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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새 님의 서재입니다.

댕댕아 너의 주인은 말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원새
작품등록일 :
2022.06.14 17:03
최근연재일 :
2023.02.1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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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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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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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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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9화

DUMMY

"폐기가 아니면, 얘를 씨말로 부리게?!"



난 드론의 말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던 중, 야누스가 왁 하고 소리 질렀다.



ㅡ ...씨말이라뇨! 그런 의도라면 헤르메스 씨의 정자만 복사하면 될 일이지 헤르메스 씨의 생사 여부는 필요없는 부분이에요. 헤르메스 씨! 당신은 선수 생활이 끝나고 나면 여러 방송에 참여하게 될 거예요! 저희 브랜드 광고 모델로서의 활동도 물론이고요! 헤르메스 씨 팬들의 사랑이 아직도 열렬한데 절대 죽지 않아요!


"죽지 않는다고...? 하물며 씨말도 아니고?"


ㅡ 그렇다니까요! 저희가 이 사태에서 보호해드릴게요! 자유도 저희 측에서 어느정도 보장해드릴 수 있어요!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스폰서가 내가 아는 내용과 다른 태도다. 이번 경기 실적으로 경기를 좀 더 뛸 수 있을 것 같다 보이면 스폰서들이 내 생명 연장과 직결되는 후원을 몇 달 더 연장 시키겠다는, 경기 성과에 따라 지켜보겠다는 느낌이었는데. 이건 날 좀 더 써먹고 싶어서 안달 난 모습이잖아.


그래서 훈련사들이 이번 대회는 꼭 1위를 따내야 좀 더 살 수 있을 거라는 뉘앙스로 신신당부를 했어.


씨말 얘기는... 훈련생 때부터 떠돌던 소문이었다. 잘나가는 선배들은 퇴직 후에 폐기가 아니라 씨말로 부려진다고. 그 부분에 대해서 훈련사들에게 슬쩍 물어봐도 긍정도 부정도 안 했다. 진짜 소문이 아닐지도 모르겠구나, 엄청 불안했다고.



"그런 얘기를... 스포츠 센터에 말해준 적 있어?"


ㅡ 하다 말다요! 제의를 참 여러 가지로 넣었습니다. 거기다 담당 트레이너 분들에게도 따로 뵈어 여러 제의를 했는걸요.


"...."



훈련사들을 완전히 따랐던 것은 아니지만, 중간에 바뀌는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같이 지내 온 시간이 있어 배신감이 든다. 목 안이 살짝 따가웠다. 내가 곧 폐기를 당할까 씨말이 될까 두려워하던 걸, 그들은 잘 알고 있었으면서. 그들에게도 역시 수인은 돈벌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걸까.


난 조금 목이 멘 소리를 낸다.



"...난 그런 얘기 한 번도 들은 적 없어. 너희에 들은 얘기는 내가 이번 대회에 1위를 하면 후원이 연장된다는 얘기뿐이었으니까."


ㅡ 으음... 그런가요. 아마, 스포츠 센터에서 헤르메스 씨를 좀 더 분발하게 만들려는 검은 속내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하!"



날칸이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검은 속내는 너희도 마찬가지 아닌가. 다른 기업들도 이 녀석이랑 독점 계약하고 싶어 안달 난 건 왜 말 안 해? 그리고..."


ㅡ ....



날칸이는 한 번 더 드론을 잡아챘다. 그러더니 입속에 그걸 넣는다. 뭐 하는 짓이냐고 말리기도 전에.



콰직!


후두둑!



"...퉷, 못 부수긴. 아, 입맛 버렸네."


"...."



하이에나 수인들. 저 어마어마한 치악력. 어떻게 탱크로도 못 부순다는 걸 부셔...? 헤르메스는 이전에 자신도 경험했던 걸 떠올려 오른 허벅지가 괜히 욱신거리는 듯했다.



"댕댕아."


"...어?"


"나 입맛 버렸어."


"...그런데?"


"뼈는 안 건들이고 살점 한 입만 떼어먹자."


"안, 안 돼! 절대 안 돼!"


"...쯧."



식겁한 모습을 보이니 날칸이는 입맛을 쩝쩝 다신다. 그리곤 널 안전하게 여기서 탈출시키려 이만 가볼 테니 송곳니랑 같이 있으라 한다.



"얘랑만 같이 있으면 건물 안을 돌아다니는 건 괜찮아. 대신에 킹하트에게 붙잡혀서 끌려가진 말고. 내가 떠나라고 어떤 신호를 주면 그대로 건물 밖을 송곳니를 따라 떠나면 돼. 그럼 밖에서 보자 댕댕아."



날칸이는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 송곳니는 싱글벙글 웃으며 내게 팔짱을 낀다.



"자, 그동안 잘 부탁해 오빠!"



헤르메스에게 치대는 송곳니를 열불 나는 눈으로 야누스가 소리친다.



"누가 데리고 다닌대?! 꺼져 이 하이에나 새끼야!“


"누가 너 따라다닌대? 옆에서 계속 투덜거리지 말고 꺼져!"


"그래? 어디 한 번 따라올 수 있는지 볼까? 야! 헤르, 우리 한 번 진창 달리자. 어디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와 보라 그래!"


"...."



둘은 날 사이에 두고 고성을 주고받으며, 있는 성질들을 다 부린다. 내 팔을 한쪽 씩 사이좋게 나눠 잡고 있다.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데 귀를 막지 못하게 한다. 그만 다들 떨어지라고 하는데도 말을 안 듣는다.


진짜... 그냥 다 때려치우고 주인이나 만나고 싶다.



"아!"



날칸이가 다시 코너 밖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말해주는 거 까먹었네. 이런 것들 없애면서 다녀 댕댕아."



그녀는 가볍게 위로 점프하더니 무언가를 잡아채 내 쪽 바닥에 힘껏 내던졌다. 파삭, 하고 부서진다.


호선을 그리며 부서진 잔해 속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익숙한 냄새도 코안으로 스며든다.



"이건... 피? 이게 뭐야 날칸이?!"


"모기야. 큭큭큭... 정말 모기 같지 않아? 잡으면 이렇게 피가 나오는 게... 쿡쿡쿡..."



야누스가 몸을 수그려 잔해들을 들춰내고 말없이 내려다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는 중얼거린다.



"이 냄새... 인간이잖아."



내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인간으로 보였다. 머리통은 어디로 갔는지 분리되어있다. 팔다리도 하나둘 떨어져 나간 알몸. 그 온전하지 않은 몸통은 벨트로 인해 의자랑 한 몸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모든 조각이 붉은 피로 뒤덮여 있었다.



"모기들이... 인간이었어? 드론 안에 인간이 있던 거야?"



이렇게나 작은 인간이...?


나랑 야누스는 멍하니 그 피로 적셔진 잔해들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녀를 다그친다.



"날칸이...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많이 놀랐구나? '작은 인간'이야. 이 녀석들이 그동안 드론을 조종하고 있던 거야. 이 사태를 벌인 너희 리더 같은 녀석들에게 명령을 따라 움직였겠지."


"언제부터 알았어, 넌?!"


"내 후각이 너희는 물론이고 우리 애들보다 훨씬 좋거든. 아주 미세하지만... 인간의 냄새를 맡았어. 그리고 여기 오기 전, 몇 번 더 부순 걸로 확인할 수 있었지. 이 작은 기계에 작은 인간이 들어있다는 걸."



멍한 얼굴의 헤르메스를 보던 날칸이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의 앞으로 단숨에 다가왔다.



"댕댕아. 이 cctv들 잘 보면 약간 어색한 부분들이 있을 거야. 모기니까 다 부숴. 네 동태를 지켜보고 킹하트에게 말해주고 있을 테니까. 그럼, 진짜 안녕."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까딱 움직이며 헤르메스의 머리를 쓰다듬고 뒤로 돌아 떠났다. 이번엔 정말 떠났는지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야... 헤르야. 세상에 이렇게 작은 인간들도 있냐?"



마찬가지로 충격을 받은 야누스가 헤르메스에게 물었다.



"...있을리가 없잖아. 이건... 킹하트네가 만들어낸 거야. 인간이 우리 수인을 만들어낸 것처럼."


"...그렇군."



이때 송곳니가 콧소리를 내며 자기 발 앞으로 떨어진 인간의 머리통의 머리칼 끝을 검지와 엄지로 집어 든다. '간식용 인간이네?' 하며 붉은 혀를 내민다. 헤르메스는 내려가는 송곳니의 손을 덥석 잡는다. 그러자 송곳니가 신경질을 낸다.



"왜?!"


"먹지 마."


"...나 먹을 때 방해받는 거 제일 싫어하는 건데 오빠? 건들지 마라."


"이건 먹지 마... 부탁할게."


"...칫, 이게 뭐라고 정색을 해. 아, 됐어. 어차피 한 입 거리도 안 되는걸."



송곳니는 고개를 홱 돌리고 들고 있던 엄지손톱보다도 작은 머리통을 바닥에 휙 내다 버렸다. 저만치 데굴데굴 굴러가는 얼굴은 눈이 계속 떠진 채였다. 그 눈은 한없이 공허해 보였다.



"왜... 기분이 더럽지... 헤르메스? 넌 알아?"



야누스가 심란한 표정으로 돌아봐 물었다. 난 그 시선을 마주 보지 못한다. 답을 구하는 녀석의 눈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아님, 저 텅 빈 눈에서 떼어내질 못한 건지... 난 선뜻 그를 보고 이렇다 할 답을 주지 못한다.


주저하다 입 밖으로 낸 말은 겨우,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야. '우리'가 만든 게 아니잖아."



그냥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얼버무릴 뿐이었다.


둘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게 많아질수록... 주인과의 만남이 멀어진다.



.

.

.




"서장님 여기, 직원들 가족들의 소재지가 담긴 usb 입니다."



서장은 건네받은 usb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유호진은 손을 내밀어 그에게 usb를 받으려 한다. 서장은 그에게 순순히 줄 듯하다 팔을 접는다.



"유호진 씨. 그런데... 당신이 나쁜 뜻으로 이걸 이용하는지도 모르는데... 이걸 순순히 넘기는 게 맞을 것 같습니까?"


"이를테면, 여러분의 가족을 해를 가하려던가, 인질로 잡기를 위한 목적을 얘기하는 거죠? 저의 신분이라면 이미 기업 측에서 증명했을 텐데요."


"난 당신이 수인 사회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지 오늘 알았습니다. 그것에 더해서 이 사태에 일조하는 공부를 하셨던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지 않겠습니까? 도움을 기껏 준다는데 이런 대접이냐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 말대로 저희 가족도 곧 시민의 안전이니까요."



서장은 어깨를 으쓱였다.



"계속되는 의심에 기분 나쁘시다면 호의는 거두시는 게 나을 것 같군요."


"일리 있는 말이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유호진은 책상에 대고 손깍지를 낀다.



"전 사실 인간보다 수인을 더 좋아합니다. 수인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고 유대감을 나눈 자에게 개인 욕심으로 배신을 하는 일이 인간과 비교하면 거의 '0'에 가까우니까요."



그는 엄지손가락을 자기 손을 쓰는 것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다시 고개를 올렸다.



"그런 만큼, 수인들이 이 사태서 폐기를 당할 일이 최소한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전 이 일이 전적으로 인간들의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고 인간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아내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어서 이런 제의를 하는 겁니다."



유호진은 선의를 베푸는 이유를 풀어 말해봤지만, 딱히 서장의 눈빛이 달라지지 않는다. 유호진은 볼을 긁적였다.



"그렇다면 제가 뭘 더 증명하면 될까요. 전 여러분의 가족을 돕고 싶다는 순박한 시민 중 하나라고 어떻게 증명하면 되나요?"



서장은 어디 이래도 움츠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나 하고 미소를 보였다.



"당신은 물론이고 당신의 가족 '생체 인식 키'를 저희에게 넘겨주겠다는 각서에 동의해주세요. 그럼 우리 가족들의 소재지 작성표를 넘기겠습니다."



'생체 인식 키'


지문, 홍채, 목소리 등등... 자신의 몸이 곧 비밀번호.


이 시대는 생체 정보로 개인 정보 보안에 아주 활성화되어있다. 등록한 생체 정보는 곧 개인 정보의 '마스터 키'로, 옛적의 숫자나 패턴 등으로 개인이 생각해낸 비밀번호가 아닌 생체 정보가 곧 비밀번호다.


정보가 곧 세상을 이루는 이 시대서, 어떤 암호도 기억할 필요 없이 살 수 있다. 모든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편리성이 생체 인식 키 장점의 으뜸이었고 보안성에도 탁월했다.


정부의 권위가 떨어진 이후, 어떤 기관이든 개인 정보 열람은 아주 극악한 범죄에 연루된 게 아닌 이상 개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음... 가족끼리 생체 인식 키를 공유하지 않아서요. 물어봐야겠는데요. 가족은 저랑 아내 이렇게 둘 뿐입니다."


"어머니나 아버지나 다른 가족은 안 계십니까?"


"둘 다 같은 '양육원' 출신이어서요. 이때까지 둘이서 의지해 가족으로 살고 있습니다."



수인 또는 로봇이 대신 노동의 의무를 져도, 인간은 자신의 의무에서 더 벗어나길 원했다. 그들은 한층 더 넘어선 자유를 욕망해 결국 법적으로 가족과의 인연, 양육 또는 봉양의 책임과 의무도 벗어던질 수 있게 되었다.


별 이유가 없어도 '언제든', 가족과 남남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게 남남이 된 돌봄이 필요한 존재들은 '양육원'에서 살게 되거나 자립을 원하면 '언제든' 혼자 살기 충분한 생활지원금을 받으며 자취가 가능했다.



"그렇군요. 어쨌든 부인 동의가 없으면 없던 걸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연락해 볼게요."



그는 워치를 꺼내 거침없이 연락을 넣었다. 서장은 그의 어깨에 붙은 머리카락 하나에 시선을 주다 조용히 떼어 손안에 감춰둔다. 상대는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받았다.



ㅡ 응, 호진아.


"사현아, 이런 일이 있는데..."



상대는 유호진의 말을 묵묵히 다 듣고 나서는 파일이 오는 대로 준비하겠다 한다. 서로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라는 짧은 인사말을 나누고는 전화는 금방 마무리되었다. 그 사이 서장은 직원 한 명에게 조용히 머리카락 DNA 분석해보라 했고 인간이 맞는지 확인하라 했다. 수인 중에 인간과 외양이 똑같은 녀석들이 간간이 있기 때문이다.



"된 겁니까?"



키 공유 동의를 하겠다는 말이 없어서 서장은 미심쩍은 눈초리였다.



"아마 됐을 거예요. 이제, 제 생체 인식 키로도 아내 정보들을 모두 볼 수 있을 겁니다."



유호진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컴퓨터에 키를 입력했다. 그러자 그와 아내의 정보가 홀로그램 화면에 주르륵 나타났다.



"...거리낌 없이 손쉽게 보여주는군요."


"저나 아내나 숨겨야 할 거나 부끄러운 짓은 없으니까요."


"그것도 그거지만..."


"...?"



서장의 입매가 뭔가를 말하려다 다무는 모습에 유호진은 가만히 고개를 기웃거리다 직원 한 명이 유호진의 아내 '금사현'의 정보를 읽다 놀란 목소리를 내었다.



"우와, 그 많은 드론을 지원해주실 수 있다길래 뭐, 어디 드론 회사 사장이라도 되나 했는데 진짜였네요?! 서장님! 이 분, '탑스타빔' 기업 회장입니다!"



뒤이어 다른 직원들도 헉 소리를 낸다.



"거기 드론 제품 양대 산맥 중 하나인 곳이잖아요!"



서장도 짐짓 놀란 눈빛으로 유호진을 바라보았다. 기업에서 건네받은 유호진의 프로필에서 그런 내용은 기재되지 않았다. 그저 유호진에 대한 것뿐이었다. 그는 이내 담담한 어투로 직원들에게 어서 하던 일들에 집중하라 이른다.


DNA 분석을 부탁한 직원이 서장에게 조심히 다가왔다. 인간이 맞다, 한다. 귓속말로 건네받은 서장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들에게 몇 가지 바깥 상황을 보고 받은 뒤, 서장은 지시를 더 내린 뒤 유호진에게 파일을 그쪽으로 보냈다고 말한 뒤,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군요. 이런 심각한 사태 속 공무 중에 사적으로 부탁을 드린다는 게."


"다들 이 사태서 자기 식구들 챙기느라 바쁠 텐데, 여러분도 친지분들이 무사한지 정도는 알아볼 수 있어야죠. 서장님이 너무 빡빡하게 구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정부를 미덥지 않아 하고 책잡으려는 시민들이 많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거 인지했습니다."



유호진은 화면을 확인한다.



"그래도 공무도 공무지만, 내 사람도 챙기고 봐야죠."



화면에 나온 파일 목록들을 금사현에게 보냈다.



"혹, 나중에 이 일을 아내 회사 홍보에 이용하려는 건 아니겠죠?"


"...음.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 드는데요."


"이 사람이...?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저도 지금 서장님이 말씀하셔서 떠오른 거예요. 좋은 일을 알리는 건데 괜찮을 것 같은데요. 정부가 이 사태를 마무리하는 데 부족함이 있다는 게 아니라, 순전히 회사 측에서 봉사하는 개념으로 알려질 겁니다. 아내도 제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고요."



부릅뜬 눈매를 풀지 않는 서장의 얼굴에 유호진은 화제를 바꾼다.



"그런데, 다들 각오하신 거죠? 지금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여러분이 넘겨주신 사랑하는 사람들이 현재 있을 법한 소재나 그 근처를 둘러보는 일뿐입니다. 만약 이미 틀린 상태라면..."


"그 부분은 아까 얘기 나눴습니다. 모두 각오했습니다."



유호진은 서장의 말에 미소를 짓고 당신들의 소중한 사람들이 모두 무사하길 바란다며 전송 버튼을 클릭했다.


서장은 전송됐다는 화면에 시선을 두고 중얼거렸다.



"절대 안 된다고 하길 잘했지..."



그리고 다른 공중의 화면들을 보다 그의 눈에 강렬하게 꽂힌 것이 있었다.



"자, 잠깐!!"



그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앞만 보고 질주하던 그는 턱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몇 직원들은 그의 행동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멈춰! 저거 멈춰봐!"



그는 검지 끝으로 한 화면을 정확히 짚고 다가가는 와중에 소리 질렀다. 경기장 내부를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있는 화면 중 하나였다. 영상은 멈춰졌고 그는 그 앞에 섰다.



"서장님 무슨 일이세요?"


"확대, 얘 확대해 봐! 어서!"



화면은 클로즈업되었고 동시에 서장의 입은 떡하니 벌어졌다.



"나즐리...! 네가 왜 거기 있어?! 안 된다고 했잖아... 안 된다고 했다고..."



절망이 섞인 음울한 목소리와 함께 순간 힘이 풀리려는 다리를 겨우 힘을 주어 곧추선다. 양 손바닥이 얼굴을 연거푸 세수하듯이 쓴다.



"나즐리? 나즐리가 누구..."



대부분이 나즐리가 누구인지 몰랐다. 한두 명이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을 곱씹어보다가 퍼뜩 떠올린 존재는 서장의 따님이었다.


직원에게 받은 코끝섬에 대한 현황자료들을 마저 훑어보던 유호진은 저편에서 무슨 일이 터진 것 같은 느낌에 그곳에 시선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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