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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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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414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05.04 18:38
조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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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8화-

DUMMY

윌리엄은 메고 있던 가방에서 스테인레스 수통을 꺼내어 들고 약수터의 나무판자를 들어냈다. 손가락 두께 만한 파이프에서 물이 흘러 나왔다. 바로 밑에는 흘러내리는 물을 받는 돌로 된 통로형 수조가 있었는데 그 수조에는 잿빛 먼지 때가 눌러 붙어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불쾌감을 주는 형상이었다. 물이 떨어지는 동선을 따라 먼지 덩어리들이 고드름 모양으로 솟아올라와 있었다. 윌리엄은 그 먼지 기둥을 발로 차서 부숴버렸다. 스테인레스 수통 뚜껑을 열었다.


"시드, 간만에 씻어 보자."


윌리엄이 수통을 기울여 물을 조금 따라 부었다. 시드는 윌리엄이 흘려주는 물을 양손으로 모아 손을 씻고 세수를 했다.

검댕이 군데군데 묻은 얼굴들이 살빛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열다섯의 소년의 생기 있는 얼굴빛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마치 흑백 사진에 색이 들어간 것처럼 인상으로 느껴졌다. 이번에는 시드가 물을 채운 수통을 들어 뚜껑을 열고 윌리엄을 기다렸다. 검은 구정물이 오랫동안 윌리엄의 손을 거쳐 떨어졌다. 세안까지 모두 마친 말끔해진 얼굴의 두 사람은 먼지 폭풍을 피할 바위틈을 찾으며 길을 나섰다.


"아빠 엄마가 있는 곳이 USG본부라고 했는데 왜 그들과 같이 가지 않았어요?"

“우리는 우리의 방식이 있으니까. 아빠는 그들의 방식이 편하질 않아. 아쉬운가 보구나.”

“네. 하지만 괜찮아요 우리도 엄마를 찾아서 USG로 갈꺼잖아요?”

“그래 엄마가 그리로 갔다면 엄마를 찾으러 가야지.”

“그럼 좋은 사람들을 볼 수 있으니까요.”

“맞아. 다시 볼 수 있을거야.”


윌리엄은 주변의 지형과 방향을 지도와 맞춰 확인하고 레이첼과 밥이 갔던 방향으로 발을 떼었다.

언덕들 언덕을 지나면 또 언덕이 나오고 언덕을 지나면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비탈은 그리 험하지 않았고 억센 바위산도 아니었기에 그들은 금방 익숙해졌다. 방향은 문제 없이 잡고 갔지만 레이첼과 밥의 말대로 소양강 댐을 건너가지 않는 경로를 만들어 가야했다. 윌리엄도 그들의 소양강 댐을 강조해서 말한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지도를 빼앗았던 약탈자, 클레어와 밥의 말들을 유추해보면 윌리엄이 상상하는것 이상으로 추악한 집단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먼지폭풍은 위협적이었고 윌리엄은 되도록이면 빠르게 계획을 판단하고 결정해야 했다. 먼저 지도 상에서 볼 때 가까운 높은 봉우리로 향했다. 실제 강줄기의 상황과 소양강댐도 망원경으로 관측할 참이었다. 지도상으로도 산이 높은 만큼 산세는 험하게 보였다.

약수터에서 얼마가지 않아 평평한 지대가 나왔다. 평평한 땅위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잿빛 먼지들이 덮은 땅의 모양은 쉽게 민가가 있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텃밭에 박아논 나무 울타리들의 발목만 남은 흔적들이 이곳의 과거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었다. 예전엔 물도 나고 사람들끼리 웃고 울며 고단한 생을 함께 잊으며 나눴으리라.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은 죽은 황무지가 되었다. 지금은 먼지 폭풍을 만나면 빠져나갈 수 없는 죽음의 덫이었다. 습관처럼 깃든 상식마저도 간단하게 판단 할 수 없게 되었고, 처음 세상을 배우는 아기처럼 모든 것을 직접보고 확인해야 했다.


윌리엄은 걸음을 재촉하며 평지를 빠르게 벗어났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아 오르고 있을 때 쯤 윌리엄은 스치듯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바위틈에서 무언가 움직였고 시드를 돌뿌리 바위쪽으로 옮겨 몸을 숨겼다. 무언가를 보았던 바위에서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봐요?"


윌리엄의 뒤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였다. 소리가 들렸던 곳으로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두터운 외투와 후드 모자를 쓴 젊은 남자의 보습이 보였다. 10발자국도 채 안되는 거리였다.


그는 두 손을 올려 호의적 의사를 나타냈다. 잿빛 먼지가 둘러붙은 등산가용 기능성 외투입고 있었고 대용량 배낭을 매고 있었다. 외투의 원래 색이 눈에 잘 띄는 형광색이었는데 들러 붙은 먼지에 덮혀 자세히 보아야 형광색이 보일 정도였다. 바람에 날리는 먼지 때문에 스카프나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릴 수 밖에 없지만 그 모습이 수상쩍고 의심스러워 보이는건 어쩔 수 없었다. 눈과 코 부분만 봐도 많이 지친 듯 낯빛은 초췌하고 생기가 없었다. 눈 전체를 덮는 고글을 목에 걸고 있었다.

다부져보이는 겨울용 부츠를 신고 있었다. 튀어날올듯한 큰눈에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어 각인되기 쉬운 인상이었다. 하지만 윌리엄은 경계를 풀지 않고 대치했다. 왼손은 반사적으로 허리춤에 나이프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윌리엄이 먼저 물었다.


“원하는게 뭐지?”

"난... 위험한 사람이 아니에요.... 난 팀이라고 해요. 지질학 사진작가예요. 사람을 만난 건 당신이 처음이에요. 어린친구도 있는 것을 보니 가족인가 보군요."


어리다는 단어가 남자의 입에서 나오자 윌리엄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형광 자켓의 남자를 쏘아보며 말했다.


"우리한테 원하는게 없다면 그냥 가는게 좋을 것 같은데..."


팀은 고압적인 윌리엄의 태도에 겁을 먹었고 그는 양손을 다시 가다듬어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당신들에게 어떠한 것도 하지 않을 거예요. 진정해요. 단지 궁금한게 있어서요.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네요."

"그럼 그 후드와 스카프를 내리고 거기서 말해."


남자는 후드를 내렸다. 코가 굉장히 크고 길었다. 전체적으로 길쭉한 인상의 남자였다. 붉은 머리카락으때문인지 강렬하면서 친근한 인상의 남자였다.


"사람을 처음 만나네요.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있으면 대화를 하고 싶어요. 네팔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굉장히 강렬한 빛에 의해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은 후론 기억이 없네요. 정신 차리고 보니 이곳이었어요. 나침반도 안되고 핸드폰, GPS모두다 먹통이에요. 뭔가 아는것이나 정보가 없나요?"


윌리엄은 허리춤안에 나이프를 반쯤 빼 둔 채로 말했다.


"우리 또한 그렇지. 도대체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네. 이제 됐나?"

"그렇군요. 사람을 처음봐서 반갑군요. 좀 더 이야기를 했으면 좋을텐데..."

"혼자인가?'

"네. 혼자에요. 사람을 본건 당신이 처음이에요."

"지금은 되도록이면 서로 피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우린 갈길이 멀어서 말이야.“

“당신들은 어디로 가는거죠?”

“우린 남쪽으로 향하고 있어.”

“당신들이 가는 방향이 남쪽인 거군요.”

“동행할 거라면 거절하겠네.”


윌리엄은 경계 풀지 않았고 시드에게 계속 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윌리엄 또한 팀을 바라본 채로 산행을 이어갔다. 팀은 윌리엄을 바라보며 계속 서 있었다. 그러다 뜸을 들이듯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 저기 혹시 먹을 걸 나눠줄 수 있나요? 몇 일간 물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스스로 찾으라고”


시드는 냉담하게 애기하는 윌리엄의 태도가 못마땅한듯 팀을 보며 난처한 표정으로 답했다.

뒤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드가 가방에 있던 구운 콩 통조림과 물병을 팀에게 던지며 말했다.


"먹어요."


통조림깡통은 미쳐 그에게 가지 못한 채 그의 발 언저리에 떨어졌고 팀은 재빨리 깡통을 주워 들었다. 안경을 쓰지 못한 사람처럼 흐릿한 시야를 맞추려 눈을 찌푸렸다 반복하며 그들과 깡통 통조림을 번갈아 보았다.

3-5.jpg

윌리엄은 시드를 못마땅하다는듯 눈으로 쳐다보았다. 시드는 윌리엄의 눈을 피했다. 윌리엄이 한숨을 내쉬고 발걸음을 내듣었다. 열 걸음 채 되지 않아 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저도 같이 갈 수 있을까요?"

"강원대학교로 갈 수 있다면 있다면 가보시오. USG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요. 우리가 해줄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


윌리엄은 단호하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시드는 고개를 돌려 팀을 바라보았지만 윌리엄은 시드의 등을 떠밀었다.

윌리엄의 손길에 저항의 제스쳐를 취하자 윌리엄이 말했다.


“엄마를 찾는게 먼저야. 신은 감당 할 수 있는 고난을 준다. 안타깝지만 저 사람이 극복해야할 일이야. 우리가 엄마를 찾아나선 것 처럼. 그리고 다음엔 우리것을 나눠주는 불필요한 행동은 하지 말아라.”


시드는 윌리엄의 시선을 외면하듯 먼저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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