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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님의 서재입니다.

우린 몸이 바뀐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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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
작품등록일 :
2023.05.10 12:44
최근연재일 :
2023.07.11 18:35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2,765
추천수 :
28
글자수 :
421,635

작성
23.05.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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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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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화. 그의 이야기.

DUMMY

12화. 그의 이야기.



“형님, 엔지 패션 막내랑 잘 해 보려 그랬던 거 아니었습니까?”

“그러고 싶었지. 하지만 엔지 패션에 그년이 있는데, 이미 텄지.”

“그러면 뭐 하러 그리 들이댑니까?”

“글쎄, 뭐 랄까. 못 먹는 감 찔러나 보고 싶은 마음?”

“형님도 참, 번거로운 일 잘 벌여.”

“이미지 바닥에 추락한 마당에 거칠 게 뭐 있겠어. 요새 통 무료했는데. 안 되면 고은애 얼굴이나 한 번 더 만들어 보지 뭐.”

“위험한 거 아니예요? 응급실에도 갔다던데.”

“조금만 먹이면 문제없을 거야.”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내일 재미있게 해 줄게. 아니지 내일이면 괜찮아지려나? 어쨌든 그 얼굴을 잠시나마 다시 볼 순 있겠지.”

“적당히 하세요. 난 못들은 거로 할 테니.”

“아, 자식 소심하기는. 누가 살인한데? 장난 한번 치는 것 가지고.”


창고 뒤 기둥에 기대 엿듣던 나는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개새끼인 줄은 알았지만, 그는 분리수거도 안 될 핵폐기물 급 쓰레기였던 것이다.

이리에게 쫓기는 그녀를 못 본 척할 수는 없었다.

눈도 마주치기 싫고 말도 걸고 싶지 않았지만, 놈이 덫을 놓는 다는 걸 알고도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문득 왜 그리 화가 났는지 돌아보았다.

이름 말고도 내가 아는 게 있었던가?

정체를 숨기고 싶어 한다는 점, 나를 이용해 우리 집에 눌러 살려 한다는 점, 그리고 과거를 말하기 싫어한다는 점까지.

이 이외에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으면서 왜 이제 와 화가 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머리로는 분명 이해하고 있는데 가슴은 왜 그리 뜨거워지며 홍염의 불꽃을 쏟아 내는지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름을 다른 이를 통해 들어서일까? 아니면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분통 터졌던 걸까? 이 중에 답은 있는 것 같은데 둘 다 인정하고 싶진 않았다.


‘알아서 하겠지! 설마 계란이든 음식을 모르겠어?’


뜻 없이 뱉은 혼잣말을 아니다며 고개는 홱 홱 저어졌다.

그녀는 진정 모를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녀의 싸이코 기질은 다시 한번 알레르기에 도전장을 내밀지 몰랐다.

걱정이되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꺼져버렸으면 바랬는데 이제는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변질된 모양이다. 그래서 파스타식당 밖에서 그녀를 지켜보게 되었다.

밥도 못 먹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나 여분의 주사는 내게 있고 귀찮다며 가방도 없이 달랑아빠 카드 한 장 있는 그녀는 대처 수단이 없었다.

여차하면 달려가 어깻죽지에 주사기를 박아 넣을 생각이지만 그건 그때 판단해도 늦지 않았다.

항상 찰거머리처럼 붙어 일일이 간섭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멀찍이 떨어져 그녀의 대처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가 무슨 음식을 먹일지 몰라 미리 인터넷으로 파스타 집 메뉴를 하나하나 조사했었다.

그리고 그의 목적은 까르보나라며 그것이 그녀에게 먹일 함정임을 깨달았다.

그녀도 까르보나라에 계란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녀는 젓가락으로 뒤적거릴 뿐 입에 갖다 대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안심하고 돌아서려 했다.

식당에 나온 두 사람이 바로 헤어질 걸 알기에 나도 똥 공장 공장장으로서 본분을 다하려 하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버스 정류장이 아니었다.

그는 그녀를 집과 반대 방향으로 이끌며 다른 함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설마 술 먹으러?’


찐 또라이와 사이코패스의 만남이다. 상식선에서 유추하면 가볍게 예상이 빗나갈 것이다.

나는 스파이를 연상하는 몸짓으로 기민하게 움직이며 그녀의 뒤를 바짝 쫓았다.

그녀는 배고파 힘이 없는지 땅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놈의 함정 속으로 차분히 걸음을 내디디고 있었다.

그때 보았다. 라이칸이 샌드위치를 구매하는 현장을.

영악한 사이코패스는 만들어진 샌드위치에 마요네즈를 몰래 더 짜 들이부었다.

저 행동에는 분명 숨겨진 의도가 있을 거라 여겨졌다.

나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마요네즈의 구성 성분을 철저히 조사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마요네즈의 주 제료가 무엇인지.

역시나, 놈이 준비한 함정의 실체는 마요네즈가 맞았다. 하지만 꽃순이는 의심한 점 없이 샌드위치를 그대로 입으로 직행시켰다.


‘탁!’

“아야! 아이씨.”


마요네즈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면 마요네즈에 계란이 들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나는 넌지시 그의 불순한 의도를 알려 주기 위해 그리고 이 안의 독약의 정체를 까발리기 위해 그녀에게 물었다.


“마요네즈는 뭐로 만들게?”

“우유?”


정녕 죽고 싶어 환장한 여자가 맞는 모양이다.

알레르기가 성인 때 불현듯 나타난 증상이 아닐 텐데, 그녀는 음식의 성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나는 한바탕 꾸사리를 주고 그녀의 판단이 더는 못 미더워 동행을 결심했다.


“나도 같이 가!”


라이칸 놈은 꽃순이를 향한 목적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다.

그는 그녀가 배고프다는 사실을 이용해 음식을 권하고 또 권했다.

나는 흑기사를 자청하고 다 받아쳐 낸 후 그가 건넨 비장의 수마저 입안에 털어 내버렸다.


‘와플 맛있네. 뺏어 먹으니 더 맛있는 듯.’


배고팠던 참이라 잘도 들어갔다. 하지만 일부러 과하게 행동했더니 식도 끝 음식이 얹혀서 답답하게 막혀 왔다.

급하게 딸기 주스를 들이부었지만 막힌 식도는 역류하며 거하게 쏟아졌다.

고개를 틀어 음식물로부터 내 옷을 보호했지만, 그곳엔 라이칸이 있었다.

보기 좋게 음식물을 뒤집어쓴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아! 죄송. 고의는 아니었어요.”

“다분히 고의성이 보이는데!”

“세탁비랑 택시비는 제가.”

“씨팔, 내 원 재수가 없으려니까.”

“뭐라고? 왜 욕을 하고 지랄이야.”

“하, 됐다. 필요 없으니 꺼져.”

“이 새끼가!”

“야야야, 그만해 집에 가자. 주임님 본의 아니게 죄송해요. 가보라 하셨으니 가볼게요.”


잡아 끄는 꽃순이의 손길에 어쩔 수 없이 내가 남긴 흔적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나는 목줄이 채워진 개 마냥 으르렁거리면서도 목줄을 당길 때마다 순응하며 그녀의 뒤를 밟았다.

그녀가 있었던 공간을 지날 때마다 한 번 맡았던 꾸밈없는 순백의 향기가 또 코끝을 간지럼 피웠다.

한바탕 화를 쏟아 내려 했던 마음은 냄새에 중화되어 그만 머릿속을 회색빛으로 물들이고 말았다.


“너 오늘 도대체 왜 그래?”


버스 정류장 앞에서 그녀가 내게 처음 했던 말이다.

늘 그랬던 것 같은데 무슨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건지. 그녀는 손에 쥔 카드를 꼼지락거리며 해명을 요구했다.

입을 꾹 다물려다. 내가 없는 동안 또 라이칸이 무슨 흉계를 꾸밀지 몰라 말해 주기로 하였다.


“저 새끼 너에게 관심 없어!”

“그래? 그것참 서운하네. 괜히 혼자 오해하고 멋대로 상상해 버렸네.”

“너 말고 고은애한테 관심이 있지! 너에게 계란 처먹이고 고은애로 각성시키려 더러운 수작질을 벌였다고.”

“취향 참 독특하네. 그래서 얻어지는 게 뭔 데?”

“영웅담? 아니면 진짜 못 먹는 감 찔러 보려는 심보였을지도.”

“고소 각인데?”

“몰랐다 잡아떼면 그만인데 뭘.”

“하여튼 고맙다.”


그녀가 처음으로 해맑게 웃으며 악수를 청해왔다.

나는 그간의 노고를 치하 받아 그만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의 본성은 찐 또라이.

잠시 나의 경계를 풀려 했던 수작에 불과했다.

그녀는 손을 잡아 끌어 자세를 무너트리더니 품 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 디딤발로 자세를 고정하고 어깨 뒤로 응축했던 폭발력을 내 명치에 적중시켰다.

나는 아픔에 숨도 쉴 수 없어 힘없이 그녀를 쓸어내리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커허헉.’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언질을 줬어야지! 숨기고 짠하고 나타나 백마 탄 왕자님 행세를 하면 내가 고마워할 줄 알았어?”

“이···.”

“그리고 그걸 그냥 냅 뒀어? 한 대 쥐어박아야지!”

“이···.”

“뭐? 버스 왔다. 아픈 것 같으니 내가 부축해 줄게. 그리고 이걸로 빚은 없는 거로.”


그녀는 자신의 폭행을 정당화하며 병 주고 약 주는 파렴치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보름달에 각성한 라이칸의 밥이 되든지, 계란에 각성해 고은애가 되던지, 내버려 뒀어야 했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고 나섰는지 뒤늦은 후회가 되었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는 모양이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나를 위해 거하게 버스비까지 지불해 주었다.


“두 명이요.”


아픔이 가시자 이를 갈며 그녀를 찾았다.

그녀는 멀찌감치 앉아 창밖을 보며 사색에 잠겨 있었다.

창문에 비친 슬픈 눈동자가 왠지 슬퍼 보였다.

그제야 그녀의 어깨를 짓 누르는 어둠이 어렴풋하게 보이는 듯했다.

이제서야 왜 눈에 들어오는 건지.

우리 집에 들어와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을 텐데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하는 남모를 고통이 있었을 텐데.

나는 밀어내려고만 했지 한 번도 그녀를 공감해 주려 하지 않았다.

문득 못 마땅해하고 불편해만 했던 못난 과거를 반성하게 되었다.

나에게 그래야만 했던 사실을 알게 되면 그녀를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흘러가는 풍경을 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버스가 멈추고 달리길 스무 차례 이제 집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벨을 누르고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잠에 취해 실성한 것처럼 침을 질질 흘리며 머리를 격하게 흔들며 헤드뱅잉을 시전하고 있었다. 그래도 버리고 갈 수 없어 깨우려 하였다. 하지만 그녀를 깨운 건 내가 아닌 전 정류장에서 탔던 뿔테 안경을 쓴 처음 보는 여자였다.


“가스나야! 니 으나 맞제? 쪼매 일어나봐라.”

“우어엉, 누구세요?”

“가스나 쌍판 봐라. 와이리 심란하노. 니 여서 뭐하는데?”

“집에 가는데요.”

“이게 미칬나 고마쎄리 주 까뿔라. 니캉 내캉 함께한 세월이 을만데 확 대가리 뽀아뿔라.”

“제가 기억을 잃어서.”

“지랄 앰뱅을 떤다. 어데가는데? 글코 웬일로 버스고?”

“내 애마인데.”

“이 가스나가 진짜 정신 줄 놨나? 먼 뻘 소리만 찍찍 뱉어 쌌노.”

“저 진짜 기억을 잃었어요.”

“···.”

“진심이에요. 믿어 주세요. 보세요 엠창!”


그녀는 혀에 엄지를 올리고 새끼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으며 20년전 초딩때 유행했던 결백의 맹새를 펼쳐 보였다.

황당해하는 그녀의 지인과 달리 구원 손길이 고마워, 내 입은 찢어져 귀에 걸렸다. 그리고 마침 버스가 정차하길래 그녀에게 작별의 인사를 고했다.


“꽃순아 축하한다. 드디어 널 알아봐 주는 사람을 찾았구나. 그동안 즐거웠다. 조심히 가고. 다음에 기회 되도 마주치지 말자. 그럼 안녕.”


나는 재빨리 버스에 내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찰거머리를 그 정도에 뿌리치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그녀는 날 쫓아 후다닥 내리더니 스토커 특유의 음침한 몸돌림으로 바짝 붙어 뒤에 숨었다.


“돈 떼먹고 도망 다니냐?”

“시끄러워 좀. 그 여자 나 보고 있냐?”

“어 졸라 뚫어지게. 미친 화냥년 보듯이 어이없게.”

“아이씨, 모르겠는 걸 어쩌라고!”

“너 진짜 모르는 것 맞아? 이름도 잘 알더니만.”

“그거 무인 발급기에서 등본 떼 봐서 알게 됐지.”

“아하, 핑계가 아주 그럴싸해! 그럼 집 주소도 알겠고만. 우리 이제 빠이짜이센?”

“그건 안돼!”

“왜?”

“내 몸에 네 2세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뻥인 줄 알지만 속아 주기로 했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조금 더 두고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여겨졌다.

그녀도 내 마음이 느껴졌던 걸까? 예전과 달리 성질머리가 누그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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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그의 이야기. 23.06.11 26 0 12쪽
42 41화. 그녀의 이야기. 23.06.10 23 0 13쪽
41 40화. 그의 이야기. +2 23.06.09 23 0 12쪽
40 39화. 그녀의 이야기. 23.06.08 20 0 11쪽
39 38화. 그의 이야기. 23.06.07 19 0 14쪽
38 37화. 그녀의 이야기. +2 23.06.06 32 1 15쪽
37 36화. 그의 이야기. 23.06.05 18 0 14쪽
36 35화. 그녀의 이야기. 23.06.04 20 0 14쪽
35 34화. 그의 이야기. 23.06.03 23 0 13쪽
34 33화. 그녀의 이야기. 23.06.02 20 0 14쪽
33 32화. 그의 이야기. 23.06.01 21 0 12쪽
32 31화. 그녀의 이야기. 23.05.31 22 0 13쪽
31 30화. 그의 이야기. 23.05.30 24 0 14쪽
30 29화. 그녀의 이야기. 23.05.29 24 0 14쪽
29 28화. 그의 이야기. 23.05.28 20 0 13쪽
28 27화. 그녀의 이야기. 23.05.27 20 0 12쪽
27 26화. 그의 이야기. 23.05.26 22 0 13쪽
26 25화. 그녀의 이야기. 23.05.25 21 0 12쪽
25 24화. 그의 이야기. 23.05.24 24 0 12쪽
24 23화. 그녀의 이야기. 23.05.23 22 0 14쪽
23 22화. 그의 이야기. 23.05.22 28 0 12쪽
22 21화. 그녀의 이야기. +2 23.05.21 26 0 13쪽
21 20화. 그의 이야기. 23.05.20 28 0 13쪽
20 19화. 그녀의 이야기. 23.05.19 30 0 12쪽
19 18화. 그의 이야기. 23.05.18 27 0 12쪽
18 17화. 그녀의 이야기. 23.05.17 29 0 14쪽
17 16화. 그의 이야기. 23.05.16 30 0 15쪽
16 15화. 그녀의 이야기. 23.05.15 28 0 12쪽
15 14화. 그의 이야기. 23.05.15 29 0 12쪽
14 13화. 그녀의 이야기. 23.05.14 3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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