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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새 님의 서재입니다.

댕댕아 너의 주인은 말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원새
작품등록일 :
2022.06.14 17:03
최근연재일 :
2023.02.15 18:39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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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추천수 :
7
글자수 :
211,680

작성
23.01.2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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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화

DUMMY

“하... 킹하트, 정말 어이없네요. 전 세계 바다가 모두 오염될 수 있는 일을 우리에게 떠맡기다니.”


“...그러게.”



킹하트를 이제는 리더나 선배라고 부르지 않는 니코의 빈정거림에 난 조금의 어색함과 떨떠름을 느꼈다.


“.....”


어색한 건 그렇다 쳐도 떨떠름은 뭐냐. 헤르메스는 티끌만 하게라도 킹하트를 아직 동료라는 의식이 남아있는 건가 싶어 속으로 자조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통로를 타고 계속 목적지를 향해 내려간다.


유호진이 정보를 취합해 우리에게 이르길, 증축하긴 했지만, 군사시설로 만들어진 건물이니 기반은 좋은 건물이라고 했다. 따라 경기장 바닥이 조금 무너지고 물난리가 좀 있겠지만 건물에 큰 이상이 생길 일은 없을 거라 했다. 다만, ‘마왕의 코끝’과 여러 나라의 지역들과 이어진 해저 통로들에 반인간파 수인들이 사태가 일어나기 전 미리 독성이 있는 진동 감지형 폭탄들을 설치해놨다고 한다. 아직 사실 파악은 안 됐지만.


혹시 압력으로 인한 물 폭발 때문에 진동이 생겨 폭탄에 대한 정보가 진짜고 활성화된다면 이 행성은 멸망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얼마만큼의 진동이 생기면 이뤄지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무쪼록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참나, 진짜. 인류 지배에서 행성 멸망이라니. 주인 만나러 가고 싶은데... 어떻게 컸는지, 잘살고 있는지 궁금한데... 그래, 행성이 멸망하면 주인을 만나지 못하니까...


한참 내려간 뒤 통로 끝이 지하 2층이라 그곳에서 빠져나와 근처 계단으로 향했다. 곧 지하 3층으로 통하는 활짝 열린 문을 볼 수 있었다.


몇 층 전부터 밑에서 대규모 이동의 기척이 느껴졌던 터라 야누스와 니코에게 조심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둘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체크하고 난 선두에 서서 마취총을 들고 주위를 경계하며 문 안으로 들어선다. 들여다본 안은 곧바로 통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막대한 높이와 넓이의 통로.


띄엄띄엄 설치돼 있는 셔터들은 모조리 위로 올라간 상태였다.


그리고 아주 멀리서 한 녀석이 꽤 많은 수인들을 이끌어 마치 조깅이라도 하는 듯한 여유로운 속도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녀석도 우리를 발견하곤 손을 흔들었다. 인사? 뭐야 저 새끼. 우리는 헬멧을 모두 해제한 상태였다. 우리 얼굴을 보았으니 자기 편이라는 건 확실히 알고 우리가 누군지 알 텐데.



“뭐냐 저 새끼. 팔 부러트려 버릴라.”



야누스도 어이가 없는지 과격한 말과 함께 미간을 구겼다. 난 상대하지 말라 이르고 왼쪽 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벽 한구석엔 유호진의 말대로 점검용 작은 문이 붙어있었다. 이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펌프들이 있다고 한다. 따로 생체 인식이라던가 필요 없는 문으로 납작한 문고리를 눌러 튀어나오게 한 뒤 쉽게 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뭐야...”



허리를 숙여 안을 들여다본 내 황당해하는 반응에 야누스는 뭐냐며 다가와 내 어깨를 옆으로 밀고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거친 녀석의 행동 때문에 눈살을 구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엥? 컹? 뭐야, 어떻게 지나가라고 이걸? 장난해?”



야누스도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에 맞게 안은 배관들로 어지러웠다. 우리 덩치로는 도저히 어떻게 해볼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소형견 사이즈로도 될까 말까 한 폭이었다.



“야! 땅콩아! 네 작은 몸을 쓸만할 때가 있나 보다! 히어로가 될 기회를 주마!”



니코는 빈정거림이 섞인 말에 불쾌해하는 낯을 보이는 것도 잠시, 야누스가 비킨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뒤를 이어 너도 안 될 거라는 내 말은 니코는 괘념치 않아 보인다.



“하... 스읍, 이게... 우선 해볼게요.”



니코는 제 덩치로도 힘들어 보이는 안의 모습에 난감을 표하다가 우선 머리를 밀어 넣어 보인다.



“되겠냐고!”



팔도 쑥 집어넣는 기세에 나는 화들짝 놀라 녀석의 어깨를 잡아 끌어내려 한다. 그런데 이 녀석이 힘을 주고 버틴다. 얘가 원래 이런 녀석이 아닌데 원숭이 괴물 때부터 자꾸 그러네.



“한번 해본다니까요?”


“딱 봐도 안 돼 저건. 괜히 낄 수 있으니까 나와!”



제법 힘을 주는데도 꼼짝하지 않는다. 이 녀석, 힘이 언제 이렇게 세졌지. 좀 더 힘을 주려 할 찰나 니코가 그제야 스스로 뒤로 물러났다.



“그럼 어떡하지, 소형견 애 하나 데려와달라고 무전 할까요?”


“그래야 하나...”



따라 물러난 나도 난감함에 신음을 삼킨다. 지금 당장 들어가야 하는데 기다리는 데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건가.



“도와줄까?”



낯선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더니 한 놈의 가볍게 뛰어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우리는 경계하며 그 녀석을 돌아본다. 아까 속 좋게 이쪽으로 손 인사를 해오던 녀석이 또 속 좋게 다가오고 있었다.



“뭘 그렇게 경계해? 킹하트가 잠깐 손 떼겠다고 했잖아.”



녀석은 능청을 떨며 등 뒤로 풍성한 금빛 꼬리털을 살랑거리며 다가왔다. 우리는 그래도 송곳니를 드러내며 경계를 풀지 않자 녀석은 머쓱하며 우리와 일정 거리를 둔 채 걸음을 멈췄다.



“남의 일이 아니니까 협력할 건 협력해야지. 우리도 이 건물에 이상이 생기면 난감해.”


“자칫하면 바다가 오염된다던데 진짜야?”



짜증이 잔뜩 묻은 내 물음에 녀석은 그래도 킹하트랑 다르게 염치는 털끝만큼은 있는지 볼을 긁적이며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어... 맞아. 그럴 가능성이 있어. 하하, 조금 쑥스러운 일이지? 그래서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도울게! 아... 들어가려면 작은 친구가 필요하겠네. 흠, 그런데 우리 쪽에서도 저기로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친구가 없는데...”



녀석의 돌아본 시선을 따라 우리도 이 녀석이 몰고 온 다른 녀석들을 훑어본다. 그 말 따라 모두 우리처럼 덩치들이 있어 보였다.



“금방 올게, 기다려!”



흐음 하는 소리를 내더니 얼마 안 있어 녀석은 그 말과 함께 우리가 지나왔던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녀석은 금방 돌아왔고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녀석을 들고 왔다. 어깨에 걸쳐 데려온 녀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발을 딛은 인간은 조용히 주위를 둘러본다. 그렇네. 굳이 소형견을 찾는 것보다 주위에 도망가느라 널린 인간을 데려오는 게 더 빠르지. 녀석은 인간과 눈높이를 맞춘다.



“쟤네한테 설명 듣고 그대로 해주면 풀어줄게. 알겠지?”


“뭘 해야 하죠?”



어깨를 턱턱 치는 손길을 인간은 흘끔 내려다봤다. 그에 반해 녀석은 얘기가 빨라서 좋다고 말갛게 웃었다. 선뜻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급한 일이라 녀석이 데려온 인간에게 냉각 폭탄의 사용법을 차분히 알려주었다. 절대 위험한 폭탄도 위험한 일도 아니라는 것도 덧붙여서. 하지만 괜한 말을 덧붙여나, 할 정도로 인간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데려오기는 잘 데려왔네. 혼란스러울 법한 상황 속에서도 겁먹지 않고 침착하다. 아니, 심드렁하기까지 느껴지는데?


인간은 내 상황 설명에 집중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와 야누스에게서 주머니를 받아들여 점검문 안으로 훌쩍 들어갔다. 인간을 데려온 녀석도 역시 자기는 뽑기 운이 좋다며 휘파람을 불었다.



“이걸로 빚진 건 퉁 친 거다.”



녀석은 씩 웃어 돌아 보이며 혀로 ‘딱’하는 소리와 함께 손으로 ‘빵 야’하는 자세를 연달아 보였다. 우리는 그런 녀석을 뭐 씹은 표정으로 건너보았다. 야누스는 덧붙여 험악한 욕지거리를 뱉었다.



“이야, 이렇게 실물을 보게 돼서 영광이네! 특히 헤르메스! 만나서 반갑다! 난, 우찬석이다. 섬에서는 내가 인기 최고인데, 섬 밖에서는 네가 최고인 것 같더라?”



난 어쩌라는 듯이 말없이 한쪽 눈썹을 샐룩였다. 말을 걸고 싶은 눈치인 것 같은데, 상대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 그러자 녀석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입꼬리를 내리며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이런 차가운 반응, 뭐 이해야 하는데 그래도 좀 받아줘라. 육지로 나오게 되면 네가 가장 궁금했단 말이야. 솔직히 한 번 싸워 보고 싶기도 한데 그건 좀 지금 상황이 여의찮으니까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하자. 그러니까 대화 좀 하지? 야, 확 싸움 걸어버린다?”



난 이제 곧 은퇴를 앞둔 선수였다. 거기다 최고를 찍고 물러날 일만 남은 선수. 최고에 이른 내게 도전하고 자기 힘을 시험하고 싶어 이렇게 건들어오는 녀석들이 간혹가다 있다. 난 어떻게 대처했냐.


확실하게 패줬다.


난 싸움을 싫어한다. 굳이 맞는 걸 자초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싸움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일방적인 서열 정리로 끝을 맺는다. 난 안 맞고 넌 맞고. 날칸이는 그게 안 되니 내가 최대한 경기든 어쩌다 일정에 마주칠 일이 있으면 최대한 피하고 보지. 걔는 맞는 걸 넘어서 뜯기는 걸 각오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제 그 세계를 버렸으니 날칸이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피하거나 무시하려 한다. 저 녀석이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상황이 여의찮다고. 저건 그냥 관심받고 싶고 시간이 조금 비긴 하니까 그냥 시비 거는 것이다. 괜히 맞장구쳐줄 필요 없지.


헤르메스의 생각에 맞게 상대는 일관된 무시에 김이 샌 표정이다.



“쳇, 어쩔 수 없지.”


아쉬움이 묻어난 한숨을 폭 내쉬고 그는 내게 있던 시선을 내 왼쪽으로 돌린다.



“니코? 네가 나랑 한번 잠깐 싸워 볼까? 헤르메스 뒤를 이을 녀석이라면서. 많이 다치지 않게 해줄게, 이리 와봐.”



그러면서 개를 부르듯 손가락을 까딱인다. 니코는 나와 같이 아무 대꾸해주지 않는다. 그래, 얘가 이렇게 원래는 차분한 녀석이라고. 누구랑 다르게...



“야, 그렇게 심심하냐? 이 조그만 녀석이나 건드리게? 나랑 싸워. 너같이 뭣 모르는 녀석들은 30초면 충분하니까.”



야누스가 앞으로 한 발자국 나오며 하는 소리다. 그래 정말 누구랑 다르게 차분한 우리 니코. 난 한숨을 쉬며 야누스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야누스는 뭐냐는 듯이 다시 내 힘과 함께 다시 뒤로 물러난다.



“넌 좀 도발에 쉽게 넘어가지 마.”


“아, 내가 뭐 또? 쯧. 저런 새끼 너 그동안 잘 밟아줬잖아. 쫄았냐?”



헤르메스의 또 타박하는 소리에 야누스는 입꼬리를 삐딱하니 내려 불만을 표한다. 헤르메스도 똑같은 표정으로 응수한다. 이 녀석은 아까 같이 본 게 있으면서.



ㅡ 야, 저 녀석 아무래도 제법 자기네에서 제법 서열이 있는 것 같은데 킹하트 같이 몸이 이상한 녀석이면 괜히 건드려서 뭐 해. 이겨도 이긴 게 아닐지 몰라.


ㅡ 그럼 계속 밟아주지 뭐.


ㅡ 그래? 넌 계속 그렇게 밟아라, 나랑 니코는 펌프만 해결되면 떠날 거니까. 뒤에 있는 녀석들이 또 널 잘도 그렇게 두겠다?



야누스는 내 수어에 잠시 멈칫한다. 짜게 식은 눈으로 이쪽을 보는데 나는 입가에 미소를 단 채 시선을 다른 곳에 둔다. 야누스는 의리 없는 놈이라고 중얼거렸다. 의리도 괜한 짓에 쓰는 거 아니다 이 친구야.



“어... 일단 불쾌하지 말고 들었으면 해.”



장난은 이쯤 하고 우찬석의 이상한 조심스러운 태도를 돌아본다. 우찬석은 야누스를 가리킨다.



“넌 누구야?”


“...나? 지금 날 가리키는 거냐?”



야누스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검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기가 차 했다. 내게도 의문을 가질 질문이다. 니코는 알면서 왜 야누스를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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