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만기狂天滿氣 - 사내와 여인과 소녀 3
세작. 간첩. 첩자라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적진에 침투해 정보를 취득하여 그들이 소속된 곳으로 보내는 일을 한다.
한 도시에 들어선 깨끗하지만 남성용 마의를 입은 여인과, 한명의 봉두난발의 사내. 그리고 그 사내가 안고 있는 여자아이를 보면서 도시의 입구쪽에 포진한 자들이 수근 거렸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거죠?"
화검쌍절 모용미. 그것이 그녀의 이름이었다. 화장기는 없지만 옥처럼 뽀얀 피부는 다른 여인들도 쳐다보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약간 치켜 올라간 눈매는 도도해 보였고, 연지를 칠하지도 않았는데도 촉촉하게 젖은 듯 보이는 그 연분홍빛 입술은 여인의 매력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청성파에 갈 것이오."
"청성파?"
그녀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스스로를 혈악괴마라고 밝힌 이 사내가 왜 청성파에 찾아간다는 말일까?
"청성파가 도문의 도술에 일가견이 있다고 들었소. 그들이라면 이 아이의 정신을 되돌릴 방도를 알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오."
"아............"
사내의 여행은 죽음의 완성을 위한 여행이다. 그 스스로가 이 아이를 고치고 나서 죽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 전에 내가 미치려고 한다면....그대가 내 목을 베어주시오."
담담하게 자신의 목을 베라고 말하는 사내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모용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말에 담긴 삭막함은 마치 사람을 알몸으로 사막에 내동댕이 친 것 같은 그런 기분을 느느끼게 했다.
"노력해 보죠."
그녀는 애써 침착함을 만들어내어 대답했다.
"그런데 이 마을은 어디죠?"
"연동이란 마을이오. 아직 귀주성이지."
연동은 귀주성의 경계에 위치한 마을중의 하나로, 예로부터 교역으로 발달한 마을이다. 귀주성은 지대가 높고 산악지역이 많은데다가 이족異族이 많이 산다.
그래서 귀주성으로 수월하게 들어올 수 있는 길은 정해져 있고, 그 길목에 자리한 마을이나 도시는 교역으로 발달해 왔다.
연동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다른 교역도시와 마을 보다는 조금 들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 규모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연동...."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연동이란 마을이 그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탓이다.
"그 물건....예사 물건은 아닌 듯 한데 간수를 잘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이미 그대를 찾는 자들이 몇 있는 듯 하니까."
야수의 시선을 느끼는 것. 그것은 사냥꾼에게 필수적인 감각이다. 하지만 그 감각을 가지게 되는 사냥꾼은 극히 드물다.
무공의 고수도 아닌 사냥꾼들이 단지 육감만으로 그런 감지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사내는 그런 감각을 가졌다.
"혈영연신공...."
자신에게 이런 감각을 가져다 준 저주받을 마공의 이름을 되내이면서 사내는 여아를 안고 마을안의 대로를 걸었다.
그리고 적당해 보이는 객잔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서옵쇼!"
"여기 봉황죽과 소면. 그리고 만두를 주시오."
사내의 뒤를 따라 들어가는 모용미는 그 아름다운 눈을 살짝 치켜떴다. 사내가 자신에게 묻지도 않고 음식을 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아무런 말도 없이 사내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런 그녀를 객잔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주시했다.
그녀의 꽃과 같은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아무리 수수한 차림을 했다고 할지라도 그녀의 미모는 가려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 오향장육 하나 추가요."
"예입!"
모용미를 넋놓고 보던 점소이는 모용미의 말에 냉큼 대답하고는 뛰어갔다. 모용미는 주변의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사내를 바라보았다.
본래라면 변복을 하고, 변장을 해서 이 미모를 숨기고 마을에 들어섰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그 어떤 변복을 위한 도구도, 돈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연중에 사내의 힘을 믿었기에 그녀는 밤에 은밀히 들어오자는 말조차 사내에게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와 사내의 사고관의 차이였다.
사내는 그런 강호일을 깊숙이 까지 몰랐기에 낮에 당당하게 마을 안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녀는 그런 사내의 힘을 믿었기에 그를 따라 이 마을로 들어섰다.
그것은 두 사람의 가치관의 차이.
강호인과 범인의 사고관의 차이라고 할만 했다.
사내는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에게 손을 뻗어 작은 장난을 친다. 여인은 사내를 그저 조용하게 바라볼 뿐이다.
아이는 말을 못하는 듯 아우. 아우 거리면서 사내의 손가락을 잡으려고 아등바등 거리고 있었다.
평화롭다면 평화롭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그 광경 속으로 누군가가 끼어 들어갔다.
"이런 외진 곳에 이런 미인이 있을 줄이야! 만나서 반갑소! 본인은 강호의 동도들이 철단검이라고 부른다오."
왠 말쑥하게 차려 입은 사내 하나가 호탕하게 웃으며 사내와 모용미가 앉은 탁자로 다가들었다.
스스로를 철단검鐵斷劍이라고 밝힌 사내는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호남형의 잘생긴 사내였다.
눈은 크고 동그란 호안이고, 턱은 약간 각이진 것이 꽤 근사하게 생겼다. 허리춤에 찬 검은 보검은 아니었지만 꽤 공을 들인 흔적이 돋보였다.
그런 사내를 보며 모용미는 살짝 눈을 찌푸렸다. 철단검은 그녀도 들어서 안다.
철단검 진곽!
정사중간의 낭인무사다. 낭인이라는 것은 어디 소속 되지 않고 천하를 떠돌아 다니는 무사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낭인 무사임에도 상당한 실력을 가졌다. 그의 단점이라면 여색을 밝힌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일으킨 사고도 상당해서 정사중간의 무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진 대협 이시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화검쌍절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포권지례에 철단검 진곽은 놀란 얼굴이 되었다. 화검쌍절하면 무림에 명성이 자자하다.
진곽 그 자신도 유명한 축에 속하지만, 화검쌍절에 비하면 그 명성이 높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용 소저시군요. 만나서 반갑소이다. 그래. 어인일로 이런 외진 귀주성에 다 오셨소?"
"저야 맹의 일 때문에 이리로 오게 되었지요."
북림맹!
강북에 있는 문파들이 모여서 만든 집단이다. 모용미 역시 그 북림맹에 속해 있었으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강호에서도 상당히 알려진 사실이다. 북림맹의 대외적인 무력 단체는 총 다섯. 그중 하나인 화련당花聯黨의 부당주가 바로 모용미인 것이다.
"모용 소저의 존안을 직접 뵈니 과연 화검쌍절이라는 별호가 헛되지 않았음을 알겠소이다."
그녀는 그 미모와 검술이 모두 일절이라고 하여 화검쌍절이라는 별호를 얻었다. 그녀의 미모가 이리 돋보이니 그 별호가 헛되지 않았다면서 추켜세우는 것이다.
그런 진곽의 언행에 그녀는 그저 조용히 웃을 뿐이다.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게 식사를 하지 않으시겠소?"
"죄송하군요. 동행이 있어서."
그녀의 말에 진곽은 그 부리부리한 호안을 돌려 봉두난발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머리는 정리도 하지 않은체로 봉두난말을 하고 있고, 얼굴에는 수염이 가득히 자라나 있어 그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런 사내가 귀여운 여아를 앉아서 말 없이 손가락을 움직여 여아와 놀고 있는 모습은 절대로 평범하지 않다.
"그러시군요. 그러면 이 진모는 이만 물러나겠소.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다시 보도록 하겠소."
진곽은 그렇게 포권하며 웃는 낯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의 눈은 사내를 향하면서 약간 사납게 번뜩였다.
그 모습을 보며 모용미는 그저 한 숨을 내쉴 뿐이다.
"인기가 좋소."
움찔!
사내가 불쑥 말을 꺼내었다. 그런 사내의 말에 그녀는 움찔하고 몸을 살짝 떨었다. 그의 가라 앉은 목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의 그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날 밤의 일을 몸이 자각하니까.
"무슨 뜻이죠?"
"그대를 따르는 사내들이 많다는 말이오."
사내의 말에 그녀는 잠시 사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사내의 시선은 여전히 여아에게 가 있는 상태다.
피식.
"당신이 그런 것을 생각 하다니 재미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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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돌아 왔습니다!
운동에 적응 하느라 좀 힘들었습니다.
거기다가 라이프 크라이 3권 마감도 해야 했구요.
이래저래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쩝!
이제 부터 본격적인 스토리에 진입합니다.
여인과 사내의 갈등. 그리고 강호의 일과 사내와 마령의 갈등.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여아.
자아~ 그래서 다음 이야기는?
PS. 라이프 크라이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만 흙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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