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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SF

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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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8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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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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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6화-

DUMMY

윌리엄과 시드는 선반을 뒤져 음식을 데워 먹을 수 있는 도구와 옷가지들, 알콜, 수건, 생수통을 챙겨 루시에게 갔다. 윌리엄은 버너에 불을 붙여 냄비에 물을 넣고 그 안에 통조림을 넣어 끓였다. 마른 수건에 알콜을 적셔 안대를 하고 쪼그려 앉아있는 루시와 구출한 아이의 몸을 닦아주었다.


시드에게도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감정적인 호흡에 부담을 줄여주고자 상처와 몸을 닦는 모습을 볼 수 없도록 통조림 데우는 일을 시켰다.


루시 몸에 칼에 베여 찢어진 상처에는 고름이 뭉쳐 있었다. 특히 성기 쪽엔 반복해서 소독해야 할 정도로 많은 양의 상처가 있었다.


아이는 상처부위를 만지고 소독 할 때도 크게 소리치지 않았다. 되려 손을 가려 입을 막고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하려는 행동을 취했다. 가시처럼 앙상하게 말라 소리 없이 우는 모습은 슬픔을 넘어 분노를 일으켰다.


데운 생수물로 루시와 아이의 머리를 감겼다. 상처가 깊은 곳은 거즈과 붕대를 감아 치료했다.

물자박스에서 가져온 옷을 주고, 침낭안에 눕혔다. 윌리엄은 말 없이 루시를 안았다.


“루시 이제 안전해. 물을 많이 먹어야해.”


윌리엄은 루시의 입에 물을 흘려 보내며 말했다.

루시의 마른입술에서 입안으로 물이 흘러 들어갔다. 루시가 입을 닫자 윌리엄이 물통을 받아 내려놓았다

루시가 물었다


“시드는 잘 있지?”

“시드는 옆에 있어.”

“다행이네···좀 쉬고 싶어”


윌리엄은 루시의 침낭을 보듬어 줬다.

물자선반에서 큰 천포대기를 꺼내 루시가 있었던 굴뚝으로 들어가 죽은 여자아이의 시신을 포대기에 싸서 들고 나왔다. 출입문 앞에 천으로 싼 아이의 시신을 눕혔다.

문지기들이 가지고 있던 소총을 집어 들어 탄창을 결속하고 어깨에 걸쳐 맸다.

서서히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피터에게 밧줄을 가지고 나타났다.


"굴뚝에 가둬 놨던 사람들은 너를 위한 보상인가? 피터? 내 아내는 의사야.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라고. 인류를 구한다면서 분별은 아랫도리로 하는 것 같군."


".....이제껏 내가 이 거지 같은 세상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몇 명을 구한 줄 아나? 이정도 했으면 나를 위한 선물 쯤은 있어도 되는 거야."


윌리엄은 주먹으로 피터의 얼굴을 후려 갈겼다. 피터의 코가 비뚤어지고 주먹을 휘두를수록 더 많은 피가 튀어오르자 윌리엄은 급브레이크를 밟듯 정신을 다잡고 주먹질을 멈췄다. 얼굴이 퉁퉁 붓고 피부가 찢어져 만신창이가 된 피터가 부러진 이빨조각을 뱉어 내며 말했다.


"병신. 이 난리에 살아 남을 수 있을 것 같나? 다 죽을거야."


윌리엄은 피터의 몸을 손으로 훝어 주머니에 있는 것을 꺼냈다. 창고 열쇠뭉치, 총알이 꽉 차있는 권총, 지도외에 견과류 통조림, 라이터 같은 잡다한 물품들이 나왔다.


나머지 문지기의 옷을 뒤져나온 열쇠뭉치, 실탄이 들어있는 탄입대가 달린 방탄복을 벗겨 내었다. 방탄복은 윌리엄이 다시 착용했다.


소지품들을 다 빼낸뒤 한명씩 양손을 뒤로 묶은채 상체를 밧줄로 둘둘 말아 감았다. 끌고 다닐수 있도록 줄 한가닥을 길게 빼내어 줄 손잡이를 만들었고 3개의 줄을 엮어 하나의 손잡이가 줄로 만들었다.


윌리엄은 3명을 엮어 한 줄로 만든 줄손잡이를 붙들고 그들을 끌었다,


처음 피터와 들어왔던 창고 반대쪽 입구 철문 앞에서 멈춰 섰다. 피터는 자신이 끌려오며 만든 피 자국을 무기력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윌리엄이 거친 호흡을 뱉으며 말했다.


"이제서야 저 회오리 바람이 왜 우리에게 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인류 존재에 대한 벌인 것 같군. 난 너희를 죽이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너희의 벌은 받아야지."


피투성이 얼굴이 된 피터가 대답했다.


"네 손으로 죽이지 않는다 해서 네 죄가 씻기고 세상이 널 구해줄 것 같나. 흐흐. 너도 먹고 살기위해 많은 사람들을 죽였잖아. 아니지 넌 재앙전부터 사람 죽이는게 일이었던 놈이잖아. 넌 내 동생을 죽였어. 결국 너도 나와 똑같아. 너도 곧 죽을거야. 겁쟁이 병신새끼야."


열쇠 꾸러미에 손때가 많은 제일 맨질맨질한 열쇠를 골라 넣자 자물쇠가 열렸다. 윌리엄은 육중한 철문에 걸린 빗장을 올리고 문을 열었다. 스카프를 코까지 올리고, 문 앞에 두었던 아이의 시신을 들어 안았다.


흙을 파서 만든 통로가 나왔고 길지 않은 통로 끝엔 나무문이 입구를 막고 있었다. 조악하게 엮어 붙인 나무문의 사이 틈에서 힘없이 무거운 빛이 새어 나왔다. 문을 열자 텁텁한 먼지 바람이 눈을 할켰다.


땅거미가 지기전 먼지가 암흑을 뿌리고있는 것 처럼 보였다. 언덕위에서 2명의 USG대원들이 실탄 없는 총을 메고 근무를 서고 있었다.


언덕아래 숨겨진 문에서 온몸에 피가 묻은채 밧줄에 묶인 사람 셋을 끌고 나온 윌리엄을 발견하자 정찰나온 대원들은 고압적인 소리를 질러댔다.


"누구야! 꼼짝마!"


그들은 어깨에 둘러멘 총을 정조준하며 윌리엄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넓직한 공터에서 걸음을 멈춘 윌리엄은 끌고 왔던 밧줄 끈을 내려 놓고, 여자아이의 시신을 땅에 내려놓았다. 달려오는 정찰조를 향해 양손을 들고 크게 외쳤다.


"난 어제 여기로 온 윌리엄이요. 모두에게 할말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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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여있는 저들은 누구지?"

"피터와 우론 패거리 녀석, 그리고 이 쓰레기들에게 희생당한 아이의 시신입니다."

"뭐라고? 피터? 당신 뭘 한거야?"

"중요한 일이요. 모두가 오면 알려주겠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합니다."


정찰조가 지하건물로 사라지고 얼마있지 않아 15명 남짓의 잔류 USG 대원들이 밖으로 나와 윌리엄에게 다가왔다. 톰과 진우도 있었다. 톰은 피투성이가 된 피터의 모습을 보며 윌리엄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윌리엄,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대체 무슨 일이요? 당장 피터를 치료해야 겠어요."


피터의 모습을 보고 USG대원들이 웅성대기 시작했고 따지듯 묻자 윌리엄은 호통치듯 말했다.


"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요. 이 총엔 당신들것과는 달리 30발의 총알이 가득 차 있거든. 이야기가 끝날떄 까지 기다린다면 아무 일도 없을거요"

윌리엄은 죽은 문지기 2명을 끌어내어 사람들에게 내보이며 말했다.


"이 둘을 이곳 창고의 보안을 담당하는 문지기 입니다. 이 사람들을 알거나 본 사람이 있습니까?"


USG대원들은 윌리엄에게 침묵으로 대답했다. 윌리엄이 다시 말했다.


"없을 겁니다. 왜나하면 이 둘은 우론 패거리니까요. 내가 죽였습니다. 내 아들과 부인을 겁탈했던 놈들이었으니까요. 이들은 식량 창고의 문지기로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피터에게 속고 있습니다. 피터가 우리 가족을 데리고 창고로 데리고 갔습니다. 거기엔 이 두 명 이외엔 아무도 없었소. 우리가족이 사라져도 전혀 이상 할 것 없는 일이 되버린거요. 피터에게 말하길 내 부인은 정찰을 나갔다고 했지만, 실상은 만신창이가 되어 저 창고의 더럽고 음침한 공간에 갇혀서 겁탈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듣고 만 있었다. 윌리엄이 말을 이었다.


“난 이곳에 오기전에 약탈자들에게서 지도를 하나 빼았았소. 그 약탈자는 이 지도가 우론 패거리의 핵심지도라고 하더군요.

그 지도엔 이곳 강원대학교를 포함한 우론패거리의 거처와 알 수 없는 정보들이 표시되어 있었소. 그 지도를 통해 여기까지 오게된것이요. 그 지도엔 수기로 COMES라는 글씨가 있었는데, 피터 스스로 말하길 재앙이전에 별명이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리고 여기 문지기가 신고있는 부츠는 일주일전 청평사에서 피터를 처음 만났을때 USG가 되려했던 '베버'라는 남자의 부츠요. 베버를 마지막 모습은 바이퍼라는 우론 패거리의 남자에게 손에서였소. 잘린 베버의 머리를 피로피처럼 들고 있었소. 조금 창고 안에서 피터에게 추궁하자 피터는 자기 입으로 우론 패거리와 내통한다는것을 털어놨습니다.


아마 USG 내부에도 우론 패거리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게다가 저에게 동참 하자는 제안을 하더군요. 거부하자 나와 내 아들을 죽이려 했습니다. 더욱 더 끔찍한건 피터의 말로 몇일전 구조 했다던 내 아내와 아이 둘을 창고안에서 발견했습니다. 그중 여자아이 한 명은 죽은채로 발견되었고 나머지 1명은 너무나 처참하게 살아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피터의 노리개였고 피터는 이 아이들을 자신의 일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더군요.

내려놓은건 죽은 아이의 시신입니다."


피투성이 피터가 USG대원들에게 말했다.


"다 거짓말이야. 속으면 안돼! 우리 물자를 빼앗으려는 계략이야. 이 녀석은 우론의 첩자야"


듣고 있던 대원들 사이에서 탄식이 번졌다. 모여든 사람들 사이로 피터와 윌리엄을 의심하는 말들과 오고갔다.


“나는 USG가 현명한 판단을 하면 좋겠습니다. 우론패거리와 내통해 있는 한 이곳이나 당신들도 안전하지 않으니까요. 피터를 정리하고 우론패거리와 내통 했던자를 색출한다면 나는 기꺼이 당신들에게 창고를 돌려주겠습니다. 내일까지 내가 나오기전까지 좋은 해답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 어쩔건가? 계속 그렇게 우리 본부를 무단 점거 할건가?”


톰이 윌리엄에게 말하자. 윌리엄은 곧바로 대답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USG가 우론패거리로 되버리는건 시간문제요. 야만인들과 다를 바가 없지

그들의 내 적이요. 당신들도 내 적이 될거요”


"더 할말이 있소?"


톰이 물었다


"부탁이 있는데 이 여자아이를 묻어주시오. 이름은 데이지입니다. 그외엔 없소. 이후엔 당신들이 결정하시오. 난 내 가족들과 아이들을 보살피러 가겠소."


피터가 USG대원들에게 처절하게 말했다.


"모두 속으면 안되요. 물자를 가지려고 수작 부리는거야."

"난 창고에 있을거요. 어떻게 판단을 하던 우리 가족이 제일 안전한 곳은 창고 말고는 없기 때문이요. 원한다면 식량은 요구하는데로 주겠소."


톰이 말했다.


"윌리엄 난 당신보다 피터를 신뢰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 지낸 나는 피터의 헌신을 봐왔고 엉망진창이 된 상황이지만 우리를 보살펴준 사실은 변함이 없소. 하지만 당신은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이방인이잖소. 당신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순 없소. USG는 당신보다 피터를 믿습니다. 우린 피터를 도울것이요. 하지만 섣부른 결정은 하지 않을것이고요.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진상 조사가 필요하오."


"믿든 안믿든 알겠습니다. 당신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말은 피터가 앞으로 팔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걸겁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우론 패거리가 들이 닥칠것이오."


"더 이상 당신말은 듣고 싶지 않소. 살려주고 보살폈더니 일만 복잡하게 만드는군. 우리는 재앙을 피해 여태껏 잘 지내왔소. 많은 사람들이 헌신하고 희생하며 이끌어온 것을 믿지도 못할 당신의 행동 때문에 무너지려 하고 있지 않습니까?"

"USG는 피터의 위선에 속고 있는거요. 당신은 분열이라 말하지만 피터가 있는한 USG는 이미 우론 패거리와 같은 집단입니다."


피터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저 탐욕적인 영국인의 계략이야. 저 새끼가 창고를 모두 차지해서 결국 우두머리로 살려는거야."


윌리엄이 피터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자 피터는 정신을 잃었다. 윌리엄은 피터의 손잡이 줄을 메어 잡으며 말했다.


"좀 더 시간이 필요 할 것 같아 보이니 내일 다시 이 녀석을 끌고 오도록 하겠소. 그때는 확답을 들었으면 좋겠군요. 톰."


진우가 다급하게 윌리엄에게 다가와 말했다.


"피터는 지금 치료가 필요해요 저러다 죽을 겁니다. 치료 해야해요."

윌리엄은 소총을 치켜들고 진우를 겨누며 말했다.


"저 안에 갇혀 있었던 아이를 보면 그 말 뱉은 걸 후회할거요. 진우. 이 녀석은 내 가족을 위험에 빠뜨렸어요. 쉽게 용서 할 수 없소. 치료는 내가 할거요.”


윌리엄이 피터의 밧줄만 잡아 끌고 창고 입구로 향하자 톰은 화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때문에 분명 우리의 삶이 산산조각 날거야. 이제야 겨우 찾은 안정이요. 우린 피터가 거짓말을 했던 하지 않았던 상관 안 해. 당신이 우리의 생활을 빼앗으려 한다면 당신도 우리의 적이야. 내일 나온다면 각오해야 할거야. 창고를 호락호락하게 넘기지 않을테고··· 내일까지야"


윌리엄은 USG대원들을 향해 총을 겨눈채 피터를 끌고 창고의 견고한 철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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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올린 버너 위 냄비에서 물이 데워져 하얀 김을 내며 끓어오르자 시드는 냄비안에 있던 통조림을 꺼내어 서툴게 통조림을 열었다. 두터운 등산용 파커를 둘렀음에도 진의 경련같은 떨림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루시가 뻐근한 몸을 조금씩 움직였다.


시드가 개봉한 통조림에서 나는 고소한 스프냄새와 따뜻한 온기가 연기와 함께 퍼져 나갔다. 시드가 남자아이에게 말했다.


"아직 안대를 벗으면 안되. 눈이 실명될지도 모르니까. 스프를 먹을거야. 배고픈건 알지만 조금씩 먹어야해."


시드는 스프를 종이 컵에 절반정도 따라 진에게 주었다. 시드가 종이컵에 따라준 스프를 흑발의 동양인 남자 아이가 건네 받았다. 심하게 갈라져 트인 입술에 스프가 닿아 따가울것 같았지만 진은 숨도 쉬지않고 스프를 들이켰다. 아무런 말없이 그저 먹기만 했다. 시드가 검은 머리 소년에게 말했다.


"난 시드야.넌 이름이 뭐야?"

"...진."

"진? 그게 네 이름이야?"

"....응. 너희 아빠는 착한 사람이니?"



“아저씨는 아줌마의 남편이야. 시드는 아줌마의 아들이고. 우린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


루시가 진에게 말했다.


"거짓말 아니죠?“


진이 재차 질문하자 시드가 대답했다.


"응. 거짓말 아니야."


"피터도 착한 사람이라 그랬어요. 그런데 다 거짓말이었어요. 데이지가 죽었는데도 피터는 자고 있는거라고 그랬어요.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에요. 난 알아요. 우리 엄마도 아빠도 데이지 처럼 죽었어요. 피터 아저씨의 친구들이 우리 엄마를 죽였어요...엄마...."


진의 목소리에 울음이 가득차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흐느끼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마름 눈물 방울이 안대를 적시고 세어나와 볼을 타고 흘렀다. 천진난만한 목소리에서 슬픔이 흘렀다. 루시와 시드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입구의 육중한 쇠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자 아이들은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윌리엄이 밧줄에 포박된 피투성이 피터를 끌며 들어왔다. 무섭게 부라린 눈은 충혈되어 있고 거친 피부와 깊게 패인 주름엔 잿빛 먼지와 피들이 뒤섞여 더 험악하고 공포스러운 인상을 풍겼다.


피투성이가 된 피터를 끌고 오는 모습은 마치 죽음을 선고하는 사신 같았다. 루시와 시드 또한 윌리엄의 모습에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다.


윌리엄은 피터를 출입문 근처에 놓고 의약품 선반에서 알콜과 거즈, 붕대, 물을 챙겨 피터에게로 돌아왔다. 윌리엄은 피터의 바지와 팔소매를 찢고 칼에 베인 상처를 알콜로 소독한후 붕대를 둘러 감았다.


피터는 능숙하게 치료를 하는 윌리엄에게 말했다.


"네가 지금 무슨짓을 하고 있는 줄 알아? 넌 인류의 희망을 가라 앉히고 있어. 멍청한 살인마 새끼야. 이러고도 네 가족이 살수 있을것 같아? 나는 죽겠지만 네 가족이랑 너는 바이퍼의 만찬이 될거다. 하루에 다리 한짝씩. 네 아들은 특별식이 될거야. 아이들은 질기지 않고 부드럽....."

'퍽'


윌리엄이 피터를 잡아 올려 주먹으로 뒷통수를 후려갈기자 그제서야 조용해 졌다.


피터의 목소리가 울리자 진은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어 다시 루시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 윌리엄은 거즈를 여러겹 겹쳐 피터의 입에 둘러 감았다. 윌리엄은 피터를 끌고 루시가 감금되어 있던 굴뚝다리의 입구로 갔다. 철문을 열어 안으로 피터를 밀어 넣고 암흑속으로 삼켜지는 모습도 보지 않은채 문을 닫아 잠갔다.

윌리엄은 루시에게오 다가가 말했다.


"곧 들이 닥칠거야...."


자신을 보고 움츠러든 아이들과 시드의 겁먹은 표정을 보자, 그제서야 머쓱하게 등을 돌려 선반으로 향하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윌리엄은 선반에서 물통을 집어들고 빈터로가서 머리를 씻고 세수를 했다. 땀과 핏물이 흘러 내렸다.

다친 어깨를 눌러서 확인하곤 옆쪽에 있는 선반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았다. 쉬기위해 눈을 감았지만 불안감은 더 선명하게 머리속을 맴돌았다. 점점 고무되어 가는 불안감을 버티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선반을 뒤져 텐트 꾸러미, 침낭, 숮, 화톳불통, 여러가지 통조림을 담아들고 아이들과 루시가 있는 곳의 터에 텐트와 화톳불을 설치하였다.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오지 못하게 단열재를 만들었고 텐트 안에는 전등을 달아 놓았다.


루시와 진을 텐트에 눕혔고 윌리엄과 시드의 자리에도 단열재를 만들어 깔고 하루를 보낼 침낭 놓았다. 바베큐통에 담아놓은 숮에 점화기로 불을 붙였다. 불을 살리는중 한차례 자욱한 회색연기가 일었지만 후엔 고소하고 익숙한 숮향기와 함께 따뜻하고 온화한 화톳불이 만들어졌다. 윌리엄은 큰 철그릇에 쇠막대와 철사를 엮어 간이 냄비를 만들었다.


그리곤 바베큐통의 화톳불에 설치했다. 냄비에 통조림을 가득채워 따뜻하게 데웠다. 물 김이 올라오는 햄 통조림을 한 캔을 꺼내어 뚜껑을 땃다. 돼지고기 가공육 특유의 냄새가 퍼지자 시드와 진이 불가로 모여 들었다. 윌리엄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햄 통조림 2개를 수저로 잘게 부순후 시드에게 건네주었다.


"엄마에게 건네 주겠니? 너와 진것도 금방 줄께."


시드는 통조림을 건네 받고 루시가 있는 텐트안으로 넣어 주었다.

루시는 안대를 살짝 올려 보았다. 눈이 찡하긴했지만 아릴 정도로 아니었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정상적으로 사물을 볼 수 있었다. 안대를 벗고 진의 상태를 확인했다.


윌리엄의 새 통조림 따서 시드에게 건내주었고, 진의 것은 수저로 잘게 부수어 죽을 만들어 주었다. 루시는 안대를 풀지 않은 진에게 죽을 먹였다. 허겁지겁죽을 먹은 진은 침낭안으로 들어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윌리엄의 가족은 서로를 밝혀주는 노랗고 따스한 화톳불에 모여 뜨거운 김을 입으로 불어내며 만찬을 즐겼다.


건물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선반에는 박스채로 포장된 음식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웃고 있는 이들의 표정에도 불안함은 여전히 묻어있었다.


“당신 몸은 조금 괜챃아 졌어?”

윌리엄이 루시에게 말했다.


“응 한결 나아졌어.”

“정말 다행이야. 당신을 찾기 위해서 정말 노력했어. 시드도.”


윌리엄은 누워있는 루시에게 다가가 끌어안고 토닥였다. 루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윌리엄이 말을이었다.


“아까 USG대원들 앞에서 당신을 이렇게 만든 피터와 문지기 보여주고 이들의 정체를 말했어.”

“아마 그냥 지나가지는 않을 것 같네. 당신을 쉬게 해주고 싶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어.”

“그럼 USG들이 우리편이 되어주는거에요?”


시드가 물었다.


“그건 그들의 판단에 맞겨야지. 그들은 아직도 피터를 추종하는 것 같다. 우리에게 안 좋은 상황이 될수도 있어.”

“엄마가 회복 할 시간은 벌 생각이야.”

“저는 USG가 좋아요. 피터 아저씨가 우론 페거리라 해도 USG는 좋은 단체 잖아요. 그들과 맞서고 싶지 않아요.”

“그들이 현명한 집단이라면 바른 결정을 내리겠지. 상황이 어찌 되던간에 나는 가족을 지킬거다”

“간신히 엄마를 찾았는데 이제 그런 힘든 일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시드의 얼굴에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미안하다 시드, 일이 잘 풀리면 좋겠지만 마음의 준비는 해야 될 것 같다. 준비해야 할 것이 있으니 먼저 쉬고 있거라. 루시 당신도 좀더 쉬어둬”


윌리엄은 안쪽 물자 선반쪽으로 걸어갔다.

웅크린 채 앉아있는 시드에게 루시가 말했다.


“시드, 널 다시 봐서 너무 기뻐. 엄마를 찾아줘서 고맙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었구나.”

“전 오늘 사람을 죽였어요. 우리를 헤치려던 사람이었지만, 내가 뭘 한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눈을 감으면 죽은 그 남자의 마지막 머릿속에 그려져요. 무서워요”


시드는 훌쩍거리며 무릎사이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 루시는 시드의 흐느낌에 몸을 일으켜 시드를 안아주며 말했다.


“가족을 지키려고 한 것은 잘 못 한게 아니야. 죄책감 갖을 필요없어”

“하지만··· 아버지에겐 말을 못했지만 너무 무서웠어요···나는 사람들을 돕고 싶지, 죽이고 싶지 않아요.”

“시드, 지금 같은 상황에선 스스로를 지키는게 더 중요한거야. 누구도 너를 손가락질 하지 않을거야. 조금더 의연해 지고 강해져야되. 엄마는 네 용기가 자랑스럽다.”


엄마의 품에 안긴 시드는 몇 분간 눈물짓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루시는 시드를 침낭 안으로 눕히고 텐트안으로 들어왔다.


윌리엄이 텐트로 다가와 멍하니 화톳불을 바라보고 있는 루시에게 보여 말을 건냈다.


“피터가 창고를 구경 시켜준다고 하면서 감금한거야?”

“맞아. 그렇게 죽는 줄 알았어. 내가 오기전에 진이 이미 있었어.”


힘없는 말투로 루시가 대답하자 윌리엄이 말을 이었다


“USG는 꽤 괜찮은곳인데 말이야···.”

“어떻게 할 생각이야? 계획이 있어?”

“USG내부에도 분명 우론패거리가 있을거야. 오늘 피터의 정체를 알리고 상황 설명을 했으니, 우론 첩자가 있다면 분명 창고를 차지하기 위해 본대에 알리겠지. 탐욕스러운 녀석들이니까.ug도 창고를 지키기 위해 대가를 치뤄야 할꺼야

“난 가끔 당신을 보면 화를 당할까봐 무서워. 시드도 힘들어 하고 있어.”

"나도 노력하는거야. 하루 이틀은 안전해 그러니 조금이라도 자둬. 따뜻하게 해뒀으니 피로가 풀릴거야.


졸린 눈을 비비며 루시도 텐트 안에 있는 진 옆에 누웠다.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루시도 잠이 들었다.

윌리엄도 침낭에 들어가 앉았다. 붕대를 감았던 어깨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의식을 잃은듯이 잠이 들었다.


윌리엄이 눈을 뜨며 헐레벌떡 일어났다. 온몸이 땀에 젖어있고 어깨엔 깨끗한 붕대가 감겨 있었다. 텐트 안은 공기로 인해 따뜻했다. 온몸이 뻐근하고 쑤셨다. 다리를 움직이자 허벅지에는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기어코 몸을 일으켜 텐트 밖으로 나와 화톳불 근처에 앉았다. 아이들은 자고 있었고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루시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윌리엄 괜찮아?”

“응. 괜찮아.”

“당신 상처를 꿰멨어. 마취를 안했는데도 한번도 안깨던데.”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어?”

“얼마 되지 않았어. 하지만 당신은 좀 더 쉬어야해. 상처가 꽤 깊어”

“해 야될 일이 있어.”

“그들과 싸울 생각이야?”

“필요하다면. 그들이 이곳에 쳐들어 올거야.”

“그럼 머물수 있는 다른곳이 있을까?”

“아니 아직. 하지만 찾아봐야지. 루시, 시드 종아리도 치료했는데 확인 좀 해주겠어?”

“시드의 종아리는 치료가 잘 되어 있었어. 진은 치료가 필요하지만 깊은 상처는 아니니,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군.”

“윌리엄 우리 괜찮은 거지? 계속 살아 나가기 위해서 우린 이곳이 필요해.”

“알아. 나도 지키고 싶어 우리에겐 식량이 필요해..”


루시는 눈물을 흘렸다. 윌리엄은 루시의 눈물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했다. 윌리엄은 루시의 곁에가 양팔로 감싸 안아주었다. 루시는 조금맣게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젠 끝낼수 있다면, 끝내고 싶어.”


나지막하게 떨리는 루시의 말에 윌리엄은 어떤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가슴안에 무거운 어떤 것이 떨어져 짓누르는 먹먹함을 느꼈다, 저리도록 답답한 가슴사이로 성인이 된 시드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린 포기 할 수 없어. 이런 방법은 전혀 현명하지 않아.”

“난 이 지옥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 윌리엄.”


루시가 절망적인 말을 할때마다 윌리엄의 가슴에 그려진 시드의 모습이 점차 일그러 졌다. 윌리엄은 이런 상황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루시의 입을 통해 뱉은 말이 윌리엄의 가슴으로 들어 왔을때, 그것을 수긍하고 공감하는 자신의 본심에 자괴감을 느꼈다.


진심과 생각이 다르게 작용하여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혼란스러웠다. 백골이 된 동굴 속 가족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윌리엄은 바로 대답 할 수 없었다.


윌리엄은 자신이 감정에 지나치게 고취되고 있음을 느끼자, 일어서서 루시에게 말했다.


“나는 방법을 찾을거야 약속할게. 루시. 나는 시드와 약속을 지켜야되. 당신도 같이 해줘.”


윌리엄은 루시의 어깨를 손으로 감싸 안으며 토닥였다. 루시는 너무 지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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