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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달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칸슬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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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다미달
작품등록일 :
2022.08.01 22:22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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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1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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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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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
글자수 :
1,060,207

작성
22.09.0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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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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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엇갈림 (2)

DUMMY

타샤는 절대로 아간을 쳐다보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눈길이 갔다.


"할 말 있으면 해."


열 번을 넘어 열한 번째 아간을 쳐다보려던 타샤는 화들짝 놀랐다.


"없어요!"

"있는 것 같은데. 소시지가 맛이 없어?"


타샤는 도리질을 치며 소시지를 크게 한 입 먹었다. 디아프는 그런 타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곧바로 따라했다.


아간은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


디아프와 타샤를 무사히 찾아서 다행이었다.


아간은 수중에 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음식 마음껏 먹이는 데에 부족함은 없었다.


아간은 돈이 텅텅 비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었다.


세 사람은 교외에 나와 있었다. 야트막한 동산에 올라와 있어서 주변 광경을 구경하기 좋았다.


겨울이었다면 진작에 밤이 되었을 시간. 하지만 여름이다 보니 아직 해가 하늘에 떠 있었다.


교외에는 도시 안과 비교해도 볼거리가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더욱 재밌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마상 경기 때문이었다.


양치기가 쓰는 땅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양들은 잠시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있었다.


경기장은 세 사람이 있는 곳으로부터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함성 때문인지 가깝게 느껴졌다.


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달려나가는 두 필의 말. 그 위에 올라탄 기사가 벼락 같은 외침과 함께 창을 내뻗었다. 와자작!


창은 실전에서 쓰는 것과 달리 쉽게 부서졌다. 굳이 피를 보여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싸움판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구경꾼들이 마상 시합을 보러 갔는지 한산해보였다.


아간은 혹 그레로가 싸움판 근처에 있는지 찾아보았다. 등이 굽은 사람이 몇 명 있었지만 그레로는 없었다.


아간은 아이들이 어느 쪽을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둘 다 어느 곳도 보고 있지 않았다. 디아프는 그렇다쳐도 타샤는 의외였다.


좋아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그것보다 타샤는 아간 쪽을 보려고 했다.


아간은 타샤가 말 꺼내길 기다리려다 포기했다. 이러다 성소원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안 꺼낼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던 아간은 먼저 편하게 속내를 꺼내기로 했다.


"오늘 고마워."

"네?"

"디아프랑 계속 놀아줘서. 디아프가 낯을 많이 가리거든. 수줍음도 많이 타고."

"아."


타샤는 우유통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디아프에게 통을 건네주었다. 디아프는 느릿하게 고개를 돌리더니 받았다.


디아프는 물 대신 우유로 세수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온 얼굴에 우유가 잔뜩 묻고 말았다.


타샤는 소매로 디아프 얼굴을 닦아주었다.


"디아프는 싫증 하나 부리지 않아서 좋아요."

"음? 무슨 소리지?"

"옆에서 계속 말 걸어도 저리 가라고 밀치지 않잖아요. 뭐라 하든 묵묵히 들어주죠. 재미 없는 농담도 말이에요."


아간은 미소를 지었다.


"디아프가 인내심이 많은 편이긴 하지."

"그렇죠? 어쩔 때는 제 얼굴을 똑바로 바라봐줄 때가 있어요. 무슨 말이라도 할 것처럼 말이에요."

"한 적 있어?"

"아뇨. 근데 할 것 같아요. 조만간."

"정말?"

"느낌이 그래요. 확실하진 않지만."


타샤는 눈길을 슬그머니 돌렸다. 타샤는 입을 오물거리더니 마침내 말을 꺼냈다.


"그리고 저도 고마워요."

"뭐가?"

"딸이라고 해줘서요. 그냥 디아프 친구라고 해도 되는데."


아간은 이제야 이해했다. 왜 타샤가 계속 눈치를 봤는지를. 아간은 뭐라 해야 할지 몰라 볼만 긁었다.


"아빠도 절 잘 대해줬어요. 근데 항상 '야. 어이.' 이런 식으로만 불렀거든요. 그게 조금 섭했죠."

"그렇구나."


아간은 지나가듯이 물었다.


"아빠는 어디 계셔?"

"몰라요. 그냥 어디에든 있다고 아빠가 그랬어요. 자기는 재주꾼이니까 항상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그렇구나."


이것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타샤도 동의했다.


"네. 그래요."


세 사람은 말없이 주변 풍광만 구경했다. 디아프가 남은 소시지를 우물우물 씹는 소리만이 들렸다.


"근데 아저씨는 직업이 뭐예요?"


타샤가 침묵을 뚫고 물었다. 아간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랑할 만한 건 아냐."

"왜요?"

"좀 냄새 나는 일이거든. 혹시 나한테 냄새 나니?"

"아, 아까부터 구리구리한 냄새 나던데. 이게 아저씨한테 나던 거였어요?"


아간은 얼굴이 찌푸려지는 걸 필사적으로 참았다. 그토록 박박 닦았는데도 이 빌어먹을 냄새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군.


"하지만 저희에게 사준 소시지, 일해서 번 돈으로 산 거잖아요?"

"뭐. 그렇지."

"그럼 자랑 못 할 게 뭐 있어요."

"그런가?"


타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간과 디아프는 동시에 멍하니 타샤를 바라보았다.


"저기, 아저씨.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요."

"이제 곧 있으면 돌아가야 해."

"여기서 멀어요?"

"어디가?"


아간이 물었다. 타샤는 두 팔을 활짝 펼치며 말했다.


"아저씨 사는 곳이요. 멀지 않다면 한 번 가보고 싶어요."



******



라이트는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당장 몸을 일으켜 도망쳐야 한다고 머리가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몸은 머리의 명령을 철저히 거부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따르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었다.


"아, 아."


목에서 쇳소리가 났다. 장시간 잠을 자서 그런 게 아니었다. 의문의 습격을 당한 뒤로, 그의 몸은 모든 면에서 정상이 아니었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두통과 허리를 두 동강 낼 것 같은 격통. 온 세상을 침묵시킬 만큼 거대한 이명과 입안에서 느껴지는 피 맛은 라이트의 정신을 계속해서 시험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숨이 가빠져 이러다 호흡 곤란으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라이트는 눈을 질끈 감고서 마음을 다스리려 애썼다.


호흡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침묵하던 세상이 다시 입을 열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세상에 홀로 있는 것 같은 우울하고 고독한 감각이 점차 씻겨내려갔다.


라이트는 목을 가다듬었다.


"아간. 왔어?"


대답이 없었다. 아들과 축제를 즐기러 갔다더니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라이트는 아간이 얼른 왔으면 싶었다. 누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홀로 일어서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러나 그간 자신을 간호했다는 걸 생각하면 차라리 실컷 놀고 오는 게 좋을 듯했다.


"이참에 혼자 해보는 것도 좋겠지."


라이트는 아간이 올 때까지 스스로 일어서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그때 누군가 집으로 걸어왔다.


라이트는 퍽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도움 없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줄 참이었건만. 아간을 깜짝 놀라게 한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힘겹게 상체를 일으킨 라이트는 문가를 쳐다봤다. 발자국 소리가 문쪽으로 다가오는 듯하더니 그대로 지나쳤다.


라이트는 고개를 갸웃했다.


'벌써 온 걸까?'


하지만 귀를 아무리 기울여봐도 아간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멀리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환호성 외에는.


라이트가 계속 소리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발자국 소리가 어느 지점에서 멈췄다. 라이트는 그곳이 어디인지 어렵잖게 알았다.


"아간. 벌써 들어왔어?"


라이트는 되도록 목소리를 크게 내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 아파서 잘 나오지 않았다.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설마 도둑일까. 그럴 리가 없다. 털 곳이 없어서 설마 무두장이가 사는 집을 털까.


게다가 소리는 작업장 근처에서 끊어졌다. 전문적으로 오물을 퍼다 나르는 사람도 냄새 때문에 작업장 안으로 들어오기 싫어한다.


그런 마당에 세상 어느 누가 그곳에 들어간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간 말고는 올 사람이 없었다.


라이트는 결심했다. 일어서서 직접 보기로.


"으음."


바닥에 손을 짚고 힘을 주자 갈비뼈와 허리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라이트는 들끓는 듯한 신음을 내었다.


한 팔로 일어나려니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라이트는 상체를 벽에 기댔다. 벽을 목발 삼아 일어날 생각이었다.


땀이 쉬지 않고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진통제를 먹고 싶었다. 그러면 이 끔찍한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의원 말로는 하루에 두 알만 먹으라고 권유했다.


라이트는 이미 아침에 한 알을 먹은 상태였다. 나머지 한 알은 저녁에 먹어야 했다.


건강한 자라면 몇 초만에 일어났을 시간. 그러나 라이트는 달팽이가 봐도 느리다고 평가할 만큼 아주 천천히 일어났다.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난 라이트는 녹초가 되었다. 기껏 일어났건만 다시 드러누워 잠에 빠져 들고만 싶었다.


라이트는 미소를 지었다. 딱히 어떤 뜻을 갖고 한 건 아니었다. 단지 정신과 육체를 환기시키기 위함이었다. 웃음은 신선한 공기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라이트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바람이 불었다. 상쾌하진 않았다.


라이트는 작업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라이트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걸어갔다. 발이 질질 끌렸다.


"아간?"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라이트는 걸음을 멈췄다. 집과 작업장 사이에는 울타리나 벽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집 벽에 의지하여 걸었지만 이젠 그럴 수도 없었다.


라이트는 침을 삼켰다. 침은 약처럼 쓰디썼다.


"안에 누가 있는 거요?"


이젠 아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라이트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라이트는 기침을 했다. 누가 목을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


라이트가 혼미한 정신으로 목을 가다듬고 있을 즈음. 누군가 밖으로 나왔다. 그는 굉장히 놀란 얼굴로 라이트를 보고 있었다.


"자네···."


고통 때문에 시야가 흐려졌다. 라이트는 상대 얼굴을 자세히 보려고 했다.


상대가 다시 말을 걸었다.


"집에 어제 온 거야?"

"로미어?"


라이트는 목소리를 듣고 알아차렸다. 고통보다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다.


"얼마 전에 왔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빴나 보군?"


오물꾼, 로미어는 여전히 당혹감에 젖어 있었다. 설마 라이트랑 마주칠 줄은 몰랐던 것일까. 로미어는 무언가 숨기는 것처럼 손을 뒤로 돌렸다.


"그, 그래. 일이 바빠서 못 왔어. 몸은 어떤가?"

"어때 보여?"

"많이···다친 것 같군."


라이트는 짐짓 쾌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못 걸을 정도는 아니야. 봐봐. 혼자 이렇게 나왔잖아."


라이트는 다리를 번쩍 들어보이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엄지 발가락만 조금 움직일 뿐이었다. 괜히 머쓱해진 라이트는 화제를 전환했다.


"그런데 거긴 왜 들어간 거지? 얼굴은 또 왜 그러고?"


라이트가 걱정 어린 어조로 물었다.


로미어의 얼굴에 크고 작은 흉터가 새겨져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코였다. 콧등이 옆으로 휘어져 있었다.


숨쉬기가 불편한지 로미어는 자꾸만 쉬익쉬익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오물을 푸다가 밑으로 떨어지기라도 한 거야?"


말을 듣는 순간, 로미어는 갑자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내가 그깟 일 하나 제대로 못해서 이러는 줄 아나?"

"그게 아니라 내 말은···."


로미어는 신경질을 내며 손을 마구 흔들었다.


"그보다 그놈은 어디 있지?"

"그놈?"

"그 건방진 놈 말이야. 자네 옆에 쫄쫄 쫓아다니는."

"아간 말이야? 도시에 있어. 축제 즐긴다고."

"축제를 즐겨?"


로미어가 역정을 내었다.


라이트는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말을 삼켰다. 로미어는 콧바람을 세게 내었다.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로미어가 뒤로 숨겼던 팔을 보였다. 손에 무언가 들려 있었다. 그게 뭔지 파악하기도 전에 로미어가 작업장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안 있어 밖으로 나온 로미어는 끙끙거리며 가죽을 끌고 나타났다. 가죽은 하도 오랫동안 통에 담겨 있어서 그런지 팅팅 불어 있었다.


"로미어. 지금 뭐하는···."

"누구는 쓰러져서 한동안 일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는데 누구는 놀러나가? 이 씹어먹을 자식!"


로미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것보다 더 활활 타오르는 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자네에겐 아무런 감정 없어. 불행하지만 동료를 잘못 둔 죄라고 생각해."


라이트가 미처 말리기도 전에, 로미어는 팔을 뒤로 끌어당기더니 가죽을 향해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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