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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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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419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03.16 10:44
조회
199
추천
4
글자
8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화-

DUMMY

목덜미에 전율이 느껴졌다. 윌리엄에겐 익숙했다.

밑에 깔린 남자는 온몸을 비틀며 괴로운 표정으로 발버둥 쳤다.

땀에 젖은 윌리엄의 짧은 머리칼속을 눅눅한 바람이 훏으며 지나갔다.

겁에 질린 표정의 남자 목을 두손으로 누르고 있었다.


허리춤에서 대검을 뽑았다. 망설임 없이 남자의 한쪽 허벅지에 대검을 찔러 넣고 능숙하게 비틀어 빼냈다. 남자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새어 나왔다. 허벅지를 움켜쥐려는 남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 갈겼다. 멱살을 고쳐 잡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누워 죽은 네 친구들이 부러워 지게 될 거니까.”


입주위가 피로 물들어가는 남자는 눈을 깜빡이며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저었다.


“금발여자, 어디로 데려가는거지?”


남자는 풀린 눈으로 배시시 웃었다.


“금발 여자는 어딜가든 귀하지. 놓치기가···”


윌리엄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남자의 허벅지에 대검을 찔렀다가 빼내었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남자의 얼굴을 부여잡고 말했다

1-2.jpg

“이쪽 다리는 이제 못쓰겠군. 발 하나로도 걸을 순 있지. 남은 다리는 네가 어떻게 하는가에 달렸어. 어디로 갔어?”


남자는 신음을 토해내며 호흡을 추스리며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댐으로 갔을거야. 우론새끼들은 여자들은 그리로 데려간다고···. 살려줘···”

“댐이 어느방향이지?”

“내 주머니에 지도가 있어. 거기에 다 있다고 제발 살려줘···”


윌리엄은 남자의 얼굴을 주먹을 후려 갈겼다. 입주위가 피투성이가 되었을때 남자는 정신을 잃었고 그제서야 윌리엄은 몸을 일으켰다.


허리춤에 달린 대검집에 대검을 넣고, 정신을 잃은 남자의 몸을 더듬어 소지품들을 꺼냈다. 낡은 가족사진과 딱딱하게 접혀진 지폐 덩어리, 두텁게 포개어 접혀진 종이뭉치 나왔다.


펼쳐보니 지형의 고지가 표시된 지도였다. 포개어 접혀진 부분은 갈라져 있었고, 군데군데 마른 피자국이 있었지만 지도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춘천’ 지역의 지도였고, 바깥쪽 테두리의 공란에는 'comes'라는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또 검은색과 붉은색 펜으로 특정 부분에 표시를 해 놓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O표기와 V자 표기가 있었고 그것을 이어주는 선이 그려져 있었다. 중요한 것들을 표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특정 지역 O표기 종이가 눌러 깊이 패여 있을 정도로 너무 여러 번 반복해서 표기한 흔적이 보였다.


지도 가운데 큰 강줄기를 막고 있는 댐의 구조물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글 밑에 영문으로 ‘소양강 댐’이라 표기되어 있었다. 큰 규모의 댐이었고 산이 둘러싸고 있는 지형에서도 쉽게 확인 할 수 있는 구조물이 기도 했다. 윌리엄은 손목시계에 달린 나침반을 확인했다. 여전히 나침반은 침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윌리엄은 이마에 묻은 땀을 닦았다. 지도를 접어 야상에 넣으며 일어섰다.


세상은 온통 회색 잿먼지들로 덮여 있었다. 햇빛은 먼지구름에 가려졌고, 공기에서도 활기는 찾을 수 없었다. 근사했던 건물들은 조각나고, 파편들은 널부려져 먼지위에 덮혔다. 죽어가는 황무지 그 자체였다. 뿌옇고 탁한 풍경도 조금씩 윌리엄에게 익숙해져 갔다. 누구에게도 세상이 왜 이렇게 됐는지 묻는 것에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살아남을 궁리를 하기에도 벅찼다. 먼지들이 가라앉자 회색 석회가루를 뿌려 댄 것처럼 바닥을 잿빛으로 덮었다. 얕은 바람이 불자 먼지가 걷히며 쓰러진 다른 남자 두명의 실루엣이 얼룩처럼 비쳐졌다. 나머지 둘의 소지품도 뒤져 필요한 것 들을 챙겼다.

1-1.jpg

윌리엄은 얼룩무늬 군복바지와 어두운 야상을 손으로 털어내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군용 배낭을 들처 맸다. 영국군용 위장무늬가 있는 몸통 만한 가방이었다. 근처의 바위로 근처로 걸어가 바위 안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나와도 돼. 시드”


바위사이에서 웅크리고 있는 남자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백인 남자 아이였다.

지쳐 보이지만 생기가 아직도 얼굴에 남아있었다. 회색 재에 덮힌 올리브색 비니 아래로 갈색 머리카락이 나와있었다.

체격에 비해 눈에 띄게 큰 자켓을 입고 있었다. 상의 밑단이 허벅지까지 내려올 정도여서 얼핏 코트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가슴 전면을 끈으로 조여 보온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얼굴엔 주름 처럼 보이는 얼룩 때문에 굉장히 너저분해 보였다. 바지는 겹쳐 입어 두둑했고 무릎 아래로는 방수포로 만든 각반을 끈으로 감아 착용했다.

1-3.jpg

“약탈자들은 이제 없나요?”


윌리엄은 땅에 무릎을 대고 앉아 시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안전해.”

“엄마는 그 약탈자들이 데려 간거죠?”

“아마도.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주변에 숨을 곳을 찾고, 잠잠해 질 때 까지 기다리면 되는거야. 숨는다고 해서 겁쟁이가 아니란것만 알아뒀으면 좋겠구나. 엄마를 찾을 때까지만”


시드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숯검댕을 가로질러 눈물 자국을 만들었다.


“저한테도 싸우는 법을 가르쳐주세요. 제가 맞섰다면 엄마가..”


윌리엄은 시드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 탓이 아니야. 누구에게도 미안해 하지 않아도되. 그리고 지도를 찾았어. 녀석들이 있는 곳도 찾을 수 있어.”

“지도? 저도 보고 싶어요.”


윌리엄은 지도를 펼쳐 시드에게 앞에 놓고 소양강댐을 손으로 가르켰다.


"여긴 한국의 춘천인 것 같아. 그 놈들이 엄마를 여기 소양강 댐으로 데려간다고 했어.”

“한국이요?”

“어디로 가는지 알게 됐고, 지도도 있으니 엄마를 찾을 수 있어. 이제 조금 안심이 되니?”

“···조금요. 이제 저도 맞설 준비를 할 거에요”

“···.아빠는 이런 일이 익숙하니까 할 수 있어.”

“서둘렀으면 좋겠어요. 저번처럼 또 폭풍을 만나진 않겠죠?”

“폭풍을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서둘러야 할 꺼 같아. 높은 곳에 올라가서 방향을 찾아봐야겠다”


윌리엄과 시드는 목에 두른 스카프로 코까지 올리고, 경사진 언덕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나무 밑둥만 남아있는 비탈진 경사길을 부지런히 올랐다.

언덕 정상에 다다르자 스카프속으로 가뿐 숨을 내쉬었다.


작은 먼지안개들이 군데 군데 모여 얼룩처럼 시야를 가렸지만 흐릿하게 나마 시야가 트였다. 눈앞에 내려다보이는건 발목만 남은 수많은 나무 밑둥과 뿌리채 뽑혀 널부러진 나무와 나뭇가지들, 땅속에 깊이 박혀있는 큰 바위나 돌뿌리 정도였다. 나뭇잎들도 겹겹이 눌러앉은 회색 먼지에 섞여 불성사나운 먼지덩어리들 같아 보였다.


주위를 한바퀴 둘러 보았다. 어떤 방향을 보아도 산의 능선은 병풍처럼 그들을 둘러싸여 있었고 진회색빛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지도를 펼쳐 눈대중으로 맞춰보았다. 회색 먼지에 덮여 간신히 모습을 보이는 벌거숭이 산능선 모양으론 정확하게 방향을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윌리엄은 넓직하고 큰 바위와 제법 큰 돌무더기가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큰 바위에 평평한 부분으로 올라가 큰 바위가 포개진 틈에 끼어있는 몸통 만한 돌을 밀어 올렸다. 바위 밑쪽에 이끼를 관찰하고, 밑둥만 남은 나무 단면을 유심히 살펴보고는 지도를 맞춰 방향을 잡고 새로운 산능선을 가리키며 시드에게 말했다.


“가보자”


작가의말

가슴떨리는 첫 연재네요. 그림과 함께 작업하느라 시간을 들여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인스타 계정엔 그림작업을 올리고 있습니다. 

www.instagram.com/kangto_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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