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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새 님의 서재입니다.

댕댕아 너의 주인은 말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원새
작품등록일 :
2022.06.14 17:03
최근연재일 :
2023.02.15 18:39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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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1,680

작성
23.01.2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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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0화

DUMMY

“응. 넌 누군데? 같은 ‘ㄴ국’ 팀인가?”



야누스는 헛웃음을 한 번 뱉고 또 뱉고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난 그런 녀석을 옆에서 훑어보다 내가 그 물음에 대신 답해주기로 한다.



“야누스야. 현재 우리 팀에서 나처럼 오래된 멤버이기도 하고. 왜 니코는 아는데 야누스를 몰라?”


“니코는 경험을 좀 더 쌓으면 너 정도 레벨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킹하트를 통해서 전해 들었거든. 그 이외의 멤버는 딱히 몰라. 딱히 몰라도 되나 보지 그 녀석이 생각하기에는.”


“오오? 그러냐? 킹하트가 보기에 네 실력이 그렇게 좋나 보지? 어디 입만 산 게 아닌지 한번 볼까!”



야누스는 방금 주의를 준 것에도 불구하고 막으려는 내 손을 쳐냈다. 흥분한 발걸음을 성큼성큼 내디딘다. 야누스, 미안. 난 야누스의 등에 조준해 테이저건을 쐈다.


파지지지직...


야누스는 제자리에서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쿵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쓰러진 넓은 등짝 위로 니코는 한숨을 얹고 난 혀를 한 번 찼다. 몇 분 있으면 깨어날 테니 괜찮다. 괜한 패싸움 나는 것보다야 낫지. 녀석에게 다가가 무릎을 접어 한숨을 쉬며 안아 올렸다.



“푸하하하하, 너 얄짤없는 성격이구나. 재미있는 녀석이네 정말! 켁, 콜록 콜록... 푸하하...”



우찬석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키들거리며 날 검지로 가리킨다. 녀석의 폭소는 이 넓고 긴 통로를 가득 울렸다. 얄짤없기는. 그런 수식어를 붙일 녀석은 따로 있지.



“설틴에 비하면 이 정도 갖고.”



우발적이었다고는 하나 어쨌든 자기네 계획에 방해될 것 같아 감행한 서슴없는 공격이었다. 정확하게 급소를 노린 공격. 우찬석은 너무 웃어서 사레까지 걸린, 가지가지 하는 모습을 보인다. 웃음과 거친 기침 소리를 한심한 눈으로 건너보는 사이 녀석이 입 밖으로 겨우겨우 말소리를 끄집어낸다.



“또 미안한데, 콜록, 아... 진짜 한번 웃으면 이렇게 난 멈추기가 어렵단 말이야. 그 미안한데, 설틴은 또 누구야? 큭큭, 너 같은 애가 또 있어?”


“...설틴을 모르다니. 너희랑 한 패잖아?”



아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내 얼굴이 거울 마냥, 상대방도 나와 같은 표정을 비춘다. 잠깐 서로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니코가 되묻는다.



“설틴이 누군지 몰라?”


“모르겠는데.”



니코가 설틴의 생김새를 설명했다. 다른 얼룩 색 없이 머리칼, 귀털, 꼬리털 모두 흰색, 헤르메스와 같은 흰 피부색 그리고 회색 눈. 하지만 그렇게 설명해줘봤자 처음 듣는 이야기에 연신 우찬석은 모른다고 답했다.



“난 너희 팀에서는 킹하트만 우리 쪽 녀석인 걸로 알고 있어. 너희 선수들을 데려오는 이 기획의 총지휘자지. 나보다 높은 서열 쪽에 속한 녀석이지만... 흠, 나도 녀석을 이번에 보게 되면 처음 보는 거라 솔직히 그 녀석에 대해 잘 몰라.”



킹하트는 나보다 야누스처럼 먼저 스포츠 센터에 들어와 있었다. 나도 너희들도 어린애였지. 설틴이 들어온 건 더 한참 후. 내가 성인이 된 후에 들어왔으니까. 그럼, 킹하트가 설틴을 우리 몰래 뒤에서 꼬신 건가. 그런 눈치 전혀 못 챘는데 도대체 언제.


개인 시간이라고는 없는 공동생활 속에서 어떻게 틈을 낸 걸까.



“하아...”



또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의문이 이어지려 한다. 거슬리는 감각이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는 건지. 이게 의미 있는 일일까. 내가 저런 개소리를 신경 써야 하며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걸까. 그 거슬림에 헤르메스는 회의감이 불현듯 그를 잠식한다.


일의 진위 따위 헤르메스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다. 그에게는 이 일은 오로지 주인을 위해 뛰어들었던 거고, 그와 함께 더 이상 메이는 것 없이 오직 앞으로만 주인에게 가기 위한 진로만 생각하려 했다. 십몇 년을 참았는데. 내 인생의 반을 넘게 참아왔고 그리워했는데.


배신, 동료의 죽음, 거짓말, 인간 지배, 행성 멸망...


눈 위가 당기는 느낌에 양 손바닥을 지그시 눈가를 누른다.



“시발 것들...”



헤르메스의 읊조림이 나직하게 통로를 울린다. 킹하트, 설틴 시발 것들. 인간도 시발 것들. 그냥 떠나면 되는 건데 솔직히. 인간들 죽든, 말든 내 알 바야? 누가 사냥하고 누가 사냥당하는지 보러 온 구경꾼들 살리겠다고 내가 왜 이런 쓸데없는 시간과 생각 속에 있어야 하지.


하지만 주인.


새벽이는 인간이다.


불쾌한 감정을 최대한 누르고 인간들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편으로 가는 게 옳다는 생각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하아, 새벽아...”



‘넌 앞으로 나, 주인님이나 주인이라고 부르지 마.’


‘...지금 저 또 괴롭히는 거예요?’


‘아니야, 진짜야.’


‘그럼, 아가씨라고 불러요...? 하지만 큰 주인님께선 난 주인님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는데.’


‘헤르메스, 네 주인이 누구야?’


‘주인님이요.’


‘그 주인 이름이 누군데?’


‘차새벽이요...’


‘네 주인, 나, 차새벽 말을 들어. 앞으로 내 이름으로 불러. 같이 자고 노는 애한테 주인님이라고 듣고 싶지 않아.’


‘어... 같이 자고 노는 애한테 왜 주인님 소리를 왜 듣기 싫은 건데요? 흐음... 이해는 잘 모르겠지만... 이거 그렇게 생각하면 되나?’


‘뭐?’


‘난 다른 수인들이랑 다르다. 특별하다. 좋은 거지? 그렇죠?’


‘....’



정곡을 찔렀을 때 주인은 정해진 패턴이 있다.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입술을 달싹인 다음 집요하게 마주쳐 오는 내 시선을 찡그린 눈과 함께 피한다. 많이 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생김새던, 패턴이던. 내가 기억하는 모습이 많이 남아있으면 좋겠다.


아, 주인과 좋은 시간을 추억하니 뭣 같은 기분이 이제야 환기되네.


가리고 있던 손바닥을 떼고 다시 현실의 빛과 처음 마주하게 된 사물은 잔뜩 굳은 얼굴의 우찬석이었다. 녀석은 입술을 달싹이는데 그 모습이 주인의 추억과 겹치려 해 괜히 난 볼멘소리를 내었다.



“뭐? 왜?”


“...재미있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분위기 된통 깨는 녀석이었네.”



우찬석은 의미 모를 소릴 하더니 그 뒤로 말없이 조용함을 지켰다.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이 고요함을 딱히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아서 나도 인간이 다시 나올 때까지 입을 떼지 않았다.


둘이 만든 정적이 몇 분이 지났을까. 헤르메스가 생각하기에 생각보다 더 빨리 인간이 일을 마치고 점검문을 나왔다. 배관 때문에 복잡한 내부에서 나오는 걸 도와주려 뻗은 손길도 인간은 거절하고 모두 마치고 왔다는 인간의 단조로운 말에 헤르메스는 역시나 이상한 인간이라 생각할 때였다.



“이야, 잘했어. 인간은 수인 없이는 밥도 못 먹는다던 농담은 역시 과장된 면이 있나 보네. 이리 와, 다시 데려다줄게.”



인간은 ‘필요 없다.’라며 간단히 거절했다. 우찬석은 손을 까딱이며 재차 말했지만, 그래도 인간은 거절했다. 그는 계속 달고 있던 호선의 입매를 천천히 내렸다.



“인간... 아직, 너희 신세를 모르나 본데. 수인이 호의를 베풀면 거절할 여유 같은 건 없어. 그래,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 이리와 마지막이야.”



인간은 또 보기 좋게 거절을 표했다. 우찬석의 얼굴에는 이제 어디에도 웃음기는 없다. 헤르메스는 이쯤 와서 인간이 뭐 해 먹다 굴러온 인간인지 궁금하다. 인간이 단조로운 목소리를 비춘다.



“끌려온 게 아니라 따라온 거다, 단순히 궁금증 때문에. 일은 해결된 것 같으니, 이만 혼자 떠난다. 이상. 난 간다.”



뚝뚝 끊기는 말이 진짜인 듯, 인간은 몸을 돌리고 계단을 향한다. 그 등 뒤를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우찬석이 발걸음을 뗄 찰나.


푸쉬쉬쉬...


흰 연기가 그 자그만 등 뒤를 따라 생성된다. 오감이 인간보다 훨씬 예민한 수인들은 최루제에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좋아 죽는다. 통로는 수인들의 거친 소리에 잠식된다.


수인들은 앞을 가리는 눈물과 뿌연 연기 속에서 이쪽을 돌아본 인간의 얼굴을 얼핏 보았다. 그것은 분명 비소였다. 시뻘게진 눈들을 내버려 두고 인간은 유유히 자리를 떠난다.


댕그랑 댕댕댕...


잠바 안, 허리께에서 최루제가 아직 거뜬히 뿜어져 나오는 용기를 계단 아래로 미련 없이 버린다. 1층에 다다를수록 사람들의 비명과 대거 이동하는 혼잡한 발걸음 소리에 그녀의 호흡은 여느 때보다도 더욱 안정적이다.


부딪혀오고 밀리고 하는 1층의 인파 속에 그녀는 자신을 맡긴다. 이 파도는 어차피 밖을 향하고 자신도 원하는 방향이니까.


떠밀려 튕겨 나오듯이 밖을 마주한다. 시원하고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그녀를 반겨준다. 비명과 신음, 두려움과 공포의 현장이었다. 그 지옥 같은 인파 속에서 땀을 흘렸던 터라 그녀는 눈앞의 시원한 공기를 음미한다. 시야를 멀리 둬 득실득실 사람 떼 너머의 초록색 펜스를 포착한다. ‘오~’하는 소리가 그녀의 모은 입술에서 싱그러운 음률을 타 나타났다 사라졌다.


ㅡ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 말소리에 시야를 당겨오니 자기도 모르게 줄을 서서 무언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였다. 경찰구급대원인가. 흰색 바탕에 파란색과 빨간색 줄무늬가 곳곳에 들어간 슈트를 보고 알 수 있었다.


그녀에게 말을 건 경찰구급대원은 다짜고짜 그녀의 손목을 잡아 따끔함과 함께 채혈했다. 그 대원은 흡사 볼펜과 비슷하게 생긴 채혈 기구를 유심히 바라보고는 ‘통과’를 외쳤다. 다른 대원이 그녀에게 어느 곳을 가리키며 3번 구역에 가 있으라 덧붙였다.


그곳엔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3번’이라는 홀로그램이 허공에 떠 있었다.


또 다른 사람을 인계하려 고개를 돌리는 대원의 팔목을 그녀는 붙잡았다. 검게 틴팅된 헬멧이 다시 그녀를 돌아본다. 그녀는 조금 전 수인들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부드러운 말솜씨를 잇는다.



“4차 전쟁 때 살상대에 있던 대위 ‘미야와키 시오’입니다. 지금은 퇴직한 상태이지만...”



대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퇴직한 군인이라는 건에 대한 호기심은 뒤로한 채.



ㅡ 4차 전쟁 때라뇨...? 수백 년 전이잖아요.



최고령 신기록자가 알려진 대로라면 250살 정도다. 하지만 눈앞의 여자는 이제 슬슬 주름이 잡히는 모습이었다. 노화방지주사를 꾸준히 맞아왔다 해도 많아도 80살 무렵이다. 음성변조로 별 해괴한 소리를 다 듣는다는 어투에도 시오는 담담한 태도로 일관한다.



“제 신분 조회해보세요. 그리고. 어...”



그녀는 잠깐 말을 멈추더니 기억을 더듬다가 더듬더듬 말을 꺼낸다.



“마우...데스 살라예 소령님. 같은 소속 ‘마우데스 살라예’ 전 소령님을 찾아서 저랑 연결해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원은 부탁과 함께 그녀의 피어오른 미소에 왜인지 소름이 돋았다.


‘소령님. 역시 저희 같은 녀석들은 지옥을 거쳐야만 비로소 상쾌함을 느끼나 봐요.’


‘그렇죠 소령님?’


수백 년을 살아왔다 주장하는 퇴역군인은 현 경찰구급대원에게 마찬가지로 수백 년 전에 퇴역한 상관의 소재와 연락을 요구한다. 실로, 기괴한 요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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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23.01.05 24 0 14쪽
25 25화 22.12.27 33 0 13쪽
24 24화 22.12.24 31 0 15쪽
23 23화 22.12.23 30 0 12쪽
22 22화 22.12.17 30 0 11쪽
21 21화 22.12.15 34 0 16쪽
20 20화 22.12.13 30 0 16쪽
19 19화 22.12.12 33 0 18쪽
18 18화 22.12.12 31 0 17쪽
17 17화 22.06.25 41 0 15쪽
16 16화 22.06.24 4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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