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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SF

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428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06.01 22:51
조회
37
추천
1
글자
7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2화-

DUMMY

진한 눈썹을 가진 강렬한 인상의 비니를 쓴 남자가 말했다.

“생존자인가?”


가까이서 보니 깊게 패인 주름과 검고 선명한 눈동자에서 깊이 있는 묵직함이 느껴졌다.


“원하는게 뭐지?”


윌리엄은 말을 하면서도 이들과 떨어져 신발을 계속 만지고 있는 남자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그냥 지나치질 않는걸보니...”

“정체부터 밝히는게 좋을 것 같군? 여기가 어딘지 안다면 당신도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난 USG의 피터 그라햄.”

“USG?”


윌리엄의 머리에 클레어와 밥의 얼굴이 스쳤다.

USG라는 말에 시드는 피터를 경계심 없이 바라보았다. 피터도 시드에게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하지만 윌리엄은 아니었다. 다른형태로 머리를 굴리고 있는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어쩌면 이들은 USG를 만났던 강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피터라는 남자 옆에 있는 남자는 금방이라도 산에서 만날 것 같은 약탈자들처럼 후줄근하고 불쾌한 인상을 풍겼다. 혼란스러웠다. 만약 이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나머지 한 사람이 오기 전에 그들을 처리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했다. 윌리엄은 뒤를 돌아 미간을 찌푸려 시드에게 사인을 주었다. 시드는 윌리엄이 준 사인에서 무언가를 느꼈지만, 심적으로 의아해하고 있었다. 피터의 무리 뒤쪽 땅바닥에 떨어진 것을 줍고 있던 남자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윌리엄은 빠르게 피터를 덮쳤다. 넓은 걸음으로 빠르게 다가가 양손으로 총구를 옆으로 제끼고 동시에 발목을 걸었다. 기습에 놀란 피터는 당황한 듯 몸을 비틀거리다가 다시 중심을 잡고 윌리엄의 완력을 버텨냈다.

매서운 눈으로 피터를 쏘아보며 어깨에 맨 소총을 빼앗으려 했다.


‘탕!’


탁한 대기를 뚫은 총소리가 하늘에 울렸다. 윌리엄은 놀랐다. 그의 총엔 총알이 있었다. 승패와 목숨이 찰나에 갈릴 뻔한 순간이었다. 윌리엄은 총열을 잡고 피터를 흔들었고 개머리판에 힘을 주어 피터의 아래턱을 가격했다. 같이 있던 후줄근한 남자는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맸다. 놀란 시드도 뒷걸음질 치다가 뒤에서 달려오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 변성기가 아직 오지 않은 남자아이의 얇고 애절한 목소리가 울렸다.


“팀 아저씨!”


신발을 만지던 남자가 총소리에 놀라 달려 왔다. 몇 일 전 만났던 사진작가 팀이었다. 그는 몸싸움을 하고 있는 윌리엄과 피터를 보고는 다급히 달려가 말렸다. 윌리엄도 팀을 보았다. 팀은 다급하게 윌리엄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진정해요! 몇일전 나에게 어린 친구가 통조림을 줬는데 기억하세요?"

"......"

순간 모두가 팀의 발언에 집중하는사이 윌리엄은 피터의 총을 뺏어내고 일어섰다. 피터도 상황이 진정된것을 알고는 총을 빼앗아가는 윌리엄을 상대하지 않았다.

"팀이라고 했었나?"

"맞아요. 지질 사진가. 공격하지 마세요. 피터는 당신들을 해치지 않을거에요. 당신이 말해준 USG라는 단체 덕분에 살았어요. 피터는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그리고 USG의 리더 이고요."

4-411.jpg

"저 사람이 USG인지 어떻게 확신하지? 이 지경에 혼자 멀쩡이 돌아다는게 의심스럽지도 않나?"

"저도 혼자였는데요 뭘"


윌리엄은 피터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당신 꽤나 거칠군. 난 피터요. USG를 만든 사람이고, 어제 수색하던 중 굶주려 있는 이들을 데리고 거점으로 가고있었던 길이요. 그런데 불행히도 당신을 만났지."


피터가 일어서며 찢어진 입술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으며 말했다.

윌리엄은 시드가 있는곳으로 뒷걸음 치며 물었다.


"거점으로 가는 길이었다고? 목조건축물 사원을 말하는 건가?"

"맞아. '청평사'라고 하지 그곳이 우리가 만든 거점이요."

"USG를 당신이 만들었다고 했지?"

"시작은 내 머리에서 나왔지만 이제 그런건 별 상관없소. USG는 공동체의 의견이 존중되기 때문에 이제와서 누가 만들었는가는 그리 중요치 않소. 난 그저 이런 재앙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함께 뭉쳐서 다시 재건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오. 다음 세대에게는 이런 끔찍한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진 않으니까."


윌리엄은 들고 있던 총구를 내리며 말했다.


"내가 오해 했을 수 도 있겠군. 당신이 USG수장이라면 그럼 우리도 도와 줄 수 있겠나?"

"물론. 우린 뭉쳐야 하니까. 그런데 당신 정말 굉장하더군. 뭘 하던 사람인지 궁금할 정도로. 이름이 뭐지?"

"윌리엄. 여긴 내 아들 시드."


그제서야 시드는 경계를 풀고 윌리엄이 옆으로 다가갔다.

피터는 호기롭게 윌리엄에게 손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갑소."

"입술은 미안하오."


윌리엄은 피터의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였다.

피터는 다가온 시드를 쳐다보며 윌리엄에게 말했다.


"이해하네 내가 당신이었더라도 그렇게 했을거요. 이런 세상에서는... 팀은 알고 있는 것 같고 이쪽은 베버라고 하네. 우리와 같은 생존자이지"


윌리엄은 베버와 인사를 했다. 나이든 백인인 베버는 후줄근한 행색과 긴 수염때문에 약탈자처럼 오해할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친근하게 웃는 얼굴에서 수수함이 묻어났다.

윌리엄은 소총을 피터에게 돌려주었다. 눈에 띄게 바람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윌리엄이 피터에게 말했다.


“밥과 클레어를 아나?”

“밥, 클레어? 음... 이번에 같이 정찰대에 파견된 요원들이었던 것 같은데.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지. 예정대로라면 여기서 합류해야 하는데, 아직 만나지 못했소 않고 있소. 그들을 보았소?”


윌리엄은 폭풍을 만났던 그 때의 끔찍한 비명소리가 머리에 스쳤다.


“그들을 이곳을 알려주었지. 하지만··· 폭풍에 휩쓸렸소.”

“그렇군···회오리였나?”

“기괴하더군”

“직접 본 건가?”


윌리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밥은 든든한 친구였네, 수염 모양에 신경을 많이 쓰는 친구였지. 삶에 애착이 아주 강한 친구였어. 것 때문에 클레어와도 죽이 잘 맞았는데. 클레어는 선생님이어서 유난히 애들 신경을 많이 썼는데···”


피터는 담담한 표정으로 윌리엄과 눈을 맞추었다, 고개를 숙이며 짧은 한숨을 뱉었다.

몇 초간의 침묵을 깨고 피터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알려줘서 고맙군···”


날리는 먼지 알갱이가 윌리엄의 볼을 스쳤다. 팀은 눈을 비비며 먼지를 피했다.

실눈을 떠야 할 정도로 한차례의 바람이 지나갔다. 피터가 스카프를 눈 아래까지 들어올리며 윌리엄에게 말했다.


"어쩌면 폭풍일 수도 있으니 서둘러 거점으로 가야겠어. 함께 가자고."


모두들 스카프 따위나 카라를 올려 호흡기를 가리고 피터를 따라갔다.

과묵한 발걸음을 따라 천천히 천천히 어둠이 내려왔다.

날이 어두워지기 직전에서야 피터와 윌리엄 일행은 사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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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3화- 22.06.08 33 1 9쪽
»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2화- 22.06.01 3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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