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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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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413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05.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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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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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1화-

DUMMY

비탈을 내려와 평지를 거쳐 능선으로 가는 경로를 주시하며 이동하던 중 멀리서 사람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했다. 윌리엄은 포복자세로 기척을 숨기고 망원경을 꺼내 주시하였다. 쓰러진 사람이었다. 망원경을 두어 번 들어올려 재차 확인하고는 시드에게 쓰러진 사람이 밥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시드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불과 몇 시간전에 밥이 기괴한 먼지 회오리에 빨려 들어간 장면이 것이 뇌리에게 스치듯 번뜩이며 되살아났다.

윌리엄과 시드는 주변을 경계하며 쓰러진 밥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힘겹게 눈동자가 떨리며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숨은 붙어있었다. 격렬한 회오리속으로 빨려 들어간 들어 간 사람 치고는 외상의 흔적이 없었다. 가지고 있던 소총도 없었다. 그는 옆으로 누운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윌리엄은 밥에게 다가가 앉아 말했다.


“밥 괜찮나?”


밥의 흐린 눈동자는 윌리엄을 향하다가 이내 초점없이 땅으로 향했다.


“어디 다친 곳이 없나 확인해보겠네”


윌리엄은 밥의 어깨에 손을 올려 몸을 살피려 하자, 밥은 거부하듯이 윌리엄의 손길을 뿌리쳤다.

움직임에 있어서나 겉보기엔 아무런 부상이나 상처는 없었다.


“난 괜찮아. 도움은 필요없어. 그냥 내버려둬. 괜찮으니까, 그냥, 그냥 가줘.”


윌리엄과 시드는 당황했다. 밥의 입술과 피부는 말라 있었고 불어오는 잿가루들이 머리카락과 수염, 옷 사이사이에 쌓여 있었다. 윌리엄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밥 여기서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어. 다른 곳으로 옮기는거라도 도와주겠네”

“······도움은 필요 없어, 그냥 내버려둬,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밥!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왜 이러는건가?”

“······”


처음 봤을 때 의기양양하고 강골기질의 밥의 모습은 없었다. 육체는 살아있지만 존재는 이미 죽어버린 것 같은 무기력이 지독하게 스며 있었다. 윌리엄과 시드는 어떤 도움을 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윌리엄은 이 기이한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4-3.jpg

“알겠네··· 그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줄 수 있겠나?”

“···내가 갈 곳을 알았어. 그러니 그냥 놔두게”

“갈 곳 이라니?”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그냥 ···놔둬········· 운이 좋다면 자네도 알게 될거야”

“USG본부로 가는 걸 도와주겠네”

“·········”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속시원히 말해 줄 수 없겠나. 회오리에 말려들어간 사람이 멀쩡하다는게 말이 안되지 않나”

“모든걸 봤어. 그러니까 이제 다 알게됐어···그러니 그만······”

“······”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는 밥에게 더 이상 회유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숨이 붙어있지만 침묵하는 밥은 이미 죽음을 덮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윌리엄은 몇 초간 밥의 초점 없는 눈을 주시하다가 미련없이 몸을 일으켰다. 절뚝이는 한쪽다리를 움직이며 가던 길로 향했다.

시드는 급하게 가방에서 물과 콩 통조림 하나를 꺼내 아무 말 없이 밥의 머리 맡에 두었다. 시드도 멀어지지 않게 윌리엄의 뒤를 따랐다.


윌리엄의 고요한 발걸음 쫓던 시드가 침묵을 깼다.


“클레어···다른 아이들도 어딘가에 있을까요?”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윌리엄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이 숨이 찰 정도였다.

다친 다리로도 아득하게 발자국을 남겼다. 윌리엄이 걸음을 멈추고 돌무더기에 앉았다.


“······그들은 태풍에 휩쓸렸어. 그런 건 처음 봤다. 떠올리고 싶진 않지만 밥도 거기에서 휩쓸렸는데···죽었을거라 생각했어. 충격을 받았지만 외상은 없어 보이는데···이상한 일이지”

“그럼 클레어와 아이들도···”

“응 안타깝게도···”

“밥아저씨 죽은 사람처럼 보였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우리는 엄마를 찾는게 먼저니까 그 생각만 하자, 하지만 절대 태풍을 만나면 안돼. 다닐 때도 항상 몸을 피할 수 있는 곳을 유심히 봐야겠다.”



힘겨운 산비탈 두고개를 오르나서야 지도에 표기된 거점을 망원경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에 도달했다. 텁텁하게 가려진 시야사이로 무엇이 있는 곳인지 관측하였다. 희미하게 보이는 건축물은 사원의 목조 건축물 뼈대처럼 보였다. 거의 부숴진 지붕의 일부와 기둥은 꼿꼿이 선채로 아래쪽에 있는 구조물들을 견고하게 받치고 있었다. 희미하게 사원에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두터운 옷을 입은 사람들 한 무리가 이동하였는데 윌리엄의 시선에서 앞을 막고 있는 언덕에 가려져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더 이상은 알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다시 시야에 모습을 드러내었고 평평한 바닥에 붙어 있는 문을 들어 올리고 한무리가 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새 먼지 바람은 거칠어졌고 관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야를 가렸다.

밥과 클레어가 말한 사원은 USG가 있다고 했지만 의심을 내려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언덕 하나를 더 넘어가 사원이 더 잘 보이는곳으로 자리를 옮겨 망원경을 꺼내들었다.


조금 전과는 달리 그곳엔 어떠한 사람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지하에 잠복해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곳이 대체 어떤 곳인지 알 길이 없었다. 거점일 수도 있을 것이다. 거점의 정확한 용도가 무엇인지도 모를 뿐더러 어떤 형태로 운영되는지 조차도 알 수 없었기에 윌리엄은 바위아래 숨어 진득히 관찰하기로 했다. 해가 지기 전까지 육포와 스프 통조림 한 캔만을 먹은 것이 전부였다.

윌리엄은 이 목조 사원에서 무엇인가를 얻지 못하면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기에 행운이 따르기만을 바랐다.


“조금만 버티자. 저 사원에서 무엇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구하지 못한다면 우린 좀 더 식량을 아껴야 돼. 여기서 조금만 쉬고 있어. 내가 보고 올 테니 분명 지도에 표시되어 있으니 뭔가 있을 거야.”

윌리엄은 한숨을 내뱉듯 말했다.

“물이라도 마시고 싶어요.”

윌리엄은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어 시드에게 건넸다. 어리짐작으로도 물통은 가벼웠다.

“이것 밖에 못줘서 미안하구나. 어두워지면 통조림을 먹자.”


시드는 물을 벌컥 들이켰다.


“아빠도 조금 드세요.”

“나는 괜찮다.”


배고픔은 익숙했다. 목마름도 익숙했지만, 자식이 배고파하고 목말라하는 것에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못할 일이었다. 윌리엄도 바위에 몸을 기대어 긴장을 풀었다. 그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바람 소리마저 조용했다.


‘턱’


미세하게 굴곡진 바닥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고요한 평화가 깨졌다. 윌리엄의 몸은 다시긴장을 가득 담은 채 재빨리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왼쪽 다리는 기어코 윌리엄을 넘어 뜨렸다. 윌리엄이 걸쳐 앉았던 바위 바로 뒤편으로 이미 두 명의 남자가 윌리엄 일행을 포위하듯이 서 있었다.


좀 더 뒤쪽에 한 명이 있었지만 무언가 떨어진 것을 줍고 있었다. 상대는 세 명이다. 그 중 눈썹이 진하고 부리부리한 눈을 한 사람은 유난히 말쑥하고 깔끔한 차림새였다. 다른 한 남자는 헐거워져 절반이 너덜너덜해진 긴 코트를 입고 있었고 손질되지 않은 수염이 불쾌한 인상을 더했다. 다른 한 사람은 이 두 명과 떨어진 곳에서 허리를 숙인채 신발끈을 만지고 있었다. 부리부리한 눈의 남자는 USG가 가지고 있었던 k2C소총을 겨누고 있었고 윌리엄은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며 그들을 상대로 시드를 보호했다. 시드는 겁먹은 채로 상황을 주시하였다. 윌리엄은 그의 총을 알고 있었다. 또 한 그에게 총알이 없을 수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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