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SF

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416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04.20 22:57
조회
47
추천
1
글자
8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6화-

DUMMY

희미한 빛이 감은 눈을 비췄다. 진득하게 들러붙은 눈꼽 때문에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물통 뚜껑을 열어 눈에 천천히 뿌렸다. 어제보다 훨씬 나았다. 배수로 통로 밖에서 새어나오는 빛이 공간을 반쯤 채웠다. 자고 있는 시드의 눈도 부어 있었다. 시드를 흔들어 깨워 눈에 물을 부어주었다.

배낭을 도둑 맞은 탓에 따뜻하게 잘 수 있는 침낭도 없었고, 먼지를 막아줄 방수포도 없었다. 하지만 지도와 망원경을 잃어버린 배낭에 넣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윌리엄은 죽은 가족들이 있던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끔찍한 꿈을 다시 곱씹는 느낌이었다. 남아있던 식량과 물품들을 그들의 가방에 넣었다. 통조림과 레토르트 식품을 아껴 먹는다면 일주일정도는 버틸 수 있는 양이었다. 플라스틱 중형 말통들이 몇 개 있었는데 들어보니 물이 들어 있었다. 빈 깡통에 물을 조금 부은 후 상태를 확인했다. 이 물질 없이 맑았다. 윌리엄이 말했다.


"이렇게 깨끗한물을 많이 갖고 있었던걸 보니 물이 근처 어딘가에 있어. 지도에 분명 표시되어 있을거야."


윌리엄과 시드는 그들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칙칙하게 울렁거리는 잿빛하늘은 커튼을 친 것처럼 햇빛을 가리고 있었다. 윌리엄은 배낭을 들쳐 메며 말했다.

3-1.jpg

“배낭이 검은색이라 다행이다.”

“몇 분 걸으면 먼지에 덮혀서 회색으로 변할꺼 같아요”


지도를 꺼내 펼치고 현재 장소를 짚었다. 윌리엄이 말했다,


“언덕 너머에 뭔가 있을거야. 물이 있는 곳일수도 있고, 어쩌면 적이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해야겠다. 멀지 않은 숨어서 관찰 할 곳을 찾아야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어제 같은 행동은 하면 안된다. 어제는 운이 좋았지만 두번의 기회는 없을꺼야.”

시드는 윌리엄을 한번 쳐다보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방향을 주시하며 경계하고 관찰할 곳을 찾아 주변을 탐색했다. 미세한 먼지가 겹겹이 뭉치고 흩어지며 뿌연 시야마저 어지럽혔다. 언덕 둘러 뒤쪽으로 낮은 돌뿌리가 있는 곳에 몸 숨기고 지도에 표시된 지점을 주시했다.

능선 가려져 보이지 않던 구릉 쪽에 왠 남자와 여자가 두꺼운 나무 기둥만 남아있는 있는 구조물이 있는 곳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윌리엄이 조심스럽게 관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윌리엄을 발견했다. 그들은 카키색 외투와 해지지 않은 신발과 바지를 입고 있었고 지금껏 한번도 보지 못했던 부니햇에 깨끗한 스카프를 하고 군용 전투조끼 입고 있었다. 어깨 한 쪽으로 멜빵 끈이 달린 총을 메고 있었다. 탄창 또한 부착되어 있었다.


황폐한 세상의 모습과는 달리 말쑥한 모습이었고 무거운 가방이나 장화를 신고 있지도 않았다. 윌리엄의 눈에는 영락없이 가까운 곳에 주둔지를 두고 정찰근무를 하는 병사들처럼 보였다.

그들은 메고 있던 k2c 소총의 총구를 윌리엄이 있는 곳으로 치켜 들었다.


"이봐, 누구야."

3-2.jpg

여자가 소리 높여 말했다. 윌리엄은 납작 업드려 포복자세로 낮선 자들이 있는 구릉 뒤쪽으로 이동했다.


"우린 USG다. 네가 공격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안전을 보장하지. 생존자인가?"


여자의 옆에 있던 덩치 큰 남자가 이어 말했다.

윌리엄은 조심스레 그들의 옆쪽으로 우회 했다. 땅에 쌓인 잿가루가 발소리를 죽였다. 그들은 윌리엄이 있었던 방향을 총구를 틀어 주시하며 주변을 살폈다. 윌리엄은 그들의 뒤쪽으로 우회하였다.

과감하게 남자를 덮쳐 대검을 목에 누르며 제압하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남자를 제압한 윌리엄의 위협에 여자는 소총을 겨눈 채 긴장가득한 눈빛으로 경계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이들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말쑥한 느낌을 주었다. 땀에 찌든 불쾌한 냄새도 거의 없었다. 여자는 갈색의 머리에 푸른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에 먼지가 묻어 있었지만 생존자 치고는 굉장히 깔끔한 편이었다. 남자는 강직한 인상으로 진갈색의 더벅한 수염이 있었다. 남자의 목에 들이댄 날카로운 대검날이 목가죽을 찢어지기 직전까지 깊이 누른 채로 말했다. 남자는 압도적인 윌리엄의 힘에 섣불리 저항하지 않고 떨리는 양손을 들었다.


"USG가 뭐지? 당신들 어디서 온 거야?"


윌리엄의 대검 끝에 닿은 시뻘겋게 변한 남자의 목은 금방이라도 찢어져 터져버릴것 같아 보였다. 여자는 당황한 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만... 우린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우린 생존자 보호 연합이에요. 당신 같은 생존자들을 찾아 모아서 다시 재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제...제발 진정해요. 그러다 죽겠어요."


"나도 해칠 생각은 없어. 그런데 상황이 달라진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 총 내려놔.”


여자는 어깨에 걸친 총을 빼내어 조심스레 땅 위로 내려놓았다. 허리를 펴 다시 일어설때 그녀의 이마에선 땀이 흘러 내렸다.


“여기는 어디고 너희들은 어디서 온거지?"

"나는 클레어에요. 여기는 한국의 강원도라는 곳이고요. USG는 춘천에 있어요. 좀 더 시가지... 지금은 시가지라고 하기 뭐하지만 예전 강원대학교가 있던 곳에 본부가 있어요."

"그곳에는 사람들이 많나?"

"저처럼 떠돌던 생존자들이 많아요. 저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당신같은 처지였어요."

"계속해"

"당신이 위협하고 있는 밥이 저와 저희 가족을 구해줬지요."

"그럼 너희끼리 잘 살면되잖아. 왜 총을 들고 이런 곳을 어슬렁 거리는거야?"

"여기서도 구조활동을 하고 있어요. 어린아이들이요. 길을 잃고 떠도는 어린아이들이 있어요. 이런 곳에서 곧 잘 죽어요. 우린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진정해요. 우린 약탈자가 아니에요."

3-3.jpg

윌리엄은 밥이 어깨에 메고 있던 소총을 벗겨내어 빼앗았다. 그리고 밥을 밀어내어 클레어가 있는 곳으로 내동댕이쳤다. 밥은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참고 있었다.

"허튼짓하면 죽어. 왜 이곳에 있는거야?"


윌리엄이 클레어에게 말했다.


"여긴 약수터예요. 아무짓도 하지 않을테니 제발 총 내려놔요."

"우리가 아는 사이였던가. 내가 너를 어떻게 믿지? "


조악한 나무 지붕골조 아래 판자로 덮어 놓은 곳에서 숨을 참으며 흐느끼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엷게 흘러나왔다. 당황한 듯한 클레어는 판자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순간 윌리엄은 혼란으로 가득찼다. 그들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었다. 윌리엄은 고압적인 목소리로 클레어에게 말했다.


"아이들을 꺼내!"

"아뇨. 당신은 너무 위험해요."


클레어 또한 강경하게 대응했다. 윌리엄 앞을 막아서며 격앙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윌리엄은 클레어를 개머리 판으로 밀어내었다. 클레어는 내동댕이 쳐졌고 밥이 일어서 윌리엄에게 달려들었지만 윌리엄은 총으로 밀어내고 발길질 하였다. 아이들 소리가 들려오는 나무판자를 발로 걷어 냈다. 약수물을 받는 시멘트 통로 한쪽 켠 어둡고 작은 공간에 아이들 네 명이 있었다.

윌리엄을 본 아이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클레어는 손으 뻗어 윌리엄을 밀쳐냈다. 아이들은 흐느끼며 밖으로 나와 클레어의 바지깃을 잡고 울고 있었다. 클레어는 아이들을 감싸 안으며 윌리엄을 노려 보았다.


"아빠!"


언덕 위에서 시드가 내려 오고 있었다. 클레어와 아이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윌리엄을 보며 시드는 경직된 채로 이 모습을 보며 서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공지] 9월 7일, 14일 휴재합니다 22.09.06 17 0 -
공지 [휴재공지]8월 10일 휴재합니다 22.08.09 12 0 -
32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32화- [완] 22.11.09 31 0 4쪽
31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31화- 22.11.02 24 1 9쪽
30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30화- 22.10.26 31 1 14쪽
29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9화- 22.10.19 46 1 10쪽
28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8화- 22.10.12 29 1 13쪽
27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7화- 22.10.05 29 1 14쪽
26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6화- 22.09.28 28 1 25쪽
25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5화- 22.09.21 32 1 10쪽
24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4화- 22.08.31 31 1 15쪽
23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3화- 22.08.24 29 1 14쪽
22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2화- 22.08.17 25 1 14쪽
21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1화- 22.08.03 34 1 12쪽
20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0화- 22.07.27 27 1 8쪽
19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9화- 22.07.20 31 1 8쪽
18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8화- 22.07.13 29 1 9쪽
17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7화- 22.07.06 29 1 8쪽
16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6화- 22.06.29 38 1 8쪽
15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5화- 22.06.22 39 1 11쪽
14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4화- 22.06.15 30 1 13쪽
13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3화- 22.06.08 33 1 9쪽
12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2화- 22.06.01 37 1 7쪽
11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1화- 22.05.25 31 1 8쪽
10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0화- 22.05.18 36 1 8쪽
9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9화- 22.05.11 36 1 7쪽
8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8화- 22.05.04 45 1 9쪽
7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7화- 22.04.27 55 2 10쪽
»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6화- 22.04.20 48 1 8쪽
5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5화- 22.04.13 61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