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만기狂天滿氣 - 심중사념(心中思念) 2
"크크. 대인 나리. 그렇지 않나? 응? 당신이 그 대단한 생사교주를 어떻게 할 수 있어? 그렇게 잘났어?"
"거현! 말이 심하다!"
"큭큭큭....뭐가 심하지? 우리는 어차피 버려진 돌이야. 그런데 뭐가 심해? 게다가 이 양반을 봐. 아무런 말도 없잖아? 나 따위는 상대 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크크크크크! 크하하하하!"
거현이 광소를 터트리지만, 순권은 이번에는 말리지 않았다. 게다가 포연은 옆에서 힐끔 거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만 있을 뿐이다.
그런 거현을 사내의 품에 안긴 여아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고, 사내는 그런 여아만을 바라보고 있다.
완벽한 무시.
그 모습에 거현은 속이 더 뒤틀린 것 같았다. 부글부글 끓어 오르고, 당장에 공격해서 패대기 치고 죽여 버리고 싶었다.
"이봐. 대답좀 해 보지? 나 따위는 버러지 만도 못하다 이거야? 내 말이 개소리처럼 들려!?"
거현의 우렁우렁한 목소리에 주변의 사람들이 전부 거현을 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사내는 고개를 들어 거현을 본다.
그리고 그 눈을 본 순간 거현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 했다. 아니, 거현 뿐만이 아니었다. 순권과 포연도 움찔 했고, 그 눈을 우연찮게 보게 된 객잔의 사람들 역시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다.
죽은 눈동자.
빛을 잃고, 칙칙하여 무엇이든 빨려들어갈 것 같은 짙은 무언가가 눈동자를 이루고 있다.
"혼자말이 아니었나?"
거현은 분노를 느꼈다. 저 눈동자에 순간 위축된 자신에게 분노를 가졌고, 개소리 하느냐는 듯한 말투에 분노를 느꼈다.
"뭐라고!"
쾅! 하고 벌떡 일어난 거현의 몸에서 진득한 살기가 흘러 나오며 사방의 모든 것을 질식 시켜 버렸다.
하지만 사내는 그런 거현을 바라보고만 있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너는 보통의 인간이다. 그러니 나에게 그렇게 열등감을 가지고 분노를 표출할 필요가 없다."
무미건조하고, 무척이나 탁한 목소리가 내뱉은 말에 거현은 더욱 분노하고 말았다.
"나에게 가치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거냐!"
거현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내력을 잔뜩 끌어 모아 주먹을 내질렀다. 일권에 바위도 부숴지는 위력을 가졌는데, 사내는 전혀 피하지 않고 이마로 그 주먹을 받았다.
쾅!
폭음이 인다. 하지만 사내는 멀쩡했다. 그저 거현의 큰 주먹을 이마에 댄 채로 담담히 말을 할 뿐이다.
"너의 가치는 너가 정하는 것이지 않나? 아니면.........너도 사람을 먹는 괴물이 되고 싶은 건가?"
뒷말을 들은 사람들 모두의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순권은 자신도 모르게 삼장이나 뒤로 물러서 버렸고, 포연은 몸을 달달 떨며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거현은 본능적인 거부감을 억누르며 떨리는 몸을 억지로 진정 시킨다.
뭐지?
이건 뭐지?
"강해지고 싶나. 그 강함으로 너 스스로를 긍정하고, 너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나. 그렇다면 가르쳐 줄까? 그 누구보다도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하지만 그 대가로 너는 인간이 아니게 된다. 단지 그것뿐으로 너는 네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것이 진정 네가 원했던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진실.
그것도 극명한 진실.
사내의 목소리를 들은 모두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이 아니게 되는 대가로 그 누구보다도 강하게 할 수 있다는 저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아들었다.
그리고 그 말에서 지독한 한기를 느껴야 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를 긍정해야만 하지. 그래.....너는 강하지 못한 너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고, 거대문파 보다 못한 처지의 너 자신에 대해서 긍정하지 못하고 있다. 너 스스로의 노력이 진정으로 그들에 비해서 높은지는 제쳐 놓더라도......."
인간은 스스로를 긍정하는 동물이라고 사내는 정의 내리고 있었다. 스스로의 가치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마음을 좀먹어 버린다고 사내는 말하고 있었다.
거현은 그 말에 부르르 떨리며 더욱 더 분노했다. 왜 분노하는지 그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그 분노는 사내에게서 뻗어져 나오는 강렬하고 사악한 기운을 이겨내고 투지를 만들어 내었다.
"닥쳐어!"
다시금 손을 뻗는다. 이번에는 사내가 손을 들어 그 주먹을 막아 냈다. 그리고 그대로 밀어버렸다.
쿠당탕!
거현의 거구가 뒤로 밀려나 쓰러져 버렸다. 누구도 그 모습을 보고 믿을 수 없었다. 저런 간단한 손짓에 거구가 뒤로 밀려나 쓰러지다니?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었다.
"강해지고 싶다면...인간을 버려라. 그게 악이든 선이든 어느 그것을 뒤섞은 것이든간에 인간을 버릴 때 너는 강해질 수 있을 거다. 하지만......사람이 변한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권. 어디로 다시 출발이다."
그렇게 말하고는 사내는 걸음을 옮겨 객잔을 나가 버린다. 사내의 뒤에서 거현이 무어라고 괴음을 내지르고 있었지만, 사내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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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습니다.
집에 일이 생겨서 그것 때문에 모든 글쓰기가 중단된 상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BMK도 써야 하는데 이게 뭥미.
여하튼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광천만기는 이런식으로 비정기 연재가 될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기 바라면서 전 이만 흙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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