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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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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토19
그림/삽화
강토
작품등록일 :
2022.03.15 11:16
최근연재일 :
2022.11.09 23:31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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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0
추천수 :
36
글자수 :
146,333

작성
22.11.0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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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31화-

DUMMY

윌리엄이 다시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니 거대한 원형 공간이 보였다. 고요했다. 투명하게 보이는 공간의 벽 바깥쪽은 격렬한 회오리가 위로 솟고 있었다.

윌리엄은 몸이 위쪽으로 올라가는걸 느꼈다. 하염없이 올라가다가 멈추었을 때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회오리 기둥을 타고 구름 위까지 올라왔다. 위쪽으로는 성층권까지 보였다.

진흙바닥처럼 깔린 탁한 잿먼지 구름 위로 멀리 보이는 푸른 하늘, 노을 빛을 머금은 뭉게구름의 풍경이 비현실적인 꿈처럼 느껴졌다.


넋을 놓고 하얀 구름이 서서히 움직이는 것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아름다웠다. 멀리 보이는 성층권 바깥으로 맑게 깔린 우주와 선명하게 빛나는 별들의 반짝임에 벅찬 눈물이 흘렀다.


머리위로 가오리 형태의 그림자가 잿빛구름에 싱크홀처럼 뚫린 회오리 구멍을 서서히 덮었다. 집채만한구조물 같아 보였지만 명확한 형태를 분별 할 수 없었다.

빛마저 반사시키지 않는 완전한 흑색이었다. 칠흙의 기하학적 형태를 가진 그림자가 회오리 구멍을 절반정도 채울 때 그림자 안에서 푸른색의 점등 빛이 땅아래로 내비추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했다.


흔히 생각되는 외계인의 함선 같았다. 눈부신 노란빛과 파란빛, 붉은 빛이 동글게 교차하며 움직였다. 서로 다른 색의 빛들이 회오리 안쪽 폭풍의 눈을 깔때기 삼아 번갈아가며 땅 아래로 빛들을 쏟아내리고 있었다.


빛은 윌리엄 가둬놓듯 번갈아가며 비추었다. 비현실적인 공간안에서 내려다 보이는 빛에 지면에 있던 창고의 철제 선반도 하얗게 발광하며 떠오르듯 분해되었다. 가루처럼 분해되어 빛나는 입자들이 하늘로 올라갔다. 뿐만 아니라 피터의 권총, 비료포대 껍데기, 시멘트벽, 텐트, 쇠조각 버려진 깡통 통조림 까지 모두 발광하여 입자화 되었고, 내리쬐는 하늘위 빛의 근원 속으로 서서히 빨려 올라갔다.


이 곳이 태풍의 눈 속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무의 공간에서 유영하는듯한 무중력 상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고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으며 정신을 잃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지도 모른채 윌리엄은 눈을 떳다.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부숴진 창고는가 보였다. 텁텁한 흙냄새가 콧속을 채웠다. 선선하고 마른 바람이 불어왔다. 푸르고 아름다운 하늘은 이제 없었다.

몸 아래 땅이 느껴졌다. 흙 위에 잿빛먼지가 얼룩져 있었다.


몸에 난 부상의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옷도 회오리안으로 들어가기 전 그대로였다

운명의 시냅스 사슬 속 기억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해 할 수도 없고 설명 할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을 겪었지만 정리가 되지 않았다.


자기 삶의 끝을 본 이후에 무언가를 해나가야 할 동기를 찾기 어려웠다.

이미 알고 있는 시간을 의연하게 참아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죽음과 너무 깊이 엉켜 끝없이 영원처럼 반복되는 가혹한 삶을 다시 살아가는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었다.


눈을 멍하게 뜬채 미동없이 누워 생각에 잠겼다. 움직일 힘은 분명 남아있었지만, 윌리엄은 몸을 일으키지도, 시드와 루시를 찾지도 않았다.



----------------------------



회오리 바람이 잠잠해지고 먼지가 가라 앉아 어느정도 시야가 확보되자 시드는 땅굴안에서 무너진 입구를 손으로 파내어 길을 만들었다. 밖은 고요했고 폭풍이 불기 전까지만 해도 물자가 가득 쌓여 있었던 창고는 바닥에 흔적만 남긴 채 사라져 버렸다.


시드는 소총을 들고 나가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 보았다. USG 대원과 우론 패거리들의 시체들이 땅속에 파묻히거나 널부러져 있었다. 주변 대학 건물들도 이전의 모습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회오리에 의해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주변을 긴밀히 탐색하던 중 멀찍한 곳에 누군가 사람이 누워 있었다.

윌리엄이 입고 있던 옷을 입고 있었다. 시드는 조심스럽게 누워있는 사람과 거리를 좁혔다.

여러 각도에서 재차 확인해봐도 회오리에 삼켜졌던 윌리엄이었다. 비현실적이었다.

게다가 상처하나 없이 말끔한 상태로 누워있었다.


시드는 루시를 불렀다. 루시는 시드와 진을 이끌고 윌리엄에게 갔다.

루시가 확인 했을때도 윌리엄이 확실했다.

눈을 뜬채 옆으로 누워 골똘히 생각에 젖어 있었다.


“윌리엄 당신이에요?”

“······루시”

“위험하니까 어서 가자”

“·········”

윌리엄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내버려둬”

“여기 이렇게 있으면 죽을거야. 잠깐 있을 거라면 기다리고 있을게”

“·········”


시드는 이 상황이 낮설지 않았다. 회오리에 빨려 들어 간 후 길에서 발견된 밥의 모습이 떠올랐다. 밥의 생기 없은 표정, 무기력한 태도가 윌리엄의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루시와 시드가 몇 번을 일으켜 세웠지만 윌리엄은 땅으로 가라 앉았다.

폭풍과 먼지를 피할 수 있는 부숴진 건물 쪽으로 윌리엄을 들어 옮겼다. 루시는 윌리엄 앞에서 울기 시작했다. 윌리엄은 그대로였다.


시드는 땅굴안에 있는 물과 통조림을 윌리엄 앞에 가져다 놨다. 먼지가 들어오지 않게 스카프를 코 위까지 올려주었다


루시와 시드, 진은 땅굴을 거처로 삼고 밤을 보냈다.


날이 밝자 시드는 밖으로 나와 윌리엄에게 가보았다. 전날처럼 그대로 였고 물도 통조림도 그대로였다. 루시와 시드는 윌리엄의 뜻대로 몇 일간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윌리엄이 회복되길 간절히 바랐다.


이틀째 날이 밝자 시드는 윌리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윌리엄 물과 통조림모두 그대로 였다. 충혈된 눈을 뜨고 있었지만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소변냄새가 올라왔다. 어깨위로는 잿빛 먼지가 쌓였다. 해가 저물때쯤 시드는 윌리엄 앞에서 먹먹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를 잃고 싶지 않아요. 이제 일어나세요. 우린 동굴안의 사람들처럼 그렇게 되지 않을거라고 말했잖아요. 엄마도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드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


여전히 윌리엄은 아무 반응 없었다. 초점없는 시선을 유지한채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윌리엄의 낮빛은 눈에 띄게 초췌해졌다.



4일이 지나도 윌리엄에게 변화는 없었다. 물을 입으로 흘리고 포옹을 해도 거부하듯 어떤 반응도 없었다. 누운 몸 위에 쌓여가는 잿먼지를 털어주는 것이 시드와 루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부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가 시드의 잠을 깨웠다. 소총을 쥐고 땅굴에서 나왔다. 어슴푸레한 어둠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 몸을 숨기며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막대기로 격렬하게 땅을 파는 사람의 실루엣이 어둠을 밖으로 서서히 드러났다.


시드는 무서웠다. 두려움으로 요동치는 몸을 부여잡고 긴장을 유지한채 윌리엄이 있는 거처로 향했다.


부숴진 잔해들이 만든 어두운 그림자를 지나 윌리엄 근처에 가져다 놓은 방수포를 집어 윌리엄에게 덮어 씌웠다. 방수포는 바닥을 쓸며 멀리 미끄러졌다. 시드는 손을 뻗어 윌리엄이 있는지 확인했다. 윌리엄은 없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도망을 갔거나 괴한에게 무슨일을 당했거나 복잡한 생각들에 혼이 빠질 것 같았다. 엄마를 지켜야 했다. 시드는 가뿐 숨을 내 쉰채 괴한이 있던 장소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날은 더 밝아졌고 괴한은 아직 그 자리에서 땅을 내려 찍고 있었다. 더 가까이 다가가 숨어들어 괴한을 관찰했다. 막대기로 땅을 파내고 있는 괴한의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윌리엄이었다.

윌리엄은 여러 개의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외투는 벗어 던졌고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먹지 못해 초췌했지만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시드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냈다.


“어떻게 된거에요?”


윌리엄이 뒤를 돌아 시드의 얼굴을 보았다.


“무덤을 만들고 있어”

“정신이 돌아온거에요? 궁금한게 많아요”

“여기 있는 사람들을 묻어줘야겠다. 남은 이야기들은 날이 어두워지면 들려줄께. 해야 할 일이 많아. 땅 파는거 도와주겠니?”


시드는 의심스럽게 윌리엄을 쳐다보며 일을 도왔다.

구덩이가 완성되면 주변에 널 부러진 시신들을 구덩이에 넣었다. USG든 우론패거리든 가리지 않았다.

대충 묻는 것이 아니라 그럴싸한 구덩이 모양을 내고 흙을 덮은 후 짧막한 기도까지 했다.


윌리엄은 쉬지 않고 무덤을 파나갔다. 시드는 루시에게 윌리엄의 소식을 전했다. 루시는 무덤을 파는 윌리엄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알고 있던 윌리엄과 너무 달랐다.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윌리엄은 루시에게도 밤에 설명을 하겠다는 말을 하고 해가지기 직전까지 쉬지 않고 무덤 구덩이를 파고 시드와 함께 시신들을 묻었다.


밤이 되자 윌리엄은 루시와 시드가 만든 거처로 돌아와 불을 피고 통조림 음식을 데우며 모두를 불러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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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32화- [완] 22.11.09 31 0 4쪽
»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31화- 22.11.02 25 1 9쪽
30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30화- 22.10.26 31 1 14쪽
29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9화- 22.10.19 46 1 10쪽
28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8화- 22.10.12 29 1 13쪽
27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7화- 22.10.05 29 1 14쪽
26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6화- 22.09.28 29 1 25쪽
25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5화- 22.09.21 32 1 10쪽
24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4화- 22.08.31 31 1 15쪽
23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3화- 22.08.24 29 1 14쪽
22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2화- 22.08.17 25 1 14쪽
21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1화- 22.08.03 34 1 12쪽
20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20화- 22.07.27 27 1 8쪽
19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9화- 22.07.20 31 1 8쪽
18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8화- 22.07.13 2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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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6화- 22.06.29 3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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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4화- 22.06.15 31 1 13쪽
13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3화- 22.06.08 33 1 9쪽
12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2화- 22.06.01 37 1 7쪽
11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11화- 22.05.25 3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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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9화- 22.05.11 36 1 7쪽
8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8화- 22.05.04 45 1 9쪽
7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7화- 22.04.27 55 2 10쪽
6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6화- 22.04.20 48 1 8쪽
5 세계의 끝에서 조우하다 -5화- 22.04.13 6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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