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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SF

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423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07.06 22:32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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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7화-

DUMMY

벌개진 얼굴의 우두머리가 씩씩거리며 호흡을 거칠게 내뱉었다. 가슴에서 붉은 선들이 도드라지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몇 번의 호흡 끝에 조금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붉은 선으로 된 기괴한 뱀 모양의 문신이 나타났다. 그는 위협적인 눈빛으로 윌리엄을 응시하며 가죽바지에 달린 칼집에서 마체테를 꺼냈다.

윌리엄은 가방을 벗어 내려놓자마자 민첩하게 달려들어 우두머리의 나이프를 쥔 손목을 왼손으로 잡고 나이프를 명치에 꽂아 넣었다. 우두머리는 그대로 쓰러져 경련하며 막힌 숨을 쉬기 위해 끙끙댔다. 눈 깜짝할 새였다.


두목을 잃은 남은 약탈자들 흔들리는 눈동자는 윌리엄과 쥐고 있는 나이프를 번갈아 보았다. 우두머리가 숨을 거두기 전에 명치에 꽂힌 나이프를 비틀어 뽑은 직후 다시 목에 꽂아 넣자 우두머리는 목을 움켜잡고 경련했다. 우락부락하고 선명한 근육질 몸부림이 급격하게 줄어들더니 경련을 멈추고 움직이지 않았다.

윌리엄은 우두머리의 마체테를 집어 들었다.


무릎을 대고 앉아 있던 윌리엄은 옆쪽 약탈자 무릎 뒤쪽을 나이프로 그었다. 무릎이 풀리자 약탈자는 비명을 지르며 무너져 내리듯이 쓰러졌다. 윌리엄은 쓰러지는 약탈자에 목쪽 깊숙히 칼날을 넣고 위로 치켜 올렸다. 몇 방울의 피가 칼의 방향으로 올라오더니 고꾸라진 약탈자의 목에서 피가 쏟아졌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약탈자 세명이 윌리엄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윌리엄은 재빨리 통로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약탈자들도 윌리엄을 쫓아 통로쪽으로 내달렸다.


좁은 통로에서 맞닥뜨린 약탈자들은 한꺼번에 윌리엄을 상대 할 수 없게 되었다. 윌리엄은 태연하고 거침 없이 선두에 선 약탈자에게 걸어와 상체를 숙이고 접근해 일어서며 무릎 뒤, 성기, 목을 차례로 베었다. 수선스러움 없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기계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윌리엄은 죽은 약탈자를 방패 막이로 삼아 약탈자들을 힘껏 밀어 붙였다 약탈자의 목에서 쏟아져 나온 피가 윌리엄 머리위로 쏟아져 내렸다. 방패막이 약탈자의 겨드랑이 사이로 칼을 쥔 손을 뻗어 그대로 뒤에 있던 약탈자의 가슴에 나이프를 꽂았다가 손목을 틀어 빼내었다. 무슨 공격을 받았는지도 모르는 약탈자는 마체테를 높이 치켜든 상태로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뒤에 총을 매고 있던 약탈자는 겁에 질려 도망쳤지만 결국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윌리엄이 휘두른 마체테에 피를 쏟으며 즉사했다. 통로엔 약해져 가는 폭풍소리만 들려왔다. 온통 피를 뒤집어 쓴 윌리엄 모습은 죽음의 사신 같았다. 윌리엄은 벽에 걸린 랜턴을 빼들고 철장으로 향했다.


녹이 들어 붉어진 얇은 철사를 엮어 겹겹이 덧댄 철창 이었다. 안은 너무 어두워 희미한 랜턴으로는 안까지 모두 볼 수 없었지만 흐느끼는 소리가 그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철창을 살피러 다가가니 다른 부분과 달리 손잡이 부분은 맨질하게 손때가 타 있었다. 윌리엄은 문을 밀어 열었다. 문은 잠금장치 없이 열려 있었다. 랜턴 빛이 희미하게 철창안을 비췄다. 고약한 냄새는 저절로 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역하고 썩은 냄새의 근원은 이곳이었다. 숨통을 막아 놓는듯 했다. 어둠 안 쪽에서 옅은 신음이 들렸다.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다가가 랜턴을 내밀었다.


랜턴 빛이 비치는 바닥에 말라비틀어져 쪼그라든 창자, 발목만 남아 검게 썩어 쪼그라진 어린아이의 발엔 여자 아이의 분홍색 애나멜 구두가 신켜져 있었다. 흰 살갖이 드문드문 남아있는 사람의 다리 파편이 널부러져 있었다. 기분 나쁘고 끔찍한 공간에서 윌리엄은 급격하게 머릿속에서 팽창하는 불안감을 통제하며 계속 앞으로 나가자 손과 발과 입이 지저분한 천으로 묶여있는 누워 있는 시드를 발견 하였다.

희미한 전등 빛에도 눈가의 눈물이 반사되어 비춰졌다. 윌리엄은 재빨리 시드의 입을 막고있는 천을 풀었다. 시드의 입속에서 시커멓게 때가 탄 천뭉텅이를 풀어내어 빼냈다. 겁에 질려 흐느끼듯 움츠려들어 울음을 쏟아냈다. 윌리엄은 공포에 잠긴 시드에게 손을 건네며 말했다.

5-2.jpg

"괜찮아 시드. 이제 괜찮아."


시드는 피를 뒤집어 쓴 윌리엄을 보고는 공포에 질려 소스라치게 놀라며 옅은 비명을 질렀다.


“시드···아빠야···어서 나가자.”


윌리엄은 시드를 데리고 구역질나는 철창을 빠져 나왔다.

시드의 머리카락과 피가 엉켜 덩어리져 있었다. 출혈이 계속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환경에선 안정을 취 할 수 없었다. 윌리엄은 시드의 머리부분을 주의 깊게 살폈다. 피가 나는 곳을 발견했지만 상처가 그리 깊지 않았다.

울먹이던 시드는 몇 번을 망설이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아빠 살려주세요.“

"괜찮아. 어서 나가자."


시드는 죽어 있는 약탈자들을 보았다. 무기력한 눈으로 죽어 있는 약탈자들과 윌리엄의 칼, 피를 뒤집어쓴 윌리엄. 시드의 공포는 무기력으로 변했다. 시드가 움직이지 않고 멈추자 윌리엄은 시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피를 뒤집어쓴 악마같은 형상의 윌리엄과 눈이 마주치자 시드는 공포에 저항하듯 희미한 소리로 울었다. 윌리엄 또한 시드의 심정을 알고 있었다. 지옥을 벗어나는게 먼저였다. 먼지폭풍이 발산하는 번개 빛 없이는 지형지물을 식별하는것 조차 불가능했기에 폭풍이 지나간다면 윌리엄과 시드는 어둠속에서 길을 잃게 될 것이 분명했다. 윌리엄은 가방을 챙기고 시드를 업은채 빠르게 통로 쪽으로 나갔다. 위쪽으로 나있는 통로입구로 손을 뻗은 폭풍은 윌리엄 부자를 엄청난 힘으로 삼킬 듯 끌어 당겼다. 무리하게 다가갔다간 회오리바람에 말려들어 갈 것은 뻔했고 자칫 시드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


다시 소굴로 들어가 방에 있는 낡은 로프를 가져와 시드에 허리에 묶고 반대쪽은 자신의 허리에 묶었다.

윌리엄은 폭풍이 조금이라도 이동하길 기다렸다. 최대한 들어왔던 입구쪽으로 다가가 벽에 몸을 바짝 붙인채 버텼다. 극성스럽게 이는 잿빛 먼지는 통로의 모든 시야를 가렸다. 윗쪽으로 빨아올리는 힘이 약해지고 힘겹게라도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자 윌리엄은 먼지를 뚫고 통로 입구를 기어올라 밖으로 나왔다. 번개 빛에 비친 회오리는 윌리엄이 있는 입구에서는 멀리 비켜갔지만 여전히 모든것을 삼키려는 기세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들은 나가지 못하고 스카프로 호흡기를 가린채 먼지가 이는 통로 입구벽에 엎드려 폭풍이 지나가기 만을 기다렸다.


서서히 바람이 잦아드는 것을 느꼈다. 윌리엄은 밖을 살폈다.

새벽 빛이 희미하게나마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바람 아직도 거셌지만 먼저 움직이지 않으며 잔당들과 마주 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조심스레 밖으로 나와 번개 빛에 비치는 지형을 보며 포복으로 초소가 있는 방향으로 기어갔다. 땅에 붙어 이동하는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윌리엄이 시드의 로프를 끌어주었다.


새차게 바람이 불어올 때몸이 들썩거리기도 했지만 조금씩이라고 앞으로 가고 있었다. 그들이 공터를 지나 벙커로 향하는 오르막에 다다랐을때 쯤엔 일어서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바람의 상황이 나아졌다. 번개빛이 잦아들어 지형을 확인 할 수 없었지만, 내려왔던 경사로를 떠올리며 직감적으로 참호가 있던 방향으로 향했다. 손을 땅에 짚어 나아가다 흙이 아닌 딱딱한 콘크리트 벽이 만져졌다. 재빨리 초소안으로 들어갔다.


화톳불의 불씨도 희미하게 나마 살아 있었다. 불쏘시개와 땔감용 나무를 몇 개 더 꺼내어 불씨를 살렸다. 불이 서서히 살아나자 피를 뒤집어쓴 도살자 같은 윌리엄의 인상 시드의 눈에 들어왔다

전투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날카롭게 뜬 눈매는 시드에게 이질적인 공포로 다가 왔다.


“좀 더 쉬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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