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만기狂天滿氣 - 사람들 3
"태도가 안 좋군요."
모용미는 걸음을 옮기며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에게 사내는 어디까지나 사내일 뿐이다.
그 스스로 비인이라는 이름을 밝혔지만, 모용미는 왠지 그에게서 이름을 떠올릴 수 없었다.
사내.
모용미는 그를 그렇게 부르기로 내심 생각했다.
"예법은 잊은 지 오래요."
"그는 북림맹의 총군사에요. 북림맹의 대소사를 관장하고, 그 권력은 최고의 수뇌부들 중에서도 상위를 다투죠."
"명확하지는 않은가 보군."
"정치란 복잡한 것이니까요. 그런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당신에게 좋을 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에요."
"그렇겠지. 하지만 관계 없소. 그가 나를 방해한다고 해도, 나를 죽인다고 해도."
사내의 말에 모용미는 일순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슨 소리죠?"
"이렇게 까지 되고 나면. 더 이상 삶과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집착도 보이지 않으니까. 눈 앞에 있는 모든 것이 무미건조할 뿐이오. 그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그 어감을 즐기는 듯. 중얼 거리는 그를 보며 모용미는 참을 수 없는 이질감을 느꼈다. 누군가가 저런 식으로 말했다면 허풍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저런 말투는,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그가 뼈속깊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꿈이 있소?"
"무슨 소리죠?"
"꿈이 있소?"
불쑥 물어오는 그의 목소리.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가 안고 있는 품속의 여아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 태도에 모용미는 가슴 한켠에서 울컥 하는 마음이 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 마음을 느끼자 마자 당황했다.
"있어요."
마음을 다스리며 대답한다. 그녀에게도 꿈이 있다. 현재 모용세가는 많이 쇄락하여 오대세가 중에서도 가장 쳐지는 가문이었다.
산동악가. 남궁검가. 진주언가. 제갈계가. 모용북가.
다섯이 모여서 오대세가를 이루었다. 본래 과거에는 팔대세가 였으나, 그중 셋은 남무련과 사천연으로 들어가 버렸다.
모용북가.
그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모용세가가 요동성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중원의 지역에 비하면 조금 척박하고, 또한 변방에 위치한 곳이기 때문에 대대로 제대로 된 대접은 받지 못했다.
모용가 역시 남궁세가처럼 검으로 흥한 무가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남궁가에게는 남궁검가라는 이름이. 모용세가에는 모용북가라는 이름이 붙었다.
똑같은 검을 내세우는 무가이지만, 그 이름은 차이가 난다. 모용세가의 힘이 얼마나 쇄락 했는가 보여주는 것이다.
그녀의 꿈이란 자신의 무공을 완성하고, 그를 통해 세가를 과거만큼 부흥 시키는 데에 있었다.
모용세가의 가주에게 여섯명의 자식이 있지만, 그녀 만한 능력을 가진 이가 없었다. 여성임에도 이 젊은 나이에 화련당의 부당주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이다.
그것이 그녀가 바라는 것.
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그런 그녀를 향해 사내가 드디어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그녀를 본다.
"거짓 된 꿈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 말에 영혼이, 정신이 상처를 받는다.
"무슨 소리죠?"
"꿈이 있다는 건 좋은 거요. 그 꿈을 소중히 간직 하시오."
"무슨 말이냐고 물었잖아요!"
"나처럼 꿈을 잃고 나면, 아무리 애써 찾아보아도 찾아낼 수 없을 테니까."
그 텁텁하고 음울한 목소리를 마법같은 울림으로 그녀를 위축 시켜 버렸다. 말을 하며 기묘하게 빛나는 그 두 눈동자를 보면서 그녀는 생각한다.
저 눈동자는 평생을 가도 잊을 수 없을 거야.
"여기가 숙소입니다."
모용미와 헤어졌다. 비인이라고 스스로를 칭한 사내는 여아를 안고 객청의 하인들의 안내를 받아 제법 큰 방에 도착 했다.
하인이 나가고, 사내는 방에 들어서서 여아를 품안에서 떼어 놓는다.
-클클. 네놈은 아주 재미있구나. 너와 내가 이어져 있기 때문일까?
"닥쳐."
-왜 그렇게 화를 내지? 본시 무지하고, 무식한 네놈이 아까처럼 유창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너의 무의식과 나의 무의식이 조금씩 융합하고 있는 것이다. 클클. 이것은 나도 원한 것은 아니지만, 재미는 있어. 네놈과 하나가 되면. 나는 내가 아니게 되고, 너는 네가 아니게 되겠지만. 새로운 우리가 될 수 있을 거야.
"그래서 싫다. 네놈 같은 것과 하나가 된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어."
-하지만 무의식의 융합은 막는다고 막을 수 없지. 너의 행동 하나하나가 점점 나와 하나가 되어 조금씩 바뀔 거다. 결전을 벌일때도 무의식적으로 내가 사용하던 무공들을 사용하거나 하겠지. 멋지 겠는 걸. 이거 나가지 않고, 네놈 안에서 같이 지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닥쳐."
-클클. 환골탈태를 위한 음사개정대법을 펼쳐야 하는데 내가 사라져도 괜찮겠느냐? 내가 기억을 넘겨주었다지만. 너 혼자서 할 수 있을까?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여아의 옷을 벗겼다. 그간 사내의 보호하에 자란 여아는 이제 완연한 열두살 정도의 귀여운 소녀가 되어 있었다.
소녀의 피부는 매끄럽고, 그 몸도 잘 자라 있다. 이대로 큰 분명 미인이 될거라고 보여지는 소녀의 알몸을 바라보던 사내가 손을 뻗는다.
쿡 하고 소녀의 수혈을 짚어 잠에 빠져들게 만들고서 사내는 눈을 감았다.
우우우웅 하고 그의 전신에서 기운이 일어났다.
내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 마령魔靈이 환골탈태를 하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것은 기운을 움직이는 방법이기도 했고, 또한 기운을 다루는 방법이기도 했다. 자신의 몸안에 있는 기운을 움직여서, 그는 그것을 소녀의 몸안으로 흘려 보내야 한다.
착.
손바닥을 여아의 아랫배에 대고, 한 손은 여아의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그의 손에서 뻗어진 강맹한 기운이 아주 조금씩으로 나뉘어 여아의 몸안으로 흘러들어간다.
혈영연신공血靈燃神功의 혈신기(血神氣)가 여아의 단전을 통해 들어가 그녀의 몸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여아의 몸안에 쌓인 탁기가 혈신기에 밀려나 빠져 나온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진기가 한바퀴를 돌았다.
대주천이 한번 끝난 셈이다. 하지만 이제 부터였다. 사내의 두 손 사이에서 시작된 진기의 흐름은 점점 강맹해 져갔다.
그것은 거대한 흐름이 되었고, 여아의 몸 전체를 내달리며 여아의 몸 구석구석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여아의 몸이 움찔움찔 한다. 잠에 빠져든 상태임에도 자극을 받아 꿈틀 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사내는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한시진 동안 대주천을 돌리던 사내가 손을 떼었다. 침대는 악취가 가득한 검고, 진득한 물이 가득 했다.
"앞으로는 씻길물을 준비해야 겠군."
한번에 환골탈태를 하기에는 여아는 수련도 하지 않은 몸이라 무리다. 앞으로 몇 번이나 이렇게 개정대법을 해야 했다.
-클클. 잘 하는 군. 내가 나설 일은 없겠어.
귀령鬼靈은 그렇게 말하고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사내는 음령陰靈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저 개정대법을 통해서 더 예뻐진 것 같은 여아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사내는 하인을 불러 씻을 물을 가져 오게 하고, 침대를 치우게 했다.
사내는 여아를 정성스레 씻기고 언제나처럼 품에 안고 잠이 들었다. 정신이 든 여아가 품에서 꼼지락 거리는 감각만이 사내가 이 비현실적인 세계 속에서 살아가도록 만드는 등불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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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만입니다. 워크마스터 드디어 원고 마감권에 돌입!
그래서 조금 늦었습니다. 원래 2~3일에 한편은 쓰려고 했는데 말이죠.
그나저나 29일 부터 8월 2일까지의 약 5일간은 연재가 없습니다.
저도 여름 휴가로 놀러가거든요.
그때 까지 한두편 정도는 더 연재 해 두고 가도록 하지요~
그럼 모두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저는 이만 흙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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