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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새 님의 서재입니다.

댕댕아 너의 주인은 말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원새
작품등록일 :
2022.06.14 17:03
최근연재일 :
2023.02.15 18:39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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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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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211,680

작성
22.06.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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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7화

DUMMY

정전?


그새 10층에서 7층으로 내려온 헤르메스.



'...하, 이 자식들 봐라.'



갑작스러운 어둠에 헤르메스는 눈을 끔벅거린다. 제어실에서 뭘 건드린 거야 아님, 차단기를 건드린 거야...? 시야가 어둠으로 물들은 건 물론이고 전력으로 움직이던 기기들이 꺼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난 이를 까득 갈았다. 아래에서 무언가 작은 불빛이 보여 내려다보니 비상구 유도등이었다.


그 초록빛을 따라 정면에 내려진 어둠을 침착하게 바라본다. 시야가 조금 적응되는 것 같다.


수인은 진짜 개만큼은 아니어도 인간보다는 어둠에 능하다.


그래도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긴장한 채로 움직이는 건 처음인데. 경기나 훈련에서도 환경 설정에 '밤'인 무대인 적은 없었으니까.


창문을 깨고 외벽을 타고 내려갈까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인간들 눈에 엄청나게 띄지. 방금 전창 밖을 얼마 보지도 않은 새에 인간들 측에서 보내진 드론이 이쪽을 관찰했으니까. 벽을 타는 사이 마취총을 쏘는 드론들이 성가실 것 같다.


아, 블라인드도 다 내려간 상태이니까 창을 깬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네. 이곳 경기장은 아주 옛날에 만들어진 군사 시설이라고 한다. 블라인드를 사용할 시 내부와 외부에 모두 블라인드가 내려오고 적의 공격을 막았다 한다. 일반 블라인드가 아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오늘날에도 군사 시설의 몇 설비들 또는 기능을 치우지 않아 유효하다 했다.


그 사실을 '모기'가 알려주었고 우리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작전을 짰었다.


헤르메스는 7층에서 한 층 더 내려가지 않고 7층 복도로 살금 나와본다. 이 층에서는 날 노리고 있는 기척은 없는 것 같군. 10층에서 슬슬 킹하트와 설틴이 내려오려는 듯 보였다.


어쩌지. 지금 당장 어디로 밖을 나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경기장 여러 출입구 중 최대한 바깥이 휑한 곳으로 나가야 해.


잠깐... 잠깐, 지금 바깥으로 나가는 출입구는 모조리 닫아놓은 상태잖아...? 완전히 갇혔어...


만약 차단기가 내려간 상태면... 출입구를 열려면 차단기를 올린 후 다시 제어실로 가야 한다. 그건 좀 무리야. 설령 차단기를 올렸다고 해도 제어실로 다시 올라가는 사이 누군가 다시 차단기를 내릴 수 있다. 차단기가 문제가 아니라 제어실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지. 출입구 쪽으로 향할 때 또 제어실에서 닫을 수 있어.


원래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면 다른 루트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길이 있으나 그건 모기가 알려준 것이니 그것도 패스해야 한다. 그 길에 뭐가 있을지 모르고 길 끝에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 넓은 건물에 뚫려있거나 뚫을만한 개구멍 하나쯤 어딘가에 없겠어. 조심히 돌아다니면서 찾아봐야겠군.


일단, 다른 규율대 슈트를 입자. 시각을 주로 사용해 사냥감을 쫓는 그레이하운드라 하지만 후각이 메마른 건 아니니까. 거기다 설틴이랑 킹하트만 날 쫓는 게 아닐 거야. 냄새를 감춰주는 슈트를 입어야 한다. 금방 따라잡히겠어.


킹하트랑 설틴만이라면 내가 아슬하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몇 명이 킹하트를 따르는 거지. 킹하트는 언제 이런 계획을 짠 거야. 항상 우리와 함께 생활했는데. 우리 팀에서도 몇 명이 더 있는 걸까.


몇 명이 더 우릴 속인 거야...


젠장... '날' 속인 거 아니야? 모조리 한패 아니야?


아니야, 무슨... 그만 생각해. 돌파만 생각해 헤르메스. 새벽이만 생각한다. 죽어도 주인은 만나고 죽을 거야. 폐기를 당해도 새벽이는 보고 폐기당할 거라고.


위치 추적 문제는 건물 내에서는 괜찮을 것 같아. 다른 슈트를 입은 이상 이 슈트가 내가 입었다는 걸 알아채기에는 까다로울 거야.


헤르메스는 복도에 죽어있는 규율대원 하나를 빠르게 챙기려 한다. 덜그럭. 죽은 규율대원을 들어 올리면서 목에 매달고 있던 마취총이 바닥을 한차례 쓸고 떨어진다. 헤르메스는 미간을 좁힌 눈으로 떨어진 총도 챙겨간다. 스크린 도어가 아닌 문고리가 달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그냥 빈  공간인가.


규율대원의 쇄골 중앙을 3초 동안 누른다. 그러자 헬멧이 해제되고 배꼽 위까지 보이지 않던 지퍼가 열리는 마냥 주욱 열렸다.


헤르메스는 서둘러 슈트를 뺏어 입고 마취총을 챙겨 든다. 자동모드에서 수동모드 버튼 쪽으로 바꾼다. 그는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형! 훈련 끝났어?'



피부는 하얗고 검은 머리에 검은 순한 눈매. 새벽이가 떠오르는 녀석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새벽이랑 비슷한 나이대일 것이다. 어린 녀석은 규율대원들의 마취총에 몇십 발을 맞아 죽었다. 테이저건을 맞은 내 눈앞에서.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지. 왜 몸은 꿈쩍을 못 한데 의식은 그대로였던 건지.


그래서 총 같은 거 만지기 싫지만...


어쩔 수 없어. 이걸로 놈들을 제압하자.


생각보다 늦네.


갈아입는 와중에 킹하트네가 방을 들이닥치는 것도 감안하고 있었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아무래도 제어실에 남겨진 선수들이랑 실랑이가 오가고 있나 보다.


헤르메스는 헬멧도 착용하고 숨을 내쉼과 함께 문고리를 잡고 돌려 당긴다.


이곳, 은근 옛날 흔적들이 남아있단 말이지. 이런 문고리 형식의 문도 남아있는 거 보면.


시야를 가로지르는 복도를 둘러본다. 헬멧을 쓰면 혹여나 마취총이나 테이저건을 맞을 걱정을 안해도 되지만 후각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청각은 헬멧을 써도 평상시보다는 떨어지지만 들리긴 들린다. 이거 근데 인간들한테 맞춰진 거라 귀가 눌려서 불편해.



왼쪽 멀리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두 명이 있군. 오른쪽은 괜찮은 것 같아.


다행이야. 계단은 오른쪽이 가까우니까.


헤르메스는 조심스럽게 계단 쪽으로 향한다. 6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기척을 죽여 내려가는데.



"뭐냐 거기, 왜 기척을 죽이고 오냐?"


"...."



걸려도 야누스냐... 우리 팀에서 가장 기척을 잘 죽이는 녀석이다. 그리고 기척을 가장 잘 감지하는 녀석.


내가 누구인지는 말을 못 하겠다. 이 녀석도 혹시나 킹하트네 일지도 모를 일이니까. 도망가기에는 계속 따라올 것 같으니까 총을 쏴야 하는데...


헤르메스는 갈등 속에서 일단 움직임을 멈추고 야누스가 올라오길 기다렸다.


야누스는 곧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왔다.



"규율대...?는 아니겠지. 기척을 숨기는 게... 이건 적어도 선수급이지. 어이, 헷갈리게 헬멧은 왜 쓰고 있어? 너 이거 정전 난 거 무슨 일인지 아냐?"



야누스는 관람석도 아니고 헬멧을 쓰고 있는 상대에 고개를 갸웃했다.



'아, 맞아.'



ㅡ 나도 잘은 모르지만, 애들이 뭘 잘못 만졌나 보네. 금방 켜지겠지.



헤르메스는 잊고 있던 규율대 자동 음성 변조 기능이 생각나 말문을 텄다. 야누스는 이 상황에 대해 아는 게 없나 보네. 그래도 혹시나 모를 위험성은 있으니까 모르는 척 지나가자. 그렇게 야누스를 지나쳐 내려가려 했지만.



"야, 너 헬멧 벗어봐."



야누스가 내 어깨를 잡았다. 헤르메스는 속으로 침음을 삼켰다. 잡고 있는 총 손잡이에 힘을 준다. 헤르메스는 야누스를 잠깐 묵묵히 바라보다 결국엔 헬멧을 제거했다.



"뭐야, 헤르잖아. 헬멧을 왜 쓰고 있어 헷갈리게."



의혹이 깃들었던 검은 눈이 황당하듯 크게 띄운다.



"아주 만에 하나에 인간인가 했네. 헷갈리게 짜식."



야누스는 내 엉덩이를 세게 후려쳤다. 건물 안을 팡! 하는 소리가 정말 부끄럽게 크게 울려 퍼졌다.



"우악! 씨! 미쳤냐?!"



반사적으로 크게 낸 내 목소리에 내가 놀라 나는 주위의 기척을 살폈다.



"헹, 헬멧은 경기장 안에서만 쓸 수 있다고 거듭 말했던 게 누군데 인마."


"너... 킹하트랑 한패 아니지?"



이번엔 작게 말하는 헤르메스의 목소리에 야누스는 날카로운 눈매를 크게 떠 껌벅 껌벅거렸다.



"뭔 소리야? 그럼, 넌 킹하트랑 한패가 아니냐 킬킬킬."



헤르메스는 야누스의 반응을 면밀히 살펴보다 한숨을 쉬었다. 이 자식은 아닐 것 같다. 이런 단순한 녀석을 남을 속이는 일에 포섭하진 않았을 거야.


그리고 이 녀석도...


바깥에 나가면 주인을 찾을 생각이니까. 인간을 해칠 거라는 킹하트 패거리에 들지 않았겠지. 하지만 내가 팀내서 가장 의지했던 대장도 내 뒤통수를 때렸는데. 야누스라고 이 단순해 보이는 성격을 연기하지 않은 거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ㅡ 위이이잉...



내려온 계단 위쪽으로 멀리서 드론 소리가 들려온다.

헤르메스는 자기 팀 내에서 사용하는 수어를 사용한다.



'야, 일로 와 봐.'


'뭔데.'



헤르메스가 위를 흘깃흘깃 보며 수어까지 사용하는 행동에 야누스는 한쪽 눈썹을 씰룩이며 별말 없이 따라 내려갔다.


헤르메스와 야누스는 6층에서 매점 안쪽 창고로 들어갔다. 매점 안은 지저분했다. 판매할 물건들은 모두 뜯겨 있거나 밟혀있는 등 너저분했다. 아무래도 하이에나가 다녀간 듯싶었다.



'그래서, 뭔데.'


'설틴이 울저를 죽였어.'


'...뭔 개소리야? 네 눈으로 직접 봤어?'


'울저가 죽어있는 걸 내가 봤고 그 앞에 킹하트랑 설틴이 있었어. 처음에는 거짓말을 했는데 설틴이 나중에 자기가 그랬다고 말했어.'


"이런, 씹..."


'수어로만 얘기해.'



헤르메스는 있었던 얘기를 모두 꺼내며 야누스의 반응을 자세히 살펴본다. 아무래도 야누스는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게 맞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연기대상 급이다.



'...너 이대로 혼자 떠날 생각이었던 거냐?'


'지금... 바깥이 엉망이야. 수인들이 목줄 기능이 꺼져서 거리를 활보하고 있어. 인간들을 죽이고 보이는 것들은 죄다 부수고 있어. 내 주인한테 어서... 가봐야 해.'


'...밖이 그렇다고.'


'너도 어서 나가. 너도 주인 찾으러 갈 생각이었잖아. 잘못하면 영영 주인 못 만나.'


'그렇긴 한대...'



야누스는 답답한 얼굴로 잠시 수어를 멈추었다가 큼지막한 손을 다시 놀린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인 만난다고 해도 너도 마음이 편하겠냐. 주인 위험할까봐 눈 뒤집힌 건 이해 가는데... 이 깜깜한 곳 등 돌리고 떠나는 것도 뒤가 찝찝하잖냐.'



야누스는 그리고 밖으로 나간다 해도 킹하트네가 널 뒤쫓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헤르메스는 눈이 크게 떠졌다. 나 왜 이렇게 아까부터 뭔가 하나씩 놓치지. 머리가 잘 안 돌아가 젠장. 야누스도 지적할 부분을 주인을 보고 싶다는 생각 뿐에 놓치다니.



'...원래의 계획이 처음부터 틀어져 있었다는 걸 알고는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나만 바라보더라. 너무... 그때 거북했던 것 같아. 울저는 설틴 한테 죽고 내가 가장 의지하던 킹하트는 우릴 속였고 그런 와중에 주인이 걱정돼 죽겠는데 나만 다들 바라보는 그 눈들이... 나도 패닉 상태인데 당장 해답을 말해달라는 것 처럼. 그 순간, 주인한테 도망가고 싶었나봐. 내 주인의 등 뒤로.'



야누스는 낮은 한숨을 흘렸다. 이 녀석답지 않게 시무룩해졌네. 헤르메스의 약한 모습을 보는 게 껄끄러웠다. 나보다 강한 녀석이 이런 어린 수인 같은 모습이라니. 하지만 주인 등 뒤로 숨고 싶다는 얘기는 제게도 있는 어린 모습을 거울로 비춰주는 듯했다. 수인에게 주인은 지켜야 할 대상이자 보호받고 싶은 보호자였다.


자신도 그 바깥 풍경을 봤다면 헤르메스 처럼 주인 찾겠다고 혈안이 됐을 것이다.


야누스는 고개를 저어 약한 생각을 털어낸다. 난 강해야 해. 강해야 주인들을 찾아낼 수 있어. 그리고 내 형제도 만날 수 있다.



'어차피 걔네들이 우리같은 애들보다 더 적을 거 아니겠어. 머릿수로 밀어붙여서 킹하트 녀석들 다 조지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 킹하트 한테 동조하는 녀석들이 많이 생겨날지 몰라.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게 인간들에게 불만이 있어서 들고 일어선 거잖아.'


'아놔... 일단은 그럼, 우리 팀부터 찾아보자. 확실한 머리들을 좀 모아놔서 말 오고 가면 뭐가 나오겠지.'


'우리 팀에서도 킹하트랑 설틴 말고 더 있으면.'


'에이 씨. 야! 내 감 죽이는 거 알지? 나머지는 괜찮을 거야. 설틴 그 새끼는 언젠가 일 치를 줄 알았어. 냄새만 우리랑 같고 수인답지 않게 꼬리도 없고 인간처럼 귀는 옆에 달린 게.'


'킹하트는.'


'...그 녀석은 어릴 때 몇 번 짜증 나게 굴었던 적 있어. 말하자면 길고, 일단 우리 애들부터 찾자.'



어릴 때? 훈련생 시절 얘기하는 건가. 야누스랑 킹하트가 부딪힌 적이 있다고 들은 건 지금이 처음인데.



'하아... 그래, 일단 너 말대로 우리 팀부터 찾아보자.'


'근데 너 새끼... 주인 보러 가겠다고 이 총으로 까딱하면 나 쏠려고 했냐.'


'....'



헤르메스는 계단에서 마주쳤을 때 꽤 비장한 태도로 총을 잡고 있었다. 야누스는 묘상 하게 바뀐 헤르메스의 표정에 입꼬리를 삐딱하게 올린다.



"이 응큼한 새끼, 나보고 헬멧 쓰지 말라고 해놓고 총은 보기도 싫다는 티 팍팍 내더니...!"


"켁! 탭탭!"



야누스가 헤르메스 목에 백초크를 걸었다가 야누스는 문 쪽을 응시하며 풀었다. 문 밖에서 들려오는 기척 때문이었다. 헤르메스가 야누스를 째릿 쳐다보았다. 소란을 듣고 이쪽으로 오는 기척이었다.



철컥! 끼익.



"야누스... 헤르메스. 여기서들 뭐해. 정전 때문에 무서워서 숨기라도 한 거야? 어서 나와."



얼굴들을 보니 모두 다른 나라의 선수들이었다. 한 녀석은 낯선 느낌인 게 <수중 사냥> 팀인 듯 보였다. 헤르메스는 그들이 붙잡고 있는 마취총을 흘깃 내려다보았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야누스도 눈을 가늘게 뜨며 무릎을 붙잡고 일어났다. 야누스가 물었다.



"너희는 어디 있다가 오는 길이냐?"


"우리야 뭐... 관람석에 있다가 정전 때문에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나오는 길이지...?"


"그러냐?"



그리고 3초의 불쾌한 침묵. 셋 중 한 녀석이 총 손잡이를 만지작 거린다. 야누스는 어두운 곳에서 눈을 부릅뜬다. 그는 문 위, 턱이 있는 곳을 잡아 점프해 열린 문으로 나란히 얼굴을 보이던 셋에게 발차기했다.



퍽! 우당탕탕!



"컥! 이 또라이 새끼...!"



야누스는 콧방귀를 뀌고 복도 밖으로 나왔다. 따라 나온 헤르메스는 복도 벽에 어정쩡한 자세로 쓰러진 두 명에게 빠르게 마취총을 쏘고 한 명은 물어볼 게 있어 놔둔다.



퍽. 헤르메스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으려는 녀석의 손을 발로 찼다.



"크윽...!"


"너희 수가 몇이야. 누구누구야."


"야! 옆에...!"



퓩!



"알아. 말해 누구누구냐고."



헤르메스는 복도 코너 옆에서 이쪽을 조준하고 있던 녀석에게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마취총을 쐈다. 놀란 눈의 야누스는 정확히 적의 이마를 명중한 걸 멍하니 보다 가리키던 손을 어색하게 내렸다. 짜식, 아까는 쭈굴거리더니만.



"말 안 하면, 손이라도 부러트리게?"



주위가 어두움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긴장 어린 모습이 뚜렷했다. 녀석의 말에 헤르메스는 도리어 당황해한다.


'말 안 하면, 죽이게?'도 아닌, 심문을 위해 고문 같은 것은 헤르메스의 생각 밖의 일이었으니까.



헤르메스랑 야누스는 위층에서나 아래층에서 이쪽을 향해 오는 발걸음이 들렸다.


퓩.


헤르메스는 혀를 차고는 더 캐묻는 것 없이 마취총을 쐈다.



"야 헤르, 빨리 다른 데로 이동하자. 이대로는 몰이사냥 당한다."



쿵쾅쿵쾅.


녀석들은 기척을 숨길 생각도 없이 빠르게 뛰어 위층이랑 아래층에서 찢어져 이쪽을 덮칠 생각이었다.



위이이잉.


두 마리의 모기가 복도 멀찍이서 이쪽을 보고 있다.



야누스는 눈살을 찌푸리고 헤르메스에게 다시 고개를 돌리다 갑자기 던져주는 마취총과 슈트를 두손으로 받았다. 헤르메스는 마취총을 수동모드로 바꿔놨다고 말했다.



"야, 여기서 가장 가까운 우리 팀이 누가 있지?"


"여기가 6층이니까... 잠깐... 이런. 일단은 다시 제어실로 가자."



헤르메스는 안색이 파리해지더니 앞서 뛰어나갔다. 야누스는 설틴 녀석부터 처리하러 가는 거냐며 신나는 어투로 물었다.



"5, 6층은 식당가니까 하이에나들이 떼 거지로 몰려있을 거야. 이런 와중에 하이에나들까지 만나면 답 없어. 그리고 지금 관람석도 깜깜할 거 아니야? 불 켜야 해! 일단... 하아 씨, 제어실부터 가서 생각하자. 안 그래도 불안한 상황인데 인간들 제자리에 있기 힘들지도 몰라. 나 잡겠다고 관람석에 있어야 할 녀석들이 이쪽으로 오는 것 같으니까. 걔네는 우리처럼 시각이 좋지 못하잖아."


"참나, 우리는 나 몰라라 하고 도망치려는 때는 언제고 인간들 걱정은 돼냐?"


"한곳에 모여져 있는 인간들이 자그마치 6만여 명이야. 걔네가 통제 없이 움직인다고 생각해 보라고. 분명 바깥보다 더 아수라장이 될 거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야? 계단 돌파하는 거 아니었어?"


"계단보다 더 좋은 곳이 생각났어. 슈트는 가면서 입어. 냄새 때문이니까 헬멧도 꼭 쓰고."


"이거 입기 싫은데... 그리고 이 흐물흐물한 걸 달리는 중에 어떻게 입어 임마?!"



헤르메스는 투덜거리는 야누스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서둘러 향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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