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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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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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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07.20 09:04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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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9화-

DUMMY

강에 다다르자 악취와 희미한 기분 나쁜 물안개가 강물 위에 퍼져 있었다. 강물과 땅이 만나는 지점엔 먼지들이 물과 섞여 침식되어, 끈적하고 두터운 검은 띠를 만들었다. 그곳에 발을 디디자 타르처럼 끈적한 늪이 윌리엄의 발목을 잡았다. 안간힘을 써서 발을 내 딛였지만 늪때문에 속도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발을 디디면 늪속으로 빠져버렸고 다음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 먼저 디딘 발을 빼내는데 많은 힘을 쏟아야 했다. 걸음을 이어갈수록 깊어지던 늪의 깊이가 이윽고 무릎을 넘어 허벅지까지 다다랐다. 강의 표면까지 먼지와 물이 섞여 끈적한 막처럼 덮고 있어 바닥이 어디인지 판단하기 조차 힘들었다. 이내 문신한 남자는 물가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윌리엄을 향해 말했다.


"너희는 끝났다. 이 강을 건넌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 너희들처럼 그곳에 빠져 묶여있다가 폭풍을 만나 죽거나 굶어 죽었지. 운좋게 폭풍을 만나지 않아도 바람을 타고 겹겹이 쌓이는 먼지에 생매장 당할거야. 바람이 불어 오는군 잘해 보라고. 아무도 너희가 여기서 죽었는지 모를거야. 혹시 모르지 화석으로라도 발견될 수도 있으니까."


우두머리가 교활한 웃음을 짓고는 뒤돌아 걸어갔다. 시드를 들쳐 업고 있던 윌리엄은 늪으로 가라 앉고 있었다. 발바닥에 땅이 짚어 졌지만 늪은 이미 허리높이까지 윌리엄을 삼켜버렸다. 검은 먼지 늪에서 고작 3발자국 앞이 강물이었다. 새벽녘 지나간 폭풍에 강표면을 덮고 있던 먼지막들이 갈갈이 찢겨져 약하게 흐르는 물길주변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발을 내딛으려 안간힘을 쓸때마다 더 깊이 빠져가는 먼지 늪의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늪에 삼켜져 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바람이 불어오자 강을 지나던 잿먼지들이 강 표면에 들러붙었다. 단 몇차례의 바람에도 늪 표면에 쌓이는 먼지들이 눈에 띄게 두터워졌다.


윌리엄은 쥐고있던 컴뱃나이프로 앞에 덮힌 늪을 갈랐다. 마치 밀도 있는 젤리처럼 칼로 낸 흔적대로 갈렸다가 다시 붙었다. 윌리엄은 칼질을 했던 곳으로 손을 넣어 휘젓고 다리고 걷어차듯이 발걸음을 옮기자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 갈 수 있었다. 같은 방법으로 먼지 늪을 가르며 강물을 건넜다. 끈적한 먼지 늪에서 탈출하자 강물속으로 들어왔고 윌리엄은 발끝으로 물밑에 깔린 자갈의 감촉을 세심하게 짚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강의 깊이는 예측 할 수 없었다. 어떤곳은 발이 닿지 않아 물이 턱까지 가라앉아 발버둥 치며 수영해서 벗어나기도 했고, 어떤곳은 지반에 돌이 박혀 있어 편하게 발을 딛고 건널 수 있었다. 강물을 벗어나 지면으로 올라가는 곳에도 먼지 늪이 있었다. 지면까지 열걸음정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만난 먼지늪에 윌리엄은 두려움을 느꼈다. 운이 좋다면 칼로 늪을 갈라 지면까지 가겠지만 운이 없다면 키보다 깊게 파인 구렁을 만나 그대로 늪속에 삼켜질수도 있었다. 윌리엄은 약탈자들의 거점에서 탈출 할 때 묶었던 로프을 쥐고 매듭을 엮어 들쳐 업은 시드의 허리에 다시 묶었다.

억척스럽게 눈을 부릅뜨고 떨리는 입술로 정신을 잃은 시드에게 중얼거렸다.


“괜찮아. 시드. 우리는 건널거야. 엄마를 만날거야.”


몇 분도채 안되는 잠깐사이에도 젖은 옷과 바람은 그들의 체온을 천천히 앗아갔다. 시드는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입술은 서서히 푸른빛을 변해가고 있었다. 윌리엄은 바로 앞의 늪 속으로 칼을 휘젖고 조심스레 발을 내딛었다. 딱딱한 돌맹이가 밟혀졌고 다시 칼을 휘저어 길을 만들어 갔다. 몇 걸음 후엔 손에 닿을 것 같은 거리에 먼지 늪과 지면의 경계가 보였다. 윌리엄의 행동이 빨라졌다. 늪을 가르는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윌리엄은 순식간에 늪안으로 목 밑까지 빠져들어갔다.


윌리엄은 얼굴만 남기고는 몸 전체가 늪에 삼켜졌다. 시드의 무게가 윌리엄을 짓누르며 매몰을 가속화하자 시드를 들어올려 지면으로 던지려 안간힘을 썼다.

몸을 움직일수록 윌리엄은 더 빠르게 늪으로 가라앉아 가고있었고, 자신과 연결된 시드의 허리에 묶은 로프부터 재빨리 풀었다. 양손으로 시드의 다리와 등을 받쳐 들어 올렸다. 몸의 움직임 때문에 더 깊이 늪속으로 빠져 코등까지 잠겼다. 윌리엄은 고개를 젖히고 필사적으로 숨을 쉬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윌리엄은 계속 가라앉아 호흡하기 조차 힘든 지경에 다다랐다. 시드를 들처업은 팔에 집중하고, 호흡을 끌어모아 시드를 지면이 있는 곳으로 던졌다. 힘겨운 시도 끝에 기절한 시드가 지면으로 던져졌다. 시드는 지면과 늪의 경계부분에 걸쳐저 늪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시드를 던진 윌리엄의 댓가는 끔찍했다. 시드를 던졌던 양팔만이 늪의 밖에서 격렬하게 허공을 휘저으며 둔탁한 물장구와 거품을 일으켰다. 표면위로 올라온 다급한 공기방울 마저 줄어들고 있었다. 윌리엄은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가진 숨을 다 썼을때도 침착하게 발을 저으며 죽음에서 도망치려 온몸으로 늪먼지를 휘저었다. 발길질로 인해 늪의 응집된 늪덩어리들이 분해됨에 따라 부분 갯벌정도로 묽어졌고, 사력을 다해 손과 발을 휘저었다. 하지만 숨은 남아있지 않았다. 코와 입속은 이미 늪먼지들이 들어와 있었고 마지막 비명을 지를 숨마저도 늪먼지에 빼았겨 가고 있었다. 손을 뻗어 휘저을때 딱딱한 막대 같은 것이 손끝을 스쳤다. 윌리엄은 좀처럼 앞으로 갈수 없었지만 처절한 시도 끝에 늪속에 있는 막대를 잡을 수 있었다. 표면은 물렁하고 꽤 단단히 고정된 정체모를 두꺼운 막대 기둥을 잡고 전력을 다해 끌어 당겼다.


윌리엄의 얼굴이 늪 밖으로 나왔고 그제서야 목 안까지 꽉 차있던 늪뻘을 뱉어내며 숨통을 틔었다.

두번째 당겼을때는 윌리엄의 상체가 늪위로 올라왔다. 한번 더 잡아당기자 발을 내딛을수 있는 땅이 밟아졌다.

한번 더 힘을 주어 당기려하자 붙잡았던 막대가 부러지듯 떨어져 나갔다. 반동에 의해 중심을 잃고 막대을 놓쳐 비틀거렸지만 재빨리 다리를 놀려 중심을 잡고 늪을 빠져나왔다. 온몸이 먼지 늪에 의해 검게 젖었다. 입속에서 검고 끈적한 먼지덩어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윌리엄은 손가락을 입속에 깊이 넣어 구토했다. 입에서 검은 뻘을 토해 냈다. 목구멍을 통해 죽음의 물이 쏟아져 나왔다. 윌리엄은 가방을 벗고 물통을 꺼내 입속을 개워냈다. 숨을 틔운 윌리엄은 하체가 늪에 걸쳐져 있는 시드를 완전히 지면으로 끌어내었다. 들쳐 업은 탓인지 다행히 시드의 코와 입에는 물자국만 조금 보였다. 칼에 찔린 상처부위는 검은 늪의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여전히 시드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떨고 있었다. 당장 어떠한 조치가 필요헸다.

5-4.jpg

검은 먼지 늪에 때문에 옷은 흠뻑 젖어 있었고 타르를 뒤집어 쓴것처럼 옷 전체에 끈적한 늪 진흙들이 들러붙어 무겁고 불편했다. 게다가 특유의 점성에 늪먼지가 잘 떨어지지 않았다. 윌리엄은 옷에 붙은 먼지를 떼내려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가방을 챙겨 시드를 다시 들쳐 안고 일어섰다. 회복되어가던 종아리에서 다시 한번 강렬한 고통이 몰려욌다.


윌리엄은 힘겹게 절룩거리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몇 발자국 안가 고개를 돌려 늪을 보았다. 그곳엔 떨어져나간 사람의 허벅 다리가 피를 흩뜨리며 늪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윌리엄의 구한 막대의 정체는 이 늪에서 죽은 망자의 다리였다. 물가근처엔 한쪽 다리가 없는 형체만 남은 남자시체가 늪뻘에 덮혀 있었다. 그 옆엔 여자의 시체도 보였다.

윌리엄과 시드처럼 허리에 연결된 로프에 묶인채 늪의 수면 위로 실루엣만이 희미하게 보였다. 윌리엄은 무심히 고개를 돌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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