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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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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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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08.0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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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1화-

DUMMY

바람소리에 남자의 고함이 섞여 있었다. 폭풍으로 변하여 날리는 먼지와 돌조각들 떄문에 눈 조차 뜨기 힘든 상황이 되자 시드의 옷을 붙잡고 버티며 비명을 질렀다.


무언가에 끌려가는 느낌이 멈추고, 폭풍도 느껴지지 않자 그제서야 눈을 떴다. 땅 속에 있는 정체모를 좁은 공간에 있었다. 남자 두 명이 쓰러진 윌리엄 옆에 앉아 있었다. 아치형 시멘트로 만들어진 좁은 수로 안이었다. 바닥엔 말라 비틀어진 물 이끼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보시오? 괜찮소?”


윌리엄은 먼지에 따끔거리는 눈을 비벼떴다. 손을 등에 짚어 시드를 확인했다. 여전히 시드는 로프로 연결된 채 등에 업혀 있었다. 시드 파묻은 얼굴을 들어 눈에 있는 먼지를 없앴다. 말쑥한 외투를 입고 있는 두 명의 남자가 앉아 있었고 K2C소총을 메고 있었다. 붉은 턱수염이 더벅한 덩치 큰 백인남자와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왜소한 체격의 동양인 남자였다.


“당신들 USG인가?”


윌리엄이 시드를 잡고 고쳐 앉으며 물었다.


“네. 우리는 USG예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그동안 도움을 받았소. 구해줘서 고맙소.”


시드가 USG라는 말에 그들을 관심있게 쳐다보았다. 윌리엄은 다시 말을 이었다


“아이가 칼에 찔렸소. 지금은 버틸만 하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심각해 질거요.”

“USG본부에 가면 치료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 멀리 않아요.”

“아, 난 윌리엄이요. 여기는 내 아들 시드..”

“난 톰이고 이 친구는 진우입니다.”


톰의 옆에 있던 찢어진 눈매와 짙고 짧은 머리을 한 동양인 남자가 말했다


“나는 이진우에요. 여기 한국 태생이죠”

“구해줘서 고맙소.”

“굉장히 운이 좋네요. 이곳은 우리팀 정찰지역이 아닌데... 아이는 상태가 어떻죠?”

“약탈자들에게 당했어요. 다행히 장기까지 손상되지 않은 것 같은데 출혈이 계속 되고 있어요.”

“진우가 의료지원을 맡고 있으니 체크해 보면 도움이 많이 될 거에요. 그런데 약탈자들을 만났나요?”

“그렇소. 우론이라고 하더군요. 운이 없었소. 우론패거리의 우두머리인 작자를 만났는데....”

“십자가 문신을 한 남자라면 바이퍼란 놈인데··· 그런데도 살아 돌아왔다니....”

“바이퍼···”

“우론 패거리의 두목이죠. 잔혹하기로 악명이 높아 우리에게도 기피대상이에요. 우선은 상처부터 보죠.”


진우가 시드를 내려놓았고 윗옷을 벗겨 압박 붕대를 풀고 상처 부위를 살펴보았다.


“상처가 깊네요. 다행히 장기까지 다치진 않았어요. 시드라고 했니?”

“네.”

“조금 따가울 수 있어. 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6-1.jpg

진우는 가방에서 알코올을 꺼내서 깨끗한 거즈를 적신 후 상처 부위를 소독했다. 시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깊은 상처 안으로 알코올이 들어가자 몸속에서 깊은 고통이 퍼졌다.

상처로부터 전해진 고통은 힘주어 입을 막고 있는 손을 뚫고 나와 수로 안을 울렸다. 진우는 경련하며 꿈틀대는 시드의 손을 단단히 잡아 주었다.


아픔을 감추려 입을 막는 시드의 모습에 윌리엄의 가슴이 저려왔다. 진우는 거즈를 상처 부위에 대고 새 붕대를 꺼내어 시드의 몸에 감았다.


“상처가 깊긴 하지만 본부에서 상처부위를 꿰매면 금방 회복될 거예요. 우리 또한 본부로 복귀중이니 폭풍이 멈추면 같이 가도록 해요.


“씩씩하구나. 시드.”


진우가 말했다.


“우리 지금 USG로 가는 건가요?”

“응. 그곳에선 회복할 수 있을거야.”

“엄마도 만나고요.”

“엄마가 본부에 있나보구나?”

“피터아저씨 말로는요”


진우가 톰에게 눈을 흘겼다. 그러자 톰이 말했다.


“우리도 정찰 임무 복귀 중이라 자세한 구조자들은 확실히 모르겠지만, 피터가 그렇게 말했다며 맞을거야.

“본부에 가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구나. 하지만 분명 엄마가 있을거야.


윌리엄이 말했다.

시드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윌리엄을 보며 말했다.


“엄마가 보고싶어요”


윌리엄은 시드를 보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윌리엄은 진우와 톰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고맙소.”


통로 사이에 먼지가 들어 올 수 없게 막아 놓은 보자기를 들춰보니 천장으로 뚫린 입구에서 떨어지는 먼지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윌리엄은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어 반쯤 남은 물을 시드에게 나누어 주었다.


“폭풍도 지나간 것 같으니 출발합시다.”


윌리엄이 말하자 들은 지하 배수관을 빠져나와 톰의 안내를 따라 강원대학교로 향했다. 진우가 윌리엄에게 말했다.


“저도 피터에게 구조를 받았어요. 약탈자들로부터 목숨을 구해주었죠. 이런 시기에 사람들을 모아 힘을 합치는 그의 판단은 옳은 결정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고요.나도 참여하게 되었죠.”

“나 또한 그에게 도움을 받았소. 무법자들이 판치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잘 대처하는걸 보니 남다르단 생각이 들었소.”


톰도 거들었다. 거기에 진우가 이어 말했다


“일반적인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았어요. 톰이 말하길 그는 아프리카에서 NGO 활동을 했다네요. 뭐 일반적인 봉사활동이라기 보다는 분쟁지역에서 적군이나 도둑들로부터 난민을 지키는 협상을 하거나 때때로 필요할 때는 전투를 하기도 하고. 그런 경험때문인지 상황파악이나 조직을 운영하는 능력이 남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고단함에 익숙할 것 같군요. 피터의 삶은....”


윌리엄이 대답했다.


“저는 재앙이 있기 전에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을 했습니다. 뭐 말단이긴 했지만요. 의료용 산소통 교체를 하고 있는 중에 영문도 모르게 일을 당했어요. USG에서는 이 재앙을 ‘혼돈의 빛’이라고 말해요. 혹시 당신은 이 재앙에 대한 정보가 있나요?”

진우가 물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난 군인이고 파병 전 가족들과 같이 있다가 정신을 잃고 눈을 떠보니 이곳이었습니다.”

“신이 노하신거지. 아니면 지구의 명이 다했거나. 고대 예언가들의 예언처럼 말이오. 당신은 운이 좋군요. 가족들과 함께 있어서. 나는 가족을 잃었습니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난 USG에 들어온 이유도 내 가족을 찾기 위해서예요.”


톰이 끼어들며 말했다.


“....유감입니다.”

“......”


“강원대학교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까?”

윌리엄이 이 말을 이었다.


“지금은 이십명 정도 될겁니다. 정확하진 않아요. 교대로 정찰임무를 나가고, 하루아침에 정찰 나갔다가 운 나쁘게 폭풍을 만나거나 우론 패거리한테 당하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윌리엄의 머릿속에 스치듯 떠오른 클레어와 밥을 이십명라는 숫자에서 제외시켰다. 그리고 다시 말을 떼었다.


“USG는 정말 생존하기에 충분한 식량이 있습니까?”

“그렇소. 피터가 창고에 많은 양의 식량이 있다고 하더군요. 본부 체류중엔 굶어본적은 없어요. 모두 통조림이라는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이 판국엔 통조림도 귀하지요. 음식을 남기면 안되지만 매끼니마다 테이블에 같이 앉은 동료들끼리 남긴 음식 처리 당번을 정할 정도니까요... 물류 창고를 직접보진 못했지만 USG 운영을 위한 10년치는 거뜬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우리가 정찰 나오기전 감자 재배에 성공했어요. 맛이 어떨진 장담할 수 없지만.... 허허...”


너털한 웃음을 이어가듯 진우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정찰 나오기 전에 땅에서 키운 감자를 먹고 나왔어요. 위협만 없다면 생존 가능성이 있는거죠.”

“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폭풍이 지나고 톰과 진우의 안내로 빠르게 강원대학교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들이 말한 강원대학교는 밖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건물의 흔적만이 남아있는 공터였다. 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곳이 강원대학교 였는지 알 수 있는 단서나 표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시드를 들쳐 업은 윌리엄도 톰과 진우가 아니었다면 쉽사리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좀 더 발걸음을 옮기자 낮은 언덕들 위에서 본부 정찰을 하는 USG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톰이 그들만의 사인이 담긴 손가락 모양을 하고 몇 번이나 들었다 올리자 그들도 손가락 사인으로 답을 해주고서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군데군데 낮은 언덕과 밑둥이 잘려진 나무에 둘러쌓여 있는 직사각형태의의 연못터에 다다랐다. 둥글둥글한 돌들을 겹겹이 쌓아 만든 인조 연못은 부분적으로 바닥이 보일정도로 물이 말라있었고 군데군데 물이 고인 곳에 먼지가 내려앉아 물과 들러 붙어 검은 먼지막이 덮혀 있었다.


연못의 양 옆쪽으로 언덕 오르막길이 있었고 뒷쪽으로는 평평한 평지가 펼쳐져 있었다. 연못의 오른쪽으로 건물의 흔적이 남아있는 넓직한 공터가 나타났다.


재앙전 지하층으로 사용됐던 건물 공간이 태풍에 모조리 날아가면서 복도와 방 배수로로 된 구조라는 것을 짐작할수 있었다. 톰이 배수로 였던 구덩이 부분 안쪽으로 손을 넣었다.


'탁'


나무 덮개가 열렸고 그 안에 있는 2중 철덮개를 열자 입구가 드러났다. 톰이 윌리엄과 시드를 바라보며 들어오라 손짓했다. 매우 비좁은 입구 배수로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땅을 파내어 만든 간이 땅굴이 나타났다.


머리가 통로 천장에 닿진 않았지만 키가 큰 사람이라면 고개를 숙여야 할 만큼 성인남자키에 완전히 맞춰진 높이였다. 몇 미터 안가 청평사의 통로처럼 콘크리트로 벽을 만든 통로로 이어졌다. 건물의 지하실이었고, 복도 끝 코너를 돌자 여러사람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 있는 장소로 들어왔다.


콘크리트로 된 단조로운 사각형 구조의 전형적인 지하창고의 모습이었다. 벽면은 오래되어 군데군데 벗겨진 페인트 칠들이 보였고 천장의 모서리 부분에 먼지 쌓인 거미집이 부분부분 찢겨 늘어져 있었다.

한쪽 켠엔 나무와 잡동사니로 만든 바가 있었고, 바의 테이블 위에는 통조림 스프, 통조림 견과류 몇개와 유리병에 깔끔한 포장지가 입혀진 과일주스들이 한쪽 구석에 놓여 있었다. 바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도 바 위에 올려진 음식들에 눈을 흘기거나 가져가지 않았다. 바 뒤쪽 벽에는 재앙전 문명시대의 잡지의 광고면이나 한국이 아닌 일본과, 독일같은 나라의 지도나 소품, 과자 껍데기, 캔음료를 찌그려뜨린 잡동사니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잿빛 세계에서 다시 본 다채로롭고 세련된 색상의 재앙전의 광고지들은 칙칙한 인테리어안에서 독보적으로 눈에 띄어 빛을 내었다. 바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4명씩 둘러앉은 테이블들은 전등 빛과 그림자와 어울려 공간을 활기차게 채웠다.

바의 반대편 벽에는 벽을 채울만한 춘천지역의 지도가 3개가 붙어었다. 윌리엄이 가진 지도처럼 USG의 정찰 거처가 표기 되어 있었고 정찰지역 임무 현황과 정보들을 표기해 두고있었다.


현황지도 앞에는 발언을 할 수 있는 조악한 협탁과 테이블 있고 그 위에 문서들이 놓여있었다. 높은 천장 때문인지 걸어놓은 전등 빛에 의해서 그림자들이 크게 부각되었다.

마치 레지스탕스 본부를 연상케하는 분위기였다. 환기가 되지 않아 공기가 무겁고 텁텁했지만 통조림 음식의 향기가 깔려 있어 딱히 거북하다는 인상보다는 식당의 냄새라는 느낌이 강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윌리엄 일행에게로 향했다.


톰이 윌리엄과 시드, 진우를 이끌고 테이블에 앉아있던 피터에게 인사 겸 보고를 했다.


"저희 돌아왔습니다. 발견한 생존자는 모두 5명이었고 그 중 둘은 떠돌이 남자 2명이었습니다. 구조에 응해 복귀하다가 밤중에 우리 물건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물자부족으로 복귀중 먼지 폭풍을 만났고 폭풍속에 윌리엄과 시드를 구조 했습니다. 시드는 복부에 부상을 입어 치료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우론 패거리 거처를 알아냈는데 정찰하는 도중 발각되었지만 가까스로 도망쳐 나왔습니다. 거처의 위치는 지도에 표기해 놓겠습니다.“


“고생했습니다. 무사히 돌아왔군요. 그리고 눈에 익은 사람들도 함께 왔네요.”


피터가 윌리엄과 시드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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