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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바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관리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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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담바라기
작품등록일 :
2023.06.30 18:49
최근연재일 :
2023.10.3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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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80,210

작성
23.10.0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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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절망과 기적

DUMMY

{재앙은 멈췄습니다. 인간들은 힘을 합쳐 폐기물을 매립지 한곳에 모으고 아픈 아이들은 각 지역 가까운 병원이나 공터로 모이세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 데이비드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문이 벌컥 열리며 로이드가 허둥지둥 들어오는 모습에 손을 들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메시지가 하나가 아니었다. 피해 지원과 복구를 서두르라는 메시지를 읽은 그가 한숨을 내쉬며 털썩 앉았다.


“메시지 보셨습니까?”


“정부에 보낸 메시지까지 다 확인했습니다.”


“아! 그럼 바로 인력 투입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아픈 아이들은 부모들이 데리고 가겠지만, 혹시 모르니 방송도 내보내세요.”


“알겠습니다.”


로이드가 급히 나가고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를 때였다.


<로스앤젤레스 발전소 한 축이 무너졌다. 발전소는 문제가 없으니까 지반만 보수하고 중간 전압기 문제도 해결해.>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에 데이비드가 경기하듯 벌떡 일어났다.


“과, 관리자님!”


<왜?>


“감사합니다. 미국을 외면하지 않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륙 전체를 강타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재앙이었다. 그런 재앙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구원받았다. 데이비드는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약속을 지킨 것뿐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쯧, 이걸로 다 끝난 거 아니다. 언제 또 재앙이 터질지 모르니까 긴장 풀지 마.>


관리자의 단호한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멸망이 뜬 세계라고 했으니 이걸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전까지는 내심 멸망이라는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멸망이 아니고서야 이토록 끔찍한 재앙이 대륙마다 터질 리가 없으니까.


오히려 시일이 지날수록 더 거세질지도 모른다. 데이비드는 막막함에 탄식을 흘렸다가 이내 두 눈에 힘을 주며 표정을 굳혔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미국을 지켜주십시오.”


관리자가 외면하지 않는다면 더 큰 재앙이 덮친다고 해도 이번처럼 무사히 살아남을 것이다. 간절한 바람에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하면 어련히 지켜줄까. 그리고 한국에서 비행기에 들어가는 마력 발전기가 만들어지면 항공은 풀어주마. 단, 무역에 한해서니까 한국 정부와 대화해봐.>


여객선이 아닌 화물기만 풀어준다는 말이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이었지만, 그거라도 어딘가 싶어 그는 환해진 얼굴로 답했다.


“감사합니다.”


<바다는 완벽하게 정화되기 전에는 안 되니까 그리 알고.>


“알겠습니다.”


이 이상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더는 들려오지 않는 목소리에 데이비드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리고 로이드가 들어왔다.


“지시는 했습니까?”


“예. 인력은 각 주에서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일반 시민들도 스스로 돕고 있다고 합니다.”


“잘됐군요. 우선 지원이 급한 곳부터 해결합시다.”


“이미 재해 전담팀을 각 주로 보냈습니다.”


로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혹시 몰라 전담팀을 꾸리고 복구에 필요한 부분도 갖춘 상태였다.


“미리 준비해놓은 게 다행이군요.”


“예. 중장비는 각 주에서 투입하기로 했고 건설 회사에서도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래야죠. 아!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발전소 한 축이 무너졌답니다. 다행히 발전소에는 문제가 없다니 지반 보수만 하면 될 겁니다. 그리고 그쪽은 전압기 쪽에도 문제가 생긴 것 같으니 보수하라고 하세요.”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로이드가 나가고 TV를 틀었다. 그나마 워싱턴은 작은 자진을 제외하고 크게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 마력 발전소가 없었으면 큰일이 날뻔했군.”


단순히 내진 설계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력 발전소는 원자력발전소나 다른 발전소처럼 복잡하지 않으니 지진 같은 대형 재난에도 문제가 터지지 않은 것이다.


설사 무너졌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만약 원자력발전소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였다면 이번 재난뿐만 아니라 방사능누출이라는 더 큰 재앙을 맞이할 뻔했다.


“미국 전역이 후쿠시마 꼴 나는 거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진저리를 친 그가 뉴스 속보를 보며 탄식을 흘릴 때였다.


노크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부통령이 들어오는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마스,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대답과 달리 토마스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데이비드가 자리로 안내해 물 한잔을 따라 내밀었다.


물컵을 받아들고 벌컥벌컥 마신 토마스가 그제야 긴장이 풀어졌는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그러고 보니 따님이 로스앤젤레스에 갔다고 하셨지요? 괜찮은 겁니까?”


“무사합니다. 경고받고 바로 피한 덕분에 다친 곳도 없다고 하네요.”


천만다행이었다. 데이비드가 안도하자 토마스가 뉴스를 보다가 탄식을 흘리며 말했다.


“이번 지진 평균 8 이상이라더군요.”


“예. 직격타를 맞은 곳은 9 이상인 곳도 있다고 합니다. 워싱턴만 해도 4.7이었죠.”


미국 전역이 크고 작은 지진으로 엉망이었다. 그나마 인명 피해가 없다는 게 기적인 것이다. 그 이유야 뻔하다.


“관리자님이 미국을 외면하지 않으신 덕분에 무사한 겁니다.”


재난 상황이 왔을 때 지켜준다는 약속. 내심 의심하고 불안했던 그 약속이 지켜진 것이다.


실제 관리자가 보내준 경고로 지진이 오기 전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었으니까.


반대로 그 경고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아마 남은 미국의 인구 반이 또 사라지지 않았을까.


“정말, 신이 아닙니까?”


“글쎄요. 그분은 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인간인 내가 느끼기에는 신 같습니다.”


신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됐다. 데이비드의 말에 토마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


병원에 도착한 우진은 주변을 돌아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제법 큰 병원임에도 여기저기 무너지고 금 간 곳이 많았다.


게다가 피신했던 환자들이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는지 정리가 안 돼서 더 엉망이랄까. 의료기계와 수많은 침대가 여기저기 얽힌 채로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균열이 터진 곳을 제외하고 무사한 병원은 제법 많습니다. 여기도 바깥쪽 건물이 무너지긴 했지만, 안쪽은 무사하고요.]


“그런데 왜 안 들어가?”


[치료받고 싶은 거죠. 균열이 터진 곳은 상태가 심각했던 환자 중 죽은 인간도 일부 있습니다.]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


병원을 벗어나는 순간 의료기기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테니까. 하물며 이번에도 균열이 거의 동시다발로 열리는 바람에 곧바로 치료해주지를 못했다.


“응? 환자와 아이만 있는 게 아닌데?”


[장애를 가진 인간들입니다.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고 온 거죠.]


“하, 선천적인 장애는 시간이 걸리는데.”


[그래 봐야 별 차이도 없던데요?]


없기는! 신경 쓸 게 얼마나 많은데 그래?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하기에는 마음이 조금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지팡이 하나를 의지해 여기저기 사람에 치여 비틀거리는 시각장애인, 화상으로 엉망인 사람, 신체 일부가 없는 사람 등.


“내 만족이야. 찝찝한 것보다는 낫지.”


[됐고. 결정하셨으면 빨리 움직이세요.]


한다니까. 우진이 입을 삐죽이고 우선 급한 환자들의 병부터 말끔하게 치료했다.


[좋아하네요.]


당연히 좋아해야지. 환자들이 벌떡 일어나 오두방정을 떨며 환호할 때 병원 관계자들이 눈치 빠르게 빈 침대를 치우고 치료된 환자들을 한쪽으로 분리했다.


덕분에 빠르게 정리되는 상황을 보다가 가까이 다가가 다음으로 아이들을 치료했다.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아이부터 사고로 다친 아이 등.


[신이 된 기분이 어떻습니까?]


‘시끄러워.’


신은 개뿔. 치료된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찬양에 또다시 진저리를 친 우진은 침대 하나를 가져와 어느새 넓게 공간을 비운 사이에 뒀다.


그 위에 신체 일부가 없는 사람을 재워 눕히고 치료를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잘려나간 신체가 자라는 모습을 본 사람들의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재생은 마력이 많이 들어.’


[그래 봐야 바다에서 한 바가지 퍼낸 수준이지만요.]


일일이 반박하지 말라니까. 다른 치료에 비해서 많이 든다는 말이라고.


‘쯧, 한국에서도 안 해줬는데.’


[시간 나면 해주시죠.]


안 그래도 그럴 거야. 물론, 그럴 시간이 있어야겠지만.


[그보다 어떻습니까?]


‘뭐가?’


[이젠 진짜 수호신 대접 받을 것 같은데요?]


잘린 신체 재구성하는 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오히려 선천적인 장애를 고치는 게 더 힘들었다. 특히 눈이나 귀.


시신경이 연결이 끊긴 게 대부분인 데다 실타래처럼 엉망으로 꼬여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걸 다 일일이 풀고 연결해야 하니까. 아니면 잘라내고 다시 연결하거나.


그래도 하다 보니까 이것도 숙달이 되나 보다. 정신없이 치료하자 어느새 끝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온몸이 화상으로 엉망인 남자를 치료한 후 자리를 떴다.


“화상통이 가장 고통스럽다던데. 그런 몸을 하고 잘도 견뎠네.”


[전직 소방관이었습니다. 휴일에 아이를 구하려고 장비도 없이 뛰어든 거죠.]


“그래? 음, 고쳐주길 잘했네.”


그런 사람이라면 고쳐줘야지.


“이브, 급한 환자가 있는 곳부터 가자.”


[균열이 터졌던 곳으로 가면 됩니다.]


그런 곳이 한두 개야? 혀를 찬 우진이 가까운 도시로 이동했다. 거기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바글바글 모인 환자들부터 치료하고 그 이후 아이들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까지 치료하자니 정말 끝도 없었다.


중간에 균열도 닫아가며 도시와 공원 수십 곳을 이동하면서 치료하는 일에만 전념했다.


“역시 희귀병은 손이 많아 가.”


[처음부터 싹 뜯어고쳐야 하니까요.]


“그러게. 그걸 치료라고 할 수가 있나.”


엄연히 따지면 치료가 아니었다. 그냥 몸속의 모든 장기와 혈액, 세포를 정화하고 육체 또한 처음부터 새롭게 구성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다.


게다가 뭔 병의 종류도 그리 많은지. 특히 희귀병은 재발 확률도 있어서 조심해야 했다. 그래도 적은 마력이나마 넘겨줬으니 앞으로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에르다는 잘하고 있어?”


[네. 거기도 환자와 장애인들 치료까지 다 해주고 있습니다. 속도가 빠르니까 이젠 마스터만 빨리하면 됩니다.]


“그만 좀 쪼아라.”


에르다하고 달리 중간중간 균열 닫느라고 시간이 걸린 거잖아!


“다른 놈들은 뭐해?”


[에르다 기다리며 열심히 먹고 있죠.]


“하, 부러운 놈들.”


팔자가 아주 편하구나.


“다음에 또 지진 터지면 다 소환해버려야지.”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하시고 다 왔습니다.]


알아. 눈에 뻔히 보이는데 모를 리가 있나. 우진은 차도까지 막힐 정도로 모인 인파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더럽게 많네.”


이걸 다 언제 치료하나. 한숨을 내쉬고 급한 환자들부터 치료했다. 시작도 전에 질릴 정도였지만, 인내하며 치료하다 보니 어느새 끝이 보였다.


그렇게 다시 이동하고 치료하고를 반복하자 미국과 캐나다, 그린란드는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제 부르지 마!>


남아메리카도 끝났구나. 그보다 별 차이도 없는데 쪼아댄 거야.


“내가 더 빨리 끝났는데?”


[그쪽은 나라도 균열도 몇 개 더 많지 않습니까. 비교할 걸 하세요.]


누가 뭐래?


<에르다, 고생했어.>


<흥! 알면 부르지 말라고!>


<예예. 노력하겠습니다.>


여차하면 또 불러야 하겠지만, 지금 그런 말을 했다가는 진짜 난리가 날 터라 우진은 굳이 사족을 달지는 않았다.


“이제 좀 쉬고 싶은데!”


고개를 휙 돌린 우진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다. 동시에 머릿속에서 연달아 울리는 목소리에 혀를 찼다.


<나 안가!>


[마스터, 북극해에 대규모 균열입니다. 주변으로 에너지가 모이는데요?]


진짜 돌아버리겠네.


<에르다, 한 번만!>


<혼자 할 수 있잖아? 안 갈 거니까 알아서 해!>


매정한 것. 입을 삐죽인 우진이 북극해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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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이렇게 간단한걸! +2 23.10.25 760 30 11쪽
143 면담 좀 하자 23.10.24 794 30 15쪽
142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23.10.23 771 31 12쪽
141 차원 격류 23.10.22 775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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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조용하니까 불안하다 23.10.18 816 33 11쪽
136 싹 뜯어고치자 23.10.17 860 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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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진실 23.10.15 922 35 14쪽
133 사고 +1 23.10.14 928 38 14쪽
132 오랜만에 좀 쉬자 +3 23.10.08 1,059 4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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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기부와 거래 23.10.06 981 39 13쪽
129 화물기 재개 23.10.05 1,010 36 14쪽
128 역시 혼자는 힘들어! +1 23.10.04 1,026 37 13쪽
» 절망과 기적 +1 23.10.03 1,039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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