네. 수고 좀 해주세요. 일권씨도 부탁할게요.”


“안녕히계십시오.”


“조심히 가세요. 다음엘 뵐게요!”


두 사람이 떠나자 우진은 정령들과 현준을 데리고 곧바로 정원으로 이동했다.


*


대서양 균열을 닫고 정원에 도착한 우진은 세계수에 등을 기대고 가부좌를 튼 채로 앉아 있는 현준을 보고는 멈칫했다.


“왜 저러고 있어?”


[마력과 자연친화력 훈련 중입니다.]


굳이 저 자세로? 뭐 무공처럼 수련이라도 한 대?


[기분이랍니다.]


“뻘짓은.”


정원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두 가지 힘은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굳이 세계수에 딱 붙어서 가부좌까지 틀고 앉아 있을 필요가 있나.


“아직 철이 들 덜었다니까.”


[귀여운데요.]


귀엽긴 개뿔. 몸에는 틈이 없을 정도로 정령들이 매달린 채 온몸을 기어 다니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덕분에 헤벌쭉 풀어졌다가 애써 정색하는 꼴을 보자니 한숨밖에 안 나왔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실컷 놀게 놔두시죠.]


그러니까 평범하게 놀면 되지, 굳이 꼴값을 떨어야 하냐고. 우진이 고개를 내젓고는 주방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진전은 있어?”


[정령들과 붙어 있어서 확실히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자연친화력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릅니다.]


“에르다가 잘 가르쳤나 보네.”


[현준을 아끼니까요.]


그러니까 이상하단 말이지. 에르다가 약간 푼수같이 보여도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감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아니, 안 좋다기보다는 무심하달까.


물론, 후보자는 반갑고 귀한 손님이니 예외로 두고. 어차피 후보자가 된 순간 이미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겠지만.


그런데 현준에게는 이상하게도 처음부터 호감이었지. 그뿐만 아니라 자연의 정령들도 현준을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확실히 저 녀석이 후보자감인데 말이지.”


[그렇죠. 왜 마스터가 됐을까요?]


“난들 알겠니.”


[어쩌면 기존 후보자들의 정신력이 너무 약해서 근원이 시험 삼아 정 반대 성격인 마스터를 선택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버티겠다 싶었던 거죠.]


응. 닥치렴. 이브의 말에 코웃음을 친 우진은 커피믹스 두 개를 컵에 타서 거실 소파에 앉았다.


“영물들은 계속 위에 있어?”


[네. 비행 능력을 배운 후로는 세계수 가지에서 잘 안 내려옵니다.]


“율이는?”


[율이는 동물들과 놀다가 지금은 혼이 물고 올라갔습니다. 아무래도 현준이 오고부터는 낯설어서 잘 안 내려오는 것 같습니다.]


하긴, 아무리 제 친구라지만 인간에 대한 인식이 나쁜 영물들 입장에서는 경계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겠지.


“특별한 일은 없지?”


[뭐가 말입니까?]


“인간들. 나쁜 짓 하는 놈들은 없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조심하는 분위기죠.]


어째 부정적이네. 하긴, 인간이니까.


“있으면 말해줘.”


[직접 처리하시게요?]


“아니. 각 정부에 증거 보내서 처리하게. 아니다, 나한테 말하지 말고 범죄가 일어나면 즉각 각 정부에 보내. 특히 마약 같은 건 시도할 기미만 보여도 보내버리고.”


[알겠습니다.]


가만히 놔두면 또 과거 꼴 날 테니 초장에 뿌리를 뽑아야지.


“아참, 세계수 영역 어디까지야?”


[한반도 전체 포함됐습니다.]


“진짜? 제주도랑 백두산도?”


[세계수 성장은 에르다가 매일 해주고 있어서 빠르니까요. 두만강 반 정도까지 영역으로 들어갔습니다. 둥글게 원을 그린 영역이라 중국, 일본, 러시아 일부도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세 나라는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쩌겠어. 언젠가는 지구 전체와 차원도 덮을 정도로 성장해야 하니까.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구 멸망부터 막아야겠지만.


“생각보다 빨랐어.”


처음에는 언제 성장시켜서 한반도를 지키나 했는데.


[그러니까요. 이런 성장은 기록에도 없습니다.]


“한반도 전체라. 좋은데?”


[영역이 늘어난 만큼 큰 문제는 안 터질 겁니다.]


그렇지. 그게 중요하다. 한반도에 재해가 터져도 세계수가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을 테니까. 세계수 덕분에 세계수의 안전은 확보한 것이다.


[두만강 위쪽 숲도 두 달 안에 완성될 것 같습니다.]


“두 달이면 딱 3월 봄이네.”


이제 슬슬 두 번째 숲을 만들 곳을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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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외전. 정령과의 계약 23.10.30 662 25 13쪽
149 외전. 진화 +1 23.10.30 673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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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잔뜩 챙겨와 23.10.28 758 25 11쪽
146 일거리가 확 줄었다 23.10.27 768 29 14쪽
145 축하 파티 +1 23.10.26 752 28 11쪽
144 이렇게 간단한걸! +2 23.10.25 760 30 11쪽
143 면담 좀 하자 23.10.24 794 30 15쪽
142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23.10.23 771 31 12쪽
141 차원 격류 23.10.22 776 30 12쪽
140 출입금지구역 23.10.21 791 29 14쪽
» 세계수 영역 +2 23.10.20 808 34 11쪽
138 김장 23.10.19 798 31 12쪽
137 조용하니까 불안하다 23.10.18 816 33 11쪽
136 싹 뜯어고치자 23.10.17 860 30 13쪽
135 소개 23.10.16 893 35 13쪽
134 진실 23.10.15 922 35 14쪽
133 사고 +1 23.10.14 928 38 14쪽
132 오랜만에 좀 쉬자 +3 23.10.08 1,059 43 13쪽
131 왜 지구만! 23.10.07 1,007 41 13쪽
130 기부와 거래 23.10.06 981 39 13쪽
129 화물기 재개 23.10.05 1,010 36 14쪽
128 역시 혼자는 힘들어! +1 23.10.04 1,026 37 13쪽
127 절망과 기적 +1 23.10.03 1,039 43 12쪽
126 왜 꼭 한꺼번에 터질까(2) +3 23.10.02 1,030 40 11쪽
125 왜 꼭 한꺼번에 터질까 23.10.01 1,084 41 13쪽
124 일행 아니다 23.09.30 1,132 39 14쪽
123 새로운 보금자리 +1 23.09.29 1,172 4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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