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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광천만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성상영
작품등록일 :
2009.11.20 22:13
최근연재일 :
2009.11.20 22:13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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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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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4,208

작성
08.09.1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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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7쪽

요괴 - 인간애

DUMMY

인간애


사람을 사랑하라.

그리고 그 외의 것은 신경도 쓰지 마라.

그것이 인간애.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서

다른 모든 생명을 죽일 수 있는 것.

나의 유지를 위해 가축을 죽이고 먹는다.

생명을 키워 잡아먹는 추악함이여.

그것이 사람이 아니던가.

그러니 인간애를 가져라.

그것이 추악함을 가려주리라.


-추악함의 본질에 대한 고찰.





“아빠....”

한 소녀가 있다. 소녀의 이름은 청향. 맑은 향기라는 의미의 이름이다, 성은 반. 감숙반가의 자손으로 반청향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앞에는 그녀의 아버지인 반장청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서 누워있었다. 습격을 가해온 적들에 의해서 현재 감숙반가의 사람들은 거의 전멸한 상태.

목이 잘리고 심장이 박살났으며 사지가 부러져있다.

처참하게 죽은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바로 반청향이라는 이름의 소녀 뿐.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이 비밀공간에 숨겼다. 하지만 적은 그녀의 아버지인 반장천을 죽이고 그 시체를 들고돌아다니면서 내부를 수색했다.

그리고 지금 반청향의 앞에 반장천의 시체를 내던지고는 거칠게 웃었다.

“크흐흐흐흐. 그러게 너를 내 놓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을.”

사내는 사납게 생겼다. 덥수룩한 수염에 구렛나루까지 길다. 눈은 크고 얼굴의 형태는 각이져 마치 사나운 산적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 사내는 음충스럽게 웃으며 반청향에게 다가갔다.

“네가 구음절맥이라는 소문은 이미 들었다. 너를 내놓았다면 너의 가족은 죽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크크크. 하기사 나도 이 쪽이 더 좋지. 실컷 죽이고 겁탈했으니까.”

반청향은 이를 악물고 그런 사내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독과 한이 쌓여 있었다.

“좋은 눈이야. 나도 과거에 너와 같은 눈을 했었지. 나는 말이야 복수를 다짐하고 내 혼을 악마에게 팔았다. 그리고 그 악마는 나에게 힘을 주는 대신 나의 영혼을 지배하지. 으하하하! 그래서 나는 그의 명령을 들을 수 밖에 없어. 물론 약탈과 겁탈은 내 취미이지만.”

그는 다가와서는 반청향을 안아들었다. 그녀는 반항하며 그를 깨물고 때렸지만 그는 간지럽지도 않은 듯 그녀를 어깨에 걸쳐매고 걸어나갔다.

“그렇게 바둥거려도 소용없다. 어차피 너는 나에게 끌려나갈 테니까 말이야. 여하튼 간에 이제 너로 마지막이군. 나는 정말 운이 좋아. 딱 아홉명의 구음절맥의 소녀를 찾아내다니 말이야.”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섰다. 밖에는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의 시체가 완전히 흩어지고 박살난채 흩어져 있었다. 팔의 근육과 뼈. 그리고 그 살점이 박살나 적당히 뒤섞인체 여기저기에 쳐박혀 있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은 모습.

그 모습에 반청향의 눈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기어코 붉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피눈물.

그녀의 한과 절망이 얼마나 강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오오. 멋지군 혈루인가? 응? 어때 기분 좋나? 나도 너와 같았던 때가 있었다니까? 어차피 너는 살게 된다. 그러면 나중에 나를 죽이도록 해 보려무나. 아마도 그 전에 나는 죽겠지만 말이야. 으카카카카!”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는 품에서 종을 꺼내어 흔들었다. 초혼령이라 불리는 강호의 지보. 딸랑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검은 것들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강시들.

혈마강시니 천마강시니 하는 종류의 강시가 아닌 가장 낮은 힘의 철강시 였지만 그 수가 심상치가 않았다.

엄청난 수!

모여든 강시의 수는 총 천오백여구로 그야말로 한 개의 대군이라고 할만한 숫자였다.

“킬킬. 가볼까.”

사내가 그렇게 말하고는 강시를 이끌고 감숙반가의 장원을 천천히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벗어날 수 없었다. 저 멀리서부터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쏴쏴쏴솨!

엄청난 속도. 검은 무엇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온다. 그것은 거대한 이형의 생명이었다. 두 개의 커다란 입을 가지고 있었고 몸에는 사람의 팔다리가 수십여개나 달려있었다.

눈은 없다. 오로지 거대한 두 개의 입과 수십여개의 사람의 팔다리를 가진 괴물. 그 괴물이 그 수없이 많은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백시귀마!”

사내가 그 괴물을 보고는 소리쳤다. 백시귀마. 그것은 요괴의 하나. 주로 전장에 나타나는 괴물이 바로 저 녀석이다.

수많은 죽은 자들의 원혼이 뭉쳐져서 탄생하는 저 녀석은 수백의 시체가 하나로 달라붙어서 태어난다.

저 녀석은 억울하게 죽은 사람의 시체를 먹어치우면서 사람의 원혼을 집어삼켜 더욱 더 거대해 진다.

고서에 이르길 과거 지독한 전쟁의 시절에 산만큼이나 큰 백시귀마가 나타나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나라를 박살내버리기도 했다고 했다.

“후퇴한다!”

사내가 종을 흔들었다. 사내의 강시는 많았지만 백시귀마의 상대가 되지는 않는다. 백시귀마는 시체를 먹어치우는 존재.

강시가 가서 싸워봤자 먹혀서 백시귀마의 크기를 키워줄 뿐이다. 그가 종을 흔들며 뒤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다리가 구부려 지자 단번에 오장이나 뛰어오르며 지붕위로 솟구쳐 올랐다.

퍼걱!

그 순간 무언가 강렬한 충격이 그의 등을 강타했다. 시큰하고 뜨거운 느낌의 무엇이 등에서부터 그의 배까지 이어진다.

“이런...”

사내는 자신의 배를 바라보았다. 검고 삐죽한 무언가가 자신의 등에서부터 복부까지 꿰뚫어 버린 것이다.

사내가 흐트러지는 내공을 이끌어 올리며 지붕위에 착지하고 뒤를 돌아 보았다. 그곳에는 백시귀마가 입에서 자신의 배에 박힌 것과 같은 검고 뾰족한 긴 장대를 뿜어내고 있었다.

강시들의 몸에 박혀들자 강시들은 도망가지도 못하고 바둥거린다. 그렇게 해 놓고서 백시귀마는 빠르게 강시들을 잡아먹었다.

강시 뿐만이 아니다. 그 두 개의 입은 게걸스럽게 사람들의 시체까지 집어삼켜 쳐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몸은 점차 커진다.

백시귀마가 이런 재주까지 부릴 줄이야. 너무 방심했다. 사내는 그렇게 생각하며 배에서 검은 그것을 뽑아내었다.

“크윽.”

사내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강시공을 익힌 자신이다. 이 정도 상처로 죽지 않고 행동력이 조금 떨어지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다.

사내는 뽑아 낸 후에 강시들을 바라보다가 지체 없이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가 물러서려고 했던 자리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어디가?”

한명의 소년. 평범한 마의를 입은 평범하게 생긴 소년이 바로 그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쑤아앙!

강력한 힘이 공기를 찢어버리고 소년에게 날아들었다. 사내의 한쪽 눈은 사실 의안으로 주술에 의해서 특별히 만들어진 의안이다.

이 눈은 사람이 아닌 것을 볼 수 있었고 사내의 그 눈이 본 소년의 모습은 도저히 표현하기 어려운 무엇이었다.

수천. 수만의 생물이 극도로 압축되어 맞물려 있는 그 모습!

그것은 걸어다니는 지옥 그 자체다.

쾅!

거대한 폭음이 일자마자 사내는 소녀를 안고서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는 도망치지 못했다. 소년의 팔이 주욱 늘어나면서 사내의 발을 잡아채었으니까.

“공격했어. 그럼 죽어.”

소년의 손이 무서운 힘으로 조여왔다. 우득 소리와 함께 발의 뼈가 박살났고 그와 동시에 소년의 손에서부터 무언가 음험하고 지독한 것이 튀어나와 사내의 발목으로 침투해 왔다.

식혈충.

사내의 몸으로 침투한 것의 이름이다.

“크아아악!”

사내는 지붕위에 쓰러져 몸을 굴렸다. 식혈충은 피를 마시는 괴충이다. 이것 역시 요괴로 과거 운남과 사천당가와의 전쟁에서 탄생했다.

사천당가는 많은 독을 원했고 그 독을 위해 운남의 여러 부족들을 멸망시켰다. 그때부터다. 이 괴이한 요괴이자 생명이 나타난 것은.

피를 먹으며 살아가는 괴이한 생물. 이 생물은 운남 부족들의 원한에 의해서 태어났다. 고독! 그것은 곤충을 이용한 저주스러운 사법. 운남의 몇몇 부족은 그런 고독을 부렸고 자신들의 부족이 멸망할 때 자신들의 생명을 바쳐 이 괴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로인해 운남에 들어왔던 사천당가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단 하나도 사천으로 되돌아 가지 못했고 이후로도 사천당가의 인물이 들어오면 그들을 죽였다.

그런 괴물이 소년의 몸에서부터 튀어나와 사내의 몸에 들어간 것이다. 순식간에 사내의 모든 피가 빨려나간다.

그리고 퍼석해진 육체 사이를 찢고 부수며 식혈충은 돌아다녔다. 사내는 지옥보다도 더 지독한 고통속에서 죽어버렸다.

그 혼이 귀신이 될지 저승으로 갈지는 사내의 원한에 따라 다르리라.

휙.

소년은 사내의 시체를 잡아서 멀리 던져 버렸다. 그러자 백시귀마가 달려와 사내의 시체를 으적으적 씹어먹었다.

그리고 그런 백시귀마가 소년을 바라보았다.

투!

백시귀마의 입에서 검은 창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그대로 소년의 몸을 뚫으려고 했고 공격은 성공했다.

쾅! 소리와 함께 검은 창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소년은 기절한 소녀의 앞에 서 있었다.

“우리와 같구나.”

소년이 나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소년의 몸에서 기이한 울부짖음이 흘러나왔다. 수천의 서로 다른 소리가 뒤섞인 그 울음 소리는 정녕 기괴한 것이다.

“너도 우리와 함께 하자.”

소년이 뛰어 올랐다. 그리고 백시귀마의 등위로 뛰어내렸다.

-퀘퀘퀘퀘퀘퀘에에에에에에에아아아아아오오오오오

기이한 이명이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그것은 사자의 울음. 백시귀마의 위에 올라탄 소년은 천천히 백시귀마를 뜯어먹고 있었다.

그와 함께 소년의 팔이 거대한 입으로 화한다. 그대로 그 입은 백시귀마의 몸을 뜯어먹었다. 소년의 입과 팔에서 돋아난 거대한 입이 백시귀마를 뜯어먹는다.

백시귀마는 처절히 반항했으나 그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었고 결국 백시귀마는 힘을 다한 듯 쓰러져 버렸다.

사방은 완전히 박살나 있다. 땅은 갈라지고 하늘은 검게 물든다. 썩은 시체의 피와 죽은 자의 악취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가운데에서 소년은 썩은 피를 뒤집어 쓴체 섰다.

이미 백시귀마는 없다. 먹혀서 사라졌으니까.

“아아.”

소년이 작게 소리를 내뱉었다. 소년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가 꿈틀거리고 동시에 일그러 졌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왜 그러는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정상의 모습은 아니다. 그렇게 한참을 있던 소년의 몸이 다시금 정상이 되었을 때.

소년은 다시 나신이 되어 있었다. 옷은 찢어져서 사라진지 오래. 소년은 우선 뛰어 올랐다. 그리고 지붕에 내려서서 소녀를 업어들었다.

“미향이는 아니지만 구해주면 미향이를 기쁘게 해 줄거야.”

소년 두삼은 그렇게 말하고는 아직 무너지지 않은 집을 골라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소년은 옷을 찾아서 꺼내어 입고 소녀에게 다가가 소녀의 옷을 벗겼다.

겁탈하려는가?

아니. 아니다. 소년 두삼은 이 소녀를 치료하기 위해서 옷을 벗긴 것이다. 하지만 그 [치료]는 분명 정상적인 치료가 아니다. 그래도 그녀는 살아날 것이다.

두삼의 치료이기 때문에.

두삼은 소녀를 내려보았다. 그리고 입을 벌렸다.

주륵.

많은 양의 침이 떨어지며 두삼의 벌려진 입으로부터 일곱 개의 긴 촉수가 뻗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혀가 천천히 소녀의 귀. 코. 입. 그리고 하복부의 항문과 은밀한 부분안으로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무시무시한 기의 폭풍이 사방을 휩쓴다. 두삼의 그 일곱 개의 긴 촉수를 통해 거대한 진기가 소녀의 몸안을 타고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소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전신으로 검은 액체를 뿜어냈다. 모공과 땀구멍을 통해서 나온 그 검은 것들은 소녀의 몸안에 잠재하고 있던 노폐물들. 그와 동시에 소녀의 피부가 마치 허물을 벗듯이 갈라졌고 소녀의 뼈가 우득 거리며 부러졌다가 다시 합쳐져 재생하기 시작했다.

탈태환골!

하지만 무공을 통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의 변화는 보통 탈태환골과는 너무나도 틀렸으니까.

소녀의 몸이 변화함과 동시에 소녀의 몸에서 짙은 향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천연적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향기.

그렇다.

이것은 탈태환골이 아니다. 두삼의 안에 있는 무엇이 소녀의 몸으로 옮겨가면서 소녀의 몸을 바꾸고 있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무엇은 소녀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소녀를 구하는 것을 두삼이 원하고 있으므로.

음환괴요.

색에 광적인 집착을 가진 인간이 죽으면 그 원혼에서 태어나는 요괴다. 과거 은나라는 멸망시켰던 경국지색의 미인 달기나 나라를 말아 먹었다는 양귀비도 바로 이 요괴가 깃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요괴는 남자에게 달라붙어 강간하게 만드는 요괴가 아니다. 도리어 여자에게 들러붙어 여자로 하여금 세상을 파멸시키도록 만드는 요괴였다.

요괴가 하는 일은 오로지 하나. 자신이 깃든 여인을 천하제일의 미녀로. 모든 남자를 홀리는 요녀로 만드는 것.

소녀 반청향은 이제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사내들을 끌어들이게 될 것이다. 두삼이 알고서 그랬든 모르고서 그랬든 말이다.

두삼은 음환괴요를 반청향에게 심어주고서 혀인지 촉수인지 모를 것을 거두어 들였다. 두삼의 앞에는 아직 덜 여물었지만 그렇기에 사내를 더욱 더 자극하는 아름다운 소녀가 잠들어 있었다.

“잘자.”

두삼은 소녀에게 옷을 다시 입혀주고서 밖으로 나갔다. 두삼에게는 아직 할 일이 있었다.

두삼은 밖으로 나와 무언가를 뱉어냈다. 두삼의 입에서 뱉어진 것은 작고 징그러운 괴물들이었다. 사람과 같은 형체를 하기는 했지만 피부는 주름이 졌고 몸의 크기는 겨우 사람의 머리만 하다. 그런 녀석들이 두삼의 입에서부터 수백마리나 토해져 쏟아졌다.

음울한 집의 정령.

그것이 바로 이 괴이한 것들의 이름. 오래된 집에는 정령이 깃든다. 그것은 악령일 수도 있고 선령일 수도 있다.

그 종류는 다양하고 모두가 다 다른 특성을 가지기에 어떤 힘과 어떤 특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음울한 집의 정령만은 다르다. 이 녀석들은 특정 조건이 되면 생겨나고 그 특성도 능력도 같다.

이 녀석들은 목수의 집에 사는 녀석들이다. 아니 정확히는 목수의 연장에 붙어서 태어나는 녀석들.

남의 집을 짓고 고치는 목수와 장인들의 연장에 깃드는 이 녀석들은 그 목수와 장인들의 부정적인 생각을 받아 태어난다.

그리고 이 녀석들은 태어나서 하는 일은 오로지 하나다. 자신들이 깃든 연장으로 만든 집에 불운을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이 녀석들의 힘.

그런 녀석들 수백을 토해낸 두삼은 손을 들어 폐허가 된 주위를 가리켰다.

“고쳐.”

그 말과 함께 녀석들이 킥킥 키킥 거리는 소음을 내며 흩어졌다. 저 녀석들은 이 집을 고칠 것이다.

그 어떤 부서진 모습도 없이. 완벽하게. 녀석들은 이 집을 고쳐낸다. 비록 녀석들이 고치는 이 집에 사는 존재는 불행에 시달리겠지만.

하지만 두삼에게 그런건 문제가 아니다. 불운? 이미 모든 검은 것의 총화라 할 수 있는 두삼에게 그런건 있지도 않는다.

아니 두삼 자신이 그런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제정신이 아닌 두삼에게 그런 것을 판단하고 생각할 여지나 있을까?

“이리와.”

두삼이 분주히 움직이는 녀석들 중 일부를 불렀다. 그 일부는 달려와서는 두삼의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지어.”

두삼이 어떤 명령을 내렸다. 그것은 심령적으로 연결되어 녀석들은 즉시 움직였다. 두삼이 지으라고 했던 것.

그것은 바로 대장간이었다.

음울한 집의 정령들이 집을 고치고 대장간을 짓는 동안 두삼은 흙을 모으기 시작했다. 흙을 많이 모은 두삼은 자신의 손에서 피를 뿜어냈다.

한방울이 아니라 마치 폭포같이 쏟아지는 비를. 그러자 흙이 꿈틀거리며 일어섰고 흙이 흩어지고 나자 그 밑으로 사람의 모습이 들어났다.

그것은 바로 살아생전의 이 집에서 일하던 하인의 모습이었다.

“자연스럽게.”

두삼이 명령했다. 그러자 하인은 마치 살아생전의 모습 그대로를 연기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생술? 구시술? 아니. 이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이것은 반시술이라는 요술!

요괴중에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 시간을 유리시키는 요괴가 있다. 서역에서 건너온 모래시계를 사랑한 한 부호가 그 모래시계를 애지중지 하는 사이 모래시계에는 정령이 깃들었고 정령이 깃들 었을 때 부호는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때 정령은 시간을 돌려 부호를 다시 ‘만들어 냈다’ 과거의 부호의 시간을 투영한 것이다.

실제로 시간을 뒤바꾸거나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모래시계의 정령은 과거의 시간의 일부를 지금 이 시간으로 ‘복사’하여 ‘재현’할 수 있었고 미래의 일을 지금으로 보여줄 수도 있었다.

비록 그것은 가짜이며 허상이지만.

두삼은 흙에 자신의 피를 뿌리고 바로 그 반시술을 사용했다. 이 장원은 과거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영원히 과거의 같은 모습을 되풀이 하리라. 아침에 일어나면 사람은 어제와 같을 것이고 오늘의 사람은 내일과도 같아지리.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천년만년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리라. 그것이 바로 반시술의 진정한 의미.

모래시계의 정령이 주인과 영원의 시간을 되풀이 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저주받을 요마술법.

두삼에 의해서 다시금 흙이 일어나고 사람이 만들어 졌다.

그리고 어느새인가 장원은 음울한 집의 정령에 의해서 제 모습을 되찾았고 그 사이로 사람들이 분주히 일을 했다.

그들은 두삼을 알아보지도 신경쓰지도 않았다. 그럴 것이다. 과거의 시간에서 두삼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아마 외인이 들어와서 이들을 건든다고 할 지라도 이들은 외인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과거의 시간을 재현한 것이니.

“그 여자아이도 기뻐할 거야.”

두삼은 그 모습을 보면서 빙긋 웃었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순진함이 묻어 있는 천진난만한 미소였다.



“일어나세요 아가씨. 아침이에요.”

반청향의 시녀인 취앵이 반청향을 깨웠다. 그 부드러운 손놀림에 반청향은 눈을 떴다. 이건 꿈?

반청향은 일어나서는 취행을 바라보았다. 강시에게 붙잡혀 갈가리 찢겨 죽었던 취앵이 자신의 눈 앞에 있었다.

이건...사실이야? 어제의 그 고통이 꿈이었던 거야?

반청향이 일어나자 취앵이 빙긋 웃으며 물을 떠가지고 왔다. 따뜻한 물이다.

“자 씻으세요 아가씨.”

반청향은 취앵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고 세수를 하고 손과 발을 씻었다. 그리고 나자 취앵이 다가와 그녀에게 옷을 입혀주고 그녀를 이끌었다.

이 다음은. 아침식사.

그녀가 도착하자 가족들이 앉아 있었다.

“어서오거라. 오늘은 이두가 좋은 요리를 내 놓았단다.”

반장천이 말했다. 아두란 그녀의 집안에서 일하는 요리사의 이름.

“자 봐라. 용봉장생탕이란다. 맛있겠지?”

“당신도 참. 애를 세워놓고 뭐하는 짓이에요?”

반창천의 부인 위지연이 그렇게 말하고는 웃으면서 반청향을 자리레 앉으라고 말했다. 반청향이 앉고 나자 식사가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다.

“음 정말 맛있군 그래.”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반청향은 맛있게 아침식사를 먹었다. 그래. 나는 악몽을 꾼 거야 지독한 악몽을.

“엄마 저 악몽을 꾸었어요.”

반청향이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녀의 그런 말에 그녀의 어머니는 전혀 반응 하지 않았다.

“엄마?”

“그런데 아진아 공부는 잘 되어가고 있니?”

그녀의 어머니 위지연은 반청향의 동생인 반청진에게 말하고 있었는데 반청향이 아무리 불러도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이건. 뭔가. 잘못. 되었다,

그녀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위지연에게 다가가 옷을 잡아 당겼다. 하지만 위지연은 그녀를 완전히 무시했다.

“엄마! 엄마! 엄마!”

반청향이 위지연을 불렀지만 여전히 위지연은 그녀를 무시했다. 그러다가 본래 반청향이 앉은 자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아향아 요새 몸은 어떠니?”

반청향은 입을 막았다. 입을 막지 않으면 그녀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가 입에서부터 토해질 것 같았다.

뭐지? 이건...대체 뭐지? 대체 왜. 가족들은 나를 무시하고 있는 거지? 이것도 악몽인가? 나는 지금 깨어날 수 없는 악몽속에 있는 건가?

그녀의 마음이 요동쳤다. 그녀는 밖으로 급히 뛰쳐나갔다. 밖에서는 하인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진구! 무단!”

그녀가 그 하인들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하인들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무시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사람과 만나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 반청향은 그 모습을 보면서 몸을 떨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거지.

그녀의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고통에 휩싸였다. 그녀는 다시금 쓰러졌다. 검은 어둠이 그녀를 집어 삼켰다.

“일어나세요 아가씨. 아침이에요.”

반청향의 시녀인 취앵이 반청향을 깨웠다. 그 부드러운 손놀림에 반청향은 눈을 떴다. 이건 꿈? 아까도 이런 꿈을 꾸었는데.

반청향은 일어나서는 취행을 바라보았다. 강시에게 붙잡혀 갈가리 찢겨 죽었던 취앵이 자신의 눈 앞에 있었다.

이건...사실이야? 어제의 그 고통이 꿈이었던 거야? 아까의 그 악몽은 악몽이 맞는 거야? 나는 지금 악몽속이 아닌 현실에 있는 거야?

반청향이 일어나자 취앵이 빙긋 웃으며 물을 떠가지고 왔다. 따뜻한 물이다.

“자 씻으세요 아가씨.”

반청향은 취앵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고 세수를 하고 손과 발을 씻었다. 그 따뜻한 감촉을 느끼면서 반청향은 이것이 꿈이아니라고 되뇌었다. 아까의 악몽은 이제 없어. 그녀는 그렇게 중얼 거렸다. 그리고 나자 취앵이 다가와 그녀에게 옷을 입혀주고 그녀를 이끌었다.

이 다음은. 아침식사.

그녀가 도착하자 가족들이 앉아 있었다. 악몽에서와 같은 위치. 같은 옷차림. 그리고 같은 음식들.

“어서오거라. 오늘은 이두가 좋은 요리를 내 놓았단다.”

반장천이 말했다. 아두란 그녀의 집안에서 일하는 요리사의 이름. 그런 반장천의 말 또한 악몽과 같았다.

“자 봐라. 용봉장생탕이란다. 맛있겠지?”

“당신도 참. 애를 세워놓고 뭐하는 짓이에요?”

반창천의 부인 위지연이 그렇게 말하고는 웃으면서 반청향을 자리레 앉으라고 말했다. 반청향이 앉고 나자 식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악몽과 같이.

“음 정말 맛있군 그래.”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반청향은 맛있게 아침식사를 먹었다. 그래. 나는 악몽을 꾼 거야 지독한 악몽을. 지금 여기는 악몽 속이 아닐 거야.

“엄마 저 악몽을 꾸었어요.”

반청향이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녀의 그런 말에 그녀의 어머니는 전혀 반응 하지 않았다.

“엄마?”

“그런데 아진아 공부는 잘 되어가고 있니?”

그녀의 어머니 위지연은 반청향의 동생인 반청진에게 말하고 있었는데 반청향이 아무리 불러도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녀의 입에서는 짐승같은 통곡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시. 악몽이 아니었어. 자신은 아직도 악몽속에 있다. 여기는 뭐지? 혹시 지옥인가? 그런데 몸은 왜이렇게 자연스럽지?

여기서 죽을 수는 있는 걸까?

반청향은 울었다. 그리고 통곡하며 좌절했다. 확실하다. 나의 가족은 이미 모두 죽었어. 강시가 습격해와 모두를 죽였다.

그 것은 꿈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은 꿈과 같다. 나는 죽어서 지금 이 악몽속에 들어와 있는 걸까?

그녀는 울면서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연극을 하듯이 가족들은 살아생전의 모습으로 움직인다.

그녀가 있던 없던 상관 하지 않고.

이윽고 반청향은 그들의 모습이 바로 습격받기 하루 전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나는 저때 이렇게 대답했지.

구음절맥의 소녀는 천하제일의 기재. 그렇기에 그녀의 오성과 기억력은 범인과 달랐다. 그렇기에 그녀는 기억해 내버렸다.

바로 습격받기 하루 전날의 행복했던 모습을. 그리고 그 기억속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일치한다.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 모습은 행복했던 그 때를 영원히 되풀이하는 것이라는 것을.

“가겠어요 아빠. 엄마. 그리고 복수할께요.”

반청향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울면서 가족들을 향해 절을 했다. 가족들은 그녀의 그런 모습을 신경도 쓰지 않고 일상의 생활을 ‘재현’해 내었다.

그런 그들을 보고서 반청향은 방을 나섰다. 그리고 마당으로 갔다.

땅. 화르르륵! 땅. 화르르륵! 땅. 화르르륵!

무언가를 두드리면서 불태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반청향은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누군가 있다. 이 장원의 사람이 아닌 자가 있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죽음 따위는 이제 어찌되도 좋다. 이 지독한 짓을 멈추고 복수해야만 한다는 마음이 그녀의 마음 속에서 요동쳤다.

그녀가 다가간 곳에는 이 장원에는 없었던 건물이 하나가 지어져 있었다. 그것은 정말로 기괴한 건물이었다.

태고에 존재했을 법한 괴이한 생명체의 거대한 얼굴 모양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거대한 그 입을 쩌억 벌리고 있고 그 안에서 화광이 번뜩인다.

반청향은 두려웠지만 이를 악물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명의 여인이 의자에 앉아 아무런 표정도 행동도 가지지 않은체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한 소년이 길쭉한 쇳덩이에게 망치를 두드리고 있었다.

땅! 화르르륵!

그리고 놀라운 일은 바로 그 다음이었다. 소년의 입에서 푸른 귀화가 뿜어져 나와 검을 달군 것이다.

불꽃이 그치면 소년은 다시금 망치를 휘둘렀고 망치를 한번 휘두르면 다시금 불을 내 뿜었다.

그 모습은 이야기에나 나오는 악마의 대장간과 같았다.

그러고 보면 소년이 가지고 있는 망치도 기괴했다. 마치 생물처럼 여기저기 힘줄 같은 것이 엉겨 있었고 눈알 하나가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깡! 화르르륵!

소년의 입에서 계속해서 푸른 귀화가 뿜어진다. 반청향은 소년이 바로 집안을 이렇게 만든 존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이봐요!”

반청향이 소년에게 다가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소년이 망치질을 멈추고는 반청향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두드리던 쇳덩이를 들어 집어 삼키는 것이 아닌가? 그런 모습을 보며 반청향은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도망갈 수 없다.

“어? 일어났구나? 어때? 좋지?”

소년은 불쑥 말해 왔다. 소년의 말에 반청향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 밖의 끔찍한 세계 말이군요.”

“응? 좋지 않아?”

“당신은 누구죠? 그리고 무슨 목적으로 저에게 이런 끔찍한 것을 보여주시는 거죠?”

“흐음...끔직해? 미향아. 끔찍하대. 어떻하지?”

소년 두삼은 앉아 있는 여인에게 말을 걸었다. 마치 인형처럼 미동조차 하고 있지 않은 여인. 그녀의 이름은 남궁향.

“네 몸 내가 고쳤어. 좋지?”

그때 두삼은 다시금 불쑥 말을 던졌다. 이 괴이한 소년이 이미 인간과는 다른 존재 라는 것은 입에서 불을 토할 때부터 알아보았다.

강시가 나타나 가족들을 다 죽였는데 이런 괴물이 나타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으리라.

그녀는 침착하게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방금 전까지 지독한 악몽에 있어 깨닫지 못했지만 자신의 몸이 완치되어 있었다. 지독지독한 구음절맥의 한기도 없고 춥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금 본능으로 이 소년이 자신을 치료했음을 알아챘다.

“저분들을 원래대로 돌려놔요!”

그녀는 소리쳤다.

“원래대로? 저게 원래대로 잖아? 죽기 전의 모습.”

소년 두삼은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사람들이 하루를 ‘재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것이 원래 대로는 아니다.

“아니에요. 그분들을....그분들을...다시 죽은 모습으로 돌려놔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것이 어떤 사술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녀의 앞에서 다시금 죽는 모습이 보여진다는 것은....그녀 자신에게 고통이 되리라. 그럼에도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것이 그녀가 그리고 죽은 자들이 원하는 바일 것이므로.

“그래?”

두삼은 잠시 남궁향을 바라보다가 반청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손을 장난 스럽게 흔들었다.

쏴아아아!

무언가 쏟아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반청향이 돌아보니 하루를 ‘재현’하고 있던 자들이 모래처럼 흩어지면서 쏟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흩어지는 그들을 보면서 반청향은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고통과 슬픔을 담은 눈물.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당신은 누구죠?”

“나는 두삼이야. 그리고 이 쪽은 내 여자친구인 미향이라고 해.”

두삼이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것은 반청향이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당신은 사람이 아니군요?”

“사람? 글쎄? 사람은 맞을 거야. 음...죽었다 살아난 사람이지만 말이야.”

두삼의 말은 과거 남궁향과 있을 때보다는 꽤나 조리가 있어졌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같았으니까.

“당신이 나의 가족을 죽인 건가요?”

“응? 너의 가족? 모르겠는데.”

두삼은 잠시 고개를 갸웃 거렸다.

“여기에 있던 고기덩어리는 모두 어떤 녀석이 먹어버렸어. 그 녀석은 내가 먹어버렸지.”

두삼의 말은 지독한 것이었다. 사람의 시신을 단순히 고기덩어리로 표현하고 있으니까. 그때 남궁향의 몸이 아주 작게 움찔 했다.

“응. 알았어 안 그럴게.”

그러자 두삼이 남궁향 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남궁향. 마치 인형 같은 그녀였지만 아직 살아있는 것이다.

과연 저것을 ‘살아있다’라고 불러야 할 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두삼과 남궁향을 반청향은 침착하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이 소년은 위험하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물어야 한다. 이 소년만이 단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 맞아. 녀석에게 물어보는게 어때?

그때 두삼이 말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두삼의 손이 일그러지며 뭉치더니 하나의 고기덩어리 같이 변해버렸다.

그리고 그 얼굴 모습은 천천히 사람의 머리가 되어간다. 그 끔찍한 모습을 보면서 반청향은 입을 막고 뒤로 물러섰다.

“으그...그르르르.”

그 머리는 침을 질질 흘리며 동공이 풀려있었다. 바로 반청향을 납치하려던 그 사내의 머리다.

“그..그...크..크크..크크크..크크크큭.”

사내의 머리가 점차 발음이 정확하게 되돌아 온다. 그러더니 흰자위만 있는 눈으로 기괴하게 웃기 시작했다.

“멋져! 크크크크! 정말로 멋지다구. 여기는 말이야. 너무 멋져.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 지를 잊어 먹을 정도로!”

그는 뭔가 뒤틀려져 버렸다. 과연 저 사내는 살아있기나 한 것인가? 대체 이 모습은 무엇이란 말인가.

“오오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그것은 비참한 진실! 저주받을 의지로서 우리는 살아가지! 태어난 자는 사라지지 않기 위해 발광한다! 그것이 우리의 삶인 것을! 너 소녀야! 너 또한 죽기 싫었지? 매일매일 구음절맥의 고통속에서 살고자 희망했지? 하지만 살아서 무엇하려느냐? 네 앞에 놓여진 것은 행복이 아냐! 네 앞에 놓인 것을 봐라! 이 주위가 과연 행복이냐? 으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

가혹하고도 지독한 폭설이 쏟아져 나왔다. 그 말에 반청향은 눈물을 흘리면서 몸을 떨었다. 아까부터 흘리고 있던 눈물은 계속해서 흐르고 흐른다.

“희망이 없는 환자도 좀더 살아가기 위해서 발광한다! 고통뿐인 삶속에서도 죽음을 외면한체 달려나간다! 그것이 우리 저주받은 생명들의 운명이야! 사라지기 싫어! 죽는 것이 싫어! 태고적 우리가 태어날 때 받았던 그 저주받을 의지가 우리를 강제로 살아가게 한다! 내일에 희망따위 없는데도 우리를 고통속에 뒹굴며 살아가게 만든단 말이다! 분명 저 신이라는 작자가 우리의 고통을 보면서 즐거워 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생존욕구를 불어넣었을 거야!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모양이 되어서도 죽기를 거부하는 거지? 크크크! 알아! 안다고! 이 모양이 되어서도 나는 죽기 싫어서 사라지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다시는 평범이란 범주로 돌아가지 못한체 고통 받지만 그럼에도 살고자 바둥거리지! 봐라 소녀! 나를 봐라! 나의 모습이 바로 추악한 생명의 본질이다!”

“닥쳐요!”

반청향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지껄인다.

“킬킬킬! 네 가족이 다 죽었는데 너는 살아있지? 복수? 그것은 그냥 살아가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네 더러운 마음을 가리기 위한 허상이야! 네가 복수 할 수 있을까? 크크크크! 나의 영혼을 저당 잡았던 그분을 네가 죽일 수 있을까?”

반청향이 눈물을 닦으며 그를 노려 보았따. 사내가 머리 만가지고 광소를 터트린다. 그는 미쳐버렸다. 두삼의 속에서 휩쓸리고 돌려다닌다.

그것은 결코 가벼운 의미가 아니다. 두삼의 몸은 몸이되 몸이 아니다. 그것은 수천만계의 세계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니까.

사람은 자신의 안에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개개인의 마음. 그 마음은 절대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

마음의 벽.

그것이 개인의 안에 개인의 세계를 만든다. 너의 상식이 모두의 상식이 아니다. 너의 정의와 나의 정의는 같지 않다.

한가지 물건을 보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그 모든 이유가 바로 개개인이 가지는 그들의 마음속의 세계 때문에.

하지만 두삼의 안에서는 틀리다. 두삼의 몸에서는 닫혀져 있어야 할 세계들의 문이 열려져 있다.

그리고 그 문을 통해 각각의 세계들이 마치 격류처럼 흐르며 움직인다.

요괴.

그것은 하나의 한을 가지고 태어난 괴이한 존재.

백귀시마는 시체들의 원한에서 생겨난 요괴다. 죽음 그 자체에서 뒤틀려 태어난 괴이한 존재가 바로 백귀시마다.

음환괴요는 어떤가? 사람들의 색욕에 대한 집착과 광기가 뭉쳐져서 태어난다. 뒤섞이고 비틀린 색욕이 바로 음환괴요의 근원.

요괴는 모두 각기 다른 한과 광기속에서 태어나는 세상의 비틀린 단면. 그리고 그 계곡은 바로 그런 요괴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곳에서 요괴들은 서로를 잡아 먹는다.

요괴가 다른 요괴를 잡아 먹는 다는 것은 다른 요괴의 능력과 힘을 모두다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광기 어린 내가 다른 광기 어린 존재의 광기를 먹어버리는 것이다.

하나의 미친세계가 또 다른 미친세계와 합해진다. 요괴의 힘은 미쳐버린 세계를 안에 품고 있는 것에서부터 나오는 것.

미쳐버린 세계가 하나 둘 셋......수천개가 모여들어 그 문을 개방하고 연결된다.

세상에 가득한 광기의 세계가 모두 모여 격류처럼 흐르며 합해지고 꿈틀거린다. 이 얼마나 멋진가?

그 안에 있는 사내는 이미 미쳐있다. 그리고 그런 모든 세계가 합해져서 유지되는 두삼또한 이미 미쳐있다.

세계다.

두삼은 바로 세계 그 자체다.

미쳐버린 이 세계 그 자체인 것이다!

“말해요! 그분이라는 녀석이 누군지!”

“오오오! 그분? 그분은 정말 위대하신 분이지. 하지만 지금의 나보다는 덜 위대할 것 같아. 이미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으키키키킬! 하지만 조심해라! 그분은 인간을 사랑하시는 분! 네가 인간인 이상 그분을 이길 수는 없을 거야! 그분의 이름은 태극인! 그분의 수하가 너를 찾아올 거다!”

태극인.

범상치 않은 이름이다. 그것이 본명은 아니겠지만 별호라고 해도 기이한 것. 하지만 반청향은 그 이름을 문제 삼지 않았다.

“으케케케. 인간애! 인간애! 인간만을 사랑하는 인간애! 그렇기에 인간이 아닌 것은 사랑하지 않는 것! 으카카칵! 나는 이미 인간이 아니니 그분의 사랑을 받을 수 없어! 그렇다면 먹어야지! 그분을 먹는 거야! 바로 내가! 으카카카카카!”

두삼이 사내를 내려다 보다가 손을 털었다.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 지면서 점차 줄어들고 결국에는 두삼의 평범한 손으로 되돌아 왔다.

“시끄러워.”

두삼이 작게 말하고는 등을 돌렸다.

“미향이도 그렇게 생각하지?”

두삼은 남궁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다시 반청향을 바라보았다.

“이제 알았지?”

반청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조구가 그러는데 그 태극인이라는 녀석은 구음절맥을 모으고 있데. 구음절맥? 아홉 음기의 막히는 맥박? 헤에.”

두삼이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조구는 분명 방금 손에서 나타난 사내의 이름일 터.

사내의 모든 것 또한 두삼의 안에서 휘몰아 친다. 두삼은 바로 그 것을 보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것을 반청향이 알 수는 없다. 그저 두삼의 기괴한 행동을 이상하게 바라볼 뿐.

아무리 그녀의 오성이 구음절맥으로 인해 천재적이라 하여도 그녀에게 주어진 정보는 너무나도 적다.

그러니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거다.

“고마워요.”

반청향은 그렇게 말하고서 몸을 돌렸다. 그녀는 떠날 것이다. 태극인. 그자가 어떤 자인지 모른다.

하지만 반청향은 복수를 다짐했다. 조구가 말한대로 이 복수심이 그저 죽음을 회피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거짓 허상일 지라도 복수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구의 말은 전부 옳다.

그래.

복수뿐인 삶이 되겠지만. 복수심이 없으면 지금의 나 자신도 지탱하지 못해. 무너지면.

죽어.

그리고 사라지겠지.

그녀는 몸을 돌려서 걸어나갔다. 슬픔과 행복이 함게했던 집안을 떠난다. 그리고 강호로 가리라. 어떤 방법을 사용하던지 복수를 하리라.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삶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녀의 인간애다.

가족을 사랑하기에. 그녀는 살아간다.

가족을 죽인 자에 대한 복수심으로.

그녀가 가족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복수를 하기 위해 떠나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지도 않았겠지.

그것이 인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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