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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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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397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06.29 09:41
조회
37
추천
1
글자
8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6화-

DUMMY

칠흑 같은 어둠이 완전히 땅을 덮었다. 윌리엄은 창을 나무판으로 막고 고체 연료를 꺼내어 불은 지폈다. 통조림을 불에 위에 올려 따뜻한 저녁을 먹었다. 콘크리트로 조악하게 만든 이 참호의 차가운 음산함이 조금은 가시는듯 했다. 배낭에서 손바닥만하게 자른 나무토막들을 고체연료 위에 삼각대처럼 올려 불을 옮겨 붙였다. 나무로 천천히 옮겨 붙은 불은 주변을 더 따뜻하게 데웠다

시드는 침낭에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잤다. 윌리엄은 두 가족을 삼킨 괴이한 폭풍 회오리 현상에 대해 생각했다.

회오리가 동반된 폭풍을 많이 겪어보진 못했지만, 알고 있거나 영상, 자료에서 봤던 것 보다 비정상적인 과정으로 회오리 기둥이 생성되는것이 의아했다. 밥과 클레어가 봉변을 당했을때의 상황을 곱씹었지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만 늘어나 머릿속을 채웠다. 시드의 자는 모습을 보자 USG대원으로써의 생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피터의 말대로 안전한 공동체라면 시드의 삶을 위해서라도 그곳에 정착하는 것이 나은 선택지였다. 모든 것이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였고, 예측 할 수 없었다. 생각을 정리해도 정리한 생각들 위로 새로운 의문점만 쌓여만 갔다. 그렇게 잠에 취해 갈 때 쯤 시드가 반쯤 뜬 눈을 비비며 일어섰다.


“오줌 누고 싶어요.”

“멀리 가지말고 구덩이 안에서 볼 일보거라.”


잠잠하게 들썩대는 불을 일으키려 불씨에 바람을 불고, 가방에서 짧은 땔감 몇개를 더 올려 숨을 불어 넣었다. 윌리엄 시드의 발걸음을 쫓아 벙커 입구까지 나갔다. 벌레소리조차 사라진 밤은 눈보다 귀가 더 쓸만했다. 소변 줄기가 땅을 두드리는 소리가 작아지자 윌리엄은 손을 뒤로 젖히고 기지개를 폈다. 뒤척이는 시드 발걸음 소리가 났다가 다른 요란한 여러명의 발걸음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위험을 감지한 윌리엄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


“시드! 어디야?”

“아...아...빠,,”


어둠을 뚫고 들려온 외마디 비명은 울림도 없이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부스럭 거리던 많은 발자국 소리도 점차 멀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윌리엄은 비명 소리의 방향을 귀로 보며 무작정 달려갔다. 네 명 이상의 걸음소리가 요란하게 겹쳐지며 멀어져 갔다. 윌리엄은 필사적으로 소리를 따라 뛰었다. 좀처럼 소리를 따라 갈 수가 없었고 이내 그 소리마저도 사라졌다. 윌리엄은 소리를 놓쳤고 길을 잃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살짝 열어놓은 미닫이 판자문 사이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참호안의 화톳불빛이 보였다. 어둠속에서 그 빛은 너무나 선명했다.


모든걸 잃었다. 미지의 어둠속에서 허무하게 아들을 빼았겼다. 윌리엄은 재빨리 참호로 돌아가 가방을 메어 들었다. 벙커에서 나와 하늘을 보았다. 고개를 돌려 둘러봐도 어둠뿐이었다. 절망을 삼킨 윌리엄은 곧 분노를 포효했다.


“개새끼들!”


괴성을 지른 목소리도 울림 없이 먼지에 삼켜졌다. 윌리엄은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내딛는 발에 의존해 나아갔다. 몇 번이고 허공에 발을 디뎌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수십개의 땀방울이 길을 만들어 목뒤로 흘렀다.


눈과 귀는 여전히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발을 내딛자 비탈길 이었다. 따끔하게 몰아치는 먼지들이 윌리엄의 뺨을 스쳤다. 바람은 짧고 날카로운 휘파람소리를 냈다. 어둠속에 갇힌 윌리엄의 머릿속은 소양강댐에서 보았던 끔찍했던 장면들로 가득 채워져 갔다. 윌리엄의 발은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몇 걸음을 걸었는지 알 수 없을 때 쯤 언덕에 가려져 얇은 틈으로 세어나온 조그만 빛을 보았다. 윌리엄은 무작정 그 빛을 따라갔다. 이내 윌리엄의 날카로운 신경처럼 먼지바람은 더 거칠어졌고, 윌리엄의 몸을 휘청거리게 했다. 빛이 엷게 퍼지는 것을 보고는 허리춤에 나이프를 뽑아 들었다. 빛이 가까워질수록 흥분하여 요동치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왜인지 알 수 없지만 윌리엄은 위험과 가까워질수록, 위기에 봉착할수록 이상하리만치 평안한 상태가 되었다. 때문에 냉정하게 판단 할 수 있었다. 그 독특한 기질때문에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이 될 수 있었다. 빛의 근원지는 땅의 배수로 안이었다. 청평사처럼 지하로 이어지는 입구를 찾으려했다. 배수로 공간을 찾으려 더듬듯이 발로 땅을 두드렸다. 나무덮개의 손잡이를 찾으려 손을 더듬거리는 순간 하늘에서 보랏빛 번개가 먼지구름속에서 발광하였다. 연속되게 번쩍거리는 번개 빛에 의해 윌리엄은 주변이 휜히 볼 수 있었다. 평지를 건너기전 망원경으로 충분히 살폈다고 생각했지만 아랬쪽에 이렇게 넓은 공터가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윌리엄의 뒤쪽 가까운 거리에 먼지폭풍을 따라온 회오리기둥이 윌리엄을 내려다보며 신경질적이고 기괴한 번개빛을 쏟아냈다. 윌리엄은 통로입구 나무덮개의 손잡이를 잡아 힘껏 들어올렸지만 빗장에 잠겨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윌리엄은 넓직한 나무판자의 중간부분을 발 뒤꿈치로 맹렬히 내리찍었다. 회오리는 가까워져 윌리엄의 상체를 점점 더 거세게 허공으로 잡아 끌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쉬지 않고 나무문을 내리찍었다

5-1.jpg

'퍼걱'


나무가 부숴지는 소리와 함께 윌리엄의 발길질에 깨진 나뭇조각들이 회오리 속으로 날아갔고 윌리엄은 푹풍의 저항에 맞서 힘겹게 빛의 근원지인 지하의 통로 입구로 들어갔다. 바람이 두터운 옷 속을 파고들정도로 불어오는데도 땀줄기에 땀은 멈추지 않았다. 먼지폭풍은 윌리엄이 들어간 구멍으로 집요하게 파고들어왔다. 기괴한 바람소리와 나부끼는 먼지로 사람 한 명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콘크리트 통로가 온통 난장판이 되었다.


윌리엄은 망설임 없이 복도를 지나 넓직한 공간에 다다랐고, 그곳에는 헐벗고 지저분한 차림새를 한 약탈자들 다섯명이 윌리엄을 기다리고 있었다. 벽쪽으로 조악하게 달아놓은 야영용 랜턴의 칙칙한 누런 빛이 이들의 인상을 더 기괴하게 밝히고 있었다. 좁지 않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불쾌한 냄새는 윌리엄의 신경을 자극했다. 오래 묵은 누린내와 역한 썩은내가 공기에 스며들어 숨쉬는것 조차 힘들 정도였다. 죽음의 냄새였다.


약탈자들은 성인 남자의 팔뚝만한 칼을 쥐고, 총알이 있는지 알 수 없는 탄창이 부착된 총을 메고 있었다. 허름하고 얼룩진 누더기 옷을 입고 머리를 해괴망측하게 꾸민 모습들이었다. 피부에서는 윤기가 흘렀지만 눈빛에선 광기가 느껴졌다. 그중 다른 약탈자들에 비해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한 인상을 가진 근육질 남자가 눈에 띄었다. 상의를 입고 있지 않아 조각처럼 보이는 투박한 근육이 위압감을 뿜어냈다. 우두머리처럼 보였다. 이들이 가로막고 있는 공간 뒤쪽은 조명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어둠이 내려 앉아 있었다. 랜턴 빛에 엷게 비춰진 녹이든 쇠창살들이 안쪽에 더 깊은 어둠을 가두고 있었다. 윌리엄의 직감은 쇠창살속 어둠에서 시드의 존재를 명확하게 느꼈다. 우두머리가 앞으로 다가와 윌리엄을 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빠르네, 근데 어떻게 들어온거지?”

“어딨어?”

“넌 네 아들과 죽을거다”


우두머리 옆에 있던 작고 늙은 약탈자가 뒤로 걸어가 천장에 달려있는 줄을 여러번 잡아 당겼다. 벽을 치는 둔탁한 소리가 묵직하게 울렸다. 윌리엄은 허리춤에 컴뱃나이프를 꺼내들었다.

무리들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나지막히 말했다.


“이제 아무도 살아서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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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6화- 22.06.29 3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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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2화- 22.06.01 3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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