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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SF

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412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09.21 09:37
조회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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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5화-

DUMMY

“그 총 내려 놔”


윌링엄의 말에 시드의 들고 있던 총을 버리듯 놓았다.

윌리엄은 쥐고 있던 칼을 들고 자신을 찔렀던 쓰러진 문지기의 양다리 무릎 뒤쪽을 나이프로 깊게 베었다. 정신을 잃고 있던 문지기는 고통으로 깨어나 경련하는 다리를 붙잡고 울부짖었다. 생존자들의 젖줄이 고통으로 가득찼다.


윌리엄의 태연한 행동을 보자 시드는 두려움에 뒷걸음질 쳤다.

윌리엄은 문지기의 목덜미의 옷을 잡아 끌어당겨 괴로워하는 피터 위로 덮었다. 한 쪽 어깨를 부여잡고 시드에게 말했다. 매섭게 변한 윌리엄의 눈매에서 시드는 날카로운 무언가를 느꼈다


“미안하다. 안 보는게 좋아.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쉬고 있으렴.”

“그런데···상처....”

“알고 있어. 곧 갈게.”

“엄마는 어디 있는거에요.”

“.....시드 지금 일을 처리 할 시간이 필요해... 저쪽에 가서 쉬고 있으렴”


시드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윌리엄은 세 명의 아킬레스건과 팔의 힘줄이 있는 곳을 나이프로 베었다. 마치 도축하듯 자연스레 부위를 집어내어 칼로 그었다. 행동 하나하나에 고통의 비명이 뒤따랐다. 더 이상 자비가 없었다.


문지기 한 명은 확실히 죽었고 피터와 다른 문지기는 숨이 붙어 있었다. 세 명을 나란히 앉혀 선반에 기대어 놨다. 윌리엄 넓은 물자 선반 사이를 돌아다니며 거즈와 압박 붕대, 알콜을 가져와 그들 앞에 앉았다. 윌리엄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상의를 벗었다.


껴입은 안쪽의 옷이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상의를 모두 벗고 소독약을 상처부위에 부었다.피가 섞인 소독약이 흘러내렸다. 윌리엄은 고통에 신음하는 하는 문지기에게 말했다.


“루시 어딨어?”


일그러진 표정으로 문지기를 향해 말했다.


“아악...


“제대로 대답하면 편하게 보내줄게. 기회는 한 번이야. 루시 어딨어?”

“크흑. 병신”


대답이 끝나자마자 윌리엄은 그의 무릎을 발로 내리찍었다.


“아악”


고통과 울음 섞인 비명이 또 다시 울렸다.


“말할게...말할...”


윌리엄은 문지기의 목을 발로 걷어 찼다. 문지기의 입에서는 마지막 입김이 새어나왔고 그대로 고개를 떨궜다. 윌리엄의 상처에서 다시 피가 흘러내렸다. 구급상자 앞에 앉아 소독용 알콜을 묻혀 피를 닦아 냈다.

긴 붕대를 풀어 상처 부위를 포함하여 가슴 전체를 둘둘 말았 묶었다. 상의를 입은 윌리엄은 창백해진 채로 피터를 향해 말했다.


“피터... 너도 이들을 믿지 못하는군. 네가 우론의 두목인데도 말이야.”

“내가 이런 쓰레기들을 어떻게 믿나? 세상엔 믿을 게 없지. 지금은 더더욱,,,,,”

“위선적인 쓰레기”

“순진한 윌리엄. 재앙의 빛이 일어나기 전에도 세상은 그렇게 흘러갔어. 나 또한 너 같았지..”

“넌 내 손으로 끝장낼 수 없겠군. 네가 만든 USG가 널 죽일거다. 아니면 폭풍에 삼켜질거야.”

“대체 뭐가 위선적인거지? 난 USG를 만들고 사람들을 살려주고 보살폈어. 단지 그것에 맞는 조그마한 보상을 바란거야.”

“그래서 살육을 즐기는 무리와 손잡은거고?”

“최소한 지금 세상엔 위선이라는 건 없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나가는 거지.”

“사람을 죽여서 갈취하는게 너의 방식인가? 기회는 한번 뿐이야. 루시 어딨어?”


피터는 눈을 치켜 뜨며 말똥해진 눈빛으로 말했다.


“정말 날 죽이지 않을건가? 약속한다면 말해 주지.”

“죽이지 않을 테니 말해봐.”

피터는 굴뚝이 있는 기둥 철문쪽으로 시선을 돌려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시드가 소스라치듯 놀라며 윌리엄에게 달려오며 말했다.


“아빠! 저기 철문 안에 뭐가 있나봐요.”


쿵!


문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고 시드는 놀라듯 달려왔다. 시드가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저기... 철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윌리엄은 일어나 시드가 말한 곳으로 갔다. 굴뚝 창고 벽면에 철문 안쪽에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녹이 슬어 퍽퍽하게 잠긴 잠금 손잡이를 발로 걷어 차내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안은 완전한 암흑이었다. 고개를 내밀어 들여다보아도 어떠한 것도 볼 수 없었다.


윌리엄이 다시 한번 고개를 내밀자 아래쪽에서 불쾌하고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끔찍한 냄새에 고개를 빼낼수 밖에 없었다. 숨을 고르고 다시 확인하려 고개를 넣는 순간 조그만 돌맹이가 올라와 볼을 때렸다.


“뭔가 있어. 시드 전등 좀 주겠니.”


시드가 문지기의 책상에 있는 벽에 있는 전등을 들고 윌리엄에게 건내주었다. 전등을 들고 좁다란 철문으로 기어 들어가니 원통형 굴뚝의 아래로 내려가는 조악한 철 계단이 전등 빛에 비춰졌다.


깊이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어둠이 깊었다. 아랫쪽으로 향해 전등 비추어 보니, 어둠의 틈으로 무언가 움직이는 형체가 보였다. 낡은 철계단을 내려가는 윌리엄의 발소리가 굴뚝안에 울리자 아랫쪽에서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전등을 치켜들었다.


사람 세 명이 간신히 누워 잘 수 있는 원통형 공간에 어린아이들 두 명과 어른 한명이 발가벗겨진 채 전등 빛을 피해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떨고 있었다.


전등 빛에 희미하게 비춰지는 정체모를 생존자의 모습이 기괴하게 느껴졌다. 빛을 피해 웅크리고 있는 사람의 등가죽을 위로 뼈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흑발의 아이 한명과 금발의 성인 여성은 두려움에 떨며 서로 부둥켜 안고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더러운 이불을 덮고 있는 여자 아이가 빛을 비추는 윌리엄을 향해 누워있었다.


어둠속에서 눈이 시릴정도로 빛나는 전등빛에 소녀의 눈은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윌리엄은 서둘러 전등을 껏다.


"오지마....가기싫어....가기 싫어....."


힘없는 여자의 말투에서 처절하고, 지독한 간절함이 묻어났다.


윌리엄은 흐느끼는 대답에서도 루시의 목소리임을 직감 할 수 있었다. 윌리엄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 루시. 괜찮아....윌리엄이야. 내가 왔어. 당신을 구하러 왔어. 다시 올테니까 안심하고 말고 기다려."


윌리엄은 급하게 굴뚝에서 나와 선반에서 거즈와 담요를 가지고 다시 들어갔다.


“아빠? 설마···“


윌리엄은 시드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할 수 없었다.

들어가기엔 철문이 작았지만 어렵사리 몸을 틀어 문 안으로 들어 갔다. 예상보다 독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 였다. 맡아본적 있는 냄새였다.

랜턴을 높이 들어올려 벽을 비췄다. 시멘트 재질의 맨들맨들한 벽에는 그을음들이 벽을 검게 덮고 있었다.


윌리엄이 전등을 움직일때마다 생존자들의 엷은 신음소리가 울렸다. 윌리엄은 계단의 중간쯤에 랜턴을 내려 놓았다. 죽은 아이의 모습이 드러났다. 빛을 피해 부둥켜 않고 있는 여자와 아이에게 말했다.


“루시. 어서 나가자. 환한곳으로 가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으니 안대를 해야되.”

“윌리엄···”


고개를 푹숙인채 아이를 부둥켜 안은 더러운 금발머리 여자의 작은 목소리가 통로에 울렸다.


“루시. 누가 더 있지. 아이 한 명 뿐인가?

“윌리엄 당신이야?”

“다행이야. 시드도 기다리고 있어. 어서 나가자.”

윌리엄은 은은하게 번지는 랜턴 빛으로 루시의 고개를 슬며시 들어올렸다. 왼쪽 눈은 퉁퉁부어 멍이 올라와 있었고, 랜턴 빛을 피해 힘겹게 오른쪽 눈커플을 올려 윌리엄을 보았다. 눈물을 머금은채 충혈된 푸른 눈동자. 그녀는 윌리엄이 잘 보이지 않는 듯 눈을 얇게 뜨고 깜빡거렸다. 윌리엄은 그녀의 눈을 보자마자 다가가 끌어 안았다.


“루시...미안해.”


흐느낌조차 없이 윌리엄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살려줘......”


루시의 입에서 한숨 같은 말을 뱉었다.


“빨리 나가자.”


윌리엄은 가져온 거즈로 루시와 남자 아이의 눈을 가렸다. 담요를 건네주고 몸을 둘러 싸서 풀어지지않게 묶었다. 흑발의 아이를 안아 철문으로 내보냈다. 아이의 몸집이 작아 비좁은 입구를 수월하게 나갔다.


시드가 부축하여 아이가 수월하게 나올수 있도록 도왔다. 구조된 흑발아이 아이는 13~14살쯤 되보이는 아이였다. 헝클어져 엉킨 머리를 한 동양인이었고 몸엔 군데군데 상처들이 보였다.


입술은 푸르게 변하여 갈라져 있었고. 피부는 탄력없이 거칠었다. 얼굴엔 지저분한 얼룩들이 묻어 있었다. 엄청난 악취가 났다. 움직일때마다 가시같은 뼈들이 담요를 뚫을듯 나타났다 사라졌다. 시드의 어깨를 붙잡고 허공에 손을 저으며 불안하게 떨고 있었다.

이내 안대를 벗으려 하고, 비명을 지르며 날뛰었다.


계단을 오르던 중 흥분한 흑발 남자아이의 비명을 듣고, 루시는 달래듯 말했다.


“진. 아줌마 여기 있어. 이제 괜찮을거야. 널 구하러 온거야. 내 가족들이야. 안심해도 되”


루시의 목소리가 들리자 아이는 서서히 진정을 찾았다.

철문안에서 들리는 루시의 목소리에 시드는 단번에 엄마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시드는 철문앞으로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아빠, 엄마 목소리에요.”

“엄마를 찾았어. 도와 주겠니?”

“네”


좁은 문에 다다르자 윌리엄은 루시의 몸을 숙이게 하고, 시드는 허공을 더듬고 있는 루시의 손을 잡아 밖으로 빼냈다.

6-5.jpg

시드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루시를 부축해서 안았다.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벅찬 눈물을 흘렸다. 만신창이가 된 엄마의 모습이 너무 가엾기도 했고 이런 상황을 만든 피터에 대한 분노가 섞여 오묘한 감정이 눈물을 타고 흘렀다.


루시에 몸에 베여있는 악취에도 불구하고 시드는 붙들어 잡은 손을 풀지 않았다. 흑발의 남자 아이 또한 루시의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와 안겼다.


루시의 안대를 안에서 흐르는 눈물이 밖으로 쏟아져 흘렸다. 시드도 루시 품에 안겨 흐느껴 울었다.

윌리엄은 긴장을 풀고 벽에 기댄채 루시에게 말했다.


“살아줘서 고마워 루시. 치료부터 해야겠어. 옷도 가지고 올게.”


루시는 윌리엄을의 목소리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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