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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달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칸슬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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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다미달
작품등록일 :
2022.08.01 22:22
최근연재일 :
2023.03.28 22:20
연재수 :
1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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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99
추천수 :
514
글자수 :
1,060,207

작성
22.08.18 21:50
조회
73
추천
3
글자
16쪽

피 냄새 (3)

DUMMY

"비가 내리려나. 하늘이 점차 어두워지는군."


상념에 잠겨 있던 아간이 머리를 들었다. 아간은 목소리가 한 말을 되새기고는 위를 쳐다봤다.


밤하늘에는 여전히 별이 빛나고 있었다. 아간은 어디가 어두워지고 있는지 찾았다.


이윽고 지평선 한 귀퉁이에 별이 가려져 있는 걸 발견했다. 저기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모양이었다.


"아간?"


눈앞에서 한 물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최면을 걸 의도치고는 꽤 빠르게 흔들린다는 생각을 할 무렵, 아간은 뒤에 서 있는 인물을 발견했다.


라자살라였다.


"요즘 들어 정신을 놓고 있는 일이 많아졌군. 정신 차리게.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집중이 흐트러지면 안 되지. 변할 거면 이따가 변하게."


라자살라는 기다란 나뭇가지를 들고 있었다. 물에 젖어 있는지 좌우로 흔들 때마다 물방울이 사방에 튀었다.


아간은 눈가를 약간 찌푸리며 볼을 닦았다.


"이거, 평범한 물입니까?"


"그럼 성수라도 되는 줄 알았는가?"


"또 이상한 걸 만든 줄 알았지요."


라자살라는 아간이 제정신을 차린 걸 확인하고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바닥에 피를 더 뿌릴 곳이 있는지 검토했다.


아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라자살라의 집 뒷편에 있는 마당이었다.


주변에는 나무가 둘러싸고 있었지만 두 사람이 있는 곳에는 나무와 바위가 없었다. 심지어 그 흔한 풀도 없었다.


그 때문에 퍽 황량하다는 인상이 들었다. 주위가 초록 물결로 넘실대고 있으니 더욱 대비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황량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을씨년스럽다는 인상도 추가해야 할 것이다.


아간은 자기 옆에 누워 있는 사체에 되도록 눈길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라자살라는 그런 아간을 보며 이죽였다.


"서로 구면이지 않은가. 인사라도 하게."


"됐습니다. 그 정도로 친하진 않아서."


"상대가 섭섭해하겠군. 목숨을 걸고 싸운 상대는 둘도 없는 친구인 법일세."


"그러라지요. 것보다 그렇게까지 뿌려야 합니까? 이러다 온 산짐승 다 몰려들겠습니다."


아간은 자꾸만 콧잔등이 일그러지는 걸 참아내었다.


닭 모가지를 사정없이 비틀어버리는 라자살라의 모습은 야만적이라는 표현도 모자랐다.


그러나 아간은 닭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납득하고 싶지 않았고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했지만 입에 군침이 도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 그럴 일 없네. 여기 최강의 포식자가 있는데 어딜 들어오려고."


"제 기분이 좋지 않다는 말입니다."


"계속 쫑알쫑알 대면 내 기분도 안 좋아질 수가 있어."


도와주지 않을 거면 입 다물고 있으라는 말이었다. 아간은 불평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하려다가 말았다.


이 교활하고 능구렁이 같은 주술사에게 말싸움을 걸었다간 무참하게 패배할 것이다.


"기다리는 동안 달빛이나 흠뻑 맞고 있어. 혹시 지금 당장 변할 것 같은가? 그러면 바로 시작하고."


"아직은 참을 만합니다."


아간은 속으로 신음을 내며 제 몸을 관찰했다.


벌써부터 손등에 털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손톱도 평소보다 더욱 단단해지고 거칠어졌다.


종아리와 허벅지는 근육이 부풀고 줄어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주인의 명령이 어떤 것이든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듯했다.


아간은 확실히 몸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특히 얼마 전에 있었던, 다른 라이칸스로프와의 싸움 이후로 더욱 그랬다.


실험의 영향인 걸까, 아니면 그 싸움의 영향인 걸까.


뭐가 됐든 아간은 이 변화가 좋은 길로 흘러가기만을 바랐다.


라자살라는 몇 번이고 피 위에 피를 뿌려댔다. 덕분에 코를 맹하게 만들 정도로 역한 피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알 수 없던 아간은 결국 하늘을 보기로 했다. 유성을 파발 삼아 별들은 저들끼리 소식을 주고 받고 있었다.


아간과 라자살라가 오밤 중에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건 당연히 실험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목적과 과정이 이전과는 달랐다.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라이칸스로프로 변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었다.


그럴려면 달빛에 대한 내성을 기를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라자살라는 정신을 혼미하게 해주는, 마취 성분이 있는 풀과 월장석 가루를 섞은 뒤 주술을 가미해 약을 만들어주었다.


성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닌지 아간은 보름달이 뜨는 날에도 조금은 버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아간의 인내심이었다.


월장석 가루로 만들어서 그런지 약은 형편없는 맛을 내었다.


또한 라이칸스로프에게 월장석이란 그 어떤 것보다도 기피하고픈 물건이기 때문에 아간의 심기를 심히 건드리고 말았다.


아간이 어떻게든 잘 참아내어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벌써 폭주하여 주변 사람을 잡아먹었을 것이다. 라자살라도 나름 신경이 쓰이고 있었는지 드물게 아간에게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전에는 최대한 버티는 쪽으로 갔다면 이번에는 최대한 날뛰는 쪽으로 갈 거니까. 쉽게 말하자면 욕구를 참지 말고 마음껏 풀어주자는 거지."


"그럼 또 라이칸스로프를 상대해야 하는 겁니까? 도대체 숨어 있는 라이칸스로프가 얼마나 되길래···."


"굳이 다른 이를 찾을 필요가 있는가?"


의문을 표하던 아간은 라자살라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보았다. 아간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맹세를 맺지 않았습니까."


"자네가 내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면 효력이 발휘되겠지."


그리고 라자살라는 '절대 그럴 리 없으니 실컷 날뛰게.' 라고 말을 붙였다. 호승심을 자극시키려는 의도인 건가.


아간은 사나운 미소를 보였다.


"다 됐네."


라자살라가 닭을 옆으로 던졌다. 던진 곳에는 목 없는 닭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아간은 옷을 벗었다. 상의, 하의는 물론 속옷마저 벗어버렸다.


완전히 알몸이 된 아간은 옷에 피가 묻지 않게 저 멀리 던져버렸다.


"다시 설명해주지. 자네는 그저 열심히 날 공격하기만 하면 되네. 난 자네가 진이 빠질 때까지 상대해주지. 그 다음에 저기 누워 있는 녀석의 몸에-."


아간은 라자살라의 말을 끊었다


"변하면 그런 거 생각하지도 않을 겁니다. 필요없어요. 알아서 하시죠."


"화통하군. 좋아."


라자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간은 몸속에 웅크리고 있던 야수를 불렀다. 언제든지 몸을 일으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던 야수는 곧바로 부름에 답했다.


아간이 숨을 토해내자 야수가 콧김을 뱉었다.

아간이 등을 굽히자 야수가 등을 일으켰다.

아간의 다리가 사라지는 대신 야수의 다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한쪽이 사라지고 다른 한쪽이 나타난다.


이 간단하고 기가 막힌 변화는 지켜보는 주술사의 마음에 경이를 불러일으켰다.


주술로는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오직 마법만이 할 수 있는 기적이었다.


"크아아아!"


인간과 야수가 동시에 포효를 질렀다.


인간성을 상실해 좌절하는 인간과 주체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낀 야수.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비탄과 환희가 뒤섞인 목소리에는 경계선도 구분도 없었다.


라자살라는 고개를 올렸다. 검은 라이칸스로프가 섬뜩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라이칸스로프는 길다란 주둥이를 씰룩였다. 바닥에 흠뻑 뿌려진 닭 피냄새가 향기로운 모양이었다.


"어째 갈수록 더 커지는 것 같구만."


라자살라는 담백한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그의 몸에 어느 기운이 일렁였다.


그건 뭐라 확언할 수 없는 색을 띄고 있었다. 주변색에 따라 쉴 새 없이 색을 바꾸고 있었다.


밤의 그림자와 달의 푸른 빛이 공존하는 기운을 뽐내며 라자살라가 손을 들었다.


검은 라이칸스로프가 바닥을 박차 날아올랐다.



******



한창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 라이트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아직 피로를 다 풀지 못한 몸은 잠을 자라고 성화를 부렸다.


라이트는 무거운 눈꺼풀에 못 이겨 눈을 감았지만 오래지 않아 다시 떴다.


몸이 가려워 잠에 들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 다른 이유가 더 컸다.


라이트는 옆으로 몸을 돌렸다. 엉성하게 천을 기워 만든 이불과 짚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든든한 동료이자 성실한 일꾼이 눕는 잠자리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그 동료는 좀체 잠을 자지 않았다. 피부병 때문에 뒤척이는 라이트도 몇 시간 정도는 내리 자는 편이었다.


그러나 아간은 그렇지 않았다.


눈을 꼭 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잠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라이트는 알고 있었다. 아간은 밤이 늦어도 잠을 잘 자지 못했다.


그래서 자다가 밖으로 나간다 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다시 어기적어기적 들어와 잠자리에 몸을 누이곤 했으니까.


라이트는 오늘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가만히 누워 있던 라이트는 덧창을 열었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환히 빛나고 있었다.


비가 오려는지 먹구름이 조금 쌓여 있었지만 달의 기세를 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덧창을 타고 내려온 달빛은 비어 있는 아간의 잠자리를 비췄다.


'요즘 들어 자꾸 밖에 나가던데. 어디로 가는 거지.'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라이트는 밤하늘에 눈길을 돌렸다. 그 어떤 인간도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고고함이 느껴졌다.


마음속으로 신에게 경외감을 표시한 라이트는 이윽고 몸을 일으켰다.


밖으로 나간 라이트는 모닥불 쪽으로 갔다. 모닥불은 진작에 꺼져 한낱 재로 변해 있었다.


라이트는 나무통에 재를 담고는 강가에 다가갔다.


강은 넓직했다.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더욱 넓어지는데 그 때문에 그곳에는 뱃사공이 있었다.


라이트는 강 하부를 쳐다봤다. 그곳에는 뱃사공 대신 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래서 산에 올라갈 일이 있으면 저곳을 필히 건너야 했다.


이처럼 라이트에게 익숙한 곳은 한정되어 있었다. 작업장과 집.


아무리 환경이 변해도 이 두 개의 장소에서 생활하는 건 변하지 않았다.


어느 무두장이에게 팔려나간 뒤로 라이트는 도시와 마을을 전전하며 살아왔다. 물론 한 번도 도시나 마을 한복판에 살아본 적은 없었다.


그는 언제나 마을 외곽에만 살아왔다.


라이트는 마을 뒤에 서 있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고개만 돌리면 바로 보이는 도시, 꼬리별. 도시 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밤하늘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여름의 향취가 물씬 풍겨오는 후덥지근한 날이 되면 밤하늘은 그야마로 별들의 향연이 된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지금, 꼬리별을 바라보는 밤하늘에는 상당한 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금도 이런데 축제가 열리는 날은 얼마나 많은 별과 유성이 오고 갈까.


라이트는 좀 있으면 다가오는 축제가 기대가 되었다.


물론 라이트가 축제에 참가할 일은 없다. 그는 이곳에 서서 축제가 벌어지는 현장만 바라볼 생각이었다.


무두장이처럼 비천한 자는 축제에 참가할 수 없다느니 그런 건 아니었다.


라이트는 자기가 즐기는 것보다 남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는 걸 더 좋아했다.


보라, 저 환히 웃는 얼굴을. 잠시 현실의 고민과 일을 내려놓고 서로 부둥켜안으며 웃는 모습을 보라. 보기만 해도 참 아름다운 광경이지 않은가.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상상하던 라이트는 절로 몸을 들썩였다. 얼른 축제날이 다가왔으면 싶었다.


나무통에 물을 채우니 잿물이 되었다. 라이트는 잿물을 퍼올려 팔에 박박 닦았다.


어찌나 세게 닦았는지 고름이 터져 진물과 피가 흘러나왔다.


라이트는 잠깐 얼굴을 찌푸렸지만 곧 시원한 표정을 지었다. 아주 작은 가시가 팔 위에 데굴데굴 굴러가는 것 같았다.


'데굴데굴. 재밌는 표현이군. 나중에 아간과 얘기할 때 써봐야겠어.'


홀로 낄낄거리며 웃던 라이트는 문득 어딘가로 고개를 돌렸다.


강물이 조르륵 조르륵 흘러가고 풀벌레들이 지르륵 지르륵 울어대는 이 시각.


라이트는 평온하고 조화롭게 이어지는 울음소리 속에 제멋대로 들어온 어떤 소리를 들었다.


자연이 빚어내는 소리라고 믿기 힘든, 거슬리고 신경 쓰이는 소리였다.


울음소리가 툭 멎었다. 동시에 풀벌레들의 합창도 멎었다.


순식간에 찾아온 정적이 라이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라이트는 황급히 강가로 시선을 돌렸다.


우려와 달리 강은 본연의 소리를 잃지 않고 있었다. 안정을 되찾은 라이트는, 그러나 얼마 안 가 걱정이 깃든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방금 들은 소리가 아간과 관계가 없기를 바라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라이트는 잿물로 팔을 씻는 것도 잊은 채 우뚝 서 있는 산을 바라보았다. 그 산은 다른 산보다 유달리 어둡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리내 산에는 예로부터 주술사가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불길하다는 인상 때문에 산지기도 따로 있지 않았다.


그러나 단지 풍문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저 산으로부터 목이 없거나 배가 갈라진 짐승이 발견되기도 했다.


어쩔 때는 사체가 강을 타고 흘러들어오기도 해서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었다.


이러니 주술사의 집에는 사람의 유골이 잔뜩 쌓여 있다는 얘기가 도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을 바라보는 라이트의 눈에는 꺼림칙하다는 인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직접 보기 전에는 무엇도 확신하지 말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주술사는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그만큼 영험하고 신비로울 것이라는 추측을 할 뿐이었다.


물론 유달리 사람을 좋게 평가하는 라이트의 개인적인 성향도 섞여 있었다.


소리가 다시 울렸다. 강렬했지만 무척 짧았다. 바람과 별의 속삭임으로 인해 금방 산산히 흩어졌다. 하지만 라이트는 미리내 산에서 나고 있다고 확신했다.


산을 바라보는 라이트 뒤로 먹구름이 꾸물거리며 밀려오고 있었다.


멀리서 천둥이 우르릉, 하고 울었다.



******



산은 일찍이 잊고 있던 폭력을 경험하고 있었다.


한때 온 대륙에 라이칸스로프가 돌아다녔던 시절. 피와 살점이 새로 덧칠되어지고 신음과 비명이 끊이질 않았던 그 시절.


그러나 지겹도록 길게 이어지던 악몽에도 끝은 존재했고 잠에서 깨어난 산은 다시는 이런 꿈을 안 꿀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산은, 그때의 상처를 채 회복하기도 전에 악몽을 다시 꾸게 되었다. 다행히 이번 악몽에는 희생자의 울음이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포식자가 울부짖는 포효는 절절하게 느껴졌다.


라이칸스로프의 몸은 거대한 울림통과 같았다. 소리를 내지를 때마다 가슴과 목이 크게 부풀어올라서는 사방을 뒤흔들었다.


만약 이런 괴물 앞에 누군가 서 있다면 그는 공포를 채 느끼기도 전에 귀부터 멀 것이다.


그리고 생전 마지막에 들은 소리가 괴물의 울음소리라는 것에 처참한 심정을 느낄 것이다.


라이칸스로프 앞에 있는 자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가냘픈 발목과 팔을 갖고 있었다.


건장한 청년이 툭 건드려도 무너질 것 같은 연약한 신체였다.


그런 노인 앞에 라이칸스로프가 털을 곤두세운 채 짖고 있었다. 노인의 귀가 멀쩡할지 걱정이 되는 광경이었다.


물론 당장 목숨이 날아갈 판에 귀가 멀쩡할지 아닐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노인은, 그러나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 옆에서 보고 있다면 눈을 찡긋해보이는 여유마저 부렸을 것이다.


노인은 손을 들어 라이칸스로프를 가리켰다. 그리고 옆으로 휙 휘둘렀다.


그 순간 거인의 보이지 않는 손이 라이칸스로프를 쳐냈다.


필시 그 거인은 산만한 덩치를 갖고 있는 게 분명했다.


곰이 제자리에 선 것보다 더한 높이를 가진 검은 라이칸스로프가 맥없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나무들은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을 저주하며 날아오는 라이칸스로프를 받아들였다. 쿠쾅!


흙먼지와 나뭇가루가 주변에 흩날렸다. 라이칸스로프는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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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달빛 손톱과 검은 갈퀴 (2) 22.09.12 58 4 20쪽
40 달빛 손톱과 검은 갈퀴 (1) 22.09.11 58 4 19쪽
39 피로 물든 강물 (3) 22.09.10 55 4 15쪽
38 피로 물든 강물 (2) 22.09.09 51 4 19쪽
37 피로 물든 강물 (1) 22.09.08 53 4 17쪽
36 선전 포고 22.09.07 53 4 22쪽
35 엇갈림 (3) 22.09.06 52 4 18쪽
34 엇갈림 (2) 22.09.05 49 3 13쪽
33 엇갈림 (1) 22.09.04 51 3 14쪽
32 검은 갈퀴 22.09.03 56 4 20쪽
31 달빛 손톱 (5) 22.09.02 54 5 26쪽
30 달빛 손톱 (4) +1 22.09.01 52 4 14쪽
29 달빛 손톱 (3) 22.08.31 54 4 20쪽
28 달빛 손톱 (2) 22.08.30 5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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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잠든 야수 (2) 22.08.24 58 4 17쪽
21 잠든 야수 (1) 22.08.23 64 4 20쪽
20 피 냄새 (7) 22.08.22 68 4 13쪽
19 피 냄새 (6) 22.08.21 59 4 17쪽
18 피 냄새 (5) 22.08.20 65 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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