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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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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424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05.18 11:23
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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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0화-

DUMMY

"먼지 폭풍이야!! 피해!!"

4-1.jpg

윌리엄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윌리엄의 고함에 마비가 풀리듯 정신을 차리며 다급하게 움직였다. 클레어는 아이들을 데리고 윌리엄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고 밥은 둔기를 쥐었던 괴한에게 맞아 쓰러졌다. 아이들의 절박한 울음과 공포에 젖은 울부짖음. 클레어에게 안겨 울음만 토해내는 표정이 너무나 처절했다. 그럼에도 윌리엄은 클레어와 아이들을 구하러 갈 수 없었다. 이 먼지 폭풍은 지금까지 봐 왔던 폭풍과 달랐다. 생성과정은 비현실적이고 너무나 괴이했다. 그 공포스러운 현상 앞에선 희망마저 부질없이 느껴질 정도였다. 도망쳐 오는 아이들을 구하러 가는 것은 자살 행위였다.


밥과 괴한들은 폭풍에 휘말려 삼켜졌다. 순식간이었다. 그 거대한 폭풍이 아이들을 뒤쫓고 있었다. 클레어와 아이들의 마지막 비명소리를 듣자마자 윌리엄은 뒤도 보지 않고 자리를 봐두었던 바위무더기에 바위틈으로 달려갔다. 전력을 다해 달렸다. 빨아들이듯 거세지는 바람에 맞서 허겁지겁 들어갈 수 있는 아무 바위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회오리의 굉음속에서 바위안 어딘가에 있는 시드가 비명소리가 들렸다. 윌리엄은 스카프로 얼굴을 완전히 덮은 후 양손으로 귀를 막고 움추리고 앉아 무릎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바위틈안으로 들어왔다가 빠져 나가는 폭풍의 바람이 윌리엄의 옷을 스칠 때마다 굉장한 압박감을 느꼈다. 낮게 움추린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괴이한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화살처럼 귓속 안으로 날아들었다. 공포가 머릿속을 집어삼켰다. 있는 힘껏 비명을 토해냈지만 자신의 목소리 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정신을 잃어 갈 때쯤 폭풍의 굉음과 바람은 서서히 잦아들었다. 파묻은 얼굴을 들어 스카프를 벗었다. 스카프가 흠뻑 젖어 있었다.


몸의 감각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음을 느꼈다. 제일 먼저 타는 듯한 갈증으로 몰려왔다. 바위틈으로 밖을 확인해 보니 시야가 트여 있었다. 트여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맑게 개어 있었다. 멀리까지 보이진 않았지만 주변의 모든 것들이 선명하고 또렸했다. 밖으로 나오려 왼발을 땅에 디딘 순간 종아리에 묵직한 고통이 퍼졌다. 윌리엄은 신음을 토해냈다.


발을 땅에 딛자 저릿하고 묵직한 고통이 온몸으로 퍼졌다. 절뚝이며 시드가 있던 바위틈 안쪽을 확인했다. 시드는 정신을 잃은 채 앉아 있었다. 윌리엄은 부상당한 다리로 절뚝이며 시드가 보이는 바까운 바위틈 안으로 앉았다. 게이터를 풀자 무언가에 뚫린 구멍이 보였다. 종아리쪽에 붉게 물든 피가 바지에 넓게 번져 있었다. 살짝 건드려보니 저릿한 고통에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짧고 날카로운 나무 조각이 윌리엄의 종아리에 박혀 있었다. 거칠거진 숨을 고르며 치료 집중했다. 식은땀이 흐르고 어지러웠다.

4-2.jpg

떨리는 손으로 건빵주머니에 있는 응급 붕대를 꺼내 봉지를 뜯었다. 지체없이 박힌 나무조각을 빼내고 지혈 할 수 있도록 붕대를 종아리에 둘러 감았다. 붕대의 매듭을 만들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의식이 깨어나 눈이 떳을 때 시드의 모자가 보였다. 시드가 윌리엉의 어깨를 흔들며 깨우고 있었다.


“시드···괜찮···”


윌리엄이 의식없이 중얼거렸다

시드의 얼굴이 희미하게 비쳐 보였지만 주변은 어두웠다.


“아빠 정신이 들어요? 정신 차려봐요”


시드의 목소리가 또렸하게 들리는 순간 윌리엄은 스위치가 켜진것 처럼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식은 땀을 흘리는 윌리엄에게 시드가 말했다


“아빠 괜찮아요?”

“너는 괜찮니.”

“괜찮아요. 아빠는 아무래도 좀 더 쉬어야 될 것 같아요..”

시드는 배낭에서 통조림 깡통을 꺼내며 말했다.


“뭐라도 먹어야 해요.”


안도감을 느낀 윌리엄의 눈이 저절로 감겼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게 감고 있는 눈꺼풀 밖으로 미세한 빛이 느껴지자 붉게 충혈된 뻑뻑한 눈커플을 들어 올렸다. 눈을 뜨기 직전까지도 마이크와 미첼, 퉁가의 비명이 고막속에 잔상처럼 맴돌았다. 끔찍한 경험이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지옥 한가운데 있었다.


"아빠, 괜찮아요?"


시드의 목소리가 들리자 몸을 다시 일으켰다. 몸이 움직여 졌다. 상처로부터 올라오는 고통으로 인해 온몸의 감각이 찌릿하게 깨어났다. 어깨와 허리, 목의 뭉침이 밀려오자 이제야 감각을 찾은 듯 했다. 종아리에 힘겹게 묶어놨던 붕대엔 갈변한 피얼룩이 번져 있었다.


"... 괜찮다. 큰 일은 아니야."

"아빠가 죽은 줄 알았어요"

"위험했어......“


윌리엄은 그제서야 어제의 일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찾아냈다.

클레어와 밥, 그리고 아이들, 먼지폭풍.

그들의 죽음은 재앙에 의해 일어난 일이었지만, 그것은 쉽게 말할 수 있는 종류의 경험이 아니었다. 악몽이자 비현실로 가둬버리고 싶은 기억이었다. 시드의 미소에서도 아이들의 비명이 보일 정도였다.

윌리엄은 경련하듯 떨리는 손으로 바지를 내리고 게이터를 다시 채우며 말헸다


"우리도 어서 떠나자."

"다리가 좀 더 나아지면 가요.“

"서둘러야해. 이곳은 위험해. 조금만 더 가면 지도에 표시된 지역이니 그곳이 어떤 곳인지만 확인하고 쉬도록 할게. 응급처치도 했으니 "

"그렇지만 상처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걱정해 줘서 고맙다. 하지만 괜찮아. 식량이 넉넉하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식량도 넉넉하지가 않아. 여긴 안전하지 않아. 이대로 지체하다간 약탈자를 만나거나 굶어 죽게 될거야. 지금 있는 식량으로 버티면 다리도 서서히 회복 될거다. 다 잘 될거야."


시드는 고개를 숙이고 시무룩해 있다가 말했다.


“제 말은 들으려 하질 않네요. 그러다 아빠가 잘못되면 저는 어떻게 되는거에요?”


시드가 쏘아붙이듯 물었다


"여기서 얼마 안가 지도에 표시된 지점이 있어. USG의 거점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지만 USG가 있다면 반드시 우릴 도와줄거야. 식량이라도,,,아니면 물이라도.... 그게 아니라면 여길 벗어나야해."

“···네. 알겠어요. 괜찮다면 출발해요”

"걱정해 줘서 고맙다 시드··· 어려운 상황인데도 말이야. 조금만 더 힘낸다면 엄마를 찾을 수 있을거야.."


형식적으로 한말이었지만 윌리엄은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었고,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먹먹한 기분으로 말을 마쳤다.


"다른 아이들도 거기 있겠죠?"

"···그래."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육포 먹겠니?.“

“네.”

윌리엄은 레이첼과 밥에게서 받았던 육포봉지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내 포장지를 뜯었다. 그리고 시드에게 절반을 뜯어 주었다. 시드는 육포를 두손으로 움켜잡고 이빨로 조금씩 뜯어 먹었다.

윌리엄은 자신에 손에 남은 육포 절반을 바라보았다. 한 입 베어 물고는 육포를 다시 포장지에 싸서 주머니에 넣었다.

윌리엄은 절뚝이는 다리를 끌며 가방이 있던 바위 더미로 돌아가 장비를 챙겼다.

윌리엄의 다리 때문에 늦어질 속도는 늦춰질 수 밖에 없었다. 시드 앞에서 내색하려 하진 않았지만 경사가 높아 디딤발을 사용할 때 몇 번이나 주저 앉아 다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시드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더디게라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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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9화- 22.05.11 36 1 7쪽
8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8화- 22.05.04 45 1 9쪽
7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7화- 22.04.27 5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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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5화- 22.04.13 6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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