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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새 님의 서재입니다.

댕댕아 너의 주인은 말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원새
작품등록일 :
2022.06.14 17:03
최근연재일 :
2023.02.15 18:39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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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21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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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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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32화

DUMMY

끼익... 쿵!


부하들이 창고 안의 바닥 하나를 열고 뒤로 물러났다. 킹하트는 열린 바닥으로 다가가 그 안을 한심한 눈으로 내려다본다.



“설틴... 그래서, 헤르에게 시비를 건 결과가 이 거냐?”



깍지 낀 손을 뒤통수에 대고 편히 누워있는 설틴에게 킹하트는 미간을 구겼다. 설틴은 피식 웃으며 답한다.



“예상 못 했던 건 아니잖아? 나도 물론이고. 그동안 내 힘을 다 보여주지 않고 모두를 대했으니까 헤어지기 전에 헤르메스랑은 제대로 맞붙어보고 싶었어.”


“...얍삽한 놈.”


“얍삽한 게 좋지. 괜히 강한 티를 내면 주위에서 귀찮게 굴잖아. 너도 알다시피 난 팀이랑은 아주 안 어울리는 녀석이야. 귀찮은 건 딱 질색이라고.”


“넌... 앞으로 어떻게 할 거지?”



킹하트의 복잡한 표정을 올려다보며 설틴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팀이었다 이거지...”



설틴은 킹하트의 얼굴을 지나쳐 창고의 수많은 흰 조명들을 바라본다. 그 하얀 빛들을 눈에 담으며 설틴은 읊조리듯이 얘기한다.



“죽여야지... 인간을...”



그 모습을 킹하트는 주시한다.



“나보다 더 '하얀 인간'을...”

“....”



설틴은 제 말에 무엇을 물어보려 움직이는 킹하트의 입을 흘긋 보고는 선수를 친다.



“그럼, 여기서 헤어지는 거네. 잘해보라고 리더.”



설틴은 가볍게 몸을 일으켜 바닥 안을 나왔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설틴은 창고를 나갔다.



킹하트는 말없이 설틴의 등 뒤를 바라보다가 곧 그도 발걸음을 떨어트렸다.



.

.

.



“연락이, 안 오네...”



검은 정장 차림을 한 여성이 회담에 들어가기 전, 가늘게 뜬 눈으로 워치를 응시한다. 연속된 그녀의 문자 창만 있고 그의 답변이 없다. 텅 빈 복도에서 그녀의 곁을 지키던 비서가 말문을 연다.



“사부님께서 일이 바쁘셔서 그런 걸 거예요. 회장님, 이미 몇 시간 전부터 모두 참석하셨어요. 회장님께서도 이제는...”



비서는 회담 장소로 이어지는 커다란 문과 그녀를 번갈아 봤다. 그 조급한 모습을 눈만 올려다본 그녀는 워치를 끄고 팔을 내렸다.



“일이 바쁘다고 연락을 뒤로하는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갈라졌지.”


“...알아보겠습니다.”



발길을 움직인 그녀의 등에 대고 비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회의장 문은 자동으로 양옆으로 열렸다. 그 안에는 넓은 원형 책상에 한 자리만 빼고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의 등장에 고위 인사들이 정적을 이룬다. 그녀는 그들의 낯빛을 훑어보았다. 조금 지친 기색들이었다. 그중 하나가 그녀의 등장에 예의 식의 미소를 걸고 인사를 해온다.



“...어서 오시죠, 금사현 회장님.”



곧바로 그 옆자리에 앉은 다른 인사들이 못마땅한 헛기침 소리를 내었다.



“크흠. 아무리 요즘 기세가 좋다는 신생 기업이라지만, 이렇게 원로 기업들을 기다리게 해서 되는지 모르겠네.”


“크흐흠, 그러게나 말입니다. 미리 와서 얼굴을 비치고 한 분 한 분께 인사를 드리는 게 예의가 아닐는지.”



앞의 불만들에도 금사현은 진분홍의 입술이 일자를 유지한다. 그녀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며 말한다.



“모두 모인 자리에서 한 번에 인사를 드리는 게 효율적이죠. 우리가 그런 예의범절을 차리기 이전에 사업가들이잖아요?”



헛웃음과 함께 따가운 눈초리들이 한 곳을 향해 쏘아댄다. 그녀는 그것들을 차가운 시선 속에서 내려다본다.



“거기다가 이미 저를 빼고 회의를 한 차례 거치셨으면서. 당신들께선, 지금까지 이룬 높은 공헌에 이번 사태로 흠이 ‘난 것’과 더 ‘날 것’들이 거슬리겠죠. 이 기회에 눈엣가시 같은 저희 기업에 책임을 나누려는 자리에 제가 회장님들에게 굽실거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


“2차, 시작하죠.”



.

.

.



벽에 쇠사다리가 붙어있다. 줄지은 것들을 따라 고개를 올리니 그 끝엔 천장에 달린 둥그런 문, 출입문으로 보이는 것이 붙어있었다. 저기가 바로. 심장이 전신을 울린다. 아무도 모르게 떨리는 숨을 코 밖으로 조용히 흘려보냈다.



“먼저 나가 보실 분?”



장난기가 섞인 목소리에 고개를 내리니 우찬석이 손을 펼쳐 보이며 에스코트라도 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우스꽝스러운 눈앞의 장면에 오른쪽에 있던 야누스가 픽 웃고는 또 한 번 허공에 주먹을 보였다.



“너 먼저 나가봐.”



내 턱짓에 우찬석은 ‘하, 인간들 사이에 있더니 배운 게 의심밖에 없나.’하고 투덜댄다. 그래도 순순히 앞장서 사다리를 오른다.


텅, 텅, 텅... 끼이잉, 철컥...



“위에 뭐가 있나?”



우찬석은 멈칫하더니 이상하다는 듯한 목소리를 흘리곤 다시 한번 힘을 주어 문을 연다.



끼이이잉, 쾅! 쿵!



요란한 소리 뒤로 그는 ‘오케이’ 흥얼거리며 훌쩍 출입문 밖으로 점프한다. 나를 포함한 셋은 호기심에 사다리 밑쪽으로 좀 더 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올리니 그 너머에는 푸른 하늘과 구름이 담겨있었다. 생생한 바다향이 우리의 코끝을 적신다.



“상쾌한 공기! 아무나 나와봐. 이상 무! 어느 놈이 바위를 여기가 갖다 둔 거야? 어쨌든 괜찮으니까 다들 나와!”



그렇게 말하는 우찬석의 목소리도 더없이 상쾌했다. 출입구 바깥 너머에서 들리는 여러 소리 또한. 그의 말대로 괜찮을 듯하다. 홀린 건지 그렇게 판단을 내린 건지 모른 채 사다리이자 손잡이를 잡는다. 차가운 감촉이 손바닥을 반긴다. 그런 나를 말없이 지켜보는 야누스와 니코는 내가 사다리를 다 올라갈 때까지 아무 말 하지 않는다.


텅, 텅, 텅...


후웅ㅡ


머리를 밖으로 내밂과 함께 시원한 바닷바람이 머리칼을 헝클어트리고 지나갔다. 간지러움에 피어난 미소를 입가에 달아놓고 더 이상 잴 것 없이 바깥으로 몸을 꺼냈다.


솨아아아, 철썩.


끼룩끼룩.



‘아.’



바위가 곳곳에 솟아나 있는 다듬어지지 않은 푸른 바다. 그 위를 유유하게 지나가는 갈매기 떼. 헤르메스는 주인에 대한 상념을 잠시 잊고 눈앞의 광활한 자연을 넋 놓고 바라본다.



“....”


“야! 어때? 정말 괜찮아?”



밑에서 바깥 상황을 묻는 야누스의 외침에도 더 시야에 그것들을 머물렀다. 또 한 번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려서야 몸을 숙여 구멍 아래 그들에게 외쳤다.



“상쾌해!”



하. 야누스는 햇빛을 등지고 활짝 웃는 헤르메스에 허탈한 웃음을 비출 수밖에 없었다. 니코는 형의 오랜만에 보는 활기참에 코끝까지 다가온 이별의 시간은 잠시 잊고 따라 웃었다. 어서 올라와 보라는 헤르메스의 신난 외침을 따라 야누스와 니코도 차례대로 나왔다. 헤르메스와 우찬석의 말은 사실이었다. 상쾌하다.


끼룩 끼룩 끼룩ㅡ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한동안 셋은 조용히 감상했다. 눈치껏 그들이 잠깐 감상의 시간을 가지게 둔 우찬석이 헤르메스를 슬슬 건너본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해봐야지.”



그걸 대답이라고. 자기를 흘깃 보며 히죽 웃는 헤르메스의 옆면에 우찬석은 따지려다가 허탈한 기분마저 들었다. 통로 안 모두를 죽일 수 있을 듯한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페로몬’에 대해 일자무식할 녀석이. 녀석은 순간 모두를 공포에 질리게 하는 페로몬을 통로 가득 뿌려댔다. 그렇게 짙은 페로몬은 우찬석에게 난생처음이었다. 이름값 한다 이건가. 쯧, 재수 없네. 그는 바람 빠진 웃음과 함께 팔을 다시 수평선을 바라본다.



“으차! 야, 킹하트 뭐 약점 같은 거 없냐?”



우찬석이 기지개를 피며 주위 녀석들을 번갈아 본다. 니코랑 야누스는 딱히 할 말이 없는 모양새에 자연스럽게 왼쪽에서 미간을 좁히고 있는 헤르메스에게로 시선이 넘어간다.



“약점...? 글쎄. 그냥 내가 좀 더 뛰어난 것밖에 없는데.”


“허허, 진짜 재수 없다니까 이 새끼? 이 새끼 원래 이런 캐릭터냐?”



헤르메스를 가리키며 동조해달라는 듯 나머지 둘에게 묻는다. 야누스는 저 새끼는 사람 따라 태도가 다른 녀석이니 너라서 그런 거라고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야누스가 툭 던진 말에 헤르메스는 댕그래진 눈에다 등까지 뒤로 젖혀 우찬석 옆 너머를 보았다.



“뭐? 맞잖아?”


“....”



저 새끼, 오늘따라 사람을 자주 놀라게 하네. 그런데 그런 통찰력이 있으면 센터 애들을 그렇게나 괴롭혔냐. 아, 괴롭히다 보니까 깨우친 건가? 헤르메스는 야누스에게 근심 어린 눈빛을 보낸다.



“야누스.”


“뭐?”


“앞으로 심보 좀 곱게 써라.”


“난 또 뭔 얘길 하나 하고! 너도 문제 있어 인마! 지는 맨날 날 무시하기나 하고.”


“네가 센터 애들 괴롭히지 않았으면 나도 덜 그랬지.”


“컹, 가서 주인이랑 그... 백년, 해로. 백년해로해라! 뭐냐? 또 ‘네가?’하는 표정 나오네? 치워라? 이 새끼 진짜 나 무시한다니까! 땅콩 새끼 넌 또 뭐야? 똑같은 얼굴 안 치워!”



우찬석은 자길 사이에 두고 벌이는 티키타카에 재미 들다 야누스가 마지막에 버럭 소리 빌러 귀청이 떨어질 뻔했다. 귀를 문지르며 몇 발자국 물러난다.



“야야, 나 이제 간다. 이제 곧 찾아올 수인 시대 전에 죽지 말고 살아남아라! 얼마 안 걸릴 거야. 나 너희들 마음에 드니까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보자고! 바이!”



우찬석은 훌쩍 구멍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뒤에 대고 헤르메스가 그렇게 크지 않은 목소리를 꺼낸다.



“그 녀석, 공간 활용을 잘해. 그건 나보다 좀 뛰어나니까 똑같이 소질 있는 거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데서 싸워. 그래도 아마 질 것 같지만.”



스윽. 구멍 밖으로 엄지척이 나왔다가 다시 아래로 모습을 감춘다. 야누스한테 당한 지 얼마나 됐다고. 저것도 보통은 아니야. 헤르메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니코는 그런 헤르메스를 옆에서 빤히 바라보다가 머뭇거림을 이내 거둔다.



“형. 형은 주인이 살아있다고 자신하는 거예요?”


“....”



헤르메스는 니코를 돌아보며 침묵으로 긍정을 표했다. 주인 얘기에 그를 감싸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니코는 그것에 마른침을 삼킴에도 질문을 잇는다.



“그냥 그렇게 믿고 있는 게 아니라 근거가 있는 거죠?”


두근두근.


“....”



니코의 질문은 꽤 날카로웠다. 헤르메스는 가슴 안의 고동을 느끼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니코는 이번에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에 검정 귀가 쫑긋거린다. 야누스가 진짜로 뭐가 있냐며 헤르메스를 재촉하여 묻지만 헤르메스는 턱을 세우며 눈을 질끈 감았다,



“컹, 뭔가 있긴 한가 보네 이 새끼.”



야누스가 코웃음을 치며 팔꿈치로 쿡쿡 헤르의 옆구리를 쑤셔본다. 우리끼리만 있는데 털어보라고. 헤르메스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송곳니를 야누스에게 살짝 비췄다. 쳇. 치사한 새끼. 야누스가 마지막으로 헤르메스의 등짝을 때리는 것으로 그만둔다. 때마침 친 파도 소리보다 더 큰소리가 났다.



“아오, 진짜 아프다고! 누구든 위험해질 수 있어서 그래!”


“그러시겠죠.”



야누스의 빈정거림에 헤르메스는 진짜라고 덧붙였다. 야누스는 딱히 헤르메스의 말이 거짓이라고 느껴졌던 건 아니라 안다고 톡 쏘는 말을 툭 뱉었다. 검은 바위들 사이에 흰 거품이 뻐끔거리는 파도의 잔재를 야누스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새 시대니, 뭐니 상관없이 잘 살아남아. 또 보자고.”


“...어. 연락해야겠네, 이제.”



헤르메스는 옅은 미소를 뒤로 하고 무전을 위해 헬멧을 다시 쓴다. 동료들에게 탈출구 소식을 알린다.



ㅡ 킹하트. 더 이상 거슬리게 한다면 앞으로 어떻든 난 인간 편에 설 테니까 알아서 처신해.


ㅡ ....



또 한 번만 엿 먹이는 짓 하기만 해보라고. 킹하트가 아무 대답 없는 사이 선비가 무전을 잇는다.



ㅡ 먼저 나가 헤르메스.


ㅡ 얼굴은 마주 보고 제대로 인사해야지. 다른 수인들도 빼내야 하고, 어디쯤이야? 우리가 그리로 갈게.



호루스가 무전을 이어받는다.



ㅡ 우리 잡혔어.



뭐? 무슨 소리야 이게. 헤르메스는 심장이 철렁거리는 느낌에 입을 다물지 못하다 무어라 반문할 찰나.



ㅡ 괜찮으니까 주위에 티 내지 마. 야누스 그 성격에... 조용히 너희들 먼저 떠나. 우리는 우리끼리 알아서 할 거야. 애들한테 인사 전해줘. 다시 만나자.


ㅡ 잠, 잠깐!


ㅡ 나도 인사 전해줘. 안녕 헤르메스. 주인 꼭 찾길 바랄게.



둘의 인사에 나 말고도 여럿의 당황하는 소리가 헬멧 안에서 울려 퍼졌다. 그러나 둘, 모두 돌아오는 답은 더 이상 없었다.



“뭐야, 뭔 일 생겼어?”



헬멧 너머로 야누스가 기웃거린다. 틴팅된 헬멧 속에서 입을 뻐끔거린다.


‘아. 아아...’


난 리더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경기 흐름에 따라 버리는 수를 내릴 줄 몰랐기 때문이다. 울저는 소통 능력이 떨어졌고, 호루스는 그 자리가 머리 아프다며 질색했고, 선비는 버리는 수밖에 내놓지 못했다. 그래서 킹하트가 리더가 되었다.



ㅡ 선비랑 호루스가...



목구멍 깊숙이



ㅡ 우리 먼저 떠나래.


“뭐어? 어디래?”



차오르는,



ㅡ 인간들이 떼거지로 움직이는 통에 거기까지 가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데.


“기다리겠다고 해!”



역겨움.



ㅡ 경찰구급대가 슬슬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 우리를 찾고 있대. 인간들이 어느 정도 건물 밖으로 나가면 몇천이 투입될 거래. 차라리 흩어져서 조심히 움직이는 게 그쪽에서 낫다더라... 인사 전해주래.


“...그래도. 이렇게 헤어지자고? 정 없는 것들 쯧.”



이 찐득한 역겨움이, 나를 이룬다.


헤르메스는 검은 실드 뒤에서 입꼬리를 경련과 함께 끌어올린다.



ㅡ 헤르메스...



익숙한 음성 변조임에도 헤르메스는 흠칫해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니코가 헬멧을 쓰고 있다. 검게 틴팅된 실드에 니코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니코는 내 이름을 한 번 부르고 나서는 덧붙이는 말은 없다. 분명 보이지 않지만,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알 수 있을 듯했다.


나를 향한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겠지, 아마.


심장은 피를 순환시킨다는 역할을 갖고 있다던데, 온몸의 혈액을 거둬들이는 느낌이 드네.


그 뒤로 어떤 인사를 남기고 그들과 어떻게 헤어졌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뛰고 뛰었다.


그리고 또 뛰었다.



ㅡ 헉, 헉...



니코는 내가 떠날 때까지 ‘고맙게도’ 야누스에게 무전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헤르메스.’


‘헤르메스.’



ㅡ 큭큭...



‘네가 버리는 수를 못 내?’


‘네가 흐름에 따라 버리는 수를 못 낸다고?’


‘웃긴 일이야 그렇지?’



동료들이 닥친 위험에서 기만과 침묵으로 벗어난다. 그런 스스로가 역겨웠지만, 때맞게 나타난 감각을 타고 계속 달린다. 그것은 기이한 상쾌함. 알싸하고도 달콤한.



쿵 쿵 쿵.



‘정말이지, 웃겨라...’



나는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저주스러운 달리기는 내 심장이 뛰는 한 계속되리라고. 주인을 만나더라도.



.

.

.



붉은 웅덩이 위, 갖은 색 머리칼들이 바닷바람에 흩어진다. 핏물에 젖은 갈색빛 머리칼도, 그걸 망연히 내려다보는 검은 머리칼도.



ㅡ 안 돼... 호루스, 호루스으!!!



피 끓는 포효는 서슴없던 총구들을 동요시킨다. 처형장과 거리를 둔 통제된 인간 군중은 성난 이들, 혼란스러운 이들이 섞여 있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이들, 미약하게나마 의구심을 가지던 이들. 총구의 머뭇거림을 누구는 비난하기도 누구는 말없이 술렁인다.


작가의말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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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23.01.10 23 0 14쪽
26 26화 23.01.05 24 0 14쪽
25 25화 22.12.27 33 0 13쪽
24 24화 22.12.24 31 0 15쪽
23 23화 22.12.23 31 0 12쪽
22 22화 22.12.17 30 0 11쪽
21 21화 22.12.15 35 0 16쪽
20 20화 22.12.13 34 0 16쪽
19 19화 22.12.12 33 0 18쪽
18 18화 22.12.12 31 0 17쪽
17 17화 22.06.25 42 0 15쪽
16 16화 22.06.24 44 0 14쪽
15 15화 22.06.22 41 0 12쪽
14 14화 22.06.19 4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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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22.06.16 4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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