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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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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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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5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10.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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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9화-

DUMMY

윌리엄은 재빠르게 시드가 있었던 곳으로 몸을 옮겼다.

바이퍼는 황급히 안 주머니에서 권총을 빼들어 윌리엄에게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바이퍼는 큰소리로 말했다.


“신선한 만찬재료를 위해 총을 안 쓸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이제 어쩔거야.”


시드를 안고 선반사이로 도망가는 윌리엄을 향해 총알이 날아왔다. 바이퍼는 십여발을 모두 격발하고 탄이 떨어지자 안주머니에서 또 다른 탄창을 빼들어 재장전 했다. 땅굴 근처에 다다랐을때 갑작스레 윌리엄의 왼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안고 있는 시드를 놓치며 주저앉아 버렸다.


당황한 윌리엄이 왼쪽다리를 살피자 종아리 부분에 핏자국이 넓게 번져 있었다. 총알이 박힌것인지 파편을 맞은것인지 알 수 없었다. 곧 이어 고통이 엄습했다. 윌리엄은 시드를 안고 힘겹게 몸을 일으켜 절뚝거리며 필사적으로 땅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후 10발의 총격이 있었지만 선반 덕분에 운좋게 총알을 피했다. 땅굴 입구에 다다르자 시드를 들어올려 굴 안으로 들여놓고 큰소리로 루시를 불렀다.


“루시! 시드를 잡아당겨줘. 빨리.”


루시의 손이 땅굴속에서 나와 시드의 팔목을 잡고 끌어 당기자 시드는 빨려들 듯 땅굴 안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윌리엄은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왼발을 양손으로 잡고 힘겹게 들어올려 땅굴 입구바닥에 올려 놓고 몸을 넣으려 했지만 다친 다리 때문에 일으킬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바이퍼와 부하는 윌리엄이 달아난 곳으로 향했다.

부하는 땅굴 입구 옆에 앉아 있는 윌리엄에게 달려들었다. 총알이 남아있지 않은 윌리엄은 개머리 판을 부여 잡았다.


약탈자가 윌리엄의 코앞으로 다가와 철못이 박힌 방망이를 크게 휘둘렀다.


‘탕’

부하의 뒷통수에서 피묻은 살점을 토해내며 뒤로 고꾸라졌다.


총소리는 땅굴안에서 들려왔다.

소총탄매 냄새가 땅굴안에서 소총을 조준하며 엎드려 있는 시드의 코를 찔렀다.

먼지가 일고 탄매가 눈속으로 들어갔음에도 충혈된 채 조준을 풀지 않는 시드의 눈빛은 마치 윌리엄의 눈빛 같았다.


‘탕탕’


두려움이나 공포는 없었다. 부하가 쓰러진것을 확인했지만 망설임 없이 두발 더 부하의 몸에 사격했다.


남은건 바이퍼 뿐이었다. 괴상한 굉음과 함께 폭풍도 빠르게 창고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잿가루가 성난 바람에 흩뿌려져 뿌연 먼지처럼 일었다. 시드는 선반 사이로 지나가는 무언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겨 사격했다.


‘탕 탕 탕 ’


총알이 없어 빈 방아쇠소리로 바뀌었다. 시드는 소총을 내려놓고 주머니 안쪽에서 신호탄총을 꺼내 비료포대 방향으로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했다.


폭풍이 일으키는 먼지바람 소리가 점점 더 거세져 악마의 비명처럼 괴이한 바람소리로 변해 창고를 울렸다. 천장에서 바람에 쓸려온 먼지들이 무자비하게 날아 들어오며 창고의 전체를 덮었다.

바이퍼가 땅굴 입구 안쪽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윌리엄의 모습을 보자 선반으로 숨어들어 말했다.


“피터의 권총도 네가 가지고 있나?”

“넌 죽을거야.”


윌리엄이 말했다


“그래. 언젠간 죽겠지. 그보다 네 걱정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

“나를 위해 남겨놓은 마지막 한발을 너희들에게 쓰기로 했어.”

“좋은 생각이야···부탁인데 윌리엄 네 머리 만은 개박살 나선 안돼.”

“피터와 너를 보면 재앙이 왜 일어난지 알 수 있을 것 같네.”


창고를 지나는 폭풍의 비명소리가 더 거세졌고 급기야 창고가 서서히 진동하기 시작했다. 윌리엄은 허리춤에서 신호탄총을 꺼내며 말했다.


“넌 자식이 있나?”

“아니 난 아기가 싫어.”

“다행이군.”


윌리엄은 천장에 매달아 놓은 비료포대를 향해 신호탄을 쏘았다. 불빛을 뿜어내며 날아간 탄환이 천장에 매달린 비료 포대에 꽂혀 맹렬한 불똥을 뿜어내었다.

7-1.jpg

‘펑!’


비료폭탄이 폭발하며 근처에 벽이 통째로 파괴되었다. 뿌연 연기와 파편들 들은 창고 밖폭풍의 바람속으로 빨려들어갔다 . 자욱한 연기 속에서 보이는건, 하늘위 보랏빛 섬광을 내는 회오리폭풍의 거대한 모습이었다.

폭풍 회오리는 창고 안으로 들어와 콘크리트 벽을 산산조각내며 모든 것을 하늘위로 빨아 올렸다.


엄청난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간 바이퍼는 선반과 부딪히며 두동강이 난 채 붉은 피먼지 처럼 사라졌다.

창고안에 있던 모든 것들도 왼전히 휩쓸려 회오리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안간힘을 쓰며 땅굴의 입구로 들어가려했던 윌리엄 또한 폭풍이 빨아들이는 힘에 의해 끌려가고 있었다.


루시와 아이들이 있는 땅굴 안쪽에서도 강한 폭풍의 진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


육체적 고통과 고막을 찢을 듯한 기괴한 폭풍의 포효에 저항하여 땅굴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 쳤다.

윌리엄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거대한 힘엔 손쓸 도리가 없었다.

먼지들과 섞여 회오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폭풍에 휩쓸려 공중으로 떠오를 때 폭풍속에 있던 보랏색 빛줄기가 내는 섬광빛을 본 순간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


서서히 윌리엄의 의식이 깨어났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실히 인지 할 수 있었다. 우주를 유영하는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부드럽고 포근했지만 미지의 영역에서 느껴지느 막연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시력이 돌아왔고 재앙 이전의 아름다운 자연이 내려다보이는 공간이 보였다.


- - - - - - - - - - - - -



한 남자가 밭에 서있다. 차림새나 얼굴은 짙은 그림자에 가려져 실루엣으로 볼 수 밖에 없었지만, 윌리엄에겐 그림자의 남자가 느끼는 감정과 그곳의 냄새, 공기까지 느껴졌다.

아주 오래된 고대 시대의 농지였다.


그림자 남자를 바라 볼 수는 있었지만 그와는 어떠한 상호작용을 할 수 없었다. 단지 관찰만 가능했다, 윌리엄은 그림자 남자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곁에는 아이들과 부인의 존재가 있었다.


그의 삶의 원동력은 가족의 존재에서 나온다는걸 느꼈다. 어느 덩치가 크고 낮선 사내둘이 나타나 그림자 남자의 집에 불을 질렀다. 그림자 남자는 집에 불이난 걸 보고 달려간 그림자 남자는, 불에 타 마당에 쓰러져 죽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불이 나고 있는 집안에선 아내가 낮선 남자들에게 겁탈을 당하고 있었다. 괴로움과 분노가 그의 감정을 채웠다.


그림자 남자는 도끼를 들고 낮선 남자들을 죽이려 달려 들었다.

휘두르는 도끼날에 그림자 남자의 분노가 느껴졌다. 낯선 남자 둘은 그림자 남자를 제압하여 에워싸고 그를 칼로 베었다. 죽은 그림자 남자에게서 흘러나오는 피에 분노와 증오, 한이 뿜어져나왔다.


그 감정은 윌리엄에게 전달되어 몸 곳곳에 퍼졌다. 현실이 아니라는걸 알고 있었지만 가슴 한 켠에 멍울이 터져 흐르는 눈물의 감촉을 느꼈다. 그림자 남자가 드리운 죽음에 눈을 감자 영상이 편집되듯 가느다란 빛 줄기를 따라 가다 환한 빛으로 바뀌며 또다른 시대의 배경이 보였다.



죽음을 당한 그림자 남자가 아닌 다른 존재의 남자였지만. 그 사내의 모습에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이 또한 윌리엄과 정서적이고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남자가 서있는 장소는 뿌옇게 일그러져 있지만 중세시대의 어떤 장소였고 데바뷰 처럼 익숙한 느낌이었다. 건너편에서 다른 무리의 사내 두명의 실루엣이 그림자의 남자를 지나쳤다.

그들이 지나가자 그림자의 조용히 뒤따라가며 허리춤 칼집에 꽂힌 칼을 빼내어 사내두명을 공격했다. 서툰 솜씨처럼 느껴졌지만 그림자 남자는 칼로 사내 두명의 숨통을 끊고 성급히 자리를 떳다.


그림자 남자가 느낀 전율과 두려움, 공포가 윌리엄의 온몸으로 흘렀다.

다시 빛 줄기를 따라 장소와 시점이 다른 곳으로 바뀌었고 그림자 남자는 여러명의 적들과 싸우며 사람을 베고 있었다. 그가 느낀 흥분과 공포, 분노는 처음의 전투때보다 더 강했고, 그의 오감 또한 윌리엄에게 전달되었다.


장소와 시대는 또다시 바뀌어 칼과 도끼, 피가 난무하는 전쟁터로 옮겨 갔다. 극도의 공포와 분노에 휩싸인 그림자 남자는 포효하며 칼로 적군을 베고 있었다.

적군에게 칼을 휘두르며 상대의 목에 칼을 꽂아 넣자 피를 뿜어내며 그대로 쓰러졌다. 목에 꽂힌 칼을 뽑아 다른 상대에게 칼질을 하는 순간, 그림자 남자의 머리쪽로 손도끼가 날아와 투구를 뜷고 두개골에 박혔다.


윌리엄은 그림자 남자의 끔찍한 죽음의 고통과 공포를 그대로 느끼며 다른 빛줄기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분명 윌리엄은 바뀌어 나가는 시간과 공간에 다다를 때 마다 모든걸 느끼고 존재하긴 했지만 그저 흘러간 기억을 회상하듯 어떤 의지가 섞인 행동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다시 장소와 공간이 바뀌어 그림자의 남자는 안장을 얹은 기품 있는 갈색 말을 타고 있었다. 허리춤엔 칼을 차고 있었고, 주변에 그의 동료들과 함께 였다.

그림자가 남자가 바라보는 지평선은 끝없는 모래뿐인 사막이었다. 그의 마음안은 강렬한 신의로 가득차 있었지만 동시에 분노와 공포가 공존하고 있었다. 바로 아래 구릉에서 말발굽소리가 들렸다.


말을 탄 다른 무리들이 사막길을 통해 도망치는 것을 발견했고, 그림자 남자는 동료들과 함께 도망가는 무리들을 추격했다. 구릉사이에서 말을 탄 적군 3명을 죽였다.

개활지가 나타나자 하늘위로 화살떼가 오르더니 그림자 남자와 동료들의 몸에 꽂혔다. 그림자 남자는 그대로 말에서 떨어져 가뿐 숨을 헐떡였다. 뱉어내는 숨소리에 공포와 두려움이 묻어났다.


그림자 남자가 눈을 감자 암막이 내렸다. 시야가 돌아오듯 밝아지며 주변의 사물들에 초점이 맞춰지며 서서히 선명해졌다.

얇은 빛 줄기가 보이다가 다시 그림자 남자가 나타났다. 또다른 시간과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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