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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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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398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04.13 10:33
조회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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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5화-

DUMMY

윌리엄과 시드는 움직임이 없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시드는 공포에 질린 채 놀라 뒤로 나자빠졌다. 방안의 광경은 악취를 잊어버릴만큼 끔찍했다.

좌측엔 남자의 썩어가는 시신이 고개를 숙인 채 축 처져 있었다. 한 손에 권총을 쥐고 있었고 백골이 드러난 관자놀이엔 관통된 구멍이 있었다.

그 반대 편에는 금발의 긴 머리를 가진 썩은 시체가 옆으로 드러 누워져 있었고 안타깝게도 그녀의 품에는 어린아기의 시신을 끌어 안고 있었다.

이들의 머리에는 모두 총알 자국이 있었다. 총을 쥐고 있었던 남자의 고통이 고스란이 느껴질 정도로 죽은 그의 몸은 슬픔을 내뿜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 날을 보여주려는듯 이들은 미라가 되어있었다. 선명해진 악취는 바로 사람의 시체 냄새였다.

마지막까지 가족에게 온기를 줬을 조그만 화톳불터는 숯더미들만 남았다. 주위엔 최후의 만찬을 즐겼을 스프나 햄, 과일 종류의 통조림들과 물통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직 뜯지 않은 여러 종류의 통조림들도 많이 있었다. 스테인레스 컵에 담긴 물은 그들의 죽음을 함께한 시간만큼의 먼지가루가 덮혀 있었다.

구더기조차 생기지 않은 미라가 된 시체들은 처량한 고통을 품고 있었다. 윌리엄은 시드를 붙들어 안고 고개를 돌렸다. 윌리엄은 끔찍한 광경을 보며 탄식했다. 어느 가족의 죽음의 역사는 송장냄새마저 잊을 정도로 윌리엄의 가슴속을 허탈과 공포로 가득 채웠다. 가슴속 깊은 곳엔 죽음에 대한 경외와 갈망도 함께 공존했다. 처참함과 공포에 사로잡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동시에 그들의 죽음은 윌리엄과 시드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윌리엄은 막다른 선택지에 다다랐을때의 모습을 상기시켰다. 실제로 대면하게 되자 이상하게도 마음속의 파도와 먹구름은 점자 사그러들었다. 윌리엄이 몸을 움직여 제일 먼저 집어 든 것은 닭고기 스프 통조림이었다. 그 통조림을 들고 권총을 쥔 남자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얼굴가죽이 말라붙어 백골이 군데군데 보이는 슬픈 남자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 보았다. 그리고 몇 번 고개를 끄덕였다.

2-11.jpg

시드도 윌리엄의 행동을 보며 마음을 추스렸다. 스카프로 코를 막고 화톳불 주변에 그들의 만찬이었을 여러 식기들과 통조림을 내려다 보았다.

수통을 집어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셨다. 물이었다. 목넘김과 동시에 몸속으로 흘러들어가는 느낌까지 선명하게 느껴졌다. 청량한 상쾌함이 머리까지 퍼졌다. 그는 수통을 시드에게 건냈다.


"물이야. 시드. 이리오렴"


윌리엄에게 시드의 얼굴에 물을 부어 얼굴에 묻은 스프레이 가루를 씻어냈다. 자신의 얼굴에도 물을 부어 닦았다. 한 모금정도 남은 물통을 시드에게 건냈다. 시드는 조심스레 죽은 가족들을 보았다. 그리고 수통에 입을 대고 물을 넘겼다. 사방에는 죽음의 향기가 퍼져 있었지만, 물 맛은 달콤했고 시원했다. 수통에 떨어지는 물 한방울까지 받아먹는 시드를 보자 윌리엄은 주변에서 물통을 찾기 시작했다. 화톳불 주위엔 통조림과 따지 않은 생수물이 여러개 있었다. 그중 물이 가득찬 한 통을 시드에게 건냈다. 시드는 뚜껑을 열자마자 입에 대고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윌리엄도 수통을 수직으로 세워 남은 한방울까지 모두 마셨다. 윌리엄은 시드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윌리엄은 고개를 돌려 죽은 가족이 있는 곳을 향해 말했다.


“···고맙소”


윌리엄은 죽은 남자 근처에 있던 검은색 배낭을 집어 들었다. 가방안에는 불쏘시게와 마른 장작들이 조금 남아있었다. 죽은 남자의 손에 쥐어진 권총을 빼내었다. 탄창과 총열안에 탄약은 없었다. 화톳불 주변에 있는 통조림과 물들, 라이터와 LED전등, 건전지, 기름 등을 모두 담아 어깨에 매며 말했다.


“죽은자들이 우리를 살렸다···.”


LED전등 켜고 복도쪽으로 나가 잠을 잘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섰다. 어둠을 더듬어 들어왔을 때 볼 수 없었던 복도 입구에 조금만 공간을 발견했다. 악취가 없진 않았지만 통로 입구쪽이라 악취는 옅었다. 배낭에 있는 마른 장작들로 불을 만들었다. 윌리엄은 형광 라이트에 시드의 눈을 비춰 보았다. 눈커플은 부어 있었고,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새 물통에 뚜껑을 열고 시드의 눈에 물을 부었다. 절반정도는 자신의 눈에 부운후 윌리엄이 말했다

“이제 쉬면 괜찮아 질거야. 네 갑작스러운 행동이 우리를 위험에 빠뜨렸어. 어쩌면 죽을수도 있었을거야”

“하지만 저는 애들이 있었던 가족들이 죽을까봐 그랬던거에요. 아빠는 그 사람들을 구 할 있는 능력이 되잖아요. 그러면 약자들을 도와주게 당연한 거잖아요”

“우리는 엄마를 찾는 것이 먼저야. 그리고 우리도 절대 안전하지 않아. 저들을 구하다가 지금 어떻게 됐는지 잘 알고 있잖니. 가방은 모두 빼았겼고 저 죽은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치료도 못하고 여기서 죽을 수도 있었을거야.”

“하지만 너무 어린 아이들이었다고요···인간으로써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에요 그런데 왜 화를 내시는거에요.”

“우리가 평화를 지킬 수 있을때는 그렇지만, 우리도 엄마를 구해야하니까, 상황이 다른거야. 우리가 죽으면 엄마는 누가 구해주겠니?”


윌리엄의 낮은 어투가 무뚝뚝한 어투가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는듯 했다.


“위선같다고요.”

“상황을 위험하게 하는건 용기가 아니야. 그걸 구분해야한다.”


윌리엄은 경직된 표정으로 닭고기 통조림 2개를 열어 불 가까이에 놓았다

몸은 따뜻하게 녹아내렸지만, 차가운 정적은 그대로였다.


시드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총을 들고 있던 아저씨가 죽인거죠?"

"아마도."

"아기가 불쌍해요."

“······”


시드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도 어떻게 아이를 죽일 수 있죠."

"저 가족들의 죽음 슬픈 일이야... 하지만 저들의 선택은 존중해 주어야해."

"힘들고 어려워도 이겨낼 수 있는거 잖아요."

"그래. 맞아 네 말이 맞다."

"그럼 저 아저씨가 잘못한거 아닌가요? 저 아저씨는 가족을 죽였잖아요. 자식까지요."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저 사람의 고통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족의 고통이기도 해. 아직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겠지만..."

"아빠도 저 아저씨처럼 우릴 죽일 수 있나요."

"아니,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거야. 약속하마."

"아빠는 말이 너무 달라요. 약속해야해요."

"그래. 약속하마. 하지만 시드 시간이 지나면 저 가족들의 죽음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거야."

".....저는 잘 모르겠어요."


윌리엄은 따뜻해진 닭고기 통조림통 하나를 시드에게 건냈다.


"눈은 이제 좀 괜찮니. 네 말이 틀린것은 아니야. 우선 배를 채우고 어서 쉬자. 오늘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잖니. 빨리 쉬지않으면 몸이 남아나지 않을거야“

“이상한 일 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

“너무 슬픈거 같아요”

“.......배를 채우고 좀 쉬면 괜찮아 질거야”


둘은 통조림 스프를 다 비우고 잠을 청하려 눕기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시드가 누운 자리에서 꽤 긴 시간동안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히 흐느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윌리엄은 불에 땔감을 더 집어 넣고 시드를 토닥여주었다.

형광 라이트의 불빛이 깜빡거리며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시드가 코를 골며 잠들기전까지 윌리엄은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온몸이 녹초가 되었지만 좀처럼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윌리엄은 죽은 남자의 배낭안에 챙겼던 스테인레스 위스키 통의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셨다. 무거운 풍미와 함께 목구멍을 뜨겁게 적시며 넘어갔다. 묵직하고 중후한 위스키의 맛이 혀끝에 맴돌았다.

지친 눈을 감자 총을 쥐고 죽은 미라가 된 남자의 모습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마른 얼굴에서 갑작스럽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칠줄 모르고 한꺼번에 쏟아지는 눈물을 추스리려 했지만 조절이 되지 않았다.

윌리엄은 남은 위스키를 마시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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