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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새 님의 서재입니다.

댕댕아 너의 주인은 말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원새
작품등록일 :
2022.06.14 17:03
최근연재일 :
2023.02.1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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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1,680

작성
23.01.2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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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화

DUMMY

우웅...


경찰구급대 마크를 단, 두 대의 드론이 제어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것들, 너희 거 맞아?”


ㅡ 예, 맞습니다.



경찰구급서는 선수들에게 폭탄 몇 개를 드론을 통해 보냈다. 펌프는 수동으로 멈출 수단이 없어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다. 드론 두 대가 헤르메스에게 다가가 자기 몸의 뚜껑을 열어 보였다. 그 안에는 어두운 남빛의 주머니가 있었다. 꺼내 보니 그 안에는 각각 손바닥보다 작은 소형 냉각 폭탄들이 4개씩 들어 있었다.


헤르메스는 주머니 하나는 자신이 챙기고 다른 하나는 야누스에게 건넸다.


야누스는 한쪽 눈썹을 씰룩이곤 내용물을 다시 확인한다. 이렇게 작은 게 터지면 얼마나 터지는 거지? ‘펌프가 쪼끔 한가?’하고 중얼거리며 다시 주머니를 닫았다. 주머니 끈이 제법 길어 헤르메스와 야누스는 주머니를 앞으로 메었다.


헤르메스는 그럼, 가보겠다고 한다. 그 덤덤한 말투에 유호진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다.



ㅡ 펌프를 멈추고 나면 다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헤르메스는 앞장서 나가려던 채비를 멈추고 다시 화면을 돌아본다. 어떻게 하긴.



“뭐, 제각기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너희들 손에 잡히지 않는 거지... 우리는 그냥 자유를 찾고 싶었던 것뿐인데 왜 일이 밖은 저 난리고, 여긴 왜 이 난리가 됐는지...”



난 허리에 손을 대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옆에 있던 야누스가 콧김을 크게 뱉는다. 대답을 했으니 이만 가보라고 하던가, 반응해야 하는데 유호진은 그저 말없이 저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난 눈을 찡그리며 뭐 하자는 건가 싶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던가. 이러다 다 죽는다.



“뭐, 더 할 말 있어?”



헤르메스의 조금 재촉이 들어간 목소리에 유호진은 입을 여닫기를 반복하다 책상 위에 두던 손들을 불연 불끈 두 주먹을 쥔다.



ㅡ 밖은 이미 펜스로 둘러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모색...



유호진의 외침과 함께 경찰구급서와는 그렇게 마지막 통화를 마쳤다. 유호진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해 들은 셋은 당혹스러워한다. 그중에 니코가 방금 얘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간을 찡그리고 있는 헤르메스를 돌아본다.



“형! 그렇다면 밖으로 나가면...!”


“인간들이 잔뜩 눈을 벼리고 있다는 거지. 안으로는 못 들어오는 상황이었으니까 밖에서 열심히 준비해 놨나 보네. 애들한테 연락할게.”



헤르메스는 서둘러 헬멧을 쓰고 이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아마 듣고 있거나 전해 듣고 있을 킹하트에게 ‘넌 알고 있었지?’ 하고 욕지거리와 함께 쏘아붙였다. 킹하트는 곧바로 말해줄 생각이었지만 네 태도에 마음을 바꿨다는 말로 끝맺었다.


이 개새끼 킹하트.



“인간 녀석들. 하여튼 간에 놀기 좋아하면서 대가리 하나는 아주 잘 굴러가요. 킹하트는...”



야누스가 혀를 차며 빈정대는 목소리를 뒤이어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곤 시원스럽게 고개를 돌려 헤르메스를 돌아본다.



“야, 그럼 어디로 나가 헤르메스?”



헤르메스는 입꼬리를 내리며 그 시원스러움에 인상을 쓰며 답한다.



“몰라.”


“왜 몰라 이 새끼야?”



야누스는 진심으로 무슨 소리냐는 듯이 어이없다는 투다. 내가 아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하고 헤르메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은 내가 뭐, 만능 사전인 줄 아나.



“생각해봐야지. 펌프 처리하는 동안 너도 생각해봐. 다 같이 생각해보면 뭔가 더 낫겠지.”



되려, 돌아온 숙제에 예상치 못한 녀석은 얼굴을 찡그렸다가 유호진이 그랬던 것처럼 입을 여닫기를 반복한다.



“어, 뭐, 그래.”



야누스는 그 뒤로 머리를 벅벅 긁고는 잠잠해졌다. 난 그것에 만족해하곤 두 녀석과 함께 제어실을 나간다. 해저 통로가 있는 지하 3층으로.



.

.

.



“유호진, 당신을 체포하겠어.”


“무슨 죄목으로요?”


“공무 집행 방해 죄! 그리고...”



서장은 줄줄이 죄목을 읊었다. 하지만 괜찮다. 유호진은 태연한 태도를 유지한다. 딱히 타격받을 만한 일은 아니어서. 그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대기업 소속인 사람이니까. 거기다 해당 기업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한 그다. 유호진은 죄목들을 열띤 웅변처럼 쏟아낸 서장에게 건조한 말투를 꺼낸다.



“그 모든 죄 뒤에 이 조건이 붙죠. 단, 4차 전쟁에서 혼란을 잠재운 데 일조한 기업들의 구성원은 어떠한 기관이든, ‘해당 기업’과 함께 죄의 명백함을 논한 뒤에 체포가 가능하다.”



말하는 중에 미소까지 걸고 이야기하는 그에 서장은 눈에 힘을 주고 볼을 씰룩였다.



“이게 뚫린 입이라고...!”



앞서 여러 상황으로 인해 서장은 화를 주체 못하고 결국엔 유호진을 향해 손을 들었다. 그의 볼을 향하려던 손은 허공에서 더 나아가질 못한다. 유호진을 따라온 회사직원이자 경호를 맡은 사내가 팔목을 낚아챘기에.



“이거 안 놔?”



서장은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경호원을 올려다본다. 우락부락한 덩치는 자신과 비슷하긴 하다만. 뭐야 이 새끼. 수인도 아니면서 꿈쩍도 안 하는 상대 악력에 서장의 주름 잡힌 미간은 더 깊어진다. 힘이라면 수인 말고는 누구에게나 꿇리지 않는 그인데 말이다.



“유호진 부장님의 말씀대로 긴급 체포는 불가합니다... 관련 이야기는 회사 법률팀과 얘기 부탁드리죠.”



안 그래도 두꺼운 입술을 불퉁하니 내민 경호원은 부탁이라고 하기에는 귀찮음이 대단히 묻어난 말투였다. 그렇다, 저것은 무시를 기본으로 깔고 말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정부를 무시한다. 대기업 종사자는 더욱. 공권력은 오래전, 전쟁 이후로 대기업 앞에서는 그 위엄이 땅 아래로 꺼졌으니까. 경호원은 서장의 풀지 않는 팔 힘에 두꺼운 입술을 다시금 연다.



“물러나지 않으시면, 회사 측과 연락해서 서장님은 물론이거니와 청장님도 문책을 피하실 수 없을 겁니다. 물론, 이 서의 식구들도요. 수인은 기업의 소유라는 점 인지하시길 바랍니다.”



시건방진 녀석.


서장은 그의 말에 반항이라도 하듯이 잡힌 팔목에 온몸의 힘을 부었다. 경호원도 이번엔 한 손으로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기 버거웠는지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게 보였다. 서장은 그것에 냉소를 짓곤, 그의 손아귀를 뿌리쳤다.



“이 새끼들, 이번 일은 정식으로 문제 삼을 줄 알아! 아무리 돈 꽤나 버는 장사치들이 보낸 녀석들이라 해도, 이런 대규모 난동에 핵심 인물들을 두둔한 녀석을 감싸주지 못할 테니까.”



매섭게 쏘아내는 그의 걸걸함은 상황실을 집어삼킬 듯 쩌렁쩌렁하니 울렸다.



“이 사태를 일괄적으로 보지 마시죠! 방금 저들은, 말대로 자유를 찾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선을 넘은 폭력을 행사한 이들은 따로 있다는 것 잘 알잖습니까!”



그에 지지 않겠다는 듯 핏대를 세우며 목소리를 높이는 유호진을 경호원은 혀를 차며 그의 어깨를 잡고 출입구로 끌고 간다.



“개새끼들이 거기서 거기 다 같은 개새끼들이지! 이런 똑같은 개새끼들! 어디 한 번 그 면상들 내 앞에 또 비추는 날엔 먼지 나게 패줄 줄 알아!”



우악스러운 소리를 뒤로하며 경호원은 그에 맞서 언성을 높이는 유호진을 끌고 복도 밖으로 나왔다. 옥상 주차장을 향하는 경호원은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중얼거리는 유호진을 흘긋 내려다본다.



“유호진 씨께서 이번에 실수한 건 맞으십니다. 수인에 호의적인 태도를 두고 있다는 건 사전에 듣고 동행했지만, 이렇게 막무가내이실 줄은 몰랐네요. 회사를 자신의 호감에 사용해서는 안 되죠.”



두꺼운 목소리 속 타박에 유호진은 냉소를 지었다.



“무슨 소리입니까. 오히려 회사의 기회를 다시 살린 거죠.”


“기회라니요.”


“회사는 이번 일로 세계 각국의 스포츠 센터를 책망할 구실이 생겼잖아요. 갖고 싶어 안달 났던 선수들을 손에 쥘 기회가 생긴 찰나에, 정부 손에 들어가길 바라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물론, 다른 회사들의 경쟁도 치열하겠지만...”



자기 회사는 물론이고 여러 회사가 선수들을 잡으러 발에 불이 나게 뛸 상황을 눈앞에 그려보니 혀를 한 번 찼다. 경호원은 유호진의 말을 되씹어보곤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 유호진을 마주보며 무슨 말이진 알겠다는 듯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유호진 씨의 말 잘 이해했습니다. 헤르메스와 니코를 이런 어쭙잖은 것들에게 잡히게 둘 순 없죠. 회장님이 그 세트만큼은 수중에 두길 꼭 원하시거든요. 그것마저 안 된다면 헤르메스만이라도 회장님 앞에...”



유호진을 따라온 ‘톰 홀스턴’은 회장의 비서진 중 하나다. 세계를 호령하는 대기업 중 하나를 거느리는 회장님이 원하시는 게 있다면 바쳐야지 않겠나. 절대로 어느 곳에도 이 좋은 기회를 뺏길 수야 없지.



“....”



곧 싸움터라도 나갈 것같이 결연하기까지 한 톰의 얼굴을 힐긋 올려다본 유호진은 떨떠름함을 삼키며 그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각 나라를 대표하고 하나씩 존재하는 스포츠 센터들은 각각 하나의 사업체이자 기업으로, ‘수인 스포츠’를 운영해 사람들이 즐기는 오락 문화 중 하나를 차지한 지 몇십 년이 지났다. 그 영향력은 기존의 대기업들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그 위상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갔다. 대기업도 그 물결에 함께하고 싶었지만, 각국의 스포츠 센터들은 단합하여 다른 기업들 참여를 일체 막았다.


다른 대기업들은 시민들까지 합세한 반대에 못 이겨 현재까지는 수인 스포츠 인기에 스폰서나 자기 회사가 내놓은 콘텐츠 참여를 부탁하는 것 등의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 기회로 사태가 마무리된 뒤, 다른 대기업들도 참여할 명목이 생기겠지. 사람들의 사랑과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선수들도 챙길 수 있는 기회! 시나리오를 잘 써서 다시 수인 스포츠를 인기를 끌게 할 자신감이 그들에겐 있는 거다.


더 이상 수인들을 욕망에 눈이 먼 자들의 손아귀에 둘 순 없다.


띵!


유호진은 톰을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옥상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몇 대의 비행차 중 진입과 함께 ‘범블 여기 있습니다’ 소리가 들린 곳으로 그들은 발걸음을 옮긴다. 늘어선 비행차들 중, 회색빛의 유려한 곡선을 자랑하는 비행차에 다가가자 차 문이 밑으로 내려갔다. 앞자리에 탑승한 톰을 이어 유호진은 뒷자리에 몸을 실었다.


부드러운 시동 음과 함께 순차적으로 널찍한 내부에 불이 들어오고 안전벨트도 자동으로 올라온다. 곧 매끄러운 이륙이 이어지고 유호진은 손목의 스마트 워치를 끌러 양손 안에 가로로 잡는다. 그와 동시에 워치 위로 손바닥만 한 화면 홀로그램이 형성되었다. 유호진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낸다.



“....”



톰은 그 모습을 차 내부를 실시간 볼 수 있는 화면을 통해 문자 내용을 내리깐 눈으로 조용히 확인한다. 어차피 운전대야 자동에 맡긴 상태라서 전방주시와는 상관없는 태도였다.


제지하거나 지적할 만한 내용은 없지만, 그래도 톰은 다시 한번 그에게 주의시킨다.



“이번 출장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모두 비밀리에 부쳐야 합니다. 저와 한 대화까지도요.”


“잘 압니다.”



앞서 아내와 관련 연락을 나눈 전적이 있지만, 그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나 일 끝났어. 당분간 서로 메시지나 연락이 와있는지 수시로 체크 해주기로 하자. 그리고 바로 답장해주자. 사태 마무리될 때까지 절대 거기 나라에서 벗어나면 안 돼. 알겠지?]


전송.


아내에게 문자를 보낸 뒤 다시 워치를 착용한 그는 앞에서 당황한 기색에 무언가하고 눈을 올리기도 전,


콰콰콰콰콰쾅!


차체를 흔드는 충격과 함께 의식을 잃는다. ‘범블’은 공중에서 폭발했다.


수인들 폭동 위로, 높은 건물들 위로, 전투기 몇 대가 매서운 속도로 순식간에 지나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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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23.01.10 23 0 14쪽
26 26화 23.01.05 24 0 14쪽
25 25화 22.12.27 34 0 13쪽
24 24화 22.12.24 31 0 15쪽
23 23화 22.12.23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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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22.12.13 34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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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22.12.12 3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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