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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바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관리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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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담바라기
작품등록일 :
2023.06.30 18:49
최근연재일 :
2023.10.31 20:03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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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80,210

작성
23.10.0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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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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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13쪽

왜 꼭 한꺼번에 터질까

DUMMY

우진과 에르다가 토네이도의 발생지인 덴버 외곽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어진 상황이었다.


하늘은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였고 토네이도를 따라 점점 거세지는 강풍은 주변의 모든 걸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와우, 이런 모습 오랜만이네. 역시 자연은 위대해!”


“지금 감탄할 때냐? 도시로 들어가기 전에 막아야지!”


“쳇! 알았어. 왼쪽은 내가 맡을게 나머지는 진이 알아서 해!”


그리고는 쌩하니 시카고 방향으로 이동한 토네이도를 따라가는 모습에 우진도 반대로 라스베이거스 방향의 토네이도를 앞질러 가서 그 앞을 막아섰다.


“미국 땅 덩어리가 지랄인가. 여긴 왜 툭하면 토네이도가 생기는 거야.”


[우선 막기나 하시죠. 태풍 영양권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


우진은 손가락을 튕겨 주변을 모조리 빨아들일 듯한 기세로 회전하는 토네이도를 감쌌다.


그러자 일순 회오리치던 주변이 가라앉고 우진은 곧바로 막을 통과해 중심부로 들어갔다.


“대단하네.”


토네이도 위력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가까이 다가온 건 처음이라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온통 황토색 바람 사이로 뽑힌 나무와 돌, 잡동사니가 회전하는 모습이 가히 장관이랄까.


“이 정도는 되니까 집이 날아가는 건가.”


[그대로 내버려 뒀다면 최소 두 배는 커졌을 겁니다.]


그전에 막았잖아. 그럼 된 거지 뭐.


“역시 뭐든 직접 겪어봐야 한다니까.”


사진이나 영상으로 볼 때와는 그 격차가 어마어마했다. 만약 자신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였다면 칼바람에 난도질 수준으로 찢겨나갈 만큼 날카롭달까.


하긴, 무거운 대형 가전 같은 것도 날려버리는데 인간쯤이야. 아마 팔랑개비 수준으로 날아가겠지.


혀를 내두른 우진은 손을 뻗어 바람의 겉면을 훑으며 거친 회전에 맞춰 자연스럽게 마력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회전하던 바람이 점차 약해지다가 어느 순간 뚝 멈추며 흩어졌다. 동시에 후두둑 떨어지는 것들을 모아 아공간 안으로 던져 넣었다.


“에르다는?”


[벌써 끝나고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마스터가 늦은 거죠.]


뭘 얼마나 늦었다고. 우진이 입을 삐죽이다가 보호막을 해제했다. 토네이도는 사라졌지만, 태풍은 여전했다.


거기다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자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에르다가 훌쩍 뛰어내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헤에? 저거 놔두면 난리 나겠는데? 태풍은 어쩔 거야?”


“잠깐만. 이브, 풍속이 어느 정도야?”


[시속 270km로 태풍을 잠재우지 않으면 피해가 클 겁니다.]


어쩐지. 그 정도면 역대 순위에도 들어갈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이대로 놔두면 또다시 토네이도를 만들어낼 터라 우진은 하늘을 보다가 에르다를 향해 말했다.


“에르다, 태풍 좀 없애야겠다.”


“진은?”


“나는 너처럼 자연스럽게 못 해.”


“웃기고 있네. 하기 싫어서 그런 거잖아? 누가 모를 줄 알아?”


그럴 리가 있겠니. 물론, 귀찮은 건 사실이지만, 에너지도 아끼고 좋잖아? 능력 빵빵한 고대 정령이 있는데 굳이 고생할 필요도 없고.


“에르다, 너는 실컷 놀았지만, 나는 아니다? 내가 혼자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리 심한 막말을 하냐?”


“허, 웃겨 정말.”


“시끄럽고. 빨리 가서 없애라니까. 안 그러면 못 놀게 할 거야.”


[심보 참 고약하네요.]


뭘 새삼스럽게. 우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에르다를 향해 하늘을 가리켰다.


“저걸 봐. 양심 없니?”


[마스터가 양심을 따지다니.]


무슨 소리야? 양심 하면 강우진인데.


“자자, 그만 뻐팅기고 빨리 가서 처리해.”


“아, 진짜! 두고 봐. 다음에는 어림도 없어!”


두고 보자는 놈 하나도 안 무섭더라. 우진이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에르다가 약이 바짝 오른 표정으로 하늘로 올라갔다.


순식간에 아득한 상공을 지나 태풍의 눈까지 도달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우진의 표정이 일순 굳어졌다.


“균열이야? 지진도 있는 것 같은데?”


[지진 동반한 시애틀 균열입니다. 그리고 포틀랜드와 샌프란시스코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설마, 유럽 같은 경우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쓰나미까지 대비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이런, 씨.”


또 정신없겠구나. 어쩐지 이쪽만 조용하더라니.


<에르다, 서둘러. 대형 균열이다.>


<악! 왜 또?>


난들 알겠니. 우진이 혀를 차고 가장 시급한 시애틀로 이동했다. 균열을 느끼고 바로 왔는데도 지진부터 터지며 이미 상황은 개판이었다.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 때 같은데?”


[그래도 아시아처럼 한꺼번에 터지진 않았습니다.]


물론, 그렇지만 진행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 이미 바다는 높아진 파도로 거칠게 출렁이고 있었고, 해안가 도시는 도망치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으로 변해 있었다.


“젠장. 예고나 좀 해주든지!”


[재난이 친절할 리가요. 그보다 6.7입니다. 더 커지기 전에 균열부터 막으세요.]


“알아!”


지진보다는 균열이 우선이었다. 만약 여기서 더 커지면 그야말로 재앙일 테니까.


점점 파도가 높아지는 모습에 우진은 급히 해안가 전체로 쓰나미를 대비한 막을 치고 점점 커지는 균열부터 막았다.


[7.1입니다.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안 되겠다. 이브, 인간들한테 경고부터 해. 지하철 멈추고 에너지가 모이는 곳 전부!”


[뭐라고 할까요?]


“밖으로 나오라고! 다른 도시는 안전한 곳까지 안내해주고!”


[알겠습니다.]


이브가 뭐라고 경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안이나 건물 안에서 꼼짝도 안 하고 숨어 있던 인간들과 동물들이 속속 밖으로 튀어나왔다.


우진은 그런 사람들과 동물들을 공중으로 띄우고 지진의 중심부를 안정화할 때였다.


<진! 끝났어. 어디부터 가?>


[샌프란시스코부터 가라고 하세요.]


<샌프란시스코! 이브가 인간들한테 경고 보낼 거야. 밖으로 나오면 안전하게 보호해. 균열은 즉시 닫고 쓰나미 대비하고.>


<알았어!>


유럽이나 아시아 지진 때도 미리 경고했으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그런 생각 자체를 못 했다.


우진이 아쉬움에 혀를 차며 쩍쩍 갈라진 땅을 원래대로 복구시켰다. 잠시 후 완전히 진동이 멈추자 우진이 한숨을 내쉬고 몸을 바로 했다.


[포틀랜드로 바로 가시죠. 곧 터질 것 같습니다.]


“잠시만.”


다행히 쓰나미는 무사히 막은 것 같다. 해안가를 감싼 막을 해제하고 공중에 있던 인간들과 동물들을 안전하게 땅에 내려준 후에야 포틀랜드로 이동했다.


*


삐삐삐삐삐!


도시 전체로 날카롭게 울리는 경보음 소리에 창고에 있던 테드가 화들짝 놀라 집안으로 들어왔다.


때마침 주방에 있던 그의 아내 노라 또한 긴장한 얼굴로 달려와 남편의 손을 잡았다.


“테드, 이게 무슨 소리야?”


“그, 글쎄. 경보음 같은데.”


“설마, 전쟁이라도 터진 거 아니겠지?”


“그럴 리가!”


무기란 무기는 다 사라졌는데 전쟁이 터질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사이렌 소리와는 다른 경보음이었다.


“잠시만 있어 봐.”


두려움에 부들부들 떠는 노라의 어깨를 꾹 눌러 진정시킨 그는 여전히 요란하게 울리는 경보음에 집 안 구석구석을 살폈다.


“이상하네? 집안에서 나는 소리는 아닌데.”


“당연하잖아? 집안에 이런 소리를 내는 건 없어!”


그럼 이 소리는 뭔데? 고개를 갸웃거린 테드는 혹시 싶어 창밖을 내다보다가 곧 눈앞에 생긴 붉은 메시지에 두 눈을 크게 떴다.


{균열 발생! 대형 지진이 곧 터질 겁니다. 포틀랜드 인간들은 당장 건물 밖으로 나와서 화살표 방향으로 움직이세요.}


“이, 이게 뭐야?”


균열에 지진이라고? 설마 제 눈에만 보이나 싶어 고개를 휙 돌린 그는 곧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굳은 노라를 보며 물었다.


“노라, 이거 보여?”


“보, 보여. 이게 뭐야? 균열? 지진?”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나가자!”


“하, 하지만 무턱대고 나가도 되는 거야?”


“만약 진짜 대형 지진이면 집안이 더 위험해. 유럽이나 아시아 지진 때 영상 봤잖아!”


유럽도 아시아도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모두 기적처럼 살아있었다. 그리고 사망자 대부분이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그 사실을 떠올리자 머뭇거리던 노라도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아기가 있는 방안으로 달려갔다.


노라가 가방에 아이의 용품을 쓸어 담듯이 담고 아기의 몸에 띠를 두르고 어깨에 걸쳤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사이 테드 또한 방에서 대형 이동장을 꺼내와 고양이들이 있는 캣타워 앞으로 달려갔다.


“루나, 레오! 너희도 가자!”


냐앙?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어.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하니까 아빠가 나중에 말해줄게!”


테드가 빠른 손놀림으로 루나와 레오부터 이동장에 넣어주고, 그다음으로 숨숨집 안에 있는 새끼들 다섯 마리도 부모 품으로 넣어주었다.


“테드! 준비 다 했어.”


“나가자!”


한 손엔 이동장을 들고 한 손으로 노라의 손을 잡은 테드는 급히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비단 테드 부부만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공중에 커다랗게 뜬 화살표 방향으로 달려갈 때였다.


쿠르르르릉! 쩌저적! 쾅!


“꺄아아악!”


“지, 진짜 지진이야! 피해!”


“달려요! 멈추지 말고 달려!”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에 달리던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주저앉았다가 누군가의 큰소리에 벌떡 일어나 앞만 보고 달렸다.


여기는 도심지 중심이라 사방이 건물이었다. 만약 건물이 무너지면 기껏 빠져나오고도 위험할 수도 있었다.


“테드! 나, 헉···힘들어.”


“노라, 조금만 힘내. 화살표 방향이 공원이야! 공원까지만 가면 안전할 거야.”


도심지에서 외곽으로 빠져나가기에는 늦었다. 그나마 넓은 공터라면 공원이 전부인 데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도 그곳이었다.


진동이 점점 거세지다가 건물 하나가 쩍 소리가 나며 와르르 내려앉는 모습에 밑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악! 살려줘!”


“헉! 저게 뭐지? 멈췄어!”


“멈춘 게 아니야! 뭔가가 받치고 있다고!”


“지금 그게 중요해? 당장 뛰어!”


무언가가 무너지는 건물을 받친 모습이 보였지만, 그걸 판단할 정신이 없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들이 다시 공원으로 달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악! 모, 몸이 떠오르고 있어!”


“뭐, 뭐야!”


“으아아아! 이게 뭐야!”


미친 듯이 질주하던 사람들과 동물들이 한꺼번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하늘을 까맣게 뒤덮을 정도로 사람들과 동물들이 넘쳐놨다.


처음에는 허둥지둥 난리를 피우던 사람들은 이내 발밑에서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모습을 보고는 입을 합 다물었다.


“미쳤어. 완전히 지옥이잖아!”


누군가가 외친 말에 주변에 있던 모두가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자신들이 지상에 남아 있었다면 필시 건물에 깔려 압사당했을 것이다. 그만큼 지상은 종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지옥이었다.


“테드, 우리 집이···!”


“···무너졌군.”


조금만 늦었어도 정말 큰일 날뻔했다. 안도와 공포가 가득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킨 그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살아남았으니까 괜찮아. 감사하자고.”


“그래야겠지?”


하루아침에 집을 잃었지만, 그래도 가족 중 누구 하나 다친 사람 없이 살아남은 것도 기적이었다.


노라가 애써 울음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일 때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사람들은 자신들을 살려준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수호신일까?”


“그렇겠지. 수호신이 아니면 말이 안 되잖아.”


절대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모두 저기 봐!”


“멈췄어.”


“세상에. 신이시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지진은 멈췄지만, 또다시 진동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번은 단순한 지진에 의한 진동이 아니었다.


계곡처럼 깊게 갈라졌던 땅이 진동과 함께 밑에서부터 위까지 매끈하게 메꾸어지는 게 훤히 보였던 탓이다.


“정말, 미쳤군.”


“원상태로 돌아왔어.”


엉망진창으로 무너진 건물만 아니었다면, 지진이 있었다고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땅이 갈라졌던 흔적조차 없었다.


죽다가 살아난 기적을 경험한 사람들 사이로 새삼 수호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경외감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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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외전. 진화 +1 23.10.30 673 32 12쪽
148 늘 푸른 지구 (완결) +6 23.10.30 748 31 13쪽
147 잔뜩 챙겨와 23.10.28 758 25 11쪽
146 일거리가 확 줄었다 23.10.27 768 29 14쪽
145 축하 파티 +1 23.10.26 752 28 11쪽
144 이렇게 간단한걸! +2 23.10.25 760 30 11쪽
143 면담 좀 하자 23.10.24 794 30 15쪽
142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23.10.23 771 31 12쪽
141 차원 격류 23.10.22 776 30 12쪽
140 출입금지구역 23.10.21 791 29 14쪽
139 세계수 영역 +2 23.10.20 807 34 11쪽
138 김장 23.10.19 798 31 12쪽
137 조용하니까 불안하다 23.10.18 816 33 11쪽
136 싹 뜯어고치자 23.10.17 860 30 13쪽
135 소개 23.10.16 893 35 13쪽
134 진실 23.10.15 922 35 14쪽
133 사고 +1 23.10.14 928 38 14쪽
132 오랜만에 좀 쉬자 +3 23.10.08 1,059 43 13쪽
131 왜 지구만! 23.10.07 1,007 41 13쪽
130 기부와 거래 23.10.06 981 39 13쪽
129 화물기 재개 23.10.05 1,010 36 14쪽
128 역시 혼자는 힘들어! +1 23.10.04 1,026 37 13쪽
127 절망과 기적 +1 23.10.03 1,039 43 12쪽
126 왜 꼭 한꺼번에 터질까(2) +3 23.10.02 1,030 40 11쪽
» 왜 꼭 한꺼번에 터질까 23.10.01 1,084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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