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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SF

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436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07.13 21:16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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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8화-

DUMMY

폭풍이 완전히 지나가고 잠잠해진 하늘과 먼지 구름엔 폭풍의 흔적이라곤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연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 사이 태양빛은 탁한 먼지구름을 통과하려 안간힘을 썼다.

눈을 뜨자마자 윌리엄은 배낭 짐을 싸며 시드에게 말했다


“우린 아직 안전하지 않아 여기를 떠야해, 강을 건너자”

“.....”

“빨리 움직여야해. 그들이 쫓아올지 몰라.”

“.....”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시드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살인마들에게 생명을 위협받고 지속적으로 쫓기는 일은 열다섯살의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시드의 눈물을 헤아려주는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윌리엄은 가방을 내려놓고 물을 꺼내어 시드에게 건냈다. 육포 봉지를 꺼내어 뜯었다. 조그만 육포 덩어리 하나를 입에 물고 나머지는 시드의 손에 쥐어 주었다. 시드는 건내받은 육포를 씹었다. 윌리엄은 안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내어 펼치고 손가락으로 구불구불한 강쪽을 짚으며 말했다.


“이 강만 지나면돼. 우리 뒤에 언덕을 지나가면 강이 보일거야. 하지만 폭풍에서 안전하지 못한 곳이야. 그러니 빨리 가야해. 힘들겠지만 서두르자.”


시드는 대답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강을 건너면 엄마를 만날 수 있어.”

“.....엄마 보고 싶어요”

작고 힘없는 목소리가 간신히 흘러 나왔다.


시드가 마지막 육포를 입에 넣자 윌리엄은 급하게 배낭을 짊어졌다.

로프로 연결된 윌리엄과 시드는 높은 언덕을 향해 걸었다. 시드의 표정과 걸음걸이엔 생기가 없었다.

윌리엄은 짐을 끌 듯 시드를 이끌었다. 둘을 이어주는 로프는 오르막을 오르는 내내 팽팽함을 유지했다.

잿빛 먼지들에 덮여 있는 언덕엔 발목만 남은 나무의 흔적들이 있었다. 비탈진 길이었지만 오르기엔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언덕에 오르는 중 새벽에 소동이 났던 약탈자들의 거처가 눈에 들어왔다. 지하통로의 입구가 훤히 드러나 있었고, 사람의 움직임은 없었다. 지도에 그려진 표시만 아니었다면 우론 패거리의 인간 도살장인 그곳은 그저 아무 것도 없는 공터처럼 보였다. 정상에 올라 앞을 보니 안개와 먼지가 뒤섞여 뿌옇게 펼쳐져 있는 시야 앞에 흐릿하게 검은 강줄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운 곳에 발목만 남은 나무 기둥들이 안개에 숨어 흐릿한 형태만 드러내고 있었다. 멀리서 수상한 소리가 들려 왔다. 윌리엄은 걸음을 재촉해 강으로 향했다.


윌리엄의 진행방향 옆쪽 언덕에서 가까워지는 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윌리엄은 자신의 허리에 묶인 끈을 풀었다. 걸음속도를 높여 강 쪽으로 시드를 이끌었다. 남자 네 명의 모습이 나타났다. 윌리엄은 시드를 자신의 뒤쪽 방향으로 밀어내고 뒤로 계속 가라며 손짓했다. 시드는 윌리엄의 지시대로 언덕을 내려가다 움푹 폐인 구덩이에 들어가 힘없이 주저 앉았다.

모습을 드러낸 네 명의 남자들은 한 눈에 보아도 우론 패거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중 눈에 띄는 한명은 소매가 없는 조끼만 입고 있었고 팔 전체를 문신이 덮고 있었다. 덥수룩한 검은 수염에 헝클어진 장발의 머리를 뒤로 묶었다. 매부리코가 사나운 인상을 각인시켰다.. 문신을 한 남자 뒤로 세 명의 너저분한 남자들은 여러 겹의 옷을 껴입은 후줄근한 차림이었다. 문신을 한 남자를 제외하고 모두 손도끼와 칼을 들고 있었고 험악하고 기분 나쁜 표정으로 윌리엄을 노려보고 있었다.


윌리엄은 남자에 팔에 새겨진 문신이 기억속에서 점점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소양강댐에서 보았던 망원경의 둥근 렌즈 안에서 살인자들의 우두머리가 하고있었던 모습과 같았다. 몇 초 안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소양강댐을 관측하던 기억은 이 문신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윌리엄은 나이프를 손에 움켜쥐었다. 왼쪽에 있던 남자가 몸을 풀듯 어깨를 돌리며 가슴을 가로질러 매고 있던 가방을 벗어 땅에 떨어뜨렸다. 더러운 헝겊으로 둘러 쌓여진 가방이 땅에 떨어지며 열린 가방틈 커다란 무언가가 굴러나왔다. 파랗게 변한 피부와 초점없이 위로치켜뜬 눈, 턱끝까지 내려온 혓바닥. 고통의 비명을 지르던 팀과 베버의 마지막 모습들이었다. 윌리엄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냉정해져야 했지만 그가 겪었을 상황에 대해서 생각할 여력도 없이 싸늘함이 온몸을 덮었다. 피터의 유해는 없었다.

문신을 한 남자가 윌리엄에게 말했다.


"이 놈을 아나? 이름이 아마 팀이었나?"


윌리엄은 냉정을 찾고 불쾌한 표정으로 문신을 한 남자에게 말했다.


"악취미군"

"뭐 그를 기리기 위해서지."

"네가 죽였나?"

"내가 죽이긴 했지. 하지만 그는 우리를 위해 희생한것 뿐이야."

"무엇을 위해?"

"살아가기 위함이지. 가족들과 같이 다니는것 같은데 이 미친 세상에 살아가고 싶다면 우리와 함께 하는것도 좋은 방법이지."

"팀도 너희 일원이었나?"

"아니 팀은 USG였겠지. 당신보다는 용감한자였다..."


뒤에 있던 남자들이 킥킥대며 웃었다. 문신한 남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의 거점 네 짓인가?"

"너희들이 자초했지."

“내 동생을 죽인 놈이 앞에 있구만. 내 둘도 없는 친구들도 모두 죽인...”

“네 동생?”

“맞아. 얼빠지긴 했지만 내 동생이지. 벅스도 네가 죽였다니 대단하군. 하지만 댓가는 치러야지. 여기서 나를 만났으니 어쩔건가?"

"너도 죽겠지."

"우리 가족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은 스타일이야. 너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는데."

"아니. 난 채식주의자라서 말이야."


문신을 한 남자가 고개를 돌려 함께 온 부하에게 수신호를 보내자 맹렬하게 윌리엄을 향해 달려들었다. 윌리엄은 언덕아래를 향해 도망쳤다. 칼을 들고 쫓아오던 남자는 비탈진 경사에 발을 헛디뎌 굴러 내려갔다.

윌리엄은 경사 아래쪽으로 소리지를 듯 말했다.


"시드, 강쪽으로 달려!"


이내 시드는 윌리엄의 목소리를 듣고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허겁지겁 강이 있는 방향으로 내달렸다. 윌리엄은 아래로 굴러 떨어진 남자에게 빠르게 다가가 일어서려는 남자에게 발길질한후 재빠르게 목에 나이프를 꽂아 넣고 비틀어 빼냈다. 뒤 따라오던 두명의 남자들도 윌리엄을 쫓았고, 문의한 남자도 그 뒤를 쫓았다.


시드는 전력을 다해 뛰었다. 윌리엄도 빠르게 시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강물로부터 100미터를 남겼을때쯤 시드가 헐떡이며 땅으로 고꾸라졌다. 윌리엄이 재빨리 일으켜 세웠지만 얼마 못 가 다시 쓰러졌다. 뒤쫓아온 남자가 윌리엄의 가방을 잡아 당겼다. 맥없이 뒤로 끌려가는 윌리엄은 가방의 한쪽 어깨 끈을 벗고 약탈자의 뒤로 돌아가 옆구리를 칼로 찔렀다. 약탈자는 비명을 질렀고 곧 뒤따라온 다른 약탈자가 칼의 손잡이 뭉치로 윌리엄의 머리를 후려 갈겼다. 비틀거리며 자빠진 윌리엄이 고개를 들어 남자를 올려다보자, 남자는 칼로 찌르기 위해 손을 높이 치켜 들었다. 그 순간 시드가 몸을 던져 약탈자를 밀어 넘어뜨렸고 넘어진 약탈자는 발버둥 치며 시드에 가슴에 발길질하여 떼어냈다.


시드가 몸을 추스르고 일어서려 할 때 찌릿하고 강렬한 고통이 온몸으로 퍼졌다.

5-3.jpg

그제서야 자신의 옆구리에 꽂힌 칼을 보았다. 칼 손잡이를 제외한 부분이 시드의 옷을 뚫고 들어가 박혀 있었다. 허옇게 질려 놀란 시드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호흡곤란에 턱 막힌 숨통을 틔우려 짧게 호흡했고, 그 사이 윌리엄은 남자의 얼굴에 발길질 했다.


"아악."


흥분한 윌리엄이 약탈자의 얼굴을 무자비하게 발길질하자 곧 그의 비명소리도 멈췄다. 시드는 움직이지 않은채 힘겹고 짧은 숨을 내쉬며 온몸 떨고 울기 시작했다. 밸트 위쪽 옆구리에 칼이 꽃혀 있었다. 윌리엄은 거친 숨을 내쉬며 무릎을 꿇고 앉아 떨리는 두손으로 시드의 얼굴을 잡고 말했다.


"괜찮아. 칼에 벤 상처가 난것뿐이야. 괜찮아. 아빠가 치료 할 수 있어. 여기만 건너면되."


시드가 숨을 거칠게 내쉬며 윌리엄을 바라보고 있는 틈을 타 윌리엄은 옆구리에 꽂힌 칼을 빼냈다. 옷을 두텁게 입어서인지 출혈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다.

빼낸 칼날에선 어른손가락 2마다만한 길이의 피가 묻혀 나왔다. 칼은 꽤 길었는데 두껍게 껴입은 옷이 완충작용을 한 것 같았다. 빠르게 치료한다면 심각한 상황을 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떨어뜨린 배낭을 고쳐 매고 앞을 주시하자 멀리서 다가오는 약탈자들의 잿빛 실루엣이 먼지바람사이로 보였다.

윌리엄은 시드를 어깨에 들쳐 안으며 말했다.


"시드 이 강만 건너면 괜찮을거야! 강만 건너면 괜찮아."


침착하게 말하는 윌리엄의 말투에 떨림이 흘렀다. 시드를 어깨에 들쳐 업은 윌리엄은 강쪽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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