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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광천만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성상영
작품등록일 :
2009.11.20 22:13
최근연재일 :
2009.11.20 22:13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514,900
추천수 :
936
글자수 :
264,208

작성
08.10.0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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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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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36쪽

요괴 - 진실, 그리고 마음

DUMMY

진실. 그리고 마음.



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괴롭지.

네가 가지고 있던 신념이 거짓이고 허상이라면

너는 부정할 것이다.

흔하지 않는가. 진실과 마주친 자들은 대부분 화를 내지.

명문가의 아들의 추악한 짓거리를 보며 그에게 무어라 하면

그는 그 말에 화를 내며 너를 죽이려 들 것이다.

그는 그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그런 것이지.

그것이 바로 허상과 거짓으로 만들어진 허술한 신념.

자아. 너의 신념은 과연 옳은 것일까?

아니. 너의 신념은 과연 그 어떤 것보다 강할까?



-신념과 거짓. 그리고 환상에 대한 이야기




강대한 힘을 담은 검이 그대로 옆으로 뻗어나가 소년을 향해 나아갔다. 어찌 저 평범하고 천진난만한 소년을 향해 무자비한 살수를 사용하는가?

불사패검을 아는 이라면 그 누구라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한 상황이 곧 벌어졌다.

슈칵!

불사패검의 검은 깨끗하게 소년의 머리를 베었다. 하지만 소년의 머리는 하늘로 약간 뜬다 싶더니 다시금 목에 붙어버렸다.

마치 물을 검으로 자른 것과 같은 모습! 그 모습을 보면서 무면자가 뒤로 물러섰다. 무면자는 아까와 같은 요사스러운 분위기는 없어지고 겁에 질린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떨면서 뒤로 물러서 있었다.

"아....아...."

무면자의 태도와 함께 불사패검이 검을 들어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의 팔에 휘감긴 쇠사슬 팔찌가 미친 듯이 요동치면서 조금씩 부서져 나가고 있었다.

무면자에 비할바가 아니다. 이건 뭔가?

이런게.

세상에 존재 해도 된단 말인가?

"뭐냐! 넌 뭐냐! 너는 무엇이기에 그렇게 비틀려져서 세상을 떠도는 거냐! 사라져라! 이 세계는 너와 같은 비틀린 자가 있어서는 안되는 곳이다!"

불사패검이 외쳤다. 하지만 소년은 고개를 잠시 갸웃할 뿐이었다.

"나...나왔어. 세...세상을 먹어치워 사라지게 할...."

무면자가 더듬더듬 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 소리를 들은 불사패검은 갑자기 무언가 하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주 먼 옛날. 세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 괴물이 있었다. 괴물은 태양도 삼키고 우주의 별들까지 삼켜버렸다.

그리고 그 스스로의 몸을 집어삼키기 시작하더니 결국 스스로를 뜯어먹다가 사라졌다. 그 괴물이 사라지고 그 잔해는 다시금 세상을 구성했다고 했던가?

그 괴물의 이름이 무엇이냐 물으니 [탐욕]이라 불렀다고 했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헛된 탐욕이 화를 부른다는 우화. 하지만 주술사들에게는 그 이야기는 진실이기도 했다.

아주 머나먼 과거. 실제 탐욕이란 이름의 요괴가 있었다. 요괴는 본래 비틀린 마음에서 태어나는 바. 탐욕이란 이름의 요괴는 모든 욕망의 근원적인 존재.

녀석은 세상 모든 것을 먹어치우려 했고 그 녀석을 막기위한 과거 선인들과의 결전이 있었다.

주술사들에게조차 전설로 남는 이야기.

그런데 설마 저 소년의 모습을 한 이형의 존재가 바로 그 존재란 말인가?

무면자의 떨림은 점점 심해져 갔다. 그때 두삼이 입을 열었다.

"나를 알아?"

두삼의 말에 무면자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리고 그가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콰아앙!

큰 폭음과 함께 떨어진 자는 거대한 체구의 거인! 그 키가 구척에 달하는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거인이었다.

십척이 일장이니 구척이면 서양의 미터법으로는 2m70cm다. 그야말로 엄청난 체구의 거인이 바지하나만 걸친체로 허공에서 갑자기 떨어져 내린 것이다.

"왜 이렇게 늦는 건가."

그는 나타나자 마자 무면자를 바라보았다. 무면자의 동료! 무면자도 정상이 아니더니 그 동료또한 정상은 아닌 듯 보였다.

대머리에 부리부리한 눈. 그리고 보통 사람의 두배는 될법한 키와 두터운 근육들. 거대한 석상이 혼자서 살아 움직인다면 이럴 것이다.

"철한! 도망가! 도망가야해!"

무면자가 절실하게 외쳤다. 그 순간 소년이 움직였고 불사패검이 움직였다.

카아아아!

공기를 찢으면서 불사패검의 생사단공검이 소년을 향해 휘둘러 졌다. 소년은 검을 막지 않았고 그대로 소년의 허리가 단분되어 버렸다.

하체와 상체가 나뉘었지만 그럼에도 소년은 안색하나 바뀌지 않은체로 그 상체만이 무면자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간다.

"음!"

거이이 한 손을 들어 내 뻗었다. 그와 동시에 천지가 뒤집히는 광음이 울리면서 거대한 장력이 소년의 몸을 후려쳤다.

쾅!

거대한 폭음이 일고 그대로 소년의 전신이 뭉개진 떡처럼 변하면서 땅에 떨어졌다.

"왜 그러지?"

철한이란 이름의 거인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정도의 자를 가지고 무면자가 왜 이렇게 무서워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더더욱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푸확!

잘려진 하체에서부터 사람의 팔이 쑤욱하고 튀어나오면서 피를 뿌렸다. 허리 위 부분부터 없이 잘려진 단면에서 튀어나온 팔은 그대로 두 다리를 잡고는 더 길게 뻗어나왔다.

그와 함께 하나의 머리가 피에 잠긴체 그 단면에서 솟구치더니 결국에는 하나의 상체가 솟구쳐 나와 하체와 완전히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 모습은 피에 젖은 한명의 여인의 모습. 바로 남궁가의 여식인 남궁향의 모습이다!

불사패검은 남궁향의 이름은 몰라도 그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두삼에게 당하던 그 날에 같이 있던 여인이 남궁향이니까!

"이런 요사스러운!"

남궁향의 피에 젖은 몸 주위로 옷이 나타났고 피는 어느새인가 사라졌다. 불사패검의 앞에는 어느새인가 인형같은 얼굴의 남궁향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떡처럼 짖이겨져 쓰러진 소년의 상체가 벌떡 일어나더니 잘려진 단면에 스스로 손을 쳐박았다. 손이 나왔을 때 발을 잡고 있었고 피와 내장이 감겨진 다리가 쑤욱하고 나오더니 하체를 만들었다.

기괴한 것을 넘어서 끔찍한 모습!

"도망가야해!"

무면자가 그렇게 말하더니 몸을 날렸다. 그 순간 떡이 된 소년의 몸이 스스로 움직이더니 원래의 모습을 찾았다.

그리고 그렇게 된 후로 소년이 처음 한 일은 입을 벌리는 일이었다.

쿨럭.

그리고 소년이 입에서 무언가를 토해내었다. 그것은 서역에서 사용한다는 모래시계. 그 모래시계를 소년은 뒤집었다.

그러자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무면자가 날아가던 그 모습을 그대로 뒤집는 듯이 되돌아 왔던 것이다!

마치 모든 행동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 같은 그 모습에 철한과 불사패검은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대체 무슨 힘이란 말인가?

"반시술은 이런 힘도 있다 미향아. 어때? 멋있지?"

소년 두삼이 웃으면서 남궁향의 옆에 내려섰다. 둘에게는 피는 이제 없었고 평범한 소년과 아름다운 여인만이 있었다.

"죽여야 겠군!"

불사패검이 흉폭한 심성을 들어내었다. 그 안의 요괴가 들 끓어 오르고 있었다. 강해지기 위해서 불사호심기공을 익혔다.

그 어떤 것보다도 뛰어나고 싶어서 불사호심기공을 익혔다.

극강!

그것은 무인의 숙명! 아니. 모든 생명의 숙명!

강해지기 위해서 생명은 산다! 강하고 강해서 그 어떤 것에도 죽지 않는 존재가 된다! 그무엇보다 강하여 그 어떤 것이라도 죽이는 존재가 된다!

무인은 그런 것이다.

강하다는 것은 생산 성이 없다. 스스로 강해져 봤자 돈이 나올 구석은 없고 결국 타인을 픽박하여 돈을 얻게 된다.

강해진 것의 결과는 타인을 잘 죽일 수 있는 능력!

모두에게 목숨은 소중하니 생사여탈권을 가지는 힘은 사람의 본능을 아루르는 매력이다!

무인의 정체란 결국 그거다!

천지자연과 소통한다느니 신선이 된다느니 하지만 그것은 결국 불완전한 자신을 강함으로서 완성시키려는 것일 뿐!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 강해지려는 것이다! 오래동안 살아남아 자신을 유지 하기 위해서 무공을 익히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의 궁극에 불사호심기공이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가지는 그 저열하고도 본능적인 생존본능을 하나로 모아 힘으로 만들어 스스로를 요괴로 만든다.

그의 안에서 자라나고 있던 요괴가 울음을 토했다. 삼계대천을 하나로 합일시킨 그의 내부에서 작았던 요괴가 커져나왔다.

강하구나! 강하구나! 나보다 강하구나! 용납할 수 없다! 용납할 수 없어! 나는 강해! 나보다 강한 너를 죽이고 나는 더욱 강해지겠다!

그렇기에 나는 죽지 않아! 나는 강하니까!

불사패검이 검을 들었다. 그 안의 요괴가 명령한다. 두삼을 먹어치워라! 그를 죽여라! 그리고 더 강해지는 거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소름끼치는 살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의 얼굴은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넘어가면 그는 완전히 요괴가 될 것이다. 불로불사를 원하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요괴가 되는 것이다!

불로불사의 요괴! 전설에나 나올 법한 괴물이 아닌가! 그것을 스스로 생각하면서 불사패검은 큭큭 거리면서 웃었다.

차가운 이성과 불같은 마음은 싸우지 않고 하나로 합쳐졌다. 이것 역시 불사호심기공의 힘이다.

본래 제대로 된 심공이라면 이런 야성적인 마음에 싸워서 이성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이 불사호심기공은 불같은 마음과 차가운 이성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합쳤다.

차분하게 미쳐버렸다고 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큭큭. 너 같은 존재는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없애겠다!"

불사패검의 힘은 아까와는 차원이 틀린 힘이다. 불사패검의 불사호심기공이 팔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육단계에서 단숨에 팔단계로 올라선 그의 힘은 아까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무면자는 몸을 떨었다.

그것은 공포에 의해서 떠는 것이 아니다. 기쁨을 참기 위해서 몸을 떠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면자는 다시금 두삼을 바라보고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두삼! 과연 그는 무엇이란 말인가!

불사패검이 달려들었다. 그는 원래 양손으로 검을 잡는 양손검법을 사용하는 자다. 그런데 지금은 한손으로 검을 들고는 달려들고 있었다.

카아!

그의 검이 그대로 두삼에게 내리꽂혔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다르게 두삼이 공격을 그대로 맞지 않았다. 두삼의 몸에 비늘이 생겨나더니 그대로 그의 검을 막아낸 것이다.

카가가강!

두삼의 몸에서부터 불꽃이 튄다. 저 비늘은 용의 비늘이다. 정확히는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들의 사념이 뭉쳐진 것들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비틀리면 요괴가 된다. 그것은 영물들도 마찬가지다. 천년의 수행이 수포로 돌아가 신수가 되지 못한 영물들의 마음은 얼마나 끔찍할 것인가?

그런 용의 비늘을 한낮 인간이 가를 수 있으랴?

"싸움놀이 하자고? 좋아! 좋아!"

두삼이 남궁향의 앞으로 나섰다. 그 순간 불사패검이 검을 들지 않은 손을 뻗어서는 무삼의 머리를 잡아챘다.

우드득!

가공할 악력이 두삼의 머리를 으깬다. 이미 거의 요괴가 되어버린 불사패검이다. 그 손에는 요기가 가득하고 그 힘은 인간을 벗어난지 오래다.

그 힘에 두삼의 머리가 으깨진 것이다. 하지만 득의의 미소를 흘릴 시간도 없이 두삼의 머리가 갈라지더니 삐죽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이빨! 사나운 야수의 이빨이었다!

콰득! 콰드득!

두삼의 머리는 하나의 거대한 입으로 변했다. 그리고는 불사패검의 손을 순식간이 으깨면서 짖이겨 물어뜯었다.

"크악!"

불사패검의 손이 사라졌다. 피가 철철 흐르고 그와 동시에 그가 물러섰다.

"네노오옴!"

으르렁 거리는 목소리로 그가 낮게 말했다. 그의 손은 물어 뜯겨져 사라졌다. 그리고 그 손은 두삼의 머리에 생겨난 입이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흡!"

하지만 불사패검은 두삼을 보면서 힘을 사용했다. 그러자 잘라진 팔에 새살이 돋더니 순식간에 없어진 손이 재생되는 것이 아닌가!

이미 인간이 아니다.

"재미없어. 그렇지 미향아? 조금 재미있게 해 볼까?"

두산이 모래시계를 다시금 뒤집었다. 그러자 불사패검의 손이 자라던 모습 그대로를 거꾸로 되집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다시금 손이 재생하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 가는 것이 아닌가!

"크악!"

"하하. 재미있다. 그치 미향아? 좀더 재미있게 해 보자!"

두삼이 모래시계를 마구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것을 두고 볼 불사패검이 아니다. 순식간에 다시금 손을 재생시키고 불사패검은 달려들었다.

"살고 싶거든 도와라!"

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가 바로 철한이란 거인과 무면자에게 하는 소리라는 것을 둘이 모를 리가 없었다.

이미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철한이란 거인이 먼저 움직였다.

그의 거대한 신형이 쏘아진 대포알처럼 두삼을 향해 날아갔다. 그 위로 무면자가 새하얗게 빛나는 두 손을 뻗으며 날아왔다.

세명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하는 가공할 합공. 하지만 두삼은 여전히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때릴거야?"

두삼은 그리 말하더니 시계를 옆으로 던지고는 두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불사패검이 도달해 검을 휘둘렀다.

가공할 빠르기! 하지만 두삼의 손은 어느새인가 불사패검의 검을 잡고 있었다. 불사패검의 검은 빨랐지만 그 빠르기는 두삼의 손에 비하면 한수 아래였다.

"이놈!"

거인 철한이 주먹을 뻗었다. 단번에 바위산도 가루로 만들 거력이 담겨 있는 거대한 주먹! 그 주먹또한 두삼의 손이 슬쩍 움직인다 싶은 순간 막혀버렸다.

이제 두삼은 손을 다 썼다. 그런 두삼의 머리를 향해 새하얗게 빛나는 손을 가진 무면자가 떨어져 내렸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우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면자의 공격이 두삼에게 제대로 먹힌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거한의 다른 주먹이 날아들었다. 그 주먹은 크고 아름다운 힘을 가지고 있어서 한방에 무엇이든 가루로 만드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에 맞은 두삼의 전신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피를 쏟으면서 뒤로 주르륵 밀렸하. 그리고 그 뒤로 불사패검의 패검이 날아들었다. 정확하게 백회에서부터 그 아래까지 불사패검의 검이 양단했다.

두삼의 몸은 반으로 갈라진 것이다!

"죽어라!"

불사패검이 달려들었다. 그의 얼굴은 이미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입에는 야수의 이빨이 삐죽삐죽 자라나고 있었고 손에는 거친 털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 털 사이에는 비늘이 있었고 이마에는 뿔이 자라고 있다. 마치 용과 늑대를 합쳐놓은 것 같은 모습!

그런 불사패검이 달려들어서는 그대로 두삼의 반쪽으로 갈라진 몸뚱이중 하나를 물어뜯었다.

이 괴물은 반으로 갈랐다고 하나 다시 재생하여 덤빌 것이다.

먹어서 없앤다!

하지만 그런 불사패검의 행동은 멈추어져야 했다. 두삼은 반으로 갈라졌다고는 해도 두삼이었으니까!

"적이야. 먹어도 되지? 사람 아니야. 먹어도 되지?"

그 말이 섬뜩하게 들려온다. 그리고 반쪽의 두삼의 얼굴이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피에 젖고 내장을 땅에 흩 뿌리면서.

그 모습은 정말로 무서운 장면 이었다. 반쯤 요괴가 된 불사패검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인간보다 월등한 존재가 되었기에 느낄 수 있는 예리한 오감이 말하고 있었다.

도망가라!

아까와는 정 반대의 외침에 불사패검은 공포를 느끼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것은 철한과 무면자도 마찬가지였다.

"먹을 거야. 죽인 것은 먹어야지. 먹어야 강해져. 먹으면 하나가 되. 사람은 먹지 말랬으니까. 하지만 저것들은 사람이 아니야. 먹을래. 먹어도 되지? 응? 말해봐 미향아. 사람이 아니니까."

두삼의 몸이 다시금 본래대로 돌아오면서 말한다.

"그러니까.......먹어도 되지?"

두삼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세명을 돌아보았다.



"으음..."

반청향은 나른함에 눈을 떴다. 그리고 본 것은 화려하게 치장된 방. 반청향은 나른함을 이겨내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의 팔목과 발목에 채워진 두터운 금속의 족쇄의 존재를. 그것은 차갑고 두터웠다. 그리고 강했다.

강한 것이 당연하다. 그것은 반청향이 본적도 없는 귀물중의 귀물이니까. 만년한철. 그 강도는 금강석보다도 단단한 금속중의 금속.

만년간 저 지하에서 용맥의 뜨거움과 대지의 무거움을 느껴야 태어나는 강인한 금속. 이 금속으로 만든 무기는 천하제일의 신병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에 모습을 들어낸 적은 단 세 번 뿐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만 있을 뿐. 그 모습을 진실로 눈으로 확인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에 반청향도 자신을 옭아맨 쇠사슬이 만년한철로 된 것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강력함은 충분히 알았다.

그녀가 일으킨 강대한 내공에도 흠짓조차 나지 않았으니까!

"일어났느냐."

그녀의 몸이 흠칫 떨었다. 그녀의 무력은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오감을 속이고 근처까지 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바로 숙부의 목소리였다.

"숙부.."

"네가 차고 있는 것은 만년한철이다. 귀한 물건이지."

만년한철이란 말에 반청향은 크게 놀랐다. 그것은 구한다고 구해지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집안에 있었다. 반선반마공을 익히다가 폭주한 자를 가두기 위해서 만든 것이지. 현철 정도로는 우리 가문의 절학을 익힌 자를 막을 수 없으니까."

반주천이 의자를 가지고 와서는 그녀가 누운 침대의 옆에 앉았다.

"옷이 흐트러졌지 않느냐. 침착한 네가 이게 무슨 꼴이냐?"

반주천이 손을 뻗어와 그녀의 흐트러진 옷차림새를 제대로 정돈해 주었다. 그 손이 살짝 떨린 것 같다고 느낀 것은 반청향의 착각일까?

"돼었다."

"숙부. 왜 저를 가둔 것이지요?"

그녀의 물음에 반주천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반선반마공을 익혀서는 안되기 때문이지. 말했듯이 반천신공을 익힌 자는 누구나 반선반마공을 연성할 수 있다."

"이렇게 묶어 놓는다고 제가 못 익힐 것 같은가요?"

"연성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만년한철에는 그런 주술이 들어 있으니까."

반주천의 말 대로다. 이 만년한철은 반선반마공을 억제 하는 힘이 깃든 물건이었다. 반선반마공을 이어온 반가에 그 힘을 약화시키는 기물이 있다!

정말 기이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만년한철이야 말로 어쩌면 반가의 약점 일 테니까.

"그리고 앞으로 내 앞에서는 정숙한 모습을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안돼."

"언제 저를 풀어 주실 거죠?"

"그들을 찾아내서 죽일 때까지. 그러면 너도 반선반마공을 익힐 이유가 사라질 테지."

반주천의 말은 복수를 하려는 마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쉬거라. 나는 일이 있어서 나가야 겠다."

반주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나갔다. 그런 반주천의 등을 보면서 반청향은 복잡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주는 숙부의 마음과 마음안에서 타오르는 복수에 대한 집념들을.

"힘이 드는 군...."

반주천은 방 밖으로 나가면서 벽의 한곳을 손으로 짚었다. 푸스스 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함몰되어 구멍이 생겨났다.

그의 얼굴은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와 같은 얼굴로....그런 모습을...크큭. 진정해. 진정해라 주천....저 아이는 너의 조카다. 그래. 너의 조카야. 그녀가 아니란 말이다. 그녀를 닮은 그녀의 아이다. 네가 사랑했던 그녀의 소중한 아이란 말이다..크크큭!"

반주천이 헐떡인다. 그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는 대체 무엇과 싸우고 있는 것인가?

"크크크. 반선반마공...역시...나도 무리였나...저 아이가. 그리고 그녀가 죽었기에 복수를 위해 익힌 거지만...크크크....아직은 안돼...무너지면 안 된다...아직...할일이 있단 말이다!"

그의 눈이 강렬한 안광을 토해내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얼굴이 서서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는 몸을 일으키고 사나운 기세를 안으로 갈무리 하고는 걸어나갔다. 그는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일까?

그가 대청에 나가자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반성이검의 파일해였다. 파일해는 포권을 해 보이고는 입을 열었다.

"반 소저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그의 눈이 미미하게 일그러졌다.

"미안하네. 조카아이가 오랜 여독으로 몸이 조금 좋지 않아서 만날수가 없네. 지금도 의원의 진료를 받고 있지."

그 말에 파일해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심각합니까?"

"그 흑천편이란 물건은 부작용이 있었던 모양이야. 하지만 지금은 잠이 들었으니 깨우지 않았으면 하는 군."

"다행이군요."

파일해는 안도한 얼굴이 되었다. 그 얼굴을 보면서 반주천의 손에 힘이들어 갔다. 그 모습을 파일해는 알아채지 못했다.

"일단 객청에 머물러 주겠나? 그 아이가 깨어나면 기별을 해 주겠네."

"알겠습니다."

파일해는 포권을 하고는 나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반주천의 눈이 거세게 요동쳤다. 그것은 증오와 분노의 눈빛.

"아니지...아니야...이래서는 안되지..."

그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의 안에서 자라는 반마심을 억누르며 그는 걸었다. 할 일이 많이 있었다.



"이익!"

고오오오. 그녀의 안에서 반천신공의 힘이 뿜어져 나온다. 그 힘은 검기와 같이 유형화 되어 날카롭게 변하여 만년한철의 쇠사슬에 부딪혔다.

카캉!

맑은 소리와 함께 기가 흩어진다. 하지만 만년한철의 쇠사슬은 멀쩡했다.

"제길!"

그녀가 맨손으로 만년한철을 두들겼다.느낌이 좋지 않았다. 반선반마공은 그녀의 가문의 몇백년에 걸친 숙원 중의 숙원이다.

그 가공할 마공이자 신공은 천하의 그 어떤 공부보다도 현묘하고 강력하지만 그 강력함과 현묘함이 지나쳐 그 누구도 익힐 수 없는 악마의 무공이기도 했다.

그 근본 원리는 마를 불러와 마를 먹어치우고 선을 불러와 선을 먹어치워 마와 선을 반대로 돌린다.

하지만 마라는 것과 선이라는 것은 인간이 온전히 가질 수 없는 것이라 인간이 익힐 수 없는 절대의 기공이 되어버렸다.

그걸 숙부가 익혔다면 사단이 일어날 것이다. 거기다가 그녀가 기억하는 숙부는 저렇게 무섭지 않았다. 언제나 늘 자상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탈출 해야만 한다. 탈출하지 않는다면 숙부가 저지를 일을 막을 수 없을 지도 몰랐다.

반선반마공을 익히기 시작했다면 숙부의 힘은 이미 그녀의 아버지이자 반가의 가주를 능가할 것이 뻔할 터!

그 광기가 골수에 스미기 전에 숙부를 막아야 한다!

"큭...."

하지만 만년한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만년한철은 그 강도도 강도지만 특별한 힘을 품은 것이다. 반선반마공을 익히다가 폭주하는 자들을 막기 위해서 제작된 것이니 이 물건이 평범할 리가 없는 거다.

그런 것을 이형적 힘을 손에 넣었다고는 하지만 무공의 수련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도 않는 그녀가 어찌 끊을 수 있으랴.

그때 그녀의 안에서 달콤하지만 결코 듣기 싫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어머. 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거야?

그것은 그녀가 억눌어놓은 또 다른 그녀의 일부.

-닥쳐.

그녀는 거칠게 말했다. 그 모습에 또 다른 그녀는 깔깔 거리면서 웃는다. 마치 마녀같은 그 웃음소리에 그녀는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나라면 순식간에 끊어 버릴텐데. 반선반마공은 확실히 강해. 그리고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지. 하지만 나는 이미 그 함정에서 비켜나 있는 걸. 안 그래 또 다른 나?

-나도 할 수 있어.

그녀의 말에 그녀 안의 또 다른 그녀는 그녀의 말을 똑같이 따라했다.

-나도 할 수 있어. 아하하. 좋은 말이야. 하지만 과연 그럴까? 너는 너를 부정했으면서 어떻게 할 수 있지? 생각해 봐. 너도 기억나잖아? 파 공자의 그 딱딱하고 뜨거운 것이 몸안에 들어올때의 감각을 말이야. 아아....다시 가지고 싶어. 그렇지?

내면의 소리가 울리면서 몸이 뜨거워 진다. 의식은 둘로 나뉘어져 있으나 서로를 인지하고 서로의 기억마저 공유한다.

인격분리. 다중인격에서도 특별한 경우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녀는 기억하고 있다. 그때. 첫 경험의 고통과 그 고통에서 오는 알 수 없는 비틀린 쾌락을.

모기에 물리면 사람은 그것을 자꾸 긁게 되어 있다. 그것은 사실 즐거움이라고는 할 수 없는 감각이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그 모기물린 자국을 긁는다.

그런 미묘한 감각적 중독성의 쾌락을 그녀는 그때의 첫경험을 생각하면서 느끼고 있었다. 비틀리고 비틀린 마음. 그렇기에 더더욱 인정하기 싫다.

하지만 그것을 원하고 있는 자신을 그녀는 정면으로 보고 있다. 본래라면 무의식 아래에 잠자고 있어서 명확히 구체화 되지 말았어야 할 감정들.

그것이 실체가 되어서 하나의 인격이 되어서는 그녀에게 말을 건다.

-그는 정신을 잃었지만 훌륭했잖아? 그것도 크고 뜨거웠고 말이야. 그의 탄탄한 근육이라니. 아아...다시금 만져보고 싶어. 그때처럼 깨물고 핥고 싶어. 넌 그러고 싶지 않아?

-아니. 나는 지금 그런 것을 할 시간이 없어.

그녀는 냉정하게 대답하면서 만년한철에 힘을 주었다.

-아하하하. 어리석구나. 너는 나야. 나는 너지. 그런데 왜 거부하는 거지? 이건 당연한 거야.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원해. 마음 적이든 육체적이든. 나는 그의 모든 것을 가지고 싶어. 그의 그 멋진 몸과 그의 마음 모두를. 나의 마음은 너의 마음이야. 너도 원하고 있잖니?

-하지만 순서라는 것이 있어. 지금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야.

단호하게 대답하는 그녀의 말에 내면의 목소리는 다시금 웃음을 터트렸다.

"그건 언제나 도망가는 자들이 하는 변명일 뿐이야."

그리고 그 순간 내면의 목소리가 입을 움직여서 육성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그녀는 그녀의 안에 자리한 또 다른 자신에게 몸의 통제권을 빼앗긴 것이다.

"나는 너야. 너는 나란 말이야. 그런 변명이 통할 것 같아? 외롭잖아? 그리고 슬프잖아? 그래서 의지하고 싶은 건데. 왜 솔직히 말하지 못하지. 나는 너지만 너와 나는 틀려. 그리고 너는 내 인생에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녀가 손을 들었다. 쇠사슬에 감긴 그녀가 손을 들자 어디선가 폭음이 울리더니 무언가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의 손에 와서 잡혔다. 그것은 흑천편이었다. 그녀는 흑천편의 손잡이를 혀로 살짝 핥았다.

"그래. 잘있었니?"

그녀는 핥고나서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흑천편이 부르르 떨리면서 순식간에 무시무시한 힘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너는 그 안에서 보고 있어! 내가 그를 차지할 거야. 그리고 아버지를 죽인 모든 자들을 남김 없이 죽여버릴테다."

그녀의 눈이 푸른 귀화를 발휘한다. 그리고 그녀의 안에서 반선반마공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반선반마공.

그것은 마와 선의 마음을 일으켜 충동시키고 조화시켜서 무한한 힘을 얻는 절세의 마공이자 신공.

그 힘은 천하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강하고 무섭기 짝이 없는 힘이다. 겨우 사성에만 올라서도 천하에 적수를 찾아보기 어려워지지만 사성에 오르는 순간 광인이 되어버리는 치명적인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반가의 현재 절학인 반천신공은 힘은 반선반마공의 사성수준의 힘 밖에 내지 못한다. 그만큼 반선반마공은 무서운 신공.

그 힘이 그녀의 안에서 휘몰아 친다. 그것도 반선의 힘이 아닌 반마의 힘이 더욱 더 강하게 휘몰아 친다.

마란 무엇인가!

그것은 욕망이 일으키는 스스로를 위한 마음.

마란 그런 것이다. 스스로를 위해서 그 어떤 것도 하찮게 생각하는 마음이야 말로 바로 마라는 것이다.

지금의 그녀는 바로 마의 정화. 흑천편의 힘으로 태어난 반청향의 어둠의 마음. 평소에 이성으로 누르고 있던 그녀의 본능적 마음의 총화이니 그 힘은 반선반마공의 반마심과 완벽하게 결합한다.

반선반마공을 익히면 반선심과 반마심이 생겨난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그런 상태였다. 그것도 반선반마공을 익힌 것 보다도 더 왁벽하게!

그래서 지금 그녀의 내부를 도는 반선반마공의 힘은 무한하게 커지고 있었다.

쩌적!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갈라진다. 그리고 마치 탈피를 하듯이 허물을 벗었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환골탈태.

과거 두삼이 넣어준 음환괴요의 힘으로 이루어낸 환골탈태와는 다른 것!

"내 안에 또 다른 것이 있구나! 그 요괴가 여러 가지를 주었는데?"

그녀는 요사스럽게 웃었다. 그녀는 그녀안에 있는 음환괴요를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의식을 집중해 힘을 일으킨 순간.

음환괴요가 그녀의 몸에 흡수되었다.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그녀는 음한괴요이면서 동시에 반청향이다.

인간이면서 요괴를 먹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의 몸안에 음환괴요의 힘과 반선반마공의 힘이 휘몰아 쳤다. 그것은 그야말로 극강한 힘.

그 힘이 그대로 흑천편에 타고흐른다.

쩌저적.

흑천편이 모습을 변화시켰다. 그 부드럽고 매끄러운 채찍의 표면에 가시같은 것들이 돋아나기 시작하더니 마치 딱딱한 갑주를 이어놓은 것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것은 기괴하지만 근사하고 또한 매력적인 광경.

그와 동시에 그녀의 눈이 더더욱 요사스럽게 빛을 발한다. 끈적하고 요염한 색기가 풀려나가고 그녀의 나신은 알 수 없는 은은한 빛을 발한다.

"이제 내가 진정한 나야."

그녀는 그렇게 선언했다. 그와 동시에 만년한철이 빛을 발하면서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진동하기 시작했다.

반선반마공이 사성에 오른 그녀의 힘을 느끼고 만년한철이 공명을 시작한 것이다.

"흥!"

그녀가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흑천편이 허공을 가르고 떨어져 내리더니 단번에 만년한철의 쇠사슬을 부수었다.

흑천편이 없었다면 그녀도 이 만년한철의 사슬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이제 음환괴요와 완전하게 하나가 되었고 흑천편과 심령으로 연결되어 있다.

거기다가 반선반마공까지 사성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그녀의 앞을 제 아무리 만년한철의 사슬이라도 그녀를 막을 수는 없으리라.

"복수. 복수! 그래. 복수야. 그리고 그를 갖는 거지. 너는 그 안에서 잘 봐. 내가 하는 일들을 말이야."

그녀가 사슬을 끊어내고는 움직였다. 그녀의 지금 힘은 이미 인간을 초월했다. 음환괴요와 합일되고 흑천편을 완전히 부린다.

반선반마공이 사성의 경지에 올랐으니 반천신공을 십이성 대성한 것과 같은 힘이다. 그 힘은 인간을 초월한 것.

불사호심기공을 끌어올린 불사패검보다도 더 강력한 힘을 그녀는 전신으로 뿜어낸다. 그녀가 일보를 내딛으면 그대로 바닥에 금이 가고 사방이 흔들린다.

그 순간이다 사방에서 무언가가 흔들리면서 안개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안개는 그대로 그녀를 휘감았다.

"너는 가지 못한다."

그리고 부서진 방안으로 반주천이 들어섰다. 그의 한쪽 눈은 완전한 암흑으로 뒤덮여 그 어떤 빛이라도 먹어치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다른 한쪽 눈은 반대로 강렬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흰자와 눈동자는 보이지도 않는다. 오른쪽 눈은 백광을 뿜어내며 빛을 발하고 왼쪽 눈은 완전한 어둠이 자리하여 빛을 집어 삼킨다.

그의 주위로 이 세상에는 존재해서는 안되는 어둠과 존재활지조차 의심스러운 백색의 광채를 내 뿜는 안개가 어우러지면서 춤을 추고 있다.

반선반마공의 사성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반선반마공은 총 십이단계로 이루어져 있지. 다른 무공들과 같이 말이다. 하지만 사성과 오성에서 그 차이는 천지차이란다. 그리고 또한 오성에서 육성까지의 차이는 반딧불 하나와 우주만큼의 차이가 있지. 반선반마공은 선마의 합일을 통해 우주를 사람의 몸안에 담아 사람을 신으로 만드는 절학이다. 네가 그 이치를 알겠느냐?"

반주천이 무심한 얼굴로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주위에서 아른 거리던 검은 암흑이 뻗어나가 그녀를 옭아맨다.

그녀는 인세를 벗어난 힘을 뿜어내면서 몸을 움직였지만 반주천의 힘은 그녀보다도 높았고 더 강력했다.

"흑천편....내 사랑스런 아이를 망치지 말라고 했었지 않느냐."

반주천이 스산하게 말하면서 손을 뻗어낸다. 그러자 기괴하게 진화한 흑천편이 부르르 떨리더니 그녀의 손을 벗어나 반주천의 손에 붙잡혔다. 검은 힘과 하얀 힘이 부딪히면서 그대로 흑천편을 으스러 트린다.

인세에 보기드문 마병이자 살아있는 요괴이기도 한 흑천편이 인간의 손에 의해서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반천향이 비명을 질렀다. 이미 흑천편과 그녀는 이어진 상태. 흑천편이 부서지면 그녀도 타격을 입는다.

그 비명에 반주천의 눈이 일그러졌다.

"흥! 명심해라. 내 조카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것을."

반주천이 그대로 흑천편을 놔주자 흑천편은 다시금 날아서 반청향에게 날아가 그녀의 손에 잡혔다.

"너는 왜 내 말을 이렇게 듣지 않는 것이냐? 네 덕분에 나는 사성의 벽을 깨트릴 수 밖에 없었다."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어요. 파 대협을 가져야 하고. 복수도 해야 하거든요."

그녀는 도발적으로 말했다.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반주천은 돌연 입을 열었다.

"너는 너이되 완전한 네가 아니로구나."

반주천의 두 눈! 그것은 선심안과 마심안이라 불리는 것이다. 반가의 역사상 반선반마공을 사성을 넘겨서 익힌 이가 없기에 아무도 모르지만 반선반마공을 오성에 이르도록 익힌다면 반심안과 반마안을 가지게 된다.

저 백광을 토하는 오른 쪽 눈과 어둠에 잠긴 왼쪽 눈!

저것이 바로 반심안과 반마안. 이 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없다. 귀신을 보고. 세상의 숨겨진 비밀과 진실을 본다!

그의 눈이 반청향의 본질을 꿰뚫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너의 반선반마공을 거두겠다."

"왜 이러시는 거죠 숙부님! 숙부님은 저를 막으실 권한이 없어요!"

"권한?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다. 너의 어머니가 형님과 결혼 한 것과 같이."

야성적인 상태의 반청향과 그 내부의 이성적인 반청향 모두가 반주천의 말을 알아들었다.

"숙부님은....어머니를 사랑하셨던 거군요."

"그래. 그리고.......지금은 너를 사랑하고 있다."

반주천의 몸에서 피어 오르는 힘이 점차 거대해져간다. 이윽고 벽이 으스러지고 천장이 박살나 흩어진다.

단지 기세가 피어오르는 것만으로도 이미 주변은 천재지변이라도 맞은 듯 일그러지고 있었다.

"흐흐...반선과 반마의 마음은 나에게 진실을 털어놓기를 원하는 구나. 이야기 해 주마. 너의 어머니와 나는 본래 사랑하던 사이였다. 하지만 너의 어머니의 가문은 그렇게 사정이 좋지 못했고 너의 외가는 형님과 결혼하기를 바랬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되었지. 하지만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형님도 사랑했다. 그런 내가 택한 것은 반가를 나오는 거였지."

진실중의 하나.

"네가...그때의 그녀와 같은 얼굴로 자랐을 때. 나는 가지지 말아야 할 감정을 가져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을 주체하기 힘들구나....."

그의 두 눈이 감김과 동시에 엄청난 힘이 폭출되면서 주위를 박살내 버렸다. 그 순간 반청향은 뛰어올랐다.

반대의 방향으로 도망친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인가 다가온 반주천의 두툼하고 따뜻한 손이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복수는 내가 이룰 것이다. 그녀와 형님. 그리고 우리의 가족을 몰살킨 자를 반드시 잡아서 찢어죽일 것이다. 그러니 너는 가지 말거라."

반주천의 기이한 두 눈이 진한 슬픔을 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면서 반청향은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졌다.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거지?

"와. 이런 것도 있네. 미향아. 봐봐. 나 말고도 '저런 것'이 있었어."

그때. 두 명의 사람의 목에 검은 줄을 묶어 마치 짐처럼 끌고다니는 듯한 행색의 소년이 나타나서 말했다.

그 소년의 옆에는 마치 인형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한명.

"도망쳐요!"

반청향이 그렇게 외치면서 반주천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것은 일종의 본능 같은 것. 그녀와 그녀의 숙부 앞에 있는 것은 인세의 생물이 아니다.

괴물.

단지 두글자의 그 문자가 만들어 내는 의미를 정확하게 가리키는 존재다!

"이 녀석이 보여줄 수 있을까?"

두삼이 히죽 웃는다.

"미쳐버린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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