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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새 님의 서재입니다.

댕댕아 너의 주인은 말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원새
작품등록일 :
2022.06.14 17:03
최근연재일 :
2023.02.15 18:39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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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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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211,680

작성
22.06.24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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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6화

DUMMY

"...너희들도 인간 우호 쪽으로 돌아선 건가?"


"아니, 우린 그 누구의 쪽도 아니야. 다만, 이곳에서 소란을 피우겠다면 싸우겠어! 우리의 의사를 무시하지마 킹하트...!"



선비는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려는 것을 고통에 주춤 하고는 이를 꽉 깨물며 무릎을 딛고 일어난다.



"괜찮아 선비?"


"응... 고마워."



킹하트는 금안을 가늘게 뜨고는 지원군들에게 멈추라 소리친다. 그들은 하던 것을 멈추고 곧바로 킹하트의 뒤로 물러났다. 킹하트는 그새 바닥에 많이 쓰러진 지원군들을 훑어보고는 선비를 건너본다.



"...역시 헤르메스를 잡아야겠군."



킹하트의 말에 참여고 비참여고 다들 으르렁거린다.



"킹하트! 헤르메스를 건들면 가만 안 둬!"


"헤르메스도 이딴 식으로 대하기만 해봐!!"


"인간이 아니라 죽는 건 네 녀석들이 될 거다!"



킹하트는 살기를 띄우며 부라리는 눈들이 조금도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겨하는 입장이다. 이들이 헤르메스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 경외감과 동경심은 킹하트에게 좋은 미끼들이니까. 기쁘다.



'헤르메스, 널 버린 인간 주인 따위는 잊어.'



이런 신실하기까지 한 애정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넌 왜 모르는 거냐. 이 녀석들을 이끌고 넌 분수에 맞지 않은 인간들을 뭉개야 한다.


인간을 발아래에 두고 섭렵하는 수인들의 세상.


그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좋은 미끼들을 들고 있는 헤르메스만 이용한다면... 아니, 협조해준다면. 수인들은 미끼를 향해 앞만 보고 움직여줄 거다.


훈련사들도 그 점을 이용했지. 선수들에게 헤르메스를 본받도록 했고 더 나아가 사회의 인간들도 자신의 관리하에 있는 수인들에게 헤르메스를 들먹였다.


헤르메스처럼 열심히 살아라. 헤르메스처럼 훌륭한 수인이 되거라. 헤르메스처럼 듬직해져라...


어쩌면 헤르메스에 대한 수인들이 느끼는 경외감과 동경은 세뇌와 비슷한 인간들의 알량한 재촉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걸지도 모른다.



헤르메스가 잘 날수록, 사랑받을수록...



건설은 수월해진다.


자신의 경우와 하이에나들과는 다르다. 하이에나들은 이미 옛적부터 선수들이 적으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자신은 헤르메스의 동료, 그런 녀석이 자유를 주장하는 헤르메스를 억압하려 든다. 심지어 속이고 울저도 죽인 마당에.


눈앞의 자신에 대한 적대감들은 하이에나들에 대한 감정보다 비약적으로 솟구친 것 같다. 이정도면... 선수들이 인간보다 더 두려워하는 하이에나들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지 않겠나. 아무래도 자신이 무언가 이들의 벽을 뚫은 듯 보였다. 기쁘다. 저 눈빛이 계속 이어지길, 어떤 벽도 뚫고 이어 나가길.


울저의 죽음은 상심이 컸지만, 이만하면 괜찮은 보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인간들을 해치는 것에 거부감이 없게 해야한다. 어린 아이에게도 흉포한 발길질을 할 수 있게. 하지만, 조절은 필요하다. 수인과 수인 간의 갈등이 깊어져서는 두 갈래로 나눠지니까. 그렇게야 둘 수는 없지. 오로지 한 곳으로 가게 해야한다.



"너희들 뜻은 잘 알겠어. 일단은 물러날게. 우리가 원하는 건 분열이 아니라 협동으로 이루어내 인간을 지배하는 거니까."



킹하트는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 헤르메스를 이대로 끌고 간다고 해도 수인들이 마음먹고 두 갈래로 나눠질 위험성이 클 듯싶다. 인간 편에 서게 해서는 안 된다.


킹하트가 양 손바닥을 들어 보이는 것에도 이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킹하트는 자기 무리를 이끌고 로비 복도로 나가려 몸을 돌렸다. 회색과 검정이 섞인 머리칼. 선비는 그의 뒤통수에 대고 묻는다.



"킹하트, 저 지원군 녀석들은 뭐야. 어디서 저런 많은 수가 나타난 거냐고."


"답을 얻고 싶다면 코끝섬으로 와. 그곳에는 네가 좋아하는 산도 바다도 있어. 분명 네 마음에 들어 할 텐데... 아프게 해서 미안해 선비야."


"...."




킹하트는 일그러진 얼굴의 선비를 잠시 눈에 담다 엷은 미소를 띄고 고개를 다시 돌려 로비를 떠난다.




'그렇게 주인을 찾고 싶다면 보내주지 헤르메스.'



굳이, 확인해야 하나 헤르메스. 이건 답이 훤히 보이는 문제인 걸.


죽었거나 버렸거나.


버렸다면, 주인은 네가 혹여나 찾아올까 찝찝함에 못 이겨 행적을 완벽히 삭제해주는 '딜리트'에 의뢰했을 거야. 우리 쪽에서는 물론이고 스포츠 센터와 스폰서 기업들이나 머리털 하나 발견 못 했거든.


정보가 곧 인간의 삶을 반영하는 이 촘촘한 세상에서 말이지.



킹하트가 허공으로 손짓을 보냈다. 그러자 어디선가 모기 하나가 나타났다.



"날칸이에게 전해. 헤르메스를 더 이상 붙잡아두지 않아도 된다고. 헤르메스랑 있던 녀석은 자연스럽게 떨어지라고도."


[알겠다]




저벅저벅.



날칸이는 무리와 함께 나를 찾아와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를 얘기해주었다. 날칸이는 조금의 비아냥은 있었지만, 긍정적인 흥미를 보이고 협력하겠다 했다.


남을 짓밟고 뜯어먹는 게 취미인 녀석들이 그런 반응이야 당연한 거다. 다만, 녀석들은 짓밟는 대상이 인간이나 수인이나 거르는 것이 없다는 게 문제지. 하지만 하이에나들의 존재는 헤르메스에게도 위협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협력하겠다 하면 위험성이 있지만 필요성이 있다.


감시하고 있다 경고했으니 날칸이도 제 무리와 함께 갇혀서 죽고 싶은 게 아니면 헤르메스에게 달려들지 않고 당분간은 협력할 거다.


킹하트는 무리를 분열시켜 지원군들에게 헤르메스를 잡으라고 보냈다. 당연히 녀석들은 헤르메스를 잡을 수 없다. 상대가 압박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혹여나 자기가 생각 못한 것을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게.



.

.

.



날칸이는 아무도 없는 해저통로를 감상 중이었다. 벽이 울퉁불퉁했고 바닥은 덜 치운 모래가 아주 옅게 깔려있었다. 날칸이의 발걸음을 따라 자박자박 소리가 따른다. 기나긴 동굴 같은 느낌이었다. 이곳에는 조명이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에 모기 한 마리가 그녀의 앞을 밝혀주었다. 어둠에 강한 날칸이는 상관없지만.


이곳에 댕댕이를 도망가게 하고 끝에 도달하기 전에 우리가 쫓는다면 꽤 재미있는 사냥이 되겠는데. 댕댕이 다리가 그렇게나 빠르다고 하던데... 꽤 일품이었지 그 허벅지.


재미야 있긴 하겠지만, 역시 만족감으로는 일대일로 나 혼자서 잡아야 할 것 같다.



날칸이는 도톰한 입술을 혀로 할짝댔다. 헤르메스의 허벅지 맛이 떠올라 입맛이 돌고 허기가 진다.



"슬슬... 배고픈데..."



희번득거린 검은 눈동자가 이쪽을 홱 올려보는 것에 모기가 움찔한다. 그 움직임은 아주 옅었지만 날칸이에게는 포착되었다. 그녀는 처진 눈매를 둥글게 휜다.



"후후... 걱정 마. 난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건 줘도 안 먹어."


[...킹하트가 헤르메스 자연스럽게 놓아주라고 함. 더 이상 안 붙잡아도 됨.]


"아, 그래? 송곳니가 맡고 있던가..."



날칸이는 허리춤에 왼손을 갖다 대고 몸을 돌려 다시 들어왔던 셔터로 향한다. 이곳 경기장은 수동으로 올릴 수 있는 셔터들이 몇 있다는데 그중의 하나가 그 셔터다. 선수들을 인도하는 킹하트를 따라 이곳 해저 통로를 구경하다 통해 알게 된 정보였다.


셔터 옆 벽 속에 잡고 돌리는 손잡이가 숨겨져 있었다. 이곳이 옛날에 군수 물자를 저장하고 필요한 곳에 보내는 곳이라고 했다. 건물 내에 이런 셔터 형식의 문들을 위주로 설치되어있겠지.



"댕댕이가 무슨 맛집을 알려줄까나."



방해꾼은 사절이다.


사악한 미소가 입꼬리를 타고 흐른다.


쾅!


날칸이는 머리 위로 조금 거리를 둬 떨어져 있던 모기를 순식간에 잡아채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모기는 '파직' 소리를 내다 움직이지 않았다. 날칸이가 확인 사살로 밟았기 때문이다.


빛은 따라 사라졌고 날칸이는 발을 치우고 바닥에서 발을 떨어트렸다. 완연한 어둠 속에서 바닥을 내려다보던 날칸이는 히죽 웃고는 옆 바닥에 신발 바닥을 문지르고 자리를 떠난다.



.

.

.



니코는 선비의 소식을 듣고 더 신경을 예민하게 올린다. 주위를 둘러본다. 아직 여기에는 이렇다 할 수상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수많은 인파 중에 킹하트네가 언제부터 숨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킹하트 무리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젠장! 언제까지 우리를 붙잡을 셈이야...!"


"내보내! 어서 우리를 내보내라고...!"



연속성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좀전의 1시간 가까이 정전에 인간들이 크게 동요했다. 심지어 합심해 도주를 시도하는 인간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귀가 좋은 우리는 작당 모의는 손쉽게 들을 수 있었고 그걸 깨달은 이들이 다른 방식으로 작당 모의해도 우리에게 뒷덜미를 잡혔다.


우리는 그러면 잡힌 녀석들을 언성을 높이고 거칠게 다뤘다. 뭐, 생채기는 안 날 정도로. 헤르메스도 그 정도에 만족할 것이다.


불이 켜져도 도주를 시도하는 녀석들 때문에 무전으로 이곳 복도로 통하는 셔터들을 모두 내려달라고 했다. 고장 난 셔터 빼고는 모두 내려갔다.


하지만 우리가 어느 정도 선에서만 으름장을 두는 것을 눈치챘는지 언성들이 높아진다.



시끄럽다. 시끄러워...


우리는 너희들과 다르게 귀가 아주 예민하다고.


니코는 헬멧 안에서 이를 까득 간다.




ㅡ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바깥이 아주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러니 관람객분들은 자리를 지켜주십시오.


"거짓말 하지마 이 개새끼야...! 그럼, 스마트 워치라도 주란 말이야!!"


ㅡ 스마트 워치는 저희 보안상 이유로 드릴 수 없습니다. 저희 말을 믿고 기다려주십시오. 딱히 우리가 당신들에게 해코지하는 것도 없잖습니까.


"언제든 저 규율대 녀석들처럼 우릴 죽일 생각이면서...! 웃기는 소리마!!!"



니코는 관람객의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저 멀리 경기장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규율대의 시체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저걸 치우는 게 좋으려나 싶지만, 그랬다가는 오히려 더 악재로 돌아올 수 있다.


우리를 우습게 보게 해선 안 된다.


공포로 이성이 마비되었다면 다시 자각시켜주면 된다.


공포로.



니코는 방금 소리친 관람객에게 줄 간격이 좁은 관람객들 자리들을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거리가 좁혀질수록 문제의 관람객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앞에 선 니코가 허리를 숙여 여자의 쇄골 아래를 엄지로 꾸욱 눌렀다. 여자는 고통도 고통이지만 그의 위압감에 등 뼈마디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ㅡ 시끄럽다고. 어? 귀가 터질 것 같다니까? 수인들 감각이 예민하다는 거 몰라? 우리가 죽일 것 같으면 고분고분히 있어. 멍청이야? 넌 특히나 목소리가 높아서 미칠 것 같다고...!



여자는 파르르 입술을 떨다 말을 더듬거린다.



"무, 무서워요... 너무 무서워서 가만 있을 수가 없어요. 지금 밖에 제 동생, 유치원을 다녀요... 가정부가 수인인데... 지금쯤이면 픽업하고 데려오는 길 일 거에요. 동생이 자동차는 싫어해서 걸어오는 길일 텐데... 거짓말이잖아요. 거짓말이라고 해줘요... 흐으윽, 네?!"


ㅡ ....



여자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시동이라도 된 듯, 주위에서 일파만파로 퍼져 호소하는 목소리가 경기장 안을 채웠다.



"우리 아이도 바깥에 있어요... 친구들은 직접 마주보고 사귀는 게 맞다고 해서 학교에 다니게 하고 있는데... 거짓말이죠? 거짓말이잖아요...?"


"부모님이 단둘이서 여행 다녀오겠다고 오랜만에 외출하셨어요...! 제발, 제발요...!"



니코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공포가 온전히 자기들의 위안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성을 잃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자는 제 살을 누르고 있는 장갑에서 미세하지만, 분명히 떨림을 느꼈다. 여자는 니코의 동요를 동아줄 마냥, 놓치지 않는다.



"주세요. 스마트 워치 돌려주세요, 제발! 연락해야 해요! 괜찮은지 알아봐야 해요... 아버지 몰래 나왔던 건데... 으으윽, 제발요!"


ㅡ ...네가 왜 소리지르는지 이제 알겠어. 마음껏 소리쳐. 더이상 뭐라고 안 할게. 스마트 워치는 안돼.


"야이 개새끼야!! 내놔 내놓으란 말이야...!!! 나 진짜 안 된다고!! 아무도 동생 챙길 사람 없단 말이야!!!"



니코는 손을 붙잡아오는 여자의 손뿐만 아니라 여럿의 손들을 뿌리치고 관객석을 가로지르는 계단으로 빠져나온다. 니코는 그 손들이 거머리 같이 느껴져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울컥 임이 밀려 나왔다.


니코는 거북한 감정을 뱉어내려 헬멧을 제거했다.



"다들 가만 있어!!! 이럴수록 다치는 건 너희들이야!! 밖이 어떻든 이런다고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어! 우리도 매 경기며 심지어 훈련에도 옆의 동료가 죽을까 노심초사하는 매일이었어. 오늘도 경기에 나왔다면 죽는 녀석들이 분명 있었겠지. 너희들도 절실히 느껴봐! 소중한 녀석들이 어떻게 되지는 않을지 불안한 마음을 말이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니코의 갈라진 목소리는 경기장 안을 호소에 젖은 목소리를 덮어버렸다. 니코의 거친 숨소리를 따라 남은 건 주위의 흐느낌과 곡소리였다. 니코의 그 피 토하는 목소리가 모두에게 진실로 다가온 것이다.


밖에 지옥도가 펼쳐진 것을.


경기장 안을 떠다니던 촬영 드론들은 헬멧을 제거한 니코의 모습을 렌즈에 담아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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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22.12.15 34 0 16쪽
20 20화 22.12.13 30 0 16쪽
19 19화 22.12.12 33 0 18쪽
18 18화 22.12.12 3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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