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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새 님의 서재입니다.

댕댕아 너의 주인은 말이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원새
작품등록일 :
2022.06.14 17:03
최근연재일 :
2023.02.1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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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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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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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화

DUMMY

야누스는 선수들이 수거해온 슈트를 본체만체했다. 귀찮다며 다른 겁쟁이들이나 입으라고 콧방귀를 뀐다.



"너, 분명 선봉에 설 거면서 괜히 센 척하지 말고 입지?"


"너나 입어 헤르. 겁쟁이처럼 말이야 케켕켕!"



야누스는 다른 슈트로 갈아입는 헤르메스를 비웃었다.



"슈트는 전력이랑 상관없이 무전기는 제대로 활성화되니까 쓰라고! 혹시나 마취총이나 테이저건에 맞아도 머리 빼고는 방어할 수 있잖아. 어느 정도 물리적 방어도 되고 어두운 데서는 헬멧이 야간 투시 기능도 있으니까 급할 때 쓰라니까?!"



야누스는 팔목을 돌려 보며 자신의 이름이 써진 흰색 야광 팔찌 굿즈를 이리저리 둘러본다. 녀석은 만족한지 씨익 웃고 있었다.



"킹하트 녀석들이 무전 내용 들을 수도 있는 거고 맨몸이 편해. 야간 투시? 그거 쓰려면 헬멧도 써야 하는데 귀 껴서 짜증 나고 후각도 못 맡는 거 짜증 나. 전체적으로 몸이 둔해진다고. 이거 야광 팔찌랑 손전등도 하나 챙겨가니까 됐어, 인마."



야광팔찌는 전투에서 불리할 수 있지만, 어둠 속에서 적이 누군지 손쉽게 알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해 토론 끝에 모두 차기로 했다.



"무전은 정말 위급할 때 쓰기로 했잖... 어후. 그래, 너 알아서 해라. 그런데, 아까 킹하트 얘기는 뭐야? 훈련생일 때 너랑 킹하트 뭐 있었어?"


"아... 그거. 아마, 너 들어오기 전이었을 거야. 내가 인간 주인 꼭 찾을 거라고 말하는 걸 듣고는 인간들한테 잡혀 오고 여기서 인간들 오락거리를 위해서 죽을 둥 살 둥 훈련받는 주제에 한심하다고 하더라? 몇 번 그러길래 나도 몇 번 패줬지. 그러고는 나중에는 좀 잠잠해지던데."


"뭐야, 그때는 킹하트가 너보다 약했어?"


"어, 그때 센터에서는 내가 짱이었지. 지금은 내가 한 수 차이로 발리지만, 뭐. 쩝, 너도 처음 들어왔을 때는 나한테 발렸었잖냐."


"...킹하트는 출하 동시에 훈련 센터에서 키워진 케이스 아니었어?"


"맞을걸?"



이상하네. 그런 케이스면 나중에 머리가 커서면 몰라도 어렸을 때부터 이미 인간들한테 증오심을 품기 어려울 텐데. 동료가 인간들 장난으로 죽어도 동료가 잘못해서, 라고 생각하니까. 훈련 센터에서 인간우월주의 가르침이 워낙 심하지. 지금은 나도 인간들이 조금 눈치는 볼 정도로 힘을 길렀지만, 센터 기본 교육 방식까지는 참견이 힘들었다. 초록이가 규율대 장난(?)에 죽었을 때 초록이 동료들, 어린 수인들이 그런 태도여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다들 준비됐냐? 뭐야 아직도 안 찼어? 빨리 팔찌 차!"



야누스는 슈트 안 입으려는 녀석 중에 자기 눈에 든 녀석들을 모아 지하로 갈 자기 팀을 만들었다. 싫다는 내색을 보이는 녀석은 반협박으로 끌어들였다. 팀원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야누스 이름이 새겨진 야광 팔찌를 마지못해 찼다.



"난 걸리적거리면 떨구고 가는 성격이니까 귀찮게 말고 잘 따라와라! 알겠냐?"


""...어.""



야누스는 하나 같이 병든 닭 같은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헤르메스처럼 유하게 넘어가 보기로 했다. 예전에 하나 깨달은 게, 아무래도 애들이 자기를 따르게 하려면 때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선봉에 서는 선수들은 슈트를 우선으로 입게 하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입었다. 슈트는 규율대 대략 60명 수에 맞게 해놓은 터라 약 180명 선수들의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꽤 많은 수가 야누스처럼 귀찮고 불편하다는 녀석들이 입지 않았다.


야누스는 멀찍이서 니코가 슈트를 착용하는 걸 보고는 반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껄렁껄렁 다가갔다.



"그래, 우리 꼬맹이는 이런 거는 입어야 그나마 살아남을 확률이 높지? 킹하트 녀석들한테 죽을 것 같으면 형한테 와라 인마. 음?"



야누스는 니코의 어깨를 거칠게 퍽퍽 때렸다. 니코는 미간을 와락 구기고는 고개를 홱 올려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그럴 일 없어요. 야누스나 조심해요."


"...이것 봐라? 형 걱정되냐? 응? 형 죽을까 봐 걱정돼? 자 형이라고 해봐! 형아, 니코가 걱정되니까 꼭 다치지 마세요. 자, 형아?"


"에이 씹..."


"에이 씹...? 이 땅콩 꼬맹이 새끼...?!"


"야야, 빨리 가 야누스! 아, 진짜 니코 한테 그만 집적대! 쟤가 네 여친이니? 어서 네 팀원들이랑 빨리 불 켜고 와."


"야, 저 새끼가 형 한테 비속어를 썼다니까??"


"비속어? 푸흡! 헛, 참나... 야, 가 가!"


"뭐냐? 방금 비웃었지? 왜 비웃어? 싸움만 잘하면 다냐 이 헤르 새꺄??"


"호옹, 내가 언제욥 형? 걱정되니까 다치지 말고 따녀와엽 형!"


"이 개쌖...?!"



같이 지하로 가기로 한 선수들은 보다 못해 야누스를 붙잡고 제어실을 끌고 나갔다. 제어실은 헤르메스의 장난에 구역질하거나 빵 터져서 웃는 녀석들로 나뉘었다. 선비는 입가를 손바닥으로 가리면서 키득대며 헤르메스에게 다가왔다.



"아, 진짜 완전 빵 터졌네. 방금 그거 젠트 따라 한 거지?"


"큭큭, 평소에는 원래 그런 녀석이니까 하고 그냥 넘어가는데 진짜 짜증 날 때 혀 짧은 소리로 장난치면 얼굴 한 대 치고 싶거든. 그 녀석 알고서 일부러 더 그러는 것 같아."



선비는 금방 기운을 차린 헤르메스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자꾸만 경기나 훈련에서 동료들이 죽는 일이 발생해 울저가 죽은 일도 어느 정도 무덤덤해진 덕이다. 울상만 지어서는 떠난 동료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십수 년의 경험으로 헤르메스는 물론이고 우리도 자연스레 익혔다. 선비는 씁쓸한 미소를 속으로 삼켰다.



"쿡쿡쿡, 젠트 녀석 뭐 하고 있으려나... 무사해야 할 텐데."


"무사하겠지. 화나면 무대포여도 야누스보다는 어딘가 믿을 만한 구석이 있잖아?"


"그렇...긴 하지."



헤르메스는 선비의 어깨를 툭툭 친다.



"너도 잘 다녀와. 만약에 내가 잡히면, 너나 호루스가 그 유호진이라는 녀석한테 바깥일이랑 전력이 끊긴 일은 우리랑 상관없는 킹하트네 짓이라고 얘기해줘. 원래는 인간들이랑 같은 권리를 갖고 싶어서 벌린 일이라고. 부탁해 선비 호루스."



헤르메스는 어느새 곁에 다가온 호루스에게도 부탁한다는 시선을 준다.



"넌 절대 걔네 손에 붙잡힐 리 없어. 하이에나한테 뼈가 드러날 정도로 뜯겼어도 지금까지 살아남았는데."


"걔네 그냥 어디서 맛있는 거 찾느라 안 보이는 거면 좋겠는데... 하아..."



헤르메스의 한숨에 나머지 둘도 한숨을 내쉰다.



"그럼... 다들 무사히 여기서 다시 만나기로 하자. 난 계속 건물 뺑뺑이 돌다가 지원 필요하다고 하면 그쪽으로 갈 테니까."



서로 무사하라는 말을 나누고 각자 새로운 팀과 흩어진다.



.

.

.




"야, 이게 물론 일회성 팀이긴 한데 그래도 인연이 인연이지! 지하 내려가는 동안 팀 이름 빠르게 한 번 생각해 보는 거 어떻냐!"


"네가 정해라..."


"야누스 네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해..."


"뭐, 간지나는 이름이라는 게 한 번에 떠오르는 게 어렵긴 하지. 야누스와 친구들. 어때?"



야누스는 건성으로 대답하는 팀원들은 상관없이 팀 이름 짓기를 생각하다 어느새 지하 2층 계단에 도착했다. 내려가는 내내 모기라던가 이쪽을 공격해오는 수인은 없었다. 모기가 제어실서부터 한 마리도 안 보이는 건 의외였다. 우리 쪽 상황을 왜 엿보려 하지 않지.


야누스는 삐죽 입꼬리를 올렸다.


어디... 꼭꼭 숨어서 덮칠 궁리인가 본데.


그건 내 전문이라 다 보인다고.



"야누스, 너는 뭐 느껴지는 거 없어?"


"아니, 아직은 딱히 없어. 일단 들어가자."



지하 1층은 대형마트가 입점해 있다. 지하 2층은 대형마트가 주로 사용하는 창고가 있다. 그 창고를 통해야만 전력 차단기가 있는 방이 나온다. 원래 이곳 경기장이 옛날에 전쟁에 필요한 물건들을 모아둔 곳을 고쳐 쓴 거라 했는데... 고칠 거면 제대로 고치던가?! 쓸데없이 깊숙하게 들어가게 만들어놨어.


지하 창고는 300평 가까이 되었다. 이곳에도 듬성듬성 초록빛 비상등이 있었지만 넓은 만큼 어둠도 깊어보였다. 다들 어느정도 어둠에 익숙해졌어도 이곳은 어딘가 을씨년스러운 공간이었다.



"야아...!!!!"



야누스의 동굴 같은 목소리가 거대한 창고 안을 무너뜨릴 마냥 울렸다. 팀원들은 긴장하고 있는 찰나 조용히 들어가도 모자랄 판에 깜짝 놀라고 질색했다. 반면 야누스는 귀를 쫑긋이 올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러 배관이 뒤엉켜 있는, 유독 어두운 천장이 의심스러워 손전등을 들고 있는 녀석에게 비춰보라 했지만, 조금도 캐치되는 게 없어 야누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경기 중에 내가 이렇게 소리 지르면 숨어 있는 녀석들이 어디서 움찔거리는 게 느껴지는데... 어떻게 하나도 안 느껴지냐?"


"이 새끼, 그래서 가끔 경기 중에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 거냐?!"



야누스는 팀원의 투덜거림은 귀 뒤로 넘겼다.


한 팀원이 바닥에 대고 코를 킁킁거렸다. 아주 옅은 수인들의 향만 맡아졌다. 떠난 지 시간이 적어도 20분은 지난 향이었다. 이렇게 옅을 리 없는데.



"큰 상자들 뒤져봐."



야누스의 말에 다들 가구들 위주로 큰 상품들이 들어있는 상자를 찢어보았다.



"없어."


"적어도 이 공간에는 없어. 차단기 방에 깡그리 모여 있는 거 아니야?"



야누스는 팀원들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창고 끝을 향해 가볍게 뛰어 차단기 방 앞에 도착했다. 이곳 문도 옛날식의 손잡이 식 문이었다.


문에 귀를 바짝 대고 기척을 느꼈지만, 환풍기의 '웅~'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야누스는 고개를 돌려 따라온 팀원들에게 좌우로 고갯짓했다. 그리고 손짓으로 '여기 들어간다'라는 사인을 보내고 셋을 세었다.



쾅!



손잡이를 돌려 거세게 밀었다.



"...뭐야? 아무도 없잖아?"



열린 문을 향해 마취총을 들고 있던 녀석들은 김새는 말투로 총을 내렸다.



"얘네들... 우리 헛짓거리하게 만들고 헤르 쫓고 있는 거 아니야?"



한 팀원이 어두운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며 말했다. 야누스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세로로 서 있는 직육면체의 검은 기계들과 시야 맨 끝에 차단기가 있었다. 차단기 방은 앞선 창고보다 아주 작았다.


10걸음도 안 돼서 차단기 앞에 설 듯싶다.


여기도 수인 냄새가 미약했다. 그중에 얼핏 설틴 녀석의 냄새도 있는 듯한데... 족제비 같은 녀석, 어디로 튄 거야.


야누스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야누스, 역시 네가 올 줄 알았어.'



차단기와 가장 가까이 있던 검은 기계 뒤쪽에서 비상등에 얼핏 흰 머리칼이 먼저 보이더니 설틴이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슈트를 입고 있었다.



"뭐냐는 듯한 얼굴이네. 체취를 억제 시키는 약을 먹었거든."



야누스는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울저를 실수로 죽였다고 말했다며...? 너 곱게 못 죽을 줄 알아. 같은 팀이라고 봐주지 않겠어."


"큭! 야누스, 네가 언제 날 같은 팀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야? 넌 날 인간 처럼 생겼다고 같은 수인 취급도 안 했잖아. 네 무리랑 함께 여태까지 괴롭혀 왔으면서 어이가 없네."


"하, 그래서 네가 노력했냐? 딱히 우리랑 친해지려는 모습도 안 보이고 무시하는 듯한 투였잖아."


"하는 짓거리가 유치하니까 그건 당연한 거고."



설틴은 덧붙여 같이 시비 걸던 녀석들은 꼬리를 말고 숨은 게 우습다했다. 야누스의 괴롭힘 장단에 맞춰주던 팀원들은 계획에 참여하지 않았다. 야누스는 이맛살을 구겼다.



"널 같은 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네가 이렇게 살아있겠냐? 너 경기에서 죽을 뻔했던 거 내가 겨우 구해줬던 거 기억 안 나?!"


"아, 그래. 기억나지. 널 죽이려고 했던 판 함정을 네 그 좋은 운동 신경으로 피해냈지. 그때는 나도 속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어, 야누스."


"...하? 뭔 소리야, 기분이 더러운 건 맞으니까 이 자리에서 두들겨 맞아 죽을 줄 알아라."


"그러기에는 네 쪽수가 달려 보이는데?"



설틴이 '나와!'라고 소리치자 열린 문밖으로 여러 인기척이 들린다.



사각 블럭 모양인 창고 바닥이 하나둘 위로 올려지고 수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야누스 팀원들은 우왕좌왕한다. 바닥이 텅텅 비었다거나 그런 이상한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이 새끼들 뭐야...? 처음 보는 녀석들이야!"



선수들은 물론이고 그렇다고 직원 수인들도 아닌 듯했다. 수가 적어도 100은 넘어 보였다. 야누스네는 60명 안팎이었다. 설틴은 야누스를 뺀 낭패 어린 뒤통수들에 키득거렸다. 그런 설틴을 보고 있는 야누스는 입꼬리를 한쪽을 씰룩였다.



"걱정 마. 난 이제 널 죽일 생각 없어. 그러니... 얌전히 잡히자 야누스."



설틴은 회색빛 눈을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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