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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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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427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07.27 07:58
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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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0화-

DUMMY

다쳤던 왼발에서 다시 고통이 느껴졌다. 윌리엄은 절룩거리며 처음으로 찾은 큰 바위 틈 안으로 들어와 시드를 눕혔다. 여전히 의식은 없었지만 숨은 쉬고 있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검은 먼지 덩어리들을 떼어내어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 있던 물건들은 모두 검은 진흙에 젖어 있었고, 물건을 헤집어 주먹 만한 비닐에 쌓여진 구급 붕대를 꺼냈다.


시드의 상의를 벗기자 검게 얼룩진 상처부위에서 출혈이 계속되고 있었다. 윌리엄은 시드의 상처와 그 주위를 깨끗한 거즈로 닦고 물을 부어 상처부위를 깨끗하게 닦아냈다. 늑골과 골반뼈 사이에 칼자국이 나 있었다. 다행히 탈장은 일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윌리엄은 냉정을 찾으며 능숙하게 붕대를 둘러 감았다.

눈을 감은채 누워있는 시드의 얼굴에 대고 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다친 것 뿐이야. USG에 도착하기 만하면 나을거야. 거의 다 왔어. ”


피곤해 보이는 반쯤 감긴 눈으로 윌리엄과 눈을 맞추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윌리엄은 처량하게 축 처진 어깨로 시드를 안아주었다.

고체연료를 봉지에서 꺼내 불을 붙여 시드의 곁에 놓아주었다.


“빨리 나무를 주워 올게.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곧 좋아질 거야.”


윌리엄은 한 번 더 시드를 안아 주었다. 일어서 왼쪽 무릎을 펴는 순간 윌리엄의 표정이 살며시 찌푸려졌다. 허리를 굽혀 바위틈을 빠져나와 다리를 절며 걸었다.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눈물에서 느껴지는 절망과 공포가 윌리엄을 눌려 주저 앉혔다.

온몸이 바르르 떨도록 오열하였고 꾹 닫은 입에서 새어나오는 소리를 막으려 손으로 입을 가렸다.


윌리엄은 황량한 사막에 외로이 기울어 쓰러져가는 헤지고 낡은 깃발 같았다. 절망이 온몸을 타고 내려와 먼지재처럼 땅으로 젖어들 때까지 마른 눈물을 떨리는 손에 흘려 보냈다.

눈물이 말라갈 때쯤 절룩거리는 다리로 다시 일어서 정신을 가다듬으며 나무 가지를 찾아 다녔다.

먼지 낀 하늘이 더 불썽사납게 그늘져 보였다.

5-5.jpg

돌아와 보니 시드가 깨어 있었다. 기운 없이 창백한 낮빛이었다. 마른 입가에 미소를 띠며 윌리엄을 맞이했다.

초췌한 윌리엄의 입가에도 무거운 웃음을 번졌다. 시드의 미소에 다시 기운이 돌았다.


불을 피우고 가방에 주워 온 나뭇가지들을 모두 꺼내어 불 근처에 갖다 놓았다. 가방속에서 검은 뻘을 뒤집어쓴 얼룩진 통조림들을 모조리 꺼내어 불 옆으로 가져다 놓았다. 스테인레스 통에 담긴 물통도 불 주위에 놓았다. 노란 불빛이 좁은 공간에 퍼져 윌리엄과 시드가 있는 공간을 물들였다.


“시드. 많이 아프니?”

“움직이면 아파요.”


시드는 식은땀을 흘리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조금만 가면 강원대학교야. 그곳에 가면 USG가 치료해 줄거야.”

“USG라면 절 낫게 해 줄 거예요.”


시드의 입가에 힘없는 엷은 미소가 번졌다.


“맞아, USG가 그렇게 해 줄거야.”

“아빠가 USG였으면 좋겠어요. 멋진 사람들이요.”

“그래. 좋은 사람들이지.”

“......동굴에 있던 그 가족들이 생각나요.”


윌리엄은 화톳불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통조림들을 보았다.


“아니야. 우린 그들과 달라.”

“알아요. 그냥 그렇다고요...우리를 죽이려 온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죠?”

“나쁜 사람들이지...”

“왜 우리를 죽이려 하나요?”

“우리 것이 필요해서...”

“우리는 아무 것도 가진게 없는데도요?”

“....응.”

“이제는 뭐가 나쁜 건지 모르겠어요. 사람을 죽이는 건 분명 나쁜 건데....”

“..........”

“사람을 죽여되는 상황은 어떤걸까요? 감당해야 할 감정의 느낌이 상상이 되질 않아요.”

“우린 스스로를 지켜야해. 나는 그 일을 한거고.”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약탈자들을 죽였던 아빠의 모습도 무서웠어요.”

“네가 죽는 걸 지켜 볼 수 만은 없었어.”

“우리는 사람들 것을 빼앗지 않죠?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


윌리엄은 대답없이 불을 바라보았다.


“우린 나쁜 사람이 아니야.”

“저는 언제 죽게 될까요?”

“우리는 아무도 죽지 않을 거야.”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널 회복시키고 엄마도 찾을거야. 그렇게 될거야”


윌리엄은 불을 지핀 자리에 먼지들이 들어오지 않게 방수포를 활짝 펼쳐 지붕을 만들었다.

불에 적당히 익은 통조림을 열었다. 뚜껑사이로 김이 새어 나왔다. 두 수저를 떠서 빈 깡통에 덜어 자신 앞에 놓고 남은 통조림 뚜껑을 완전히 열어 시드에게 건넸다. 시드는 수저를 사용하지 않고 음료를 마시듯 기울여 먹었다. 그들의 식사 시간은 모닥불이 타는 소리보다 조용히 흘러갔다.


아무 말 하지안은 채 텅빈 시간을 보냈다. 시드는 잠이 들었고, 윌리엄은 한참 동안이나 모닥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윌리엄의 의식은 너무나 선명했다. 억지로라도 잠을 청했다가 비명을 지르는 시드의 잠꼬대에 눈을 떴다. 윌리엄은 시드의 가슴을 토닥여 주고 진정이 되자 시드의 볼에 입맞추었다. 꺼져가는 불에 땔감을 올려놓고 잠깐 잠을 청했다.


바위의 입구 쪽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윌리엄은 눈을 떴다. 얼마나 지았을까 화톳불이 여전히 살아 있었고, 시드는 자고 있었다. 늪에 젖은 옷가지와 가방들은 어느정도 말라 있었다

통조림 두 개를 불 옆에 가까이 두었다. 윌리엄은 시드를 깨워 통조림을 따서 각자 한 통씩 먹었다. 쳐져있는 시드에게 외투를 입히고 스카프를 둘러 입을 가렸다


“시드 힘들겠지만 지체하지 않게 강원대에 도착해야해.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구나.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참아.”

“......네.”


윌리엄은 로프를 시드 몸에 걸처 묶고 로프 반대쪽은 자신의 허리에 묶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시드를 등에 들쳐 업었다. 외투를 벗어 시드의 엉덩이를 받힐 수 있도록 덧대고 팔소매 부분을 허리에 묶어 고정하였다. 배낭은 앞쪽으로 메었다. 식량도 얼마 남지 않았고 늪진흙도 말라서 한결 가벼웠다.


윌리엄은 간간히 늪뻘에 시커멓게 얼룩진 지도를 꺼내 경로를 확인했다.

윌리엄의 걸음이 빨라 질 때마다 시드는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지도상 강원대학교까지는 먼지폭풍이나 약탈자들을 만나지 않는다면 많이 먼 거리는 아니였다. 윌리엄은 시드를 위해 되도록 절룩거리며 걷지 않으려 노력했다. 장시간 빠른 걸음으로 인해 두어 번 넘어진 후에는 적당한 장소를 찾아 쉬어갔다.


내리막을 지나 평지에 다다르자 날이 서서히 어두워져 갔고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어왔다. 개활지여서 걸음이 불편하진 않았지만 폭풍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주변에 어떠한 바위도 구덩이도 없었고 점점 더 불어오는 먼지바람 때문에 시야도 불투명했다. 윌리엄은 방향을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 가기도 했다.


심해지는 먼지 바람은 기어코 윌리엄을 주저 앉혀 버렸다. 그런 상황에서도 시드를 떨어뜨리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방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휘둘려 끌려 다녔고 뿌연 먼지로 시야조차 가려서 순식간에 방향을 잃었다. 공포에 찬 시드의 목소리가 윌리엄의 귀를 둘러싼 스카프를 뚫고 들어왔다.


먼지가 섞인 세찬 바람이 불어오자 크게 불어오자 나뭇가지와 땅에 떨어진 물건들이 바람에 휩쓸려 내동댕이 쳐졌다. 바람은 신경질적으로 윌리엄과 시드를 괴롭혔다. 바람이 내는 괴이한 비명이 커져갔다. 강하게 휘몰아친 바람에 결국 윌리엄은 땅바닥에 엎드려 버티고 있었다. 몸을 가누기는 커녕 제자리에 누워 버티는것도 힘든 윌리엄은 온 힘을 짜내어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기어가기 시작했을 때, 뒤에서 무언가가 윌리엄의 한쪽 발목을 잡았다.


"당겨! 당겨!"


윌리엄은 낮선 남자들의 목소리가 있는 곳으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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