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원새 님의 서재입니다.

댕댕아 너의 주인은 말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원새
작품등록일 :
2022.06.14 17:03
최근연재일 :
2023.02.15 18:39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217
추천수 :
7
글자수 :
211,680

작성
22.06.17 22:33
조회
41
추천
0
글자
11쪽

13화

DUMMY

젠트는 헤르메스의 놀란 표정에 활짝 웃고는 열었던 바닥 문을 다시 닫으려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는 위에 있던 방해되는 수인들을 힘으로 밀쳐내고 바닥 타일 아래에 설치되어 있던 손잡이를 잡아 내렸다. 이제 낮은 천장이 된 바닥이 닫혔다. 나는 몸을 일으켜 젠트 처럼 바닥에 무릎을 대고 손을 짚었다. 여기도 비상등이 있네.



"다행히 무사했네 젠트. 다들 걱정했어."



젠트는 대답으로 싱긋 웃어주었다.



"따라와 헤르. 차단기 방 안에 설틴이 차단기를 지키고 있어."


"...그래."



녀석은 눈이 잘 안 보일 정도로 깊게 눈웃음을 지었다. 여느 때처럼 해사한 낯이지만, 귀여운 척을 떠는 말투는 아까 처럼 빠져있었다. 난 일단 녀석을 따라가기로 했다.


바닥 아래의 공간은 무릎 걸음으로 고개를 숙여야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천장이 낮았다. 그리고 공간의 넓이는 이 대형 창고 크기 만큼 넓었다. 어떻게 바닥 밑에 이런 공간이 있지? 방금 전만 해도 이 위를 지나왔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 했어. 분명, 킹하트네 지원군이 이 곳에서 대기타고 있다가 야누스네를 덮친 거겠지.



"그렇게 기척 안 죽여도 돼. 이 안, 완벽하게 방음되어있는 구조야. 냄새는 이 난리통에 못 맡을 거고 다른 바닥들도 다 닫아놔서 괜찮아. 위에 있는 녀석들은 싸우느라 정신 없어서 여기 못 들어올 거야. 소통도 잘 못하는 것 같더라."



젠트는 앞서서 무릎 걸음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다 말했다.



"여기가 방음 구조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



젠트의 뒤를 따르던 헤르메스의 눈에는 계속 혹시 모를 의심을 깔고 있었다. 야누스의 감만 믿고 속편히 있을 수는 없었다. 킹하트는 헤르메스에게 가장 의지하던 팀원이고 리더였다. 그런 존재가 자신을 속였다는 것에 한 번 든 의심은 배신감과 함께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젠트는 무기나 슈트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은 슈트도 무기들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난감한 느낌은 버리지 못한다. 이런 불편한 공간에서는 팀에서 힘캐를 담당한 젠트는 버겁기 때문이다. 힘에서는 자신과 필적하니까.



"불법 투견장에서 봤거든 이런 거. 경찰구급대가 쳐들어 오기 전에 도박꾼들이나 관련 녀석들이 이런 공간을 통해서 밖으로 도망갔어."


"...그렇구나."



젠트도 나와 야누스, 그리고 설틴 처럼 훈련 센터 출신이 아니다. 하지만 녀석은 가정 수인 출신이 아닌, 불법 투견장에서 이리로 온 케이스다. 꽤 힘들었을 곳에 있던 녀석 답지 않게 녀석은 우리와 처음 만났을 때 부터 밝은 모습을 보였다.



"잠깐 뒤돌아봐."


"응? 왜?"


"너 확실히 킹하트네 아니지?"


"아니야. 헤르, 만약에 내가 킹하트네라면 내 혀를 잘라도 좋아."


"네 혀를 뭐에다 써. 알겠어."



젠트는 피식 웃으며 다시 고개를 돌려 앞으로 나아갔다.


슥슥.


무릎 걸음과 바닥을 손으로 짚어가며 나아가던 젠트가 움직임을 멈췄다. 젠트는 이쯤이 차단기 방문과 두 걸음 정도 떨어진 곳이라고 했다. 차단기 방 안 까지는 이 공간이 없다고 했다. 헤르메스에게 헬멧을 착용하라 일렀고 셋을 세면 문을 열고 전투 준비에 들어가라 한다. 헤르메스는 야간 투시 기능을 켰다. 주위가 푸르스름하게 아주 잘 보였다.



하나,


둘,


셋...!



난 손잡이를 잡고있는 손에 힘을 주어 세게 열었다. 누군가 그 위에 있었는지, 당황하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가 멀리 떨어진다.


피융!


올리자마자 어깨 쪽으로 마취탄이 날라온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슈트를 입은 것과 상관 없이 놀래서 그냥 반사적으로 쏜 듯 했다. 난 마취제의 끝 주황색 깃털을 잡아챘다. 그냥 피해서는 자칫 슈트를 안 입은 젠트가 맞을 수 있다.


철컥!


한 걸음 거리에 있던 마취탄을 쏜 녀석에게 나도 쏴준다. 상대는 슈트를 입지 않았다. 이마를 겨냥했지만 녀석은 수월하게 피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가까운 거리인데 그걸 피했네. 킹하트네 지원군에서도 꽤 운동 신경이 있는 애들이 있어보였다.



"컥... 으, 으아아악...!"



뒤에서 들린 묵직한 신음 소리가 내 앞으로 길게 뻗어나간다. 적 하나와 어떤 상품이 들어있을 크고 긴 상자가 지원군에게 날라갔다. 젠트가 날린 듯 하다.


와장창!


지원군은 곧장 점프해 피했지만, 그때를 놓치지 않은 난 마취총을 쐈다. 녀석은 공중에서 당황하더니 마취탄을 맞아 떨어졌다.


몸 놀리는 걸 보니까 후위권 나라 선수 정도인가.



"큭... 헤르메스 여기 있어!"



지원군은 그렇게 말하고 정신을 잃었다.


나라고 왜 확신하지. 그래도 슈트에다 헬멧까지 착용했는데. 나는 짜증이 나 음성 변조된 목소리로 버럭 소리지른다.



ㅡ 야! 이 새끼들아?! 나만 노리는 거 아니면서 왜 계속 나한테 집착해?!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적들이 이쪽을 향한다. 그래도 하나같이 슈트를 안 입고 있어서 다행이네. 모두 선수처럼 상반신을 탈의하고 반바지 차림이었다.


이번엔 이마만 노리려 하지 말고...


가장 효율적으로 쏜다.


슝슝슝!


철퍼덕, 철퍼덕...


지원군들은 헤르메스의 엄청난 속도의 명중들에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적들이 점프해 헤르메스에게 도달하기 보다 한 단계 넘어선 속도였다.



아직 덤벼들지 않은 적들 중에 몇이 기가 차 하는 소리가 났다.



ㅡ 어이, 보다시피 내가 이렇게 좀 빠르거든? 빠른 것 만이냐? 힘도 세고 머리도 제법이거든? 그래, 나 헤르메스야! 헤르메스라고!! 어?! 너희 같은 거 백 명이 와도 끄떡없어!!! 와봐! 이 새끼들아!!



나는 넓은 창고 안을 가득 채울 정도로 고함을 왁 질렀다. 전투에서는 기세가 중요한 법이다. 난 으르렁 거리며 경고했다. 녀석들은 내 으름장에 움찔거린다. 녀석들도 피부로 와닿을 거다. 나와 녀석들의 레벨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내가 아무래도 제일 성가신 상대라고 여겨서 그런지 나부터 제치고 보자 속셈인 것 같은데.


그런데 젠트는 이미 안으로 들어갔구나.


설틴은 한번도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어서 걱정이 되는데...


나는 내게 달겨드는 녀석들을 우선 좀 더 처리하기로 했다. 차단기 방에 같이 따라들어오면 짜증나니까.


.

.

.



젠트는 차단기방으로 들어왔다. 헤르메스는 저정도 되는 녀석들 한 무더기를 데리고와도 끄떡없을 것이다. 적들은 딱히 누군가 지시를 내리고 있지도 않아서 팀워크라던가 전혀 볼 수 없어 위협이 되질 않았다.



"젠트 하이."



차단기 방 안은 설틴 혼자 밖에 없었다. 젠트는 손인사를 해오는 설틴을 보며 입꼬리를 구겨 아래로 내렸다.



"너 죽이러 왔는데."


"그래? 난 널 죽이지 않을 건데."


"날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다고 하면... 좀 짜증나려나? 그런데 이렇게 화난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네. 앞으로 그렇게 화나있어라. 난 네가 이쪽 저쪽 치대면서 웃으면서 애교떠는 게 정말 개극혐이었거든. 그럴려면..."



젠트는 다음 이어진 말에 더 들을 것도 없이 설틴에게 달려들었다.



"다음에는 헤르메스를 죽이면 될까염?"



쾅!!



젠트는 웃는 설틴을 향해 주먹을 꽂았지만 설틴은 날렵하게 오른쪽으로 피했다. 벽에 설치된 직육면체의 검정 기계가 대신 젠트의 주먹을 받아 구겨졌다.


설틴은 젠트의 주먹이 기계에서 떨어지기 전 그의 팔 안쪽을 아래서 주먹으로 가격했다. 묵직한 충격에 젠트의 팔이 자의에서 벗어나 천장을 향해 출렁 올라갔다.


젠트는 순간 갈색 눈이 조금 커졌다. 훈련에서 설틴이랑도 꽤 많은 대련을 해봤지만, 이런 타격은 처음이었다.


알고는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왜 힘을 숨기냐.’ 이전에 두세 번 물어보았다. 왜 더 잘 할 수 있으면서 그 정도만 보여주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내가 그 정도에 만족한다'였다.


힘으로만 따지면 팀 내에서 가장 힘센 헤르메스와 저와 견주어도 손색없어.


설틴은 이번엔 자세를 낮춰 다리로 젠트의 가랑이 사이를 가격하려 했으나 그건 젠트가 재빨리 한 걸음 물러났다.


설틴은 젠트가 자기 다리를 아래서 쳐올리려는 동작에 바닥에 짚고 있던 양손에 몸을 지탱하고 공격하려 뻗은 다리와 함께 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다. 검은 기계들 때문에 좁은 통로들로 이루어진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설틴은 안정적으로 돌아 방 모서리 쪽으로 착지했다.


젠트는 설틴을 모서리로 몰아놓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달려든다. 쾅! 이번엔 설틴에서 반걸음 떨어져 있는 기계 하나를 넘어트려 퇴로를 방해하고 오른 주먹을 녀석에게 꽂는다.


퓽!


설틴은 몸을 숙이고 미리 바닥에 두었던 총 하나를 빠르게 집어 복부에 쐈다. 젠트 주먹이 벽에 붙어있던 검은 기계에 닿기 직전 스르르 떨어진다.



"...이, 얍삽한 새끼."



중얼거린 젠트는 눈꺼풀이 감기고 바로 앞으로 쓰러졌다.


쿵!


설틴은 제 앞으로 쏟아지는 젠트의 몸을 피해 젠트가 기울여놓은 기계 아래로 쑥 바닥을 밀어 빠져나가 피했다.


벽에 붙인 누운 몸을 떼어내고 설틴은 자신이 빠져나온 길 바깥에 일어나지 못하는 젠트를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넌 항상 시야가 좁아서 허점투성이야."



슝!



설틴은 고개를 피했다. 뒤통수로 날아오는 것을 피했다. 그는 헬멧을 올리고 재빠르게 몸을 돌려 다가오는 주먹을 겨우 막아냈다.


덜커덕, 설틴은 바닥으로 떨어진 총을 발 뒤로 보냈다.



ㅡ 크으... 헤르메스? 벌써 처리 다 끝낸 거야?



설틴은 손바닥으로 감싼 헤르메스의 주먹을 꽉 잡으며 깊이 신음을 흘렸다. 헬멧을 써도 상대가 헤르메스라 알 수 있는 건 시각도 후각도 필요 없다. 너는 너라는 것을 행동거지에서 조금도 숨기지 않아 그냥 알 수 있게 해줘.



ㅡ 내 쪽으로 오는 것만.


ㅡ 뒤에서 더 따라오면 곤란할 텐데?


ㅡ 나머지는 다른 녀석들이랑 싸우느라 바쁘더라.



설틴은 남은 손으로 주먹을 쥐어 헤르메스의 얼굴에 꽂는다. 헤르메스도 남은 손으로 잽싸게 막아냈다. 서로의 주먹을 꽉 감싸 쥐며 대치한 상태.



ㅡ 너... 내가 분명 경고했지? 한 번만 더 팀원 해칠 생각 하면 가만 안 둔다고. 야누스는 미수에 그치고 이번엔 울저를 죽여...?


ㅡ 하하... 이거는 주인 찾으러 떠나기 전에 말했어야 알맞지... 팀원을 죽인 날 두고 주인한테 가겠다고 나서서는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거야 헤르?


ㅡ 어, 맞아. 난 지금도 주인 밖에 생각 안 나. 그런데, 넌 뭐만 생각하길래 같은 팀원을 죽여?!


ㅡ 실수라니까... 그렇네. 넌 진심이었고. 그리고 지금도. 잘못은 네가 더 크지. 네가 그렇게 잘났냐 헤르? 그래도 널 따르네? 다른 녀석들은... 지들이 정말 개인 것 마냥??



헤르메스는 틴팅된 헬멧을 노려보며 발로 가랑이 사이를 무릎으로 걷어찰 것처럼 하다 거리를 벌려 설틴의 턱을 발부리로 걷어찼다.


설틴은 천장을 보았다.



ㅡ 그래, 나 잘났다 새꺄.



괜찮다고 했다. 헤르메스는 다른 애들이 받아주고 이해해준 부분을 설틴이 감히 무슨 자격으로 얹을 말은 없다며 흔들리지 않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댕댕아 너의 주인은 말이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32화 23.02.15 10 0 15쪽
31 31화 23.02.01 10 0 11쪽
30 30화 23.01.28 14 0 11쪽
29 29화 23.01.25 14 0 12쪽
28 28화 23.01.23 20 0 12쪽
27 27화 23.01.10 23 0 14쪽
26 26화 23.01.05 24 0 14쪽
25 25화 22.12.27 33 0 13쪽
24 24화 22.12.24 31 0 15쪽
23 23화 22.12.23 31 0 12쪽
22 22화 22.12.17 30 0 11쪽
21 21화 22.12.15 35 0 16쪽
20 20화 22.12.13 32 0 16쪽
19 19화 22.12.12 33 0 18쪽
18 18화 22.12.12 31 0 17쪽
17 17화 22.06.25 42 0 15쪽
16 16화 22.06.24 44 0 14쪽
15 15화 22.06.22 41 0 12쪽
14 14화 22.06.19 41 0 13쪽
» 13화 22.06.17 42 0 11쪽
12 12화 22.06.16 44 0 12쪽
11 11화 22.06.16 44 0 13쪽
10 10화 22.06.16 42 0 13쪽
9 9화 22.06.16 43 0 16쪽
8 8화 22.06.16 48 0 14쪽
7 7화 22.06.16 48 1 17쪽
6 6화 22.06.15 47 0 20쪽
5 5화 22.06.15 46 0 15쪽
4 4화 22.06.15 43 1 14쪽
3 3화 22.06.15 50 1 2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